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145)
러스트 [RUST]-145 (수정)
LA 사태라고 불린 사건은 그렇게 끝났다.
[···현재까지 집계된 갱과 카르텔 조직원 사망자 수가 300명이 넘는 가운데.] [신종 마약에 빠져 군과 경찰을 공격한 노숙자, 빈민, 불법체류자들의 숫자도 2,5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사망자 숫자가 3,000명에 이른다지요?] [그렇습니다. 약에 취한 사람들이 부상을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해서 사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캘리포니아주 방위군이 촬영한 영상입니다. 함께 보시죠.]눈이 뻘겋게 충혈된 사람들이 칼과 소방용 도끼 따위를 들고 달려드는 모습. 주 방위군이 다리와 팔을 쐈지만 무시하고 달려들고 있었다. 몸통에 몇 방이 맞았음에도 미친 듯이 달려오는 자들을 향해 일제사격이 들어가고 나서야 간신히 저지한 영상이었다.
[일제사격으로 인해 민간인 희생자가 생겼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그건 어떻게 된 것입니까?] [안타깝게도 마약 중독자들과 함께 있던 민간인들이 희생된 것이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어째서 마약 중독자들과 함께 있었던 것인가요?] [여러 주장이 있지만 크게 두 가지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마약을 공급한 자들이라는 주장과 마약 중독자들을 말리기 위해 나온 가족이라는 주장입니다.] [··· 작전 지휘관인 샘 브래들리··· 민간인 사상자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밝힌 가운데] [캘리포니아주 방위군과 경찰이 무장 순찰을 강화한다고 밝혀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근처에 거점을 둔 범죄 조직들도 한 번에 쓸려버려 LA 시가지가 순간적으로 마약 청정지역처럼 변했다.
그 틈새를 노린 인근 조직들이 세력을 확장하려고 했으나, 독이 오를 대로 오른 경찰과 치안 유지를 위해 남아있던 주 방위군의 강력한 응징을 받았다.
비무장 빈민들이 갱들을 보호하는 모습. 갱들이 자폭하는 동영상을 시작으로, 빈민들을 도왔던 자들이 갱들이며 후원금의 출처는 마약 거래로부터 왔다는 제보. 빈민들을 마약 거래상으로 사용했던 증거까지 나왔다.
마지막에는 빈민들이 캘리포니아주 방위군의 봉쇄를 뚫으려고 했고, 그 뒤에 갱들이 주 방위군을 향해 총격하는 영상까지 유출됐다. LA 사태 당시 갱과 카르텔을 비호했던 빈민들은 단순한 빈민들이 아니었고, 갱과 카르텔의 공범이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었다.
이제까지 군경의 강경 진압론 폭력 진압론을 밀고 있던 언론, 방송에서는 의도적으로 해당 이슈를 피하려고 했지만, 두 정보기관이 합심해서 뿌려대는 증거자료를 언제까지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한 방송국에서 특집 방송을 내보내자, 다른 방송국들도 하나둘씩 방송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미 서부지역과 남부지역에서는 빈민들과 난민들을 내세워 몸을 숨긴 폭력조직이 자취를 감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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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빗 방송국.
“이건 버지니아든 국토안보국이든 우리 방송국을 물 먹이려 한 게 분명합니다.”
“여론을 조작하려고 하다니. 이 얼마나 파렴치한 짓이란 말입니까?”
“빈민들과 난민들이 마치 갱들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다니···.”
“빈민들도 그렇습니다. 그들이 왜 마약에 빠지고 갱들의 수족이 됐는지를 먼저 반성해야 할 것 아닙니까?”
“다들 진정하고. 그건 어떻게 됐어? 정부에서 숨기고 있는 게 있다면서.”
“일단 제보 영상부터 보시죠.”
지하수로. 깜깜한 지하수로를 따라 뒤처리 반이 일렬로 이동하는 모습. 그리고 중간중간 토막이 난 시체들이 보였다.
“잠깐 멈춰. 거기.”
