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129)
러스트 [RUST]-129
웃는지 우는지 어깨들 들썩이던 카르텔 조직원이 계속 중얼거렸다. 직원이 실시간으로 통역했다.
“곧 온다고. 오면··· 너흰 다 죽었다고.”
백정이 있는데 뭔 개소리래? 김 양이 흥- 코웃음 쳤다.
근데 백정한테는 뭐라고 하지? 먹을 걸 잘못 먹었다고 해야 하나? 금장식 AK 개머리판 속에 위치추적기 달려있었다고 하면···.
한국에서 추격당했었을 때가 생각났다. 백정이 택시도 타지 말라고 지랄할 정도로 진짜 추격에 민감하고 그랬다. 정말로··· 많이.
오른팔에 위치 추적기 박혔는지 몰랐을 때, 백정의 그 까탈스러운 대응이 떠올랐다. 세상에 동물병원에 가서 뽑았더랬다. 그때 정말 쫄렸었는데, 또 위치추적기가 있다고 하면···
또르륵-
김 양의 얼굴 옆선을 타고 식은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그래도 같이 먹은 밥이 몇 끼인대, 설마··· 그러지는 않겠지?
아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평안해지려면 무조건 정보를 더 캐야 했다. 김 양이 휘발유를 담은 통을 들고 카르텔 조직원을 향해 다가갔다.
불꽃이 피어오르고, 비명을 지르느라 목이 쉰 소리가 바닥에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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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양은 마루와 간호사를 불러 모았다. 일단 간호사는 쉴드였다.
그러니까 음- 미트 쉴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여?”
“······.”
마루의 말에 김 양은 다시 식은땀이 솟았다. ‘그냥 초짜 직원한테 말하라고 할 걸 그랬나?’ 그러다가 초짜가 실수라도 하면? 차라리 이실직고하는 게 좋았다. 살며시 간호사의 옆에 바싹 붙어 선 김 양이 입을 열었다.
“어- 카트렐이···.”
“카트렐?”
“아니. 카르텔.”
“카르텔이 왜?”
“위치추적기를···.”
“뭐?”
차갑다. 춥다. 김 양은 순간적으로 오한을 느꼈다. 그건 간호사도 마찬가지였는지, 김 양에게 달라붙어 오들오들 떨기 시작하는 간호사였다.
마루는 두 여자가 바들바들 떠는 것을 보곤 숨을 깊게 내쉬며 진정했다. 혈압이 팍 오르는 느낌이었다.
“위치추적기? 하아- 씨발···. 진짜.”
울컥한 마루였다. 미국까지 와서 쫓긴다고? 위치추적기를 어디에 붙였을까? 뻔했다. 금이나 돈이나. 금으로 떡칠한 총이겠지.
“그래서. 어디에 있었는데?”
“금 AK 개머리판···.”
“하아- 진짜 널 어쩌냐?”
“······.”
아무거나 주워 먹더니 일을 쳤다. 이거 정말 같이 다녀도 될까? 조금 전까지도 파밍하느라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김 양이었다.
마루가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아 보이자, 김 양은 많이 쫄렸다.
‘어쩌지?’
김 양이 안절부절 초조해하자, 간호사가 눈치를 줬다.
‘빨리. 빨리.’
눈동자를 위로 아래로. 다시 아래로. 계속 아래로. 하는 간호사.
‘아래로?’
아래? 뭘?
아!
김 양이 슬그머니 무릎 꿇고 두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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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긴급안보 회의
각부 장관들과 실무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일본에서 발생한 대규모 재난과 이상 사태에 대한 대응 협의 때문이었다.
“부유석에 변종 따개비가 붙어 이동할 거라는 예측은 확실한 겁니까?”
“실험실에서 모의 실험한 결과도 그렇고 시뮬레이션 예측 결과도 확실합니다.”
영상에서 해류를 타고 이동하는 부유석이 표시됐다. 대략 1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사방으로 퍼질 것이라는 붉은색 예측과 실험실 결과에 따른 파란 색 예측이 올라와 있었다.
