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133)
러스트 [RUST]-133
직원은 침을 삼키고 힐끗 김 양을 바라봤다. 휑한 눈으로 정면을 쳐다보고 있는 김 양.
씨발. 씨발. 씨발.
김 양이 조용하게 말했다.
“밟으셈.”
“?”
“밟.아.”
“!”
부우우우웅
RPM 게이지가 오른쪽으로 휙 꺾였다. 붉은색 라인을 타고 부들부들 떠는 바늘. 터질듯한 배기음과 함께 갱단의 모습이 가까워졌다. 안전벨트를 찬 김 양이, 창문을 열며 외쳤다.
“저 새끼. 내 골드바 들고 웃는 저 새끼들! 싹 받아 버려!!!”
철컥-
언제 뽑아 들었는지 권총을 손에 쥔 김 양이 어마 무시무시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냥 지나가겠거니, 설마? 이렇게 브라더들 여럿이 함께 있는데 무슨 일이 생길까··· 그렇게 생각했던지라 도로를 달리던 트럭이 순간 방향을 꺾어 덮치기 전까지, 아무 생각이 없이 기뻐하던 갱들이었다.
뻐거거거걱!
그렇게 대형 트럭이 골드바를 치켜들고 활짝 웃고 있는 갱단을 박살 내 버렸다. 말 그대로 사람이 갈려 나간다는 걸 보여준 충돌.
한 명이 그 자리에서 물풍선처럼 터졌다. 그 옆에 있던 놈도 뭉개졌고, 트레일러에서 짐을 내리고 있던 놈들도 세트로 다져졌다.
우두둘 트럭 바퀴에 깔린 머리통이 톡톡 터지는 감각이 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직원은 그 찝찝한 감촉에 진저리쳤다.
우와아아악
어어어어억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현장.
툭- 데구르르
살점이 터지고 뼈가 튀고 피가 낭자한 현장에 떨어진 것은 수류탄이었다. 언제 수류탄을 깠는지 창문 밖으로 수류탄을 던진 김 양이 직원을 쳐다봤다.
‘후진하지 않고 뭐함?’
속으로 욕한 직원이 재빨리 후진했다. 3~4초 뒤 폭발하는 수류탄. 트럭이 덮치고 휘저어 개판이 난 현장에 폭음이 더해졌다.
한 번.
잠시 뒤 또 한 번.
두 번 울린 폭음.
충돌의 여파로 우왕좌왕하던 갱들이 두 번의 수류탄 폭발 이후엔 잠잠해졌다.
뿌옇게 피어오르는 먼지 뒤로 붉은 핏방울이 가득했다. 이제 이거 뒤처리는 누가 어떻게 감당할 건가? 대놓고 들이받아 버리고, 수류탄까지 까버렸는데 이걸 뭐라고 한 단 말인가?
정당방위라고 한다고? 이걸?
미쳤다. 미쳤어. 정말 미친 년이었다. 생각도 없었고 고민도 없었다. 그냥 바로 받아 버리고 수류탄을 까버렸다. 그냥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처럼.
‘책임?’
이년의 행동에는 ‘뒷감당’이 없었다. 그래 단적으로 ‘책임’이란 게 없었다. 그래서 직원은 알아버리고 말았다. 이 년이 자기를 죽이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이 뒤치다꺼리를 누가 하겠는가?
씨발.
직원이 후진하며 주차된 차들을 밀어내는데 김 양이 뭔가를 또 밖으로 던졌다.
부쉭- 부쉬쉬쉬쉭—–
연막탄에서 연기가 뿜어져 주변을 덮기 시작했다.
“내리셈.”
‘초짜.’
눈빛으로 말하는 김 양이었다.
‘똑바로 하라우. 내레 지켜보갔어.’
직원은 자신이 저 눈빛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이상했다. 뭘 똑바로 하라는 건가? 내려서 뭘 어쩌라는 건가? 경력 3년 직원은 이제까지 경험했던 일들을 떠올렸다.