상체와 하체가 분리된 시체. 통나무를 자르는 거대 절단기로 썰어 버린 것처럼 잘린 시신이 있었다.
“무슨 절단 로봇이라도 내려보낸 건가?”
막힌 하수구를 뚫을 때 사용하는 드릴 로봇이 떠올랐다. 드릴 대신에 수평 회전 톱날을 달아서 밀어 넣었다면? 저렇게 수평으로 절단할 수 있겠지.
사방이 막힌 수로라 피하지 못하고 그냥 썰렸을 것이다. 살인 기계를 내려보내 닥치는 대로 썰어버렸다는 걸 밝힐 수 있다면, 주 정부든 연방 정부든 제대로 갚아줄 수 있었다.
“단면이 깨끗한 걸 보면 회전 톱날이나 전기톱으로 자른 건 아닙니다.”
“그럼 저건 뭔가?”
“···글쎄요. 일단 확실한 건 원형 톱날이나 전기톱 같은 건 아니라는 겁니다.”
“계속 돌려봐.”
일시 정지했던 영상이 계속 이어졌다. 수로 몇 개가 모인 작은 공터가 나오고 거기엔 방탄복을 입은 타격대의 시신과 노숙자, 빈민들로 보이는 시체들이 뒤엉켜 있었다. 상대방이 죽을 때까지 찌르고 쑤셨는지 엉망이었다.
특히 타격대의 시신엔 빼곡하게 칼과 도끼, 뾰족하게 자른 철근과 쇠 파이프들이 꽂혀 있었다. 현장을 정리하는 자들이 타격대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가까이 가자, 눈을 부릅뜨고 죽은 모습이 찍혔다.
“정지. 스톱!”
눈을 감지 못하고 죽은 모습. 휑하니 열린 동공 주변 붉게 충혈된 흰자.
“계속 돌려.”
이어서 죽은 노숙자와 빈민을 수습하는 장면이 나왔다.
“스톱. 거기 얼굴 확대해봐.”
노숙자의 얼굴. 그리고 붉게 충혈된 눈. 빈민의 눈도 마찬가지였다. 붉게 충혈된 눈이었다.
“주 방위군이 일제 사격했던 영상. 그거 가져와서 돌려봐.”
중독된 자들이 칼과 도끼, 쇠 파이프 같은 것을 들고 봉쇄선을 향해 달려드는 영상이 켜졌다.
“거기 확대. 눈 부분 확대해봐.”
주 방위군을 향해 달려오든 약쟁이들을 확대하자, 붉게 충혈된 눈이 도드라졌다.
“지금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
“···타격대에게 마약성 전투자극제를 줬다는 소리군요.”
“이건 큽니다. 카르텔을 잡겠다고 들여보낸 병력에 마약을 주다니요. 이걸 증명할 수 있으면 주지사와 시장을 갈아치울 수 있겠습니다.”
“어렵습니다. 샘 브래들리가 전적으로 책임진다고 했으니, 아마 이것도 그가 지시한 것이라고 할 게 분명합니다.”
시끌시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다들 조용···. 이걸로 힘은 뺄 수는 있어도 교체는 어렵겠군. 지하수로 영상 계속 돌려.”
타격대와 노숙자, 빈민들의 시신이 뒤엉킨 곳을 지나 안으로 더 들어가자, 확 넓어지는 공간. 그리고 그 바닥을 빼곡하게 메운 시신들. 라이트를 비추는 곳마다 시체들이 가득했다.
시신을 수습하러 들어온 자들이 견디지 못하고 구토를 하거나 몇은 밖으로 나갈 정도로 참혹한 현장. 발 디딜 틈 없이 시체들이 바닥에 깔려있었다.
“HOLLY···”
“JESUS···”
“Oh My···”
사방으로 뿌려진 전술 조명이 빛을 발하자, 더욱 도드라지는 피바다. 이걸 학살의 현장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대체 뭘 학살의 현장이라고 부를까?
