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140)
러스트 [RUST]-140
그래핀 복합소재로 만든 방패와 헬멧을 쓴 마루가 고개를 좌우로 스트레칭했다. 약간 뻑뻑한 느낌. 방탄 마스크에 신형 방탄복에 전신 슈트까지 조금 갑갑하다 싶어질 정도였다.
‘9mm 일반탄은 그냥 대충 맞아도 될 것 같고.’
회피는 최소로 하고 방패나 방탄복을 이용해 적당히 맞아 가면서 싸우는 게 좋았다. 너무 설치지 말고 적당한 수준으로. 흔적도 남기면서.
[1분 뒤 돌입] [알파 팀 대기] [알파 팀 준비 완료] [EMP 대기] [EMP 준비합니다.] [3··· 2··· 1···]뭔가 파동 같은 게 스치고 지나간 느낌과 동시에 약한 잡음을 내던 무전기가 조용해졌다. 옆에 있는 특수부대원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지 담담해 보였다.
툭툭-
누군가 뒤에서 마루의 어깨를 쳤다. 손에 들린 것은 귀에 장착하는 이어 셋이었다. 마루가 받아 귀에 넣자, 통신이 들어왔다. EMP 대응을 위해, 따로 보관함에 넣었던 것 같았다.
[EMP 성공] [알파 팀 돌입.]마루가 방패를 들고 앞장섰다. 배수로 바깥쪽 경계를 선 놈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무전기가 나갔어!”
“전화기도!”
“돼지 새끼들이 또 지랄이야?”
“닥쳐! 다 닥치고 조용히 해.”
배수로 앞을 지키고 있던 놈들이 갑자기 풀썩풀썩 쓰러졌다. 저격이었다.
[알파 팀 배수로 진입합니다.] [브라보 팀 교전.]영상과 달리 배수로를 군데군데 비추던 전등도 나가 있었다. EMP 때문이었다. 조심스럽게 걷던 마루가, 뒤를 돌아봤다. 뒤따르던 특수부대원들이 멈췄다.
“최대한 빨리 가도록 하겠습니다.”
“뭐?”
“매복이 있으면 어떻게 하려고?”
“EMP로 혼란스러운 지금 최대한 진입해야 합니다.”
“무슨 개소리야. 그냥 냅다 달리다가 포위되면?”
“굳이 위험 부담할 필요 있나?”
역시, 이쪽은 이쪽대로 이런 건가? 마루는 두말하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대가리만 따면 되는 일이었다.
[알파 팀 돌발 사태 발생.] [용병이 단독 행동에 들어갔습니다.] [···용병은 그냥 둬] [알겠습니다. 진입 속개.]안쪽으로 내달리던 마루가 뒤를 힐끔 돌아봤다. 따라오지 않고 있었다. 뒤를 봐줄 사람이 없다는 게 조금 그랬지만, 어떻게 보면 오히려 좋았다. EMP가 터졌으니 특수부대가 찍고 있는 카메라 외에는 찍힐 걱정이 없었다.
예민하게 솟은 감각이 배수로 안쪽에서 꿈틀거리는 뭔가를 감지했다. 2명? 아니 3명이었다.
다닥
깊게 내디딘 발걸음이 한 번에 10m씩 거리를 좁혔다. 눈 한 번 깜빡할 사이에 배수로 끝에 도달한 마루와 적들이 마주쳤다.
타다다당
마루가 슬쩍 방패를 앞세워 총알을 막았다.
물 빠지는 통로에서 내려오는 흐릿한 달빛과 총구에서 뿜어지는 불꽃이 뒤섞이며 카르텔 놈들의 윤곽이 뚜렷해졌다.
사이키 조명처럼 번쩍이는 불빛, 배수로를 울리는 총성, 물이 흥건한 바닥에 떨어지는 탄피, 튀는 물방울.
길게 늘어진 시간 속에서 회색빛 칼날이 떠올랐다.
부화아아아아악-
공기를 찢고, 고기를 썰고, 뼈를 가르는 소리.
