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1056)
러스트 [RUST]-1056화
희연과 U+에게 싱가포르 정리를 맡긴 김 양과 친위대가 바로 인도네시아로 진입하는 자들을 확인했다.
[12시 방향 반잠수정 확인.] [3시 방향에 잠수함도 있습니다.]김 양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양동인가?
[반잠수정과 잠수함이 서로 다른 그룹인 것 같습니다.] [지금 공격할까요?]상륙하기 좋은 해안을 따라 서로 견제하는 반잠수정과 잠수함.
[기다려.]흐응-
잠수정에서 작은 보트가 나와 해안으로 향했고, 잠수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다른 놈들이라면 신경전을 하거나 교전을 벌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양쪽 모두 무력충돌이 벌어질까 싶어 상대방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게 자제하는 모습. 해안에 도착한 양측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다 거리가 떨어지자, 화산재와 먼지가 안개처럼 낀 숲으로 들어갔다.
[추격할까요?]굳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잡는 게 편할 것 같은데?
[잠수함과 반잠수정부터 제압한다.] [옛.]대형 드론이 전쟁기계를 싣고 잠수함과 반잠수정으로 향했다. 잠수함이 긴급 잠항을 하려고 했으니 전쟁기계를 내려놓은 드론이 그대로 자폭하자, 옆구리가 터져 잠수할 수 없었다.
잠수정도 마찬가지. 드론을 피하려고 고속 회피기동을 했지만, 신성 왕국의 신형 드론의 추격을 따돌릴 수 없었다.
후미 엔진 부분이 날아간 반잠수정에 전쟁기계가 떨어졌다. 인공지능 개와 비슷하게 생긴 전쟁기계는 순식간에 반잠수정의 갑판을 장악한 뒤, 레이저 커터를 이용해 바닥을 뚫고 안으로 진입했다.
“으아악- 이게 뭐야!”
“막아!”
“해치 닫아!”
EMP가 없는 곳에서 로봇은 살육기계 그 자체였다. 반잠수정의 선실에서 쏠 수 있는 건 기관단총이었고. 그 정도의 화력으로는 신소재 복합 장갑으로 떡칠한 전쟁기계를 막을 수 없었다.
옆구리가 터진 잠수함과 구동부가 날아간 반잠수정이 나포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0분 남짓이었다.
[아군 손실 없습니다.] [인양 시작합니다.]김 양은 느긋하게 순찰하며 안으로 들어간 놈들이 돌아갈 구멍을 틀어막았다.
[정신파 탐색기는?] [안으로 진입한 자들 가운데 반응 없었습니다.]화산재와 먼지 그리고 식육 식물이 펼치는 생체 EMP 필드로 통신 장애 가득한 공간에 들어가면서 정신파 능력자도 데리고 가지 않았다고?
신성 왕국에서 쉽게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진짜 그런 줄 알았나?
[외곽에 자동포탑 깔아둬. 밖으로 기어 나오지 못하게 해도 알아서 죽는다.] [옛.]화산재와 먼지 가득한 수풀에 갇히면 그걸로 끝이었다. 정화통이 무한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냥 들어오기 전에 수장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김 양은 이렇게 하는 것을 선택했다. 혹시라도 쓸만한 능력자가 있으면 좋았고, 정보 추출기로 정보 뽑기에도 이쪽이 편했기 때문이었다.
‘바닷속을 뒤져서 물 먹은 시체 건지는 것보다야 이게 낫지. 응.’
여러 동네에서 들어오는 애들이 자기 발로 가두리 밀림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김 양이었다.
‧
희연과 흑마는 U+ 부대, 그리고 친위대 일부와 함께 싱가포르에 있는 식인귀를 계속 토벌했다.
‘식인귀 숫자가 생각보다 많아.’
식인귀 사태 초기. 번식이 쉽게 됐을 때 고위층은 식인귀가 되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다. 단점이었던 식육 욕구를 제어할 수 있는 중화제(치료제)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부작용을 통제할 방법이 생겼으니, 온 가족이 식인귀가 되는 걸 선택한 집이 제법 있었다. 희연은 그런 집을 토벌할 때 마음이 무거웠다.
“생존하기 위해 신인류를 선택한 것이 잘못인가?”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우리를 죽이냔 말이야!”
오진 그룹에서 만들었던 오리지널 중화제를 넉넉히 가지고 있을 정도로 부유한 자들이 대부분.
“애는. 우리 아이는 잘못이 없잖아요.”
“빌어먹을 위선자 새끼들!”
“종말에 살아남겠다고 한 게 잘못이야?”
“그냥 너희들이 권력 잡는 데 걸림돌이 돼서 죽인다고 해라!”
중화제가 있음에도 중화제를 끊고 식인귀 고유한 능력을 키운다는 것은, 계획적으로 일반인들을 잡아먹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신성 왕국에서 판단하기에 사람을 먹고 강해진다는 특성은 그 자체로 문제였다. 하지만 진짜 위험한 건, 식인귀의 존재로 사회 구조와 가치관이 무너진다는 것이었다.
