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1049)
러스트 [RUST]-1049
작전은 최대한 간단하게.
마루가 인도네시아 군부를 쓸어버리는 것과 동시에 융단폭격으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펼쳐진 식육 밀림을 태운다.
지표상에 있는 밀림을 지우고 난 뒤, 말레이시아에는 나루즈 중심. 싱가포르에는 김 양과 친위대 그리고 희연과 U+ 부대를 보내 뿌리 정리에 들어간다.
엑소슈트와 노심 아머로 무장한 주력부대는 공략지역을 포위, 혹시라도 식육 식물을 들고 튀는 새끼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골자였다.
네이팜과 핵 수류탄을 이용한 융단폭격으로 표면을 쓸어버린다고 하더라도, 땅속뿌리에서 나오는 생체 EMP 필드 효과 때문에 엑소슈트나 노심 아머를 사용할 수 없는 게 문제였다.
“전자장비는 작동하지 않는다. 가상현실에서 대응 훈련을 한 뒤, 바로 작전에 들어갈 테니 준비하도록.”
당연히 통신 장애가 있었고 그에 대비하기 위한 인선이었다. 나루즈는 나루즈끼리 텔레파시 비슷하게 연결되어 의사소통 가능했고.
U+부대는 링크를 통해 희연을 중심으로 상황 전달이 가능했다. 그래서 말레이시아는 나루즈가, 싱가포르는 김 양과 친위대가 화력을 U+ 부대는 친위대에 흩어져 통신을 맡은 것.
가상현실 대응 훈련에서 나루즈는 압도적인 성과를 냈다. 그렇지 않아도 공훈을 세워 마루와 놀러 가겠다는 흑심(?)을 품고 있던 나루즈였기 때문인지, 어쩐지 나루즈 네트워크가 팽팽 잘 돌아가고 있었다.
[가즈아아아앗!] [간다아아아앗!]물론 그 속엔 사이판(Saipan)과 발리(Bali)가 생략된 외침이었다. 나루즈가 압도적인 능력으로 시뮬레이션을 끝장내는 동안, 김 양과 희연은 삐걱거렸다.
[야- 말 새끼 눈 안 깔아?]히이이잉-
뚜벅이로 걷기 싫었던 김 양은 대여(?)해 줬던 흑마를 돌려받으려고 했지만, 희연과 짝짜꿍이 된 흑마가 김 양을 거부했던 것.
[싫다잖아.] [짭- 말이 짧아졌다?]짝퉁 주제에 좀 컸다고 반말?
빌려줬더니 말 새끼까지 쌍으로 지랄?
[말 새끼. 뒈지고 싶냐? 눈 똑바로 안 떠?]히히이이이잉-
김 양의 손이 홀스터를 향했다. 동시에 희연의 손도 똑같이 홀스터에 닿았다.
[둘 다 처맞고 싶냐?]훈련을 참관하던 마루의 목소리가 가상현실을 뒤흔들었다. 픽셀이 깨지고 쩍쩍 갈라지는 하늘에 김 양과 희연이 홀스터에서 손을 뗐다.
[제대로 안 할 거면 지금 말해.]김 양이 찢어진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짭이랑 언제고 한 번 붙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깔끔하게 승부 보고 시작했으면 좋겠음.] [······.]희연도 승부를 봤으면 좋겠다는 말에 동의하는지 입을 앙다물고 있었다. 적응 훈련 없이 그대로 작전 들어갔다가, 실전에서 이 지랄 났으면 어쩔 뻔했나.
[좋아. 여기서 승부 보는 것으로 하고. 깔끔하게 끝내는 거다.]현실에서 사고 치는 것보다 가상현실에서 판 깔아주는 게 나았다. 여기서 결판난 걸 실전까지 끌고 가면 그냥 두지 않을 거고.
마루의 경고에 김 양과 희연이 모두 동의했다.
[알겠음.] [네.] [장소는?] [서울. 강남.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반경 2km 한정. 시간. 오후 6시.]김 양이 거침없이 조건을 정했다. 그에 불만이 없다는 듯,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희연. 동시에 공간이 일그러지며 강남 거리가 재현되기 시작했다.
