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169)
러스트 [RUST]-169
전진기지
[길버트 브라운 중령은 왜 그렇게 지랄입니까?]“입을 조심하게 소위.”
[아- 대령님. 솔직히 웃기시지 않습니까? 자기가 뭘 잘했다고 끝까지 남겠니, 어쩌니. 그 양반이 지휘한 애들이 4천이 넘습니다. 근데 지금 겨우 2백 남았습니다. 그런 사람한테 욕 박지 않으면 누구한테 박습니까?]1차로 1천, 추가 지원군으로 2천 명. 비전투병까지 합하면 거의 4천에 육박하는 병력이 2백 명 언저리로 남았다.
전멸? 15~20%의 병력 손실만 일어나도 부대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해 전멸 판정하는 게 현대전이었다.
근데 전투병+비전투병 합해 4천이 들어가서 2백 남았다?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하지? 진멸도 아니고 그냥 몰살, 학살 아닌가?
“괴물들이랑 싸워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퇴각도 지휘관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하신 게 대령님이었습니다.]‘그건 이 새끼야 니가 앞만 보고 달려나가니까 한 소리고.’ 외치려던 대령이 꾹 눌러 참았다.
“그래. 잊지 말고 실천하게. 말로만 하지 말고.”
[현재, 작전 지역에 테비(tabby-얼룩 고양이)새끼들이 넘쳐서 말입니다.]“소위. 작전 수행하기 싫은가? 전역하고 싶으면 언제든 말하게. 자네에게 전역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네.”
[아니, 대령님. 방금 하신 이야기와 다르지 않습니까?]이래서 요즘 애들이 빠졌다는 소리가 나왔다. 어쩌다가 정규군이 용병처럼 변했나? 대령은 그냥 한숨만 나왔다. 그렇다고 그냥 끌어내려서 뺑뺑이 돌리기엔 능력이 너무 좋았다.
로이 스턴 소위. 2계급 진급해서 대위였다가, 2계급 강등당해 소위가 된 놈.
사실 확정된 소령 진급심사를 앞두고 민간인 폭행 사건으로 강등당했고, 이후 기갑병 리미트 불법 해제 사건으로 또 강등, 2계급 강등 이후 진급심사에서 물먹고 있는 놈이었다.
먹은 짬밥이 든든하다고 하지만, 이건 뭔가? 어디서부터 문제일까? 소위가 대령에게 개기는 거? 지가 진급해서 소령이 됐다고 쳐도 대령한테 엉겨 붙고 있어?
대체 군인의 기본이란 게 뭔가? 까라면 까는 거 아닌가? 따박따박 따지고 들 거면 왜 군인이 됐나? 꼴리는 대로 할 거면 진급을 해서 명령을 내리든지.
능력 좋은 놈들만 모아서 단번에 해결하려고 했더니 또라이들이 넘치는 부대가 됐다. 그 덕에 전진기지가 버티고 있기는 하지만, 다루기 너무 힘들었다.
명령을 귓등을 듣는다면 전부 옷을 벗겨 버리고 갈아엎겠지만, 저 지랄을 하면서도 명령을 내리면 또 어떻게든 성과를 내니, 말라죽는 모근만 늘어날 뿐이었다.
이것이 미합중국 육군의 현실이란 말인가? 내 모근을 학살하고 다니는 저것들이 정예? 그 짧은 순간에 별별 생각이 다 들고 있는 대령이었다.
“소위. 명령이다. 작전시행. 이상.”
[작전 실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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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기를 끊은 로이 스턴 소위가 인상을 구겼다.
이래서야 합중국의 미래가 심히 걱정스러웠다. 해병대 새끼들이 곱창 터트리면 그거 뒷감당은 누가 하나? 이라크전에서 아프간까지 전부 터진 곱창 틀어막는 일은 육군 땅개들 몫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미친 새끼들이 퇴각도 제때 제대로 못 해? 그놈의 근성이 뭔지 아마 죽자고 ‘임무 수행.’ 이러다가 터트렸을 것이다. 크고 우람하게.