수평으로 날아오른 칼날이 방향을 바꿔 수직으로 떨어졌다. 땅에 닿을 듯이 내리쳐진 칼날이 번뜩 물찬 제비처럼 방향을 꺾자, 흐릿한 달빛만 고요하게 비췄다.
첨벙-
바닥에 낮게 깔리는 소리와 함께 마루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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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이 단독 행동에 들어갔습니다.”
[···용병은 그냥 둬]혼자 잘났다고 앞으로 뛰쳐나간 용병을 무시하라는 명령에 대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지원하라고 했다거나, 뒤따르라고 했으면 정말 엎어 버렸을지 몰랐다.
“진입 속개.”
애초에 작전 당일, 그것도 바로 직전에 통성명하고 투입되는 게 이치에 맞지 않았다. 맨 앞에서 방패 든다고 하니까 넘어갔지, 그게 아니었으면 난리가 나도 진작 났을 판이었다.
타다다다닥
배수로를 뒤흔드는 총성. 막힌 공간이라서 그런지 총성이 윙윙 울렸다.
“소위님?”
“우린 그대로 진입한다.”
빨리 갈 필요 없었다. 잘났다고 혼자 날뛰는 용병 구하겠다고 하다, 전우들이 위험에 빠진다면? 그런 병신 짓거리도 없었다.
그렇게 순간적으로 조용해지는 배수로. 마지막 총성이 길게 여운을 남기며 사라졌다.
“병신.”
“······.”
누군가 나지막하게 내뱉은 말에 알파 팀이 침묵에 빠졌다. 잘난 척 하길래 뭔가 있는 놈인가 했더니 고작 2~3초였다. 5초도 넘기지 못할 놈이 뭐가 잘났다고 그랬는지. 어린놈이었는데 그래도 말릴 걸 그랬나?
후- 허무한 결말이었다.
“매복이다.”
바로 적외선 카메라의 조도를 조정하는 팀원들이었다. 그래도 그놈의 희생으로 앞에 적들이 매복하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 의미 없는 희생은 아니었다.
조심조심 안으로 진입하는 알파 팀. 바로 앞에서 터진 총격인 줄 알았는데, 안쪽으로 5분 넘게 들어왔어도 흔적이 없었다.
‘냅다 달리더니 정말 그냥 뛰어간 건가?’
전속력으로 달렸어도 그 시간에 이동하기 불가능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거리가 멀어졌을 무렵, 적외선 카메라에 붉은색에서 주황색, 주황색에서 노란색으로 점점 열기가 식어가는 것들이 잡혔다.
“소위님!”
“조용···.”
방탄 마스크 안쪽 소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건 뭔가? 그놈은 뭐지? 눈 앞에 펼쳐진 광경과 용병의 모습이 매치 되지 않았다.
글록 19를 빼면 별다른 총기도 없는 놈이었다. 용병이었으니 참견하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온몸에 주렁주렁 스로인 나이프와 칼날을 차고 있어도 뭐라 한 소리 하지 않았다.
어차피 앞에서 방패나 들기로 한 놈이었으니까, 방패만 잘 들고 트롤짓만 하지 않으면 그걸로 충분했다. 근데 시작부터 혼자 날뛰다 뒈졌을 거라고 생각한 어린놈이···. 이랬다고?
수직으로 쪼개져 좌우로 벌어진 시체는 자기가 잘렸다는 것도 몰랐는지 표정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오른쪽 어깨부터 왼쪽 골반까지 대각선으로 쪼개진 시체와 상하로 갈라진 시체의 표정은 반대였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 죽기 싫다는 죽음의 공포가 생생하게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몸통이 위아래로 나뉘고 대각선으로 잘린 뒤에도 어느 정도 살아있었다는 의미였다.
“이게···.”
“HOLLY···.”
“What The···.”
팀원들이 저마다 말을 잇지 못했다. 특수부대에서 이런 임무, 저런 작전, 별걸 다 겪어봤지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처음이었다.
“씨발 이거 칼로 이렇게 한 겁니까?”
“······.”
“한 손에 방패를 들었으니까 한 손으로 지랄을 냈다는 건데.”
“조용. 계속 진입한다.”