“음···. 그러니까 본래대로라면 부유석을 타고 세계로 퍼져야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동아시아 해역에만 퍼진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변종 따개비는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 부유석에 붙어 이동하는 동안에도 급속도로 성장합니다. 그렇게 무게를 견디지 못하게 되면 결국 바닷속 깊이 가라앉게 됩니다.”
“동아시아 해역에만 제한적으로 퍼질 확률이 높다는 말이죠?”
“예. 최악의 상황이 된다고 하더라도 남중국 해역 인근, 더 나가 동남아시아 해역 정도까지가 예상 범위 안쪽입니다.”
“그 이상 퍼진다면?”
“부유석에 붙어 이동하는 동안은 네이팜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한국과 대만에는 이미 경고를 해뒀으니 큰 피해가 없을 것이다. 초기 대응만 제대로 하면 충분히 억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중국이 트집 잡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우리가 생물학 병기를 만든 것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살포한 것도 아닙니다. 일본 근해에서 자연적으로 변이를 일으킨 따개비가 있었고, 우리는 그저 몰랐을 뿐이지요. 그걸 트집 잡는다면야 코로나 사태가 더 큰 문제 아니겠습니까?”
“중국이 변종 따개비를 이용해 생물학 병기를 만들 가능성은 없습니까?”
“변종 따개비를 생물학 무기로 만든 것보다 바이러스나 세균을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아무리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중국이더라도 들인 투자에 비해 성공 가능성이 낮은, 변종 따개비 생물병기화에 매달리지는 않을 것이라 봅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였다. 변종 따개비에 투자할 돈이 있다면 우크라이나를 잡는 데 쓰고, 가스관 추가 설치, 시베리아 개발에 쓸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연구 결과에 따르자면, 변종 따개비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질병에 가까웠다. 비유하자면 옴과 같은 성병에 가까운 것이랄까, 다만 그보다 더 빠르고 강한 전파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위험하고 더럽고 치료하기 힘들지만, 그게 목숨을 위협하기까지엔 시간이 걸리는 그런 옴 같은 질병. 살충제 내성을 가진 옴까지 다들 가지고 있는 판국에 뭘 더 따개비까지.
“중요한 것은 변종 따개비가 부유석을 타고 동아시아 바다와 남중국 해역을 뒤덮는다면 자연스럽게 중국을 견제하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확실히 그 점은 의미 있군요.”
남중국 해역과 대만 인근에 부유석이 몰린다면, 중국의 대만 침공 계획도 무기한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
부유석으로 인해 스크루 추진 방식의 선박은 가동 불능에 빠질 것이고, 워터 제트 추진 방식의 배도 운용이 극도로 제한될 것이 뻔했다.
거기에 변종 따개비들이 배의 밑창에서 번식한다면? 사실상 중국 해군은 개점 휴업상태나 다름없게 됐다.
“좋습니다. 다들 자유롭게 의견 나누고 2시간 뒤에 다시 모이도록 하지요.”
그렇게 2시간 뒤, 미국은 변종 따개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으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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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 병원 1층 바리케이드
몰려든 감염자들을 막아낸 유 이사가 방독 마스크를 벗었다. 화산재와 연기에 뒤범벅된 공기가 폐 속에 콘크리트를 바르는 것 같았다.
쿨럭쿨럭-
‘썅- 이라크랑 아프간은 양반이었네.’
정화통을 갈이 끼우고 다시 마스크를 쓰고 나서야 그나마 제대로 숨 쉴 수 있었다. 1층 강화유리 벽이 터진 곳으로 화산재와 연기가 밀려 들어와 1층부터 5층까지 연결된 공간 전부가 화산재와 연기에 덮여버렸다.
2층과 3층 수술실도 엉망이 됐고, 무균실로 유지해야 할 실험실이나 배양실도 전부 개판이 나버렸다. 샬롯의 이기영 과장이 한발 먼저 연구 자료나 핵심 인력을 전부 빼냈다고 하더라도, 헬리콥터에 실을 수 없는 실험기기나 일부 자료는 건재했었다.
“씨발.”
안동구 새끼랑 샬롯 놈들을 잡겠다고 교전하면서 1층 유리벽 일부가 터진 게 두고두고 문제였다. 몇 놈 되지 않아 금방 잡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제법 튼실한 화력을 갖추고 있었다. 무엇보다 수륙양용차량까지 가지고 튀어서 보급도 빵빵하게 도망친 놈들이었다.