2차 대전을 제외하면 한 달에 사상자 3천8백 찍은 전쟁이 있었나? 심지어 지금 상황은 전쟁도 아니고 구조작전이었다.
괴물이고 나발이고 정보를 듣지 않았던가? 괴물 쥐떼 있다. 감염자들 있다. 변종 생겼다. 씨발 이걸 듣고도 준비를 얼마나 개판으로 했으면 그 지랄인가?
생각이 그렇게 없나? 쥐가 있으면 쥐 잡아먹는 고양이도 있겠지. 당연하지 않나? 고양이가 뭔가? 동네에 넘치는 게 고양이 아닌가?
그러면 개는 없을까? 고양이와 개가 괴물처럼 변했다면? 다른 동물들은? 당연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하지 않아?
말아 먹어 놓고 예우를 찾고 계급을 찾아? 뭐? 마지막까지 남겠다고? 영웅 납셨네, 참 군인 나셨어.
“아주 그냥 지랄이야.”
“소위님 유인 작전 시작하랍니까?”
“그래. 괴물새끼들 유인 작전 먹히지 않는다고 분명히 저번에 보고했는데, 그냥 하란다.”
“어쩌겠습니까? 해병대 새끼들 구하려면 해야죠.”
“누가 구하지 말자고 했냐? 아오. 돌아버리겠네. 저쪽에서 이쪽으로 온다고 하니까, 1소대는 나 따라오고. 2소대는 씨발. 로제 렁 소위는 어디 갔어?”
“렁이 아니라 룽입니다. 스톤 소위님.”
“알고 있어. 그리고 스톤이 아니고 스턴이다. 상사.”
“네. ‘소위’님.”
이 새끼가? 로이 스턴 소위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상사가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말을 붙였다.
“로제 룽 소위님 불러오겠습니다. 스턴 ‘소위’님.”
“······.”
5m 넘게 쌓인 눈을 파서 만든 터널.
한쪽에 펼쳐진 막사 구석에서 한 여자가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고 있었다.
[···위치정보 36.204824, 138.252924] [??(확인)] [길버트 브라운 중령에게 자료 원본이 있을 가능성 큼.] [安···(챙기도록)] [월드 PMC 유 이사 확인. 소속 정예와 함께 있음.] [?(처리해)] [로이 스턴 소위 포섭 실···]“로제 룽 소위님! 로이 스턴 소위님이 찾으십니다.”
막사 밖에서 들리는 상사의 목소리에 탁- 노트북을 덮은 등 소위가 벌떡 일어났다.
“지금 바로 가지.”
“전 애들 챙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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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부웅-부웅- 공기를 흔드는 소리 뒤로 커다란 함성이 터졌다.
크아아악! 크아아아아!! (어디냐! 나와라!!)
변종이 사방으로 주먹을 휘두르는 것을 보며, 마루는 부서진 복도 구석에 앉았다. 뭐로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칼날은 멀쩡했다. 근데 손잡이가 말썽이었다.
덜컥-덜컥-
손잡이에 유격이 생겨 약간씩 흔들렸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차이가 컸다. 깨끗하게 벨 수 있는데, 중간에 흔들려 버리니 더럽게 잘렸다. 그리고 그런 만큼 힘을 더 많이 줘야 했다.
‘저번에도 한 번 이랬던 거 같은데.’
손잡이 부분을 따로 보강하지 않으면 이런 문제가 반복될 것 같았다.
‘저것들 괴물 고양이보다 확실히 힘은 좋은데, 순발력과 감각은 많이 떨어지는군.’
감염자들이 변해서 변종이 됐다. 인간에서 벗어났더라고 하더라도 특성 자체가 변한 건 아니었다. 이족보행이라든지, 팔을 주로 사용한다든지 그런 부분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또 하나 특이한 점이 있다면. 놈들이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사방팔방 주먹질하던 변종이. 바닥에 깔린 시체 더미에서 수류탄을 꺼내 들었다. 이리저리 만져보던 변종이 안전핀을 뽑고는 여기저기에 뿌렸다.
쾅! 쾅! 쾅!
폭음과 함께 파편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뿌옇게 흐려지는 연기 속에서 변종이 다시 소리 질렀다.
