Roughly another world TS thing RAW novel - Chapter 72
72회
유리검”두메른. 이게 마지막이다.”
아스테는 늠름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적이지만 훌륭하군.
내 암컷이 될 생각은 없나?”
나는 두메른의 허리를 마구 꼬집었다.
벌써 바람 피우냐. 이 새끼야.
“이런. 지금 말은 잊어다오. 행실에 주의해야 하는 몸이다.”
“….”
아스테와 눈이 마주쳤다.
공연히 시선을 끌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머리를 숙인다.
“인질이냐?”
“인질은 아니다. 내가 모시고 있지.”
으으.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 마.
제국군이 술렁거리잖아.
“오크의 신부인가…?”
“미인이다….”
“저, 저렇게 생긴 여자가 실재하다니 믿기 어렵군.”
“암컷 자리는 없지만, 천인장 자리가 하나 비어있다.”
아스테는 차가운 말투로 읊조렸다.
“최후통첩은 끝났다.”
느슨해진 긴장감이 단박에 팽팽해졌다.
양측 병사들이 무기를 꼬나쥐고 뛰어들기만을 기다리는 일촉즉발의 순간.
유리검이 빛을 받고 번뜩임과 동시에, 아스테의 신형이 늘어나는 것처럼 왜곡되었다.
눈을 다시 깜빡였을 때 아스테는 이미 두메른의 기수까지 뛰어오른 상태였다.
말이 안 되는 묘기를 또 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시야에 넣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라진다고?
놀랄 틈도 없었다.
나무 사이로 붉은 기둥이 뻗어 나와 아스테를 밀친다.
그 공격이 기형 오크의 늘어난 팔이라는 걸 알았을 때, 아스테는 팔의 추격을 흘리며 튕기는 공처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이어지는 참격.
기형 오크의 팔이 광범위한 참격에 휩쓸려 피를 뿜고,
동시에 우리가 타던 말이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으, 으앗!”
두메른이 날 붙잡지 않았다면, 바닥을 뒹굴 뻔했다.
말 머리는 언제 벤 거야?
눈으로 따라갈 수 없는 움직임이다.
저런 게 사람의 솜씨라니….
춤사위 같은 검 놀림이지만, 기형 오크의 몸에 상처를 낼 정도로 위력적이다.
다른 오크들이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저런 걸 어떻게 막아?
“시현. 뒤에 있어라.”
두메른이 포효했다.
팔꿈치를 옆구리에 바짝 붙이고, 하늘을 향해 소리친다.
마치 전장의 북소리처럼 웅대하게!
아스테가 자세를 잡았다.
둘은 정면으로 충돌하여 폭탄이 터진 것 같은 압력을 주변으로 뿜어냈다.
공격이 스치기만 하는데도 태풍이 불고 있는 듯하다.
아스테는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고 두메른의 주먹을 회피하며 유리검을 휘두른다.
코스카가 나를 지나쳐 앞으로 나왔다.
“너는 뭐하러 왔지?”
“…구경.”
“개탄스럽다. 우리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준 여자와 함께 해야 한다는 게.”
“모험가를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제국군의 방식이 효과를 본거지.
너희는 뭘 할 수 있는데?”
“잘 봐둬라!”
코스카는 무기를 쳐들고 포효했다.
그러자 다른 오크들도 따라서 행동한다.
광란 그 자체였다.
제국군 쪽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여기 있으니, 나까지 고무되는 기분이 들었다.
오크와 제국군이 격돌했다.
두메른과 아스테의 싸움은 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형세라 좀처럼 결정타가 나오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병사들의 싸움은 달랐다.
코스카가 이끄는 단창으로 무장한 오크 부대는 제국군을 효과적으로 압살했고, 단숨에 밀어버렸다.
여기에 기형 오크까지 합세하면서 전세는 제국 측이 단숨에 불리해졌지만.
“….”
아스테는 침착해.
기세로는 웃돌고 있지만, 사람은 기본적으로 교활하고 치밀하다.