쭉 뻗은 테헤란로가 생기고 양옆으로 빌딩이 올라갔다. 이어서 퇴근 시간에 맞춰 정체되기 시작한 차로와 퇴근하는 회사원들로 복작이는 인도가 펼쳐졌다.
평화로운 퇴근길을 뒤흔드는 총성을 시작으로, 30분의 혈전 끝에 김 양의 승리로 끝났다.
[······.] [······.]김 양은 이기고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압도적으로 이길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희연이 만만치 않았던 것.
짭이 만만치 않았던 걸까?
아니면 자기가 무뎌진 걸까?
인공지능과 슈퍼컴퓨터, 양자컴퓨터를 동원한 가상현실은 사실이나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서울 강남에서 붙었어도 비슷한 결과였겠지.
상처뿐인 승리 후.
경찰이나 군에 잡히는 결말.
깔끔하게 잡지 못하고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건.
짭도 불만이리라.
그런 불만은 작전에 별 도움되지 않았다.
김 양이 분한 기색 가득한 희연을 보며 말했다.
어쨌거나 ‘라스트 맨 스탠딩.’ 결과는 김 양의 승리였다. 기분이 별로인 건 사실이었지만, 머리가 좀 맑아진 김 양이 흑마를 봤다.
[그리고 말 새끼. 넌 작전에서 제외.]히이이이잉!
[내가 타고 가려고 했었는데, 생각해 보니까 넌 아니다.]히잉히이이잉!
흑마가 거칠게 투레질하자, 김 양이 삐뚜름하게 쳐다봤다.
[좁은 공간 나오면 식충 식물에 너 먹이로 던져주고 가랴? 뒈지고 싶지 않으면 아가리 닫아.]······.
[······.]깔끔하게 교통 정리한 김 양이었다.
‧
‘김 양 많이 컸네.’
어쨌든 이겼다고 대놓고 눌러버렸으면 당연히 속으로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미세한 차이였으니까.
하지만 ‘다음에 한 번 더 붙자.’는 것으로 그녀가 이긴 것을 확고히 하고, 이후 교통정리를 하면서 작전에 생길지도 모를 잡음을 미리 없애버렸다.
생각하고 했던 본능적으로 했건, 나름 잘 큰 김 양이었다.
그리고 그건 희연도 마찬가지였다. 급속 생장을 중간에 멈추고 4~5살 육체로 제법 오래 있었던 희연이었다.
이후 다시 급속성장을 통해 중학교 수준의 육체로 성장했다지만, 그 몸을 이용해 싸우는 건 별개의 일이었다.
아쉬운 소리를 할 법도 하건만, 자존심 때문인지 이를 꽉 물고 결과에 승복했다. 그리고 김 양이 제시한 다음 기회를 잡는 모습까지.
‘문제는 없겠군.’
각성한 김 양을 상대로 아슬아슬한 상황까지 갔다는 건, 그만큼 잠재 성장률이 크다고 봐야 할 터.
원본인 유 이사와는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도 마루가 생각하기엔 좋은 변화였다. 대인전 전문이었던 유 이사와는 달리, 변이 괴수 사냥과 식인귀 사냥을 많이 해서인지 투박한 면이 있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
가상현실 훈련을 하는 동안, 인도네시아 군부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사이에 만든 공간으로 계속해서 인도네시아 민간인을 데려왔다.
[인구가 급격하게 늘고 있어. 이대로 간다면 일주일 뒤에는 100만이 넘을 것 같다.]기순의 분석대로 벌써 순식간에 20만이 넘어 25만에 달할 정도였다.
[처음부터 대규모 이주를 계획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암호화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규모 이주 작전 뒤, 징병을 통해 병력을 확충. 말레이시아를 밀고 북상할 계획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보고하던 후드의 반반 얼굴에 노기가 살짝 서렸다.
[군부가 물자를 통제하면서, 노약자들을 따로 분류하고 있습니다.]이주를 시키면서 피난민들이 가진 물자를 전부 군부가 환수하고 있었다. 이주자들의 자산을 전부 군부가 장악했으므로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징병에 응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
일단 한 번 이주하면 군부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징병을 피해 어디로 도망치겠는가? 말레이시아로 가는 길도 그렇고 싱가포르로 가는 길 전부 식육 밀림이 막고 있는데.