소위는 뭔가 못 볼 걸 봤다는 표정의 팀원들을 추스르고 안으로 진입했다.
그렇게 총소리가 들리고, 뒤따른 알파 팀이 조우한 것들은 그저 잔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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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쇠를 당긴 순간 김 양은 직감했다.
‘맞았다.’
귓가에 퍽! 해골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래 이 맛이야!’ 푸근한 분이 활짝 미소 짓는 모습이 떠올랐다.
이 맛이었다. 이 맛에 총질을 멈출 수 없었다.
철컥- 팅-
굵직한 12.7mm 탄피가 바닥에 떨어졌다. 스코프로 보이는 모습, 저격과 함께 문짝을 부수고 들어가는 타격대가 보였다.
타격대가 진입하는 거실 안쪽 창문 밖으로 언뜻 보이는 실루엣. 김 양은 바로 총알을 박아 넣었다.
투웅— 철컥- 티잉-
좋아. 좋아.
아주 좋아! 개- 좋아!
총알이 좋았다. 바렛이 좋았다. 스코프가 좋았다. 날씨가 좋았다. 다 좋았다. 3단 고음으로 총소리가 나면 얼마나 좋을까.
타아앙– 철컥- 팅- 데구르르.
투와앙– 철컥- 챙- 티구르르.
김 양이 손이 빨라졌다. 조준하고 쏘고, 조준하고 예측하고 쏘고, 쏘고 예측하고 조준은 생략하고. 순식간에 10발들이 탄창이 텅 비었다.
두근거리며 벅차오르는 가슴을 부여잡고 김 양은 재빨리 탄창을 갈았다.
[브라보 팀 저격 지원 요청] [브라보 팀 저격 지원 요청]1.8km나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이유가 있었다. 갱단은 아지트를 옮겨 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까고 안으로 들어가서야 이게 진짜 아지트인지 아닌지 알 수 있었다.
갱단의 아지트로 의심되는 곳은 모두 4곳. 4개의 팀이 각기 하나씩 공략하기로 했다. 그 4곳을 전부 사거리 안에 둘 수 있는 저격 포인트가 김 양이 있는 곳이었다.
김 양은 바렛의 총구를 오른쪽으로 옮겼다. 스코프에 잡힌 장면. 타격대가 진입하지 못하고 문 앞에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김 양이 텅스텐 철갑탄을 꺼내 장전했다.
“브라보 팀. 문 옆으로.”
[2층에서 총질하는 새끼 저격하라니까!]“문 옆으로.”
[미친- %#$%#@^$%#$%!]욕을 내뱉으면서도 문 옆으로 피하는 타격대. 타격대가 옆으로 피하자마자 방아쇠를 당긴 김 양. 텅스텐 철갑탄이 철판으로 보강해서 단단한 문짝의 잠금쇠를 때렸다.
한 방. 두 방. 세 방. 정확하게 잠금쇠 부분에 구멍을 뚫더니. 이어 경첩을 박살 내기 시작했다. 곧 경첩이 박살 나고, 잠금장치가 뚫린 문짝이 흔들거렸다.
김 양이 일반탄으로 탄을 바꿔 현관 윗부분을 쐈다. 뻥-소리와 현관이 안쪽으로 넘어갔다.
“진입!”
방패를 앞세운 브라보 팀이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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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상황실
참수 작전은 전반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혹시 쓸데없는 지출은 아니었나 의심했던 것이 무색하게, 잽스들이 잘해주고 있었다. 일단 갱단을 타격하는 타격대 쪽에서는 저격수가 누구냐고 물어볼 정도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크레모어랑 수류탄, 최루탄에 방독면까지 별의별 걸 다 챙기는 년이라서 진짜 미친년인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숙달된 저격수 100명 가운데 하나 있을까 말까 한 엄청난 실력이었다.
아무리 첨단 장비가 보조해준다고 하지만, 방아쇠를 당기는 건 언제나 사수의 몫이었다. 그리고 총잡이 년은 말 그대로 진짜배기 저격수였다.
“EMP로 적들의 통신을 차단했던 게 주요했습니다.”