식인귀, 흡혈귀가 강해지면 그에 비례해 지배력과 정신파가 강해졌다. 지배력이야 식인귀나 흡혈귀 사이의 서열이라고 생각한다지만, 정신파는 다른 문제였다.
일반인을 서서히 잠식해 자기도 모르게 노예로 만들 수 있는 능력. 인간은 쉽게 유혹됐고 그들의 추종자가 됐다.
남부 연맹의 대도시에서 벌어진 일들이 그랬다. 식인귀와 흡혈귀가 되기 위해 가족을 제물로 바치고 이웃을 죽이는 걸 거리낌 없이 했던 일들.
신성 왕국이 남부 연맹의 대도시를 공격하는 데 거리낌 없었던 데는 그런 이유가 있었다. 그 이야기를 아는 싱가포르의 상류층. 식인귀가 된 자들이 비아냥거렸다.
“그래서? 너희가 신인가?”
“심판? 판결? 판단을 누가 하는 건데?”
“신성 왕국을 추종하는 자들은 옳고 신인류를 추종하는 자들은 그르다고?”
“네놈들이 우릴 죽이는 게 정당한가?”
“신성 왕국이 신인류를 죽이는 건 그저 신성 왕국의 권력을 위해서다.”
“지금 하는 짓도 우리가 사람을 먹는 것과 똑같다. 똑같아!”
유 이사의 기억을 기본으로 여러 전문가의 기억을 이식받은 희연이었기에, 혼란스러웠다.
[그게 무슨 지랄임? 식인귀 애새끼는 죄가 없다니?]죄가 없다는 애새끼가 잡아먹은 사람이 몇이나 될지 생각해 봤느냐는 김 양의 이야기.
[그리고 따지고 보면 죄가 없는 인간이 어딨음? 누가 판결하냐고? 그걸 왜 따지는 건데? 식인귀 새끼들이 사람 잡아먹은 건 약육강식이라서 괜찮은 건가?]“······.”
[신성 왕국이 살아남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건 똑같다? 맞는 말이네. 그래서? 어쩌라고?]“······.”
[웃기는 새끼들이네. 아니야? 그 새끼들이 번성하면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할 텐데? 그럼 식인귀들이 번성해서 우리 잡아먹으라고 냅둬야 도덕적이고 올바른 건가?]“······.”
김 양이 차갑게 말했다.
[짭- 정신 똑바로 차려.]원본 미친년과 다르다고 증명하기 위해 명분 찾고, 이유 따지고, 공감이 어쩌고 하다가 또 다른 의미에서 미친년이 되는 법이었다.
김 양은 희연이 흔들리는 부분을 정확히 짚었다. 그린 순이 살짝 맛이 간 것도 그 지점이었다.
원본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희연과는 달리, 기순은 원본과 같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어느 쪽이든 원본에 매여있는 것 아닌가?
[죽일 만하니까 죽이는 거고. 죽이는 게 그냥 두는 것보다 나으니까 죽이는 거고. 그 새끼들 죽이는 게 더 많은 사람을 살리는 거니까 죽이는 거지. 별다른 거 없어.]“······.”
그 새끼들은 자기들 욕구대로 사람 잡아먹으면서 우리가 자기들 죽이는 건 잘못이라고 해? 그런 병신 같은 논리가 어딨나?
[원본 미친년과 다르니 어쩌니 그렇게 지랄할 것 없음.]“······.”
희연은 어쩐지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보기에···. 흐응- 넌 이미 훌륭한 미친년이거든.]“시발···.”
희연이 자기도 모르게 욕설을 날렸다.
역시··· 김 양은 뭣 같은 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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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양과 희연의 이야기는 당연히 마루의 귀에 들어갔다. 사적인 대화라고도 볼 수 있겠으나, 군용 회신을 사용한지라 인공지능 디아나가 보고 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생각해?”
마루는 두 여자의 대화를 기순에게 들려줬다.
[원본에 매여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기순도 고민했던 바가 있었기에 선선히 인정했다.
클론이 된다면 누구든 그렇지 않을까? 자기가 원본이라고 생각하는 클론은 원본이라는 걸 스스로 증명하려고 할 테니까.
자기가 클론이라는 걸 몰랐을 때와 알았을 때가 같을 수 있을까?
‘없다.’
기순이 클론이 된 것 자기를 많이 뽑아서 행정에 투입하자고 주장한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의미가 없다.’
인간의 삶이란 유일하고 유한하기에 의미가 있었다. 영원히 죽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죽음이 무슨 의미가 있겠으며, 관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사형이 최고 형벌인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사형이란 본질이 비가역적인 징벌이기 때문이었다.
사형은 한 번 집행되면 돌이킬 수 없기에 폐지돼야 한다는 사형제 폐지론자들의 주장은 클론이 허락되는 순간 의미가 없어졌다.
사형수의 클론을 만든다면, 그는 형벌을 받았는가?
사형수 원본과 같은 클론은 원본이 사형당했으니, 자유롭게 세상을 활보할 수 있는가?
원본과 똑같은 기억, 경험, 감정을 가진 클론은 죄가 없는 것인가?
클론과 원본과의 관계는 그래서 과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사회학적이고 심리학적이며 경제학적인 관계겠지.