[노약자들 가운데 지병이 있는 사람들을 제물로 바쳐, 식육 식물을 기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인구가 늘어나는 것만큼이나, 식육 밀림에 제물로 바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었다. 방어선을 단단하게 유지하려면 그만큼 밀림에 제물을 줘야 했기 때문이었다.
“인도네시아 군부는 어디 있지?”
[말레이시아 쪽 밀림 근처에 자리 잡고 있어.]인도네시아군 사령부는 밀림에서 고작 100m 남짓 떨어진 곳에 있었다. 100m 정도 거리면 사실상 붙어있다고 봐도 될 정도.
“밀림과 너무 가까운데?”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라서 그러겠지.]리퍼 슈트의 은신을 활용해 싹 쓸어버리려고 했더니, 쉽지 않았다.
“시간을 더 끌 순 없어.”
시간을 끌어봐야 인도네시아에서 데려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그만큼 병력이 늘어나며 식육 밀림이 커질 뿐이었다.
“내일 새벽 시작한다.”
‧
새벽 4시 30분.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막 잠자리에서 깰 시간이자, 늦게 잠든 사람은 한창 깊은 잠에 빠져있을 시간. 그리고 경계병의 경계심이 제일 풀어지는 시간.
일렁이는 움직임이 소리 없이 인도네시아 1군단 사령부 건물을 향했다. 다다닥- 풀이 없는 도로만 밟고 달리던 마루가 그대로 뛰어올랐다.
어지간한 육체 능력자보다 강해진 신체 능력으로 반쯤 날다시피 떠오른 마루가 그대로 사령부 건물 지붕에 내려앉았다.
쿠직-
치이이이잉-
리퍼 슈트의 은신 모듈이 해제되며 일렁이던 공간이 깨져나갔다.
‘EMP 필드가 너무 강력한데?’
아무리 식육 밀림 근처에 있다지만, 예측보다 훨씬 강한 EMP 필드였다.
리퍼 슈트의 은신이 깨졌으니 계획을 바꿔야 했다. 처음 계획대로라면 은신을 최대한 활용해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었으나, 틀어졌다.
쯧-
지붕을 뚫고 들어서자, 다락 공간이 나왔다. 그저 텅 비어 있는 공간을 따라 작전 통제실 바로 위에 도착한 마루가 안에서 밖으로 지붕을 뚫고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높이 올라간 신호탄이 강한 불꽃을 터뜨리자, 멀찌감치 대기하고 있던 비행선이 1군단이 모여있는 진지에 레일건 포격과 미사일 공격을 시작했다.
비상벨이 울리고, 잠들었던 사령부가 깨어났다. 작전 통제실로 모인 1군단 지휘부가 벌떡 일어서자, 사령관이 안으로 들어왔다.
“상황은?”
“예상대로 공중 포격과 미사일 공격입니다.”
신성 왕국이 선제공격한다면. 분명 대형 비행선을 이용한 공중 포격과 폭격이었기에 대비하고 있었다.
“피해는?”
“아직 사상자 없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주둔지는 그저 미끼였다. 실제 부대는 식육 식물의 도움으로 뚫은 지하 벙커에 있었다.
주둔지가 미끼라고 해도 식육 밀림이 발산하는 생체 EMP 필드 안쪽인지라, 신성 왕국에서는 드론 정찰과 까마귀 정찰로 확인할 수 없었다.
“적 비행선의 위치는 파악했나?”
“4시 방향 2km 상공입니다.”
비행선이 더 내려왔으면 좋았을 것을. 2km면, 생체 EMP 필드를 확대해도 끄트머리에 걸릴까 말까 한 거리.
식육 밀림의 규모가 작아서 생긴 일이었다. 제물을 더 많이 바쳤다면 훨씬 넓은 면적을 EMP 필드로 덮었을 텐데.
“제물을 최대한 많이 대기시킨다. 놈들은 분명 주둔지를 직접 확인하려고 할 터. 주력 병이 내려오면 생체 EMP 필드를 강화해 무력화시킨다.”
사령관의 명령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천장에 있던 마루가 뛰어내렸다.