“그래. 놈들도 당황했겠지.”
본래 여러 기관이 연합해 작전하다 보면 어디든 정보가 새기 마련이었다. 1차 작전에서도 그렇지 않았나? 버지니아, 마약단속국, 연방수사국, 국토안보국, 캘리포니아주 방위군, 캘리포니아주 경찰청 마지막엔 작전부까지. 어디서 샜는지 누가 알게 뭔가?
단독 작전이면 빼박 내부에 정보를 팔아먹은 놈이 있다는 걸 알고 어떻게든 새는 구멍을 찾겠지만, 이렇게 여러 기관이 엮여 있으면 상황이 더러워지기 마련이었다. 서로 너희 쪽에서 샌 거 아니냐고 책임 전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심의 EMP는 진입 직전까지 비밀로 했다. EMP를 터뜨리고 진입 시작하면 어쩔 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휴대폰부터 통신장비 전부 먹통을 만들었다. 배신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새로 지급된 통신기만 작동하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아직 반응이 없나?”
“예.”
통신망을 끊었으니 놈들이 지난번처럼 약쟁이를 적재적소에 투입하긴 힘들 것이다. 순차적으로 오는 약쟁이들이야 화력으로 밀어버리면 그만이었다.
“포위망 확실하게 하고.”
“캘리포니아주 방위군이 포위하고 있습니다.”
“어설프게 하수도로 도망쳤다느니, 그런 변명 못 하게 모조리 틀어막아.”
“알겠습니다.”
이어진 보고에 분주했던 작전 상황실이 조용해졌다.
[치이익- 찰리 팀, 중독자들과 교전.]“시작됐군.”
카르텔부터 약쟁이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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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 하나 없는 깜깜한 지하.
사방이 막힌 터널이 길게 이어졌다. 마루는 거추장스러운 적외선 카메라를 벗어버리고 방패에 붙은 전술 라이트를 켰다. 길게 쭉 뻗는 빛이 조금씩 어둠에 먹혀 흐려졌다.
뒤에서 들리는 총성. 울리고 반사된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뒤따라오던 알파 팀이 카르텔 조직원들과 마주친 모양이었다.
퉁-
뒤에서 울리는 총성과 달리 앞에서 번쩍이는 불꽃. 이어진 둔탁한 총성과 충격. 팍-소리와 함께 그래핀 복합 방패에 묵직한 충격이 박혔다. 마루는 방패를 앞세워 뛰기 시작했다.
퉁— 퍽!
투웅- 팍!
방패에 총탄 자국이 두 개가 더 생길 무렵, 적외선 스코프에 눈을 댄 카르텔 저격수 앞에 도달했다.
“!”
마루를 마주한 저격수가 화들짝 재장전했다.
철컥-
스컥-
그리고 그가 스코프를 통해 본 것은 어둠이었다.
저격수의 머리가 뜯어지듯 잘렸다. 머리통이 둥근 배수로 옆에 튕겼다가 미끄러졌다. 칼날에 미세한 균열이 커지는 느낌.
쯧-
마루는 금이 간 회색빛 아재칼을 던지고, 새로 보급한 검은색 칼을 뽑았다. 칠흑의 칼날은 어둠에 동화한 것처럼 티 나지 않았다. 마치 칼날이 없는 것 같았다.
휙- 휙- 허공에 칼질을 몇 번 해봤지만, 눈으로 봐서는 칼날이 닿는 거리를 구별하기 쉽지 않았다.
‘이건 또 신박하네.’
다시 몇 번 칼을 휘두르는 찰나, 신경이 곤두섰다.
부웅-
투어어어엉!
묵직한 충격이 방패를 타고 흘렀다.
총알?
아니었다.
부우우웅-
뚜커어어엉!
구슬?
주먹만 한 쇳덩어리 구슬이 방패를 때리고 튕겼다. 찌릿찌릿한 감각이 방패를 든 팔을 타고 올라왔다.
끼기기기기-
철근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수로 벽을 긁는 쇳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푸른색 흐린 라이트, 적외선 카메라를 뒤집어쓴 놈이 금속 배트를 질질 끌면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