마약 먹고 공격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죽은 자들이 전부 약쟁이들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토막 난 시체들을 보고도 그런 소릴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상합니다.”
“후- 뭐가?”
“노숙자와 빈민들의 시체가 넘치는데 타격대나 군인의 시신이 보이지 않습니다.”
“다시 그 부분 돌려봐.”
확실히 그랬다. 조금 전 있었던 영상에는 타격대의 시신과 약쟁이들의 시체가 뒤엉켜 있었는데, 이곳엔 타격대로 보이는 시신이 없었다. 언뜻 봐도 백 단위의 시체들 가운데 군복을 입은 자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잠깐 거기 벽. 벽에 남은 흔적.”
한쪽 벽에 수평으로 길게 그어진 흔적. 뭔가 날카로운 게 긁고 지나간 흔적이었다. 그 흔적 아래로 허리가 잘린 시체들이 동그랗게 모여있었다. 마치 뭔가를 둘러싸려고 하다 허리가 절단된 것 같았다.
“일단 이건 다들 입 다물어. 어설프게 들어갈 게 아닌 것 같아.”
모인 사람들이 전부 고개를 끄덕였다.
타격대와 약쟁이들이 서로 동귀어진한 영상까지는 현실성이 있었다. 타격대 4명이 마약성 전투자극제를 써서 수십 명의 약쟁이와 싸웠다는 건 그래도 이해의 범주였다.
그런데 지금 이건 뭔가?
절단된 시체가 가득한 공간, 상식을 벗어난 흔적. 누군가 컴퓨터 그래픽이라고 우겨도 그래픽이 아닌, 사실이라고 받아칠 자신이 없었다. 그만큼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제보자에게 저것과 관련된 것 더 구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돈은 얼마든지 들어도 좋으니까. 일단 확보할 수 있으면 확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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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빗 방송국 길 건너편에 주차된 검은색 밴.
후드를 눌러쓴 사람의 손가락이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들겨댔다.
“씨발. 씨발.”
정보통제 제대로 못 하나?
뒷북도 정도가 있지 이게 뭐 하는 짓거린가?
하긴, 911 때도 마찬가지였었다. 정보통제는 고사하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떡칠하다 걸려서 음모론이나 폭발시켰었다.
버지니아면 뭐하나 정보 유출한 놈 안 잡아가고?
아니야 이거 진짜 이상해.
이거 일부러 이런 걸까? 어디 엿 먹이려고?
버지니아가 지랄한 거면 이해됐다. 근데 왜 하필 자기가 있을 때 이러는가? 이번 일 끝나면 자유인데 이렇게 계속 하나씩 터지면 언제까지 땜질해야 할지 몰랐다.
“다 좆되라고 해.”
대놓고 지워버리면 난리 나겠지? 서로 죽이든 뜯든 알게 뭔가? 일단 영상부터 싹 지운다. 국토안보국 직원이 방송국 인트라넷에 연결해 줬으니 지금부터는 이쪽 차례.
서버와 연결된 모든 저장장치를 한 방에 작살, 복구 불가능한 데미지를 주고 거기에 바이러스까지 듬뿍 발랐다. 영상 복구하겠다고 어설프게 그러면 그냥 족족 바이러스로 터지게.
“방송국에 들어간 유출본 전부 처리했습니다. 제보자 정보는 서버에 없었고, 통화기록이 있으니까 그거 보내겠습니다.”
[지금 바로 보내도록.]“예이. 지금 보냈습니다. 그럼 끝난 건가요?”
[···일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하- 알겠습니다.”
[울프 TV에도 유출 영상이 들어갔다는 소리가 있으니 바로 확인해라.]“그거 유출되기 전에 어떻게 통제 안 됩니까?”
[···맡은 일이나 똑바로 해.]뚝-
“에이. 씨발. 더러워서.”
근데 진짜 이놈들 뭐지? 정보를 추적하다 보니, 일본에서 귀화한 4명의 사람이 나왔다. 항해사인지 선장인지 하나, 칼잡이로 보이는 놈, 총잡이 년, 여자 간호사. 이중 배 끌고 온 사람은 일본으로 파견되는 구조대와 함께 갔다.