그리고 적에게 한없이 잔인하지.
“이쪽이다!”
“돌격!”
수풀에 매복해있던 제국군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단숨에 머릿수가 역전되었지만, 오크는 겁에 질리거나 물러서지 않았다.
“우호오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남자는 죽인다. 여자는 범한다!”
“웃, 우호!!”
하여튼 추잡한 놈들.
제국군 병사 중에는 여자도 있다. 갑옷을 입고 있지만, 오크의 코는 암컷 냄새만은 기가 막히게 구별하기 때문에….
혼잡한 전장 속에서도 일어날 일은 일어났다.
“싫어!! 구해줘!!”
“아악!”
“보지섹스! 보지섹스 한닷!”
여자는 즉시 겁탈당한다.
오크는 등에 칼이나 도끼가 꽂혀도 아랑곳하지 않고 덮치기 시작한 여자는 끝까지 범했다.
허리를 미친 듯이 흔들면서.
그렇게 뒤섞이다 보니 전장은 아비규환이 되었다.
머리가 울린다.
어지러워. 토할 것 같아.
하지만 나는 지켜봐야만 했다.
“크윽!”
두메른이 밀리고 있다.
아스테는 수세였던 적이 없지만,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즉사하는 곡예를 벌이고 있다.
두메른의 주먹과 발길질이 태풍처럼 나무를 꺾고 바위를 분쇄한다.
저 녀석, 상처가 벌어지고 있는 거 아냐?
맞지도 않았는데 피가 흐르잖아.
아스테도 눈치챈 것 같은데….
‘위치를 사수해라’
나는 황자의 전언을 떠올리고 이를 까득 깨물었다.
여기서 두메른이 패배하는 건 곤란해.
솔직히 아멜리아 따위 뒤지든 말든 내 알 바 아니지만, 공든 탑을 나 때문에 무너뜨릴 수는 없다.
나중에 협박당했다고 하지 뭐.
내가 상황을 소모전으로 만들자.
적합한 패는….
“유피.”
나는 권역 포탈로 유피넬을 불렀다.
“나 왔어.”
“두메른을 회복 시켜.”
“신관님이다.”
“신관님. 저희를 도와주세요!”
그때, 제국군이 하얀 머리 신관을 알아보고 소리쳤다.
“우리가 이겼어…!”
“신관님께서 우릴 보고 웃으셨어.”
“음~ 제 보스는 시현이라서 죄송해요.”
“어…?”
“그레이트 힐.”
“자, 잠깐. 누가 모든 오크를 회복시키랬어!”
“앗. 치유력이 넘쳐서….”
고위 신관급 능력을 마음껏 선보이는 유피넬에 의해
전장의 희비는 뚜렷하게 엇갈린다.
“어째서…!! 어째서 빛의 여신을 섬기는 신관이 오크들을!”
“우홋! 힘이 솟는다!! 강간해주마. 흐랏!”
“아아악!”
유피는 손을 꼬옥 쥐고 오크를 응원했다.
“자지가 늠름한 오크 여러분. 힘내세요!
제국군을 강간해….”
나는 유피의 입을 틀어막았다.
“읍읍.”
“조, 조용히 해.
내가 마녀재판당하는 거 보고 싶어?”
“기분 좋은 보지섹스 전파하고 싶었을 뿐인데….”
“두메른만 봐. …조용히.”
“응!”
하….
다음에는 쿠키를 부르자.
능력은 쿠키보다 훨씬 낫지만, 유피넬은 다루기가 너무 어려워.
제국군의 사기를 너무 작살내 놓은 거 아니야?
“정신 차려!”
그때, 용감한 병사 한 명이 소리쳤다.
“우리가 지면 다음에 오염되는 건 우리 가족이다! 물러서지 마라!”
“오오옷!!”
…그래.
유피넬의 정신 나간 언행을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은 정신 오염뿐이다.
제국군은 스스로 일어나 싸웠다.
적절한 서포트 덕에, 두메른이 아스테를 몰아넣는 흐름이다.