총격전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사람이 죽는 것을 본 것도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눈앞에서 포크와 버터나이프로 사람을 죽이는 건 처음이었다. 트럭으로 사람을 갈아버린다거나, 수류탄으로 폭사시키는 것도 처음이었다.
순간, 어쩌면 자신이 착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난장판을 뒤처리하기 위해서라도 죽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틀렸을지도 몰랐다.
“안 들림? 내리셈.”
트럭에서 내리자 뿌연 연기가 자욱했다. 김 양은 연기 속으로 총총히 발걸음을 옮겼다.
직원은 옆으로 빙 돌아 주차된 차들을 살폈다. 뒤통수를 맞지 않으려면, 차에 타고 있는 놈들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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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까?’
김 양은 연막을 헤치고 나갔다.
트럭으로 밀어버린 그 짧은 순간, 김 양은 자신의 골드를 건드린 놈들이 어디에 있었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낮은 신음이 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사지가 꺾인 갱 하나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러게 왜 내 걸 건드려?
철컥-
투캉- 투웅-
머리에 두 방을 꽂아 넣고 주변을 훑었다. 역시 트럭으로 다지고 수류탄을 까서 그런지 살아남은 놈들이 적었다. 살아남았더라도 팔다리 멀쩡한 놈은 없었고.
김 양은 산책하듯 정리를 시작했다. 이래서 사람이 욕심에 눈이 멀면 뒈지는 거였다. 트레일러에서 왕건이 나왔다고 우르르 몰려 있다가, 한 번에 터지는 볼링핀처럼 스트라이크 당한 거 아닌가?
“Mother Fuk···”
투각- 투웅-
가끔 주둥이가 팔팔한 놈이 있었지만, 대가리와 가슴에 한 방씩 박아 넣어주면 착하게 변했다. 역시 착한 갱은 조용한 갱이었다.
찌릿-
이질적인 감각이 등골을 타고 오르는 순간, 김 양은 몸을 앞으로 데굴 굴렀다.
허공을 휘젓는 검은 팔이 보였다. 낮게 으르릉거리는 소리. 짐승이 낼 법한 소리에 김 양의 머리카락이 쭈뼛 솟았다.
‘이거 흰색?’
그놈이랑 같은 건가?
갱단에도 이런 게 있었어?
총알이 제대로 박히지 않던 흰색 양복 놈이 떠올랐다.
그런 것들이 흔할 리 없었다. 흔하다고 해도.
십정 따위였다. 그래 십정.
잘해야 십오정 정도.
고작 그뿐이었다. 근데 이딴 거한테.
‘또 당할까 보냐?’
쿠흐. 쿠흐. 쿠어어어어!!
앞으로 구르자마자 발딱, 무릎쏴 자세를 한 김 양을 향해 달려드는 검은 짐승.
김 양은 침착하게 놈의 무릎 관절과 발목 관절에 철갑탄을 박아 넣었다. 피부가 질겨지고 뼈와 근육이 단단해졌다고 하더라도 관절은 어쩔 수 없었다.
팍! 칵! 칵!
팅-
관절에 3방을 맞고 엎어지는가 싶더니, 고양잇과 맹수가 달려드는 것처럼 김 양을 덮쳤다. 수류탄 핀이 튕기는 소리와 함께 김 양이 옆으로 구르자, 김 양이 피한 자리에 놓인 수류탄이 폭발했다.
콰아아아앙!
수류탄의 폭발력을 온몸으로 받은 검은 괴물이 울부짖었다.
■■■■■■■■■■■■!
일반인이었다면 온몸이 갈가리 찢겼을 폭발이었지만, 놈은 전신에 파편이 박혔을지언정 죽지 않았다.
파편이 얼굴까지 덮쳤는지 두 눈에서 피를 흘리며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놈의 곁으로 살금살금 다가간 김 양이 수류탄을 깠다.
팅!
핀이 튀는 소리와 함께 놈이 고개를 돌렸다.
크아아아아!