그리고 남은 자들은 셋. 처음에는 버지니아에서 관리한 흔적이 있었다. 그런데 갱단, 카르텔과 엮이더니, 한바탕 피바다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국토안보국으로 갈아타더니 디트로이트에 자리를 잡았다.
세상에 러스트 벨트 말이다. 말 안 듣는 직원들 보내버리고 싶으면 파견 보낸다는 바로 그 디트로이트.
‘제발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잘하겠습니다. 디트로이트는 안 돼. 제발.’ 하면서 끌려가는 밈으로 유명한 디트로이트에 갔다 싶더니. 덜컥 25층짜리 빌딩을 구했다.
타다다닥
25층 빌딩에 뭔가 떡칠하고 있었다. 비용은 버지니아에서 대고, 공사는 국토안보국에서 하고 있었다.
키보드 치는 소리와 함께 모니터에 서류가 휙휙 떠올랐다.
[태양광 필름 설치 견적서] [태양열 온수 시스템] [스마트 팜 시스템]······
······
······
[석유 저장소] [정수 시스템] [급수 시스템]······
······
[냉동 보관실] [공기 정화 시스템]······
······
······
[자동 방어 시스템]이게 뭐야? 말이 빌딩 리모델링이지, 이거 무슨 요새 만드는 거 같잖아. 그것도 독립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요새.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었다. 거기에 별도의 급수시설 공사까지 하고 있었다. 여차하면 앞에 흐르는 디트로이트강에서 물을 끌어올 수 있게.
단순한 요새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마치···
‘아포칼립스 대비?’
자연재해를 대비하는 건 아니었다. 자연재해 대비라면 지질학적으로 안정된 곳에 자리 잡았을 테니까. 그럼 뭔데 도시에서 저 지랄이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방송국에서 입수한 영상. 시체가 넘치는 영상. 어떤 방법으로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었다.
후드를 눌러 쓴 사람의 손가락이 다시 바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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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 하악-
거칠게 호흡하던 김 양이 가슴을 움켜쥐었다.
숨을··· 쉴 수 없었다. 숨이 막혔다.
하얗게 질려가는 김 양을 본 마루가 발걸음을 멈췄다.
“왜? 좀 쉬었다 갈까?”
도리도리. 김 양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빨리 가야 했다. 어서 빨리.
부릅뜬 눈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걸음이 처절했다.
‘진짜 고집하고는···’
카르텔 본진에 있던 금괴와 현찰 일부를 가방 몇 개에 담아 빼돌려 놨었다. 그리고 그걸 찾아서 돌아가는 중이었다.
도와주는 대가로 금을 가져가겠다고 했어도 카르텔과 갱단 본진에 있는 금은 너무 많았다. 그걸 다 가져가겠다고 했다가는 소리 없이 헬파이어 미사일을 박아 버릴지 모를 정도였다. 그러니 적당히 챙겨야 했다.
금으로만 채우는 건 힘들었는데, 무게가 너무 무거워 캐리어 바퀴가 빠개지고, 가방이나 백 팩은 손잡이와 어깨끈이 찢어졌기 때문이다.
튼튼한 가방과 캐리어라고 해도 120~130kg까지는 어떻게 버텨도 그 이상 가면 위태위태했다. 그래서 적당한 크기의 가방에 금과 현찰을 넣어서 대충 무게를 맞춰 넣었다.
웅- 웅-
휴대폰이 울렸다. 국토안보국 과장의 전화번호.
“예. 전화 받았습니다.”
[어떻게 한 겁니까?]과장의 목소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뭔가 흥분한 것 같기도 한 음색. 생각보다 늦은 반응이었다.
마루는 모르는 척 대답했다.
“예? 무슨 말입니까?”
[지금 전용기 탔습니까?]“아직입니다. 지금 공항입니다.”
[그럼 이야기해놓을 테니 이쪽에서 봅시다.]“그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