바로 그때 기형 오크가 난입했다.
긴 팔을 뻗어 아스테의 옆구리를 공격…!
나는 조마조마했다.
차라리 눈을 질끈 감을까 생각했다.
두메른이 지는 것도, 아스테가 지고 강간당하는 것도 안 돼!
제발, 무승부의 신이시여!
[숙녀「거품에서 태어난 여신」이 전개에 흥분을 감추지 못합니다]
[숙녀「방탕한 황후」는 아스테가 패배하길 원합니다]
[신사「젖가슴 애호가」는 아스테의 젖가슴도 좋다고 말합니다]
너희들은 꺼져!
무승부의 신을 불렀다고. 나는!
아스테의 곡예는 끝나지 않았다.
두메른과 기형 오크의 공격은 피할 곳 없는 덫이 되어 날아간 듯 보였다.
순간적으로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건 공격과 공격의 작은 틈새로 몸을 던지는 아스테의 순발력이었다.
발이 지면에서 떨어지고….
공중에서 몸을 휘릭, 돌려 아래위로 공격을 흘려보낸다.
말도 안 돼….
“으음!”
두메른이 신음을 흘렸다.
기형 오크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회피로 전의를 상실하게 만들다니, 뭐 저런 여자가 다 있어?
유리검은….
깨지지 않는 건가?
아스테의 반격.
기형 오크의 팔이 잘리고 두메른의 허벅지에 큰 상처가 났다.
“크윽!”
“아스테 님이 해냈다!”
“밀고 들어가!”
“단숨에 몰아붙여!”
패색이 짙어졌어.
비르를 부를까? 안 돼. 그럼 학살이야.
공을 세우자고 사람들을 다 죽여?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거품에서 태어난 여신」이 사기 장비를 준 이유를 알겠다.
벼락의 칼은 사람을 상대로 할 때 지나치게 효과적이야.
후퇴하는 수밖에 없다.
“코스카. 물러나야 해!”
“큿…!”
아, 후퇴가 안 되는구나.
코스카의 반응을 보고 알았다.
오크가 사람의 군대처럼 하나로 뭉쳐 퇴각할 수 있을 리 없다.
톱날 오크가 이끌던 오크도 도망칠 때는 다 뿔뿔이 흩어지지 않았던가?
어떤 놈은 제멋대로 싸우고, 어떤 놈은 여자를 강간하는 데 정신이 팔렸고.
어설픈 후퇴 명령은 더 큰 피해를 부른다.
“제 손을 잡으세요!”
그때, 병사 한 명이 나한테 손을 내밀었다.
“어서! 구해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지금은 안 돼.
나는 손을 뿌리치듯, 눈을 돌렸다.
“비르!”
권역 포탈이 열리고, 벼락불을 휘감은 비르가 나타났다.
“카아악!”
하얀 머리 신관을 알아봤다면
빨간 고블린은 절대 잊을 수 없겠지.
“저, 저 고블린은!”
“큰일 났다.”
“고블린 테이머다!”
“저 여자한테서 떨어져. 고블린에게서 멀어져!”
비르의 등장이 제국군의 기세를 눌러 놓았다.
칼은 빼 들었지만, 결코 휘두를 수 없는 칼.
그러나 전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또 한 번 아스테와 눈이 마주쳤다.
이번에는 오싹했다. 저런 여자에게 찍히면 목숨이 백 개라도 모자라겠지?
대치 상황에, 모두의 시선이 각 진영의 우두머리….
두메른과 아스테에게 쏠렸다.
아주 약간의 시간 벌이.
이 이상은 나도 못 해.
그때, 본 적 있는 얼굴이 전장에 난입했다.
그 여닌자, 신애다.
신애는 아스테의 곁에 조용히 내려앉아 무언가 속삭이고는 모습을 감췄다.
아스테한테 무슨 말을 한 거지?
그녀는 유리검에 묻은 피를 떨쳐내고 물러났다.
“우리도 퇴각한다!”
제국군은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아스테의 영향력이 일개 모험가 수준이 아니라는 증거다.