죽이겠다! 죽여버리겠다!!!
커다랗게 외치는 놈의 주둥이에 수류탄이 처박혔다.
컥! 크억!!
당황한 놈이 입에 박힌 수류탄을 빼내려고 손을 뻗자, 미간을 때리는 총탄.
탕-
고개가 뒤로 젖혀지고, 입에 박힌 수류탄을 빼려던 손짓이 허공을 향했다.
콰아아아앙!
두 눈과 귓구멍, 코에서 피를 쏟은 놈이 비척비척 뒷걸음질 치다 대자로 뻗었다. 김 양은 축 늘어진 놈에게 다가가 눈알 부근에 총알을 박아 넣었다.
한 발. 두 발. 세 발. 네 발.
척수 반사적으로 움찔거리던 몸뚱이가 고깃덩이처럼 변할 때까지 총알을 박아 넣은 김 양이 연막 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 함?”
“······.”
“놀음?”
“······.”
김 양의 샐쭉한 눈빛이 직원을 노려봤다.
‘이 새끼가 똑바로 하라니까 구경하고 자빠진 거? 순직 마렵나? 푹 쉬고 싶음?’
직원은 그게 아니라고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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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흥. 흥.
직원이 내민 금덩이에, 김 양은 너그러워졌다.
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피스패닉인가? 그 카르텔 찌꺼기들 보다. M 블랙 브라더스라는 갱단에 금이 많았다.
목걸이도 금. 팔찌도 금. 시계도 금. 심지어 차에도 금이 달려있었다. 핸들이나, 기어 글로브, 계기판 장식도 금으로 된 게 있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용서할 수 있었다. 김 양은 넉넉한 마음으로 트레일러에 금을 싣고 있는 직원을 바라봤다. 덩치만큼 제법 힘은 좋은 거 같았다.
‘마당쇠나 돌쇠 그런 건가?’
직원이 열심히 밥값을 하는 동안, 김 양은 마루에게 전화했다. 일단 트레일러 따인 것도 그렇고, 여기서 파밍한 것도 그렇고, 직원 순직 문제도 이야기해봐야 했다.
[그래서, 갱단이 있었다고.]“응.”
[양쪽에서 포위하려고 했던 건가? 갱단은 약 빨지 않았고?]“빨기 전에 쓸었음.”
그냥 확 트럭으로 덮친 뒤에 수류탄 씨밤 쾅 해버린 뒤, 어버버하고 있을 때 연막탄 까고 들어가서 조지니까 금방이었다고. 김 양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아- 흰색 비슷한 거 하나 있었음.”
[그래? 그것도 잡았어? 오- 어떻게 잡았는데? 그거 좀 질기던데.]마루가 으샤으샤 호응해주자, 김 양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거 주둥이에 콱- 수류탄 꽂아서 대가리 안쪽에서 터뜨렸다고 하자, 오토케 그런 생각을 했냐며 잘했다고 물개박수를 치는 소리가 들렸다. 김 양은 뿌듯했다.
[그럼, 거기도 싹 불 질러야지. 특히 그건 아주 꼼꼼하게 태워라.]“어? 여기도 불 지름?”
칼질 자국 없으니까 괜찮지 않나?
“잠시만요. 여기 불 지르지 마십쇼.”
마당쇠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귀가 밝은 마당쇠인가? 그럼 순직 마려운데.
김 양이 가늘어진 눈으로 직원을 봤다.
“아니 엿들으려고 한 게 아니고요. 여기, 이거 가지러 왔다가 들었습니다.”
직원이 금목걸이 하나를 내밀며 변명했다. 김 양은 직원이 내민 금목걸이를 받아 들고 휴대폰을 넘겼다.
직원은 폰을 받자마자 허겁지겁 말했다.
“현장 뒤처리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냥 불 지르면 안 됩니다!”
[카르텔이랑 갱이 덮쳤는데 뭔 증거가 더 필요합니까?]아니. 씨발. 사람 말 좀 들으라고. 직원은 갑갑했다.