천재 작가의 클론을 양산해 천재 작가의 예술 작품을 대량 생산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래도 그 모든 클론이 똑같이 천재 예술가일까? 그 모든 작품이 예술적인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기순의 이야기에 마루가 태연하게 말했다.
“그래서 대량 생산 안 하기로 했잖아.”
한 명씩 결원이 생기는 나루즈도, U+ 부대도 추가 생산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일부지만 고유 인격을 인정한 인공지능은 어째서 대량 생산하는 거지?
신성 왕국에서는 인공지능에 로봇과 드론이 결합한 것들이 대량 생산되고 대량 소비되고 있었다. 인공지능 단계를 정해, 일정 단계 이상의 인공지능에만 자기 보존권을 인정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생산될 때부터 단계가 정해지고, 일정 단계 이상의 인공지능에만 인격적인 권리가 있다는 것. 그렇게 결정한 이유가 있다면.
생명공학 기술이 발달한 지금. 임신부터 단계를 정해 일정 수준 이상의 인간에 특별한 권리 준다고 하면 어째서 문제가 될까?
어지간한 사람보다 똑똑한 까마귀, 늑대의 권리가 인간과 달라야 할 이유는?
엄지손가락이 생긴 뒤로 이제는 독자적인 생산 능력을 갖추고 독자적인 문명을 발전시키기 시작한 쥐는 어떻게 대우해야지?
이젠 성실한 일꾼이 되어 사람과 기계가 하기 어려운 업종에 종사하는 일개미들은?
신성 왕국은 그 모든 문제와 모순이 뒤섞인 나라였다.
사실상 마루가 없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나라. 그리고 그 모든 모순과 위태로움이 제일 크게 드러난 부분이 다른 세력과의 관계였다.
지금이야 싱가포르처럼 작은 나라니까 식인귀 토벌이 가능하다고 치자. 하지만 다른 나라도 그럴까? 언제까지 그래야 하고 그럴 수 있을까?
[결국엔 병력이 부족해서, 대량 생산을 할 수밖에 없어.]신성 왕국이 전 세계를 의지대로 통제해 생존과 안정을 확보하려면 결국 클론 병사, 안드로이드 병사, 로봇과 드론을 비롯해 여러 동물 군단을 적극적으로 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식인귀화 흡혈귀가 쓸려나가겠지만, 그보다 더 많은 능력자와 일반인이 죽을 테고.
그건 필연이었다. 개입을 최소화하려고 했던 이유도 그랬다. 작용에는 그만큼의 반작용이 있었기 때문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던 것.
하지만 식육 식물, 싱크홀 괴물을 통제하려면 각국 정치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개입하면 할수록 개입 강도는 점차 더 커질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더 커졌다.
그 결과 자원과 에너지를 모아 우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은 이번 사태로 불가능해졌다는 게 기순의 생각이었다.
능력이 있고 변이가 있는 세상이었다. 마루가 구원자가 아닌 죽음과 공포의 상징이 된다면, 마루가 잃어버린 구원자의 타이틀을 누군가 채갈 것이며.
마찬가지로 마루가 죽음과 공포의 존재로 굳어버린다면, 생명과 평화의 상징을 가진 존재가 나오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식육 식물과 싱크홀 괴물이 퍼지는 걸 그냥 둘 순 없어.”
[그냥 두자는 게 아니다. 최소한 죽음과 공포로만 굳어지는 것을 막자는 거지.]“······.”
[그러기 위해서는···. 네가 직접 움직이는 것보다 병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소리다. 지금보다 더 많이.]악명이 쌓이고 증오의 대상이 된다면 그건 신성 왕국 군대가 나눠 갖는 게 맞았다. 마루 혼자 그 모든 증오와 저주를 받는 게 아니라.
[클론 병사, 안드로이드 병사, 동물 부대를 쓰는 게 좋아. 그에 대한 의견을 규합해서 병력을 확충하는 게 맞고.]클론이나 인공지능 안드로이드, 동물 부대에 대해 어떻게 할 건지 합의하고, 모순되는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하는 게 좋았다.
[싱가포르는 규모가 작아서 그렇다지만, 2억 명이 넘는 인도네시아를 어떻게 할지도 중요해. 이대로 그냥 둔다면 인도네시아 사람들 대부분이 죽을 거다.]“······.”
2억이라는 숫자는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신앙이 쌓여 신성이 되고 물리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처럼. 사람들의 저주와 원한이 쌓이게 되면 어떤 초자연적인 힘을 발휘하게 될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분명히 그 부분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러니 인도네시아 신정부와 군부가 미친 짓을 했어도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살려야 한다는 게 기순의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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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재와 먼지의 구역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었다.
[해변으로 접근하는 적 확인.] [5명입니다.]무장을 보니, 아까 반잠수정을 타고 들어온 놈들이었다.
‘많이 줄었네.’
17명이 들어가서 나온 건 고작 5명이었다.
[반대쪽에도 있습니다.] [동작 감지 센서에 걸린 신호. 7명입니다.]잠수함 타고 온 놈들도 반절 넘게 줄어있었다.
[자동포탑 가동.] [공격 시작합니다.]경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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