크아아! 크아아아아!! (나와. 나오라고!!)
‘가지가지 하네. 이젠 수류탄도 까냐?’
뇌와 심장을 먹으면 지능이 높아진다고 하지만, 이렇게 빨리 좋아지나? 문고리도 돌리지 못하던 놈들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었다.
아래층에 있던 놈은 중기관총을 들고 다니기도 했다. 아직 탄창을 갈고 총열을 갈고 그런 건 못했지만, 어쨌든 총기를 들고 쐈다는 게 중요했다. 총이 뭔지 알고, 총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지능이 높아졌다는 소리였다.
‘일단 저것부터 정리하고.’
잠시 숨을 돌린 마루가 식식대며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변종에게 다가갔다. 놈은 무엇을 느꼈는지 바로 앞 허공을 향해 돌려차기하더니, 그 회전력을 그대로 살려 몸을 돌려서 백스핀 엘보까지 날렸다.
부확- 부웅-
“크어?” (없다?)
팔다리에 느껴지는 것이 없자,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 눈을 끔뻑이던 변종의 명치에 검은 칼날이 쑥 틀어박혔다. 단단한 뼈를 수수깡 자르듯 콱 틀어박힌 칼날.
크어어어!
가슴을 찌르고 있는 것을 떨쳐내려고 팔을 드는 순간, 가슴에 박힌 칼날이 옆으로 움직였다.
????????????—-
갈비뼈를 자르고 가죽을 찢어버린 칼날이 빙글 회전하며 놈의 모가지를 훑고 지나갔다.
!!!
심장이 꿰뚫리고 머리를 잃은 몸통이 잠시 부르르 떨다 축 늘어졌다.
일렁- 일렁- 공간이 일그러졌다 투명해지기를 반복하다 은신이 풀렸다.
“아 진짜.”
연속으로 20~30분 썼더니 배터리가 순식간에 떨어졌다. 샬롯 경호원 여자들은 배터리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여분 배터리가 있었나? 아니면 그림자 진 곳으로 가서 배터리 소모를 줄였나?
‘잠깐이라도 충전부터 해야겠네.’
30분은 한참 전에 지났고. 아래에서 요란하게 들리는 총성과 폭음을 생각하면, 유 이사도 그렇고 미 해병대도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소리.
‘근데 이것들은 왜 계속 위로 올라오는 거야?’
맛있는 먹잇감들이 싱싱하게 날뛰고 있는 아래로 몰려가지 않고. 텅 빈 15층에 뭐가 있다고 계속 올라와.
마루는 바리케이드 안쪽으로 들어가 광학 은신 로브 충전을 시작했다.
‘완충하려면 너무 오래 걸리고. 대충 잠깐씩 쓴···? 뭐야 저 새끼들은?’
물방울로 보면 직선이 곡선으로 휘어져 보이는 것처럼. 공간이 휘어져 보이는 게 있었다. 그렇게 둥근 물방울도 아닌 것들 몇 개가 바리케이드 밖을 서성이더니 입구를 찾는 모습.
공간이 휘어졌다가, 어두운 곳으로 가면 괜찮다가, 그림자 밖으로 나오면 미묘하게 티가 났다. 자기들도 그걸 아는지 그림자가 진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의 뒤를 따라온 괴물 고양이 세 마리. 바리케이드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던 투명한 것들이 고양이들을 확인했는지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겼다.
캬아아아!
캬냐아아!
마치 서로 대화라도 하는 것처럼 소리 낸 고양이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틈을 타 바리케이드 안으로 진입하는 통로를 찾으려는 듯 그림자 밖으로 나와 분주해지는 것들.
그걸 노리기라도 한 것처럼 흩어졌던 고양이들이 갑자기 나타났다.
캬아아아앙!
[죽여!]픽픽피피피픽!
소음기를 단 기관단총이 고양이들을 두들겨댔다. 제대로 된 돌격소총도 막아내는 괴물 고양이들인데 기관단총이 통할 리 없었다.
으아아악!