[모조리 태워야 놈들이 더 꼬이지 않지요. 그러니까 싹 태웁니다.]“태운다고 될 일이 아니라니까요.”
[이쪽 대충 정리됐으니, 가서 이야기하죠.]뚝-
바로 끊어버린 마루였다.
망연자실한 직원에게 김 양이 손을 내밀었다. 폰을 돌려준 직원은 필사적으로 시간을 끌 핑곗거리를 생각했다.
카르텔 놈과 칼잡이가 싸운 장면을 올렸으니, 분명히 확인하기 위해 연락했을 것이다. 자신과 연락이 닿지 않게 되면,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뒤처리 팀이든 누구든 헬기를 타고 올 게 분명했다.
‘앞으로 1시간 정도만 끌면 되는데.’
저쪽에서 마루가 탄 SUV가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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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본사, 회의실이 소란스러웠다. 순직하는 직원들이 급증했기 때문이었다.
중국과 러시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남미 마약 조직과 갱단들도 날뛰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지랄이란 지랄은 다 터지고 있는데, 그것도 모자라 한국과 중국, 대만으로 들어간 직원들도 연락이 끊기고 있었다.
“이걸 보시죠.”
화면에 각국의 제약, 생물학 관련 연구 상황이 떠올랐다.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은 제약 분야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런데 일본에서 이상 징후가 보고됐다.
“한국에서 들어온 정보와 일본에서 마지막으로 보고된 자료, 그리고 귀화한 일본인 그룹에서 얻은 정보입니다.”
동영상 한쪽에 한국이라는 표시가 박혀 있었다. CCTV로 녹화된 화면이었다. 눈동자가 빨갛게 충혈된 자들이 달려드는 화면이었다.
“이건 단순한 약이 아니군요.”
“이성을 완전히 잃은 게 아니고.”
“전투자극제라고 하기에는 마약에 가까운··· 아니, 그건 아닌가?”
회의실이 수군거리는 소리로 차올랐다.
“이건 일본에서 보낸 자료입니다.”
일본에서 퍼지고 있는 신종 마약 크리스털에 대한 영상이었다. 방금 한국 CCTV 영상에서 봤던 것과 유사한 약이었다.
한국 영상에 나온 것과 비교하면 조금 더 마약에 가깝고 이성을 잃는 비중이 더 컸지만, 이렇게 둘을 동시에 보니 확실히 닮은 구석이 있었다.
“크리스털이라는 신종 마약은 중국의 폭력조직과 관련 있었습니다.”
“그리고 처음 한국 CCTV에 나온 약은 샬롯 그룹 경영권 다툼에서 벌어진 무력 충돌에서 사용된 약입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크리스털. 최근 계속 등장하는 약물이었다.
“이 화면은 DEA에서 이번에 보내온 영상입니다.”
DEA 타격대가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정석대로 진입하는 장면, 문을 딴 뒤, 섬광 폭음탄을 던지고 진입하는 모습이었다.
약에 취한 놈들을 진압하고 총질하는 놈들을 제압하려는 순간 카메라가 흔들거렸다. 앞장선 대원들이 총을 쏴대는 장면이 살짝 보이더니, 카메라를 달고 있는 대원의 몸이 뒤로 넘어가는 장면이 보였다.
“느린 화면으로 보겠습니다.”
느리게 재생되는 화면 한구석. 얼굴에 눈물 문신을 한 카르텔 조직원이 도끼를 던지는 모습이 보였다. 선행하던 대원이 도끼에 맞고 절명하자, 뒤따르던 대원이 총을 겨눠 쏘는 장면이 이어졌다.
총구가 겨눠지는 것보다 빨리 이동하는 모습. 낮게 숙여 움직이는 눈물 문신 놈이 대원의 다리를 자르고는 칼을 집어 던지는 장면이 정지화면으로 멈췄다.
“그리고 이게 일본에서 귀화한 자들과 카르텔이 붙은 영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