어떡하든 모조리 잡았어야 했다. 근데 민 장군 좆 같은 민 사장 그 새끼가 보내준 병력은 어영부영했고, 조만덕 사장 입김이 들어간 직원들도 설렁설렁 대가리 숙이고 총 쏘는 시늉만 했던지라 일이 꼬여 버렸다.
4년 동안 정전 협정을 맺은 것을 알고 있는 직원들이 고의로 태업한 것에 가까웠다. 안 실장이 반격이라도 제대로 했다면 그걸 핑계로 어떡하든 조졌을 텐데, 처맞으면서 퇴각만 하는지라 죽자고 쏘라고 닦달할 상황도 아니었다.
어쨌든, 샬롯 놈들 보자마자 좋다고 쐈으니, 본사와 연결되면 별 개지랄을 떨 게 뻔했다. 뒤로는 통수칠 생각 만반이었으면서 건수 잡았다고 개소리를 시전하겠지. 유 이사는 술담배가 고팠다.
조카의 원수이자 배신자 이기영과 하마루를 잡겠다고 왔는데, 이대로라면 뺑이만 치다가 뒈질 각이 보였다.
후지산 대폭발로 헬기가 끝장났다. 그렇게 하늘은 끝났고. 자동차고 오토바이고 내연기관도 끝이었다. 이동 수단만 작살난 게 아니었다.
물탱크에 받아둔 물도 얼마 남지 않은 건 마찬가지, 넉넉했던 식량도 2개 중대 병력이 먹어대기 시작하니 순식간에 줄어들고 있었다.
그렇다고 인근 편의점이나 마트에 물건이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총체적 난국.
무엇보다 한 번씩 몰려드는 감염자들. 이성이 남아있는지 아닌지 불확실했지만, 근력과 반사신경 체력만큼은 일반인을 월등히 뛰어넘었다.
놈들에게 끌려간 직원 하나가 산 채로 뇌와 심장을 파먹히는 것을 본 뒤로, 유 이사는 도난 병원에 있는 사람들을 강제 동원해 바리케이드를 쌓고 방어전을 시작했다.
“사상자 현황 보고드립니다. 실종자 3명, 부상 2명. 부상자는 안락사 처리 완료했습니다.”
“잔탄은?”
“개인당 60~70발가량 남았습니다. 기관총은 250~300발 정도입니다.”
“샬롯 애들은?”
“도망친 방향으로 수색대를 보냈지만, 연락이 끊겼습니다.”
화산재와 연기 때문에 무전기의 통신 거리가 많이 짧아졌다. 통신 거리 10km 범위의 무전기가 지금은 절반도 아슬아슬했다. 고작 4~5km 추격하면서 연락이 끊겼다는 건, 가망이 없다는 소리였다.
“샬롯 새끼들에게 있는 탄이라도 확보해야 하는데···.”
빌어먹을 총알이 부족했다. 빌어먹을 총알이.
[칙- 유 이사님. 하늘에 빛이 보입니다. 서치라이트로 보이는 빛이 착륙장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5분 대기 병력 모두 옥상으로 돌리고, 바리케이드 방어 준비한다.”
[5분 대기 병력. 전원 옥상 헬기 착륙장으로 집합.] [반복한다. 5분 대기 병력. 전원 옥상 헬기 착륙장으로 집합]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싸이렌이 울리고 사방이 분주해졌다. 감염자들과의 싸움에서 지친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총을 겨누기 시작했다.
[칙- 미 해병대 드론입니다. 유 이사님. 미 해병대 드론이 보급품을 싣고 왔습니다.]“씨발. 그게 진짜 미국 애들인지, 드론 뺏은 새끼들이 날린 건지 어떻게 알아? 무조건 보급품부터 챙겨.”
[치지지- ···알겠습니다. 어- 유 이사님. 여기 드론에 무전기가 붙어있습니다. 담당자, 지휘자와 교신하고 싶다는데요?]“기다리라고 해. 너희들 무조건 이쪽으로 접근하는 놈들은 접근하지 못하게 경고해. 경고 무시하면 쏴버려.”