촤리리리릭-
공중에서 뻗은 죽음의 넝쿨이 펼쳐지자, 기다렸다는 듯. 작전 통제실에 놓여있던 화분과 테이블 아래에서 녹색 넝쿨이 치솟았다.
죽음의 넝쿨과 식육 넝쿨이 공중에서 팽팽하게 힘겨루기를 시작하자, 사령관의 눈빛이 번들번들 빛났다.
“왔구나! 블라디마루 칼린!”
그 외침과 함께 석고보드로 만들어진 벽이 무너지며, 다양한 식육 식물이 쏟아져 나왔다.
“네놈이 혼자 올 줄 알고 있었다!”
아. 그래?
죽음의 넝쿨이 식육 넝쿨을 으스러뜨리는 소리.
쿠직- 뿌드드득-
사령관의 눈빛에서 번들거림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분명··· 팽팽하지 않았었나?
싱가포르에서도 그렇고 분명히 죽음의 넝쿨은 이렇게 강하지 않았었는데?
콰드드득- 우지직-
벽을 뚫고 나온 식육 식물이 죽음의 넝쿨과 그림자 쥐에 갈리는 모습. 그건 그냥 일방적인 장면이었다.
“뭐? 뭣?”
자기도 모르게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는 사령관.
그에 맞춰 앞으로 나선 호위병들이 마루를 향해 기관단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동시에 그어진 검은 실선.
▬▬▬▬▬▬▬▬▬▬▬▬▬▬▬▬—
언제 왔는지, 호위병의 바로 앞에 도달한 마루가 치켜들었던 뉴클립스를 다시 검집에 꽂았다. 팔과 상체, 기관단총이 통째로 잘리며 바닥에 떨어지는 모습.
사령관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칼날이 닿지 않는 거리였다.
분명.
그런데 호위병이 썰렸다.
어떻게?
눈 깜박일 정도의 짧은 찰나. 호위병이 호위병이었던 것으로 변했다. 호위병 전원 신체 능력자였음에도 소용없었다.
단 한 번 휘두른 칼질을 막지도 피하지도 못한 것.
“미··· 미친.”
그 살벌한 상황에서도 식인귀가 된 장교들과 능력 각성자 장교들이 동시에 마루를 공격했다.
“지금이다!”
죽음의 넝쿨과 식육 넝쿨이 뒤엉킨 틈을 탄 공격이었다. 미리 준비하고 있었는지, 화염계와 풍계가 합심했고, 물 공격과 전기 공격이 바닥을 타고 이어졌다.
그리고 특수한 소재로 전신을 감싼 육체 능력자들이 망치, 톱, 칼, 창을 들고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죽어!”
“한 번만 찌르면 된다!”
“상처만 내!”
반원으로 포위한 공격이 쏟아짐에도 두근거리는 느낌에 마루는 고개를 숙여 발밑을 바라봤다.
부채처럼 펼쳐진 넝쿨이 식인귀와 능력자의 공격을 막다가 검은 입자로 변해 사라짐에도 마루는 바닥을 향해 뉴클립스를 찔러 넣었다.
(끼에에에에에—)
바닥을 뚫고 사방으로 퍼지는 식육 식물. 거대한 식물 덩어리가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그것을 보자기처럼 감싸듯 죽음의 정원이 펼쳐졌다.
반원으로 포위한 그 많은 식인귀와 각성자, 바닥에 은폐하고 있던 식육목까지 굳어버린 모습이었다.
“마. 맙소사.”
대체.
이건··· .
인도네시아 1군단 사령관의 눈동자에 비친 것은 사방을 통째로 집어삼키기 시작한 죽음의 정원과 모든 것을 잘라내는 검은 실선이었다.
‧
‧
‧
콰콰콰콰쾅–
융단폭격에 두들겨 맞은 식육 밀림이 통째로 불타기 시작했다.
[싱가포르 쪽에서 항의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특수부대가 테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뒈지고 싶지 않으면 방에 처박혀 있으라고 해.]김 양은 싱가포르 정부의 항의를 씹었다. 테러한다고 예고까지 받았으면 알아서 준비 했어야지 끌려가서 어쩌라고?
‘병신년들.’
[더 쏟아부어. 바짝 태워버리게.] [네.]싱가포르 한쪽 구석이 불바다로 변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