실질적으로는 제국군을 이끄는 것처럼, 다들 그녀의 판단을 따라서 흩어졌다.
오크가 승리한 셈이다.
“우오오!”
“우리가 이겼다.”
“여자를 범해라. 다 같이 범해라!”
“싫어. 버리지 말아요! 같이 가…!!”
붙잡힌 여병사는 어쩔 수 없다.
오크들은 취할 수 있는 전리품을 챙기고 있을 뿐.
이놈들이 전쟁범죄 같은 걸 알 리가 없기에, 마땅히 말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잘했다. 시현.”
두메른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 덕에 살았다. 고맙다.”
“…너 때문에 한 거 아니야.”
“그런 표정 짓지 말고 고개를 들어라!”
두메른의 호통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드니, 무수한 오크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시현이 우리를 도왔다. 보지 못한 자는 손을 들어라.”
“…아…. 나는….”
그, 그렇게 몰아가지 마.
“코스카. 어떻게 생각하지?”
“귀감이 되는 행동이었습니다. 모든 암컷이 이렇게 기특하다면 좋겠습니다.”
“그렇다. 시현이야말로 암컷의 모범이다.”
“암컷!”
“흑발 암컷!”
오크들이 소리를 질렀다.
곳곳에서는 여자들이 울부짖는 소리에.
아주 난장판이 따로 없다.
“…돌아갈래.”
“승리를 축하해야지.”
“너희들끼리 해.”
“술은 싫은가?”
“뭐, 술?”
술판을 벌이겠다고? 너희들 전쟁 중이잖아.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마라.”
술.
좋아하지는 않지만, 취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알았어. 축하하자.”
“우옷!”
“흑발 암컷!”
“암컷의 모범!”
“나도 이 여자를 흑발 암컷처럼 만들겠다.”
“보지섹스 300회 예약이닷!”
아니….
그 사람은 무슨 죄야. 하지 마.
나는 서큐버스라고.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다시 삼킨다.
나는 어쩌다 오크 진영의 스파이가 됐지?
빨리 다 잊고 싶었다.
비르를 보고 공포에 질린 제국 병사들의 표정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돌아오자마자 오크들은 코스카를 중심으로 술판을 벌였다.
성에 비축된 포도주를 닥치는 대로 따서 퍼붓는 식이다.
‘지금 치면 확실하게 이길 수 있습니다’
…황자님한테 그렇게 써서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아스테가 부름을 받고 가는 것 같던데. 아멜리아는 잡혔겠지?
제발 그러기를 빈다.
이 짓을 두 번 했다간 머리 터질지도 몰라.
“시현. 내 품에 안겨라.”
“닥쳐.”
“말이 적절치 못했군. 네 꼴리는 몸을 안아보고 싶으니 팔에 들어와라.”
“….”
나는 두메른의 폼에 쏙 들어갔다.
“취향이 별나군.”
“나는 서큐버스니까.”
두메른 앞에서 술술 말하고 있네.
내가 남자라는 것도 전부 말해서 그런가.
술도 몇 잔 들어가서 그런지, 모든 게 좋은 기분이었다.
나는 두메른의 품에 안겨 오크들의 잔치를 지켜봤다.
중앙에 큰불을 지펴놓고, 오크들은 마음에 드는 암컷을 하나씩 골라와서 자지를 꽂은 후에 열렬하게 섹스한다.
다양한 신음이 음악처럼 울리고 있다.
…오염되지는 않지만, 오염될 것 같은 광경이다.
“앙! 아아앙…!”
“오크 자지 죠앗…!!”
“고민되겠지. 마음껏 고민해라. 그런 다음에 정하면 된다.”
“나더러 이런 광경에 적응하라는 말이야?”
두메른이 내 젖가슴을 부드럽게 움켜잡았다.
“흑.”
“사실은 끼고 싶지 않나?”
나는 속내를 들켜 뜨끔했다.
두메른이 추궁하듯 내 젖가슴을 주무른다.
이 손길에 거스를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