“저. 미군이면 어쩌시···.”
빡-
악-
유 이사가 조인트를 깠다. 엉거주춤 자세를 펴는 직원. 유 이사는 깠던 곳을 또 까며 말했다.
“이 새끼야. 미군이면 경고하면 멈출 거다. 멈추지 않는 건 미군이 아니라는 소리고. 죽고 싶냐? 정화통 아까운 새끼.”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또 까는 유 이사. 직원이 견디지 못하고 정강이를 붙잡은 채 데굴데굴 굴렀다. 별게 다 지랄이야. 유 이사가 옥상 착륙장에 가자. 덩치 큰 드론이 보급품 상자를 달고 착륙해 있었다.
“무전기는?”
“드론 앞에 붙어 있습니다.”
유 이사가 드론 앞으로 가서 말했다.
“도난 병원 현장 지휘자, 월드 PMC 소속 유다인 이사다.”
[치직- 여기는 미 해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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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무룩-
무릎 꿇고 두 손을 든 김 양이 고개를 사선으로 숙이고 애절한 표정을 지었다. 시무룩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
그러거나 말거나 마루는 이왕 시작한 거 ‘날을 잡았다.’ 생각하고 정신교육에 들어갈 요량이었다. 마루의 분위기를 알아챘는지 김 양이 카르텔 조직원에게서 뽑은 정보를 풀었다.
“금방 온다고 했음.”
“··· 누가? 카르텔 애들이?”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는 김 양.
“아- 씨-”
마루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미세먼지 없는 맑고 깨끗한 하늘. 한국의 하늘과도 달랐고 일본의 하늘과도 달랐다.
직원이 회사에 보고했다가 한 소리 들었는지 초췌한 표정으로 다가와 말했다.
“어? 무슨 일입니까?”
저번에는 햄버거 때문에 간호사가 벌서더니, 이번에는 무슨 일로 총잡이 년이 벌서나 하는 표정이었다.
“됐으니까 일어나.”
마루는 직원의 질문에 대답하기보다, 김 양을 먼저 일으켜 세웠다.
세상 처연하게 슬로우 모션으로 일어나는 김 양. 그 모습에 결국 마루가 고개를 저으며 직원에게 말했다.
“후- 카르텔에서 추격하는 애들이 곧 온다고 해서요.”
“···아- 네.”
그거랑 벌서는 거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지만, 직원은 일단 이놈도 이상한 놈이라는 걸 떠올렸다. 그런 직원에게 마루가 턱으로 도로를 가리켰다. 황무지에 쭉 뻗은 도로. 텅 빈 도로가 지평선까지 쭉 이어져 있었다.
“거의 다 왔다면 피할 수 없을 겁니다.”
“······.”
대형 트레일러트럭을 달고 도망치는 건 불가능했다. 거기에 혹시라도 헬기 같은 걸 타고 온다면 더욱 그랬고. 속도를 높여 도망친다고 하더라도 반대편에서 오기라도 한다면 양쪽으로 포위될 판이었다.
“그러니까 이곳에서 처리하죠.”
“예?”
“여기서 쓸어버리고 갑시다.”
“······.”
아니, 잠시만. 언제부터 정당방위가 매복해서 쓸어버리는 게 됐지? 직원이 뭐라고 말하기 전 마루가 김 양에게 말했다.
“김 양아 저기 저 바위 보이지? 저기 어때? 포인트로 괜찮지?”
“괜찮음.”
“좋아 저기서 이쪽 대각선 방향으로 저격해. 내가 뒤나 옆을 칠 테니까.”
“알겠음.”
김 양이 대답과 동시에 저격총을 챙기러 토다닥 달려갔다.
“간호사는 직원이랑 반대쪽 저쪽···.”
간호사라고 부르자 뭔가 풀이 폭 죽은 얼굴.
“큼- 그러니까. 오노 나나에씨는 반대쪽 둔덕 아래 숨어있으면 됩니다.”
이름을 불러주자 급 환해진 간호사가 마루가 말한 둔덕을 향해 총총 뛰었다.
직원은 이제 모든 것을 포기한 얼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