앞발에 긁히자 은신 장비가 갈라지며 그 안에 든 사람도 같이 갈렸다. 발톱에 갈려 엎어진 사람의 머리통을 호두과자 먹듯 씹어 먹은 고양이는 앞발을 핥고는 다음 먹잇감을 노렸다.
[이 괴물이!] [죽어!!!]파다다다닥!
이어서 또 한 사람이 고양이에게 물려 허공을 날았다. 벽에 튕기면서 은신이 풀리자, 득달같이 달려들어 물어뜯는 고양이들. 한 명이 순식간에 산채로 갈가리 찢겨 버렸다.
[여기!]바리케이드 안쪽으로 들어오는 입구를 찾았는지, 일렁이는 것들이 한쪽으로 모여 입구가 있는 병실로 들어갔다.
‘중국어?’
중국 애들이 왜 여길?
여기에 아직 미 해병대 애들 있었으면 어쩌려···. 알고 왔다?
정보가 새는 건가?
아니, 확실히 정보가 새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탈출 작전 시작해서 여기가 비었다는 걸 알고 들어왔다? 왜?
마루는 은신 로브 충전상태를 확인했다. 11%? 한 2~3분 정도 쓸 수 있을까? 충전을 멈추고 은신 로브를 쓴 마루가 구석으로 향했다. 일렁임과 동시에 마루의 모습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바리케이드 안으로 들어온 물방울 같은 것들이 치직- 전깃불 나가듯 꺼지며, 사람들이 드러났다.
“제기랄! 저번에는 통했잖아. 저 좆같은 괴물들이 어떻게 알아챈 거지?”
“조용히 해. 놈들이 아직 밖에 있어.”
“정보를 어디에 숨겨놨다고 했나?”
“1508호 병실 침상 아래.”
“일단 그것부터 회수하지.”
한 명이 복도로 나와 1508호 병실로 들어갔다. 침상에 올라가 대검으로 침상을 찢기 시작한 사내.
콱! 북- 북-
두 번째 침상에서 서류봉투가 나오자, 봉투를 열어보는 남자였다. 서류봉투 안에는 태블릿 PC와 문서들이 있었다. 자료를 갈무리하고 돌아오자, 통신기를 조작하던 남자가 물었다.
“찾았나?”
사내가 서류봉투를 내밀며 대답했다.
“여기. 위성통신은 아직도 먹통이고?”
[치지지지직-]“보다시피.”
“태블릿 정보는 봤나?”
“아직. 지금 확인하지.”
태블릿 PC를 켜고 암호를 넣자, 화면에 여러 가지 문서와 사진 자료가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하달된 명령 중 하나는. 월드 PMC 유 이사를 사살하라는 명령이었다.”
“여기에서는, 반드시 생포하라고 하는데?”
상황이 곤란했다. 자료에서는 유 이사를 반드시 생포해서, 끌고 가야 한다고 나와 있었다.
“이거야 원.”
“정말 난감하군.”
“그것보다 이 정보가 사실일까?”
“믿기 어렵군.”
태블릿 화면에는 한 여자가 찍혀 있었다. 40대로 보이는 여자. 화장도 별로 하지 않은 모습. 얼굴에 길게 난 흉터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다음에 찍힌 사진은 처음 사진보다 확실히 어려 보였다. 화장했나? 그건 아니었다. 흉터가 그대로 보였으니까. 화장했다면 흉터를 가렸을 텐데.
계속 이어지는 사진. 하루 이틀 사이로 조금씩 젊어지는 모습이 사진에 담겨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찍힌 사진에는 30대 초반인지 아니면 20대 후반일지 모를 정도로 어려진 여자의 얼굴이 있었다.
“미치겠군.”
“동감이야.”
처음 받은 명령대로 이 여자를 제거하면? 이 자료를 얻지 못했다고 입을 맞춰야 했다. 누구 하나가 입을 열면, 나머지는 끝장이었다. 같이 작전에 투입됐다고 하지만 서로 완전히 신뢰하긴 어려웠다. 고향도 다르고 소속 부대도 달랐다.
이 여자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당의 늙은 간부들이 이 자료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이 자료에서 말한 것처럼 이 여자를 생포해 간다면?
인생이 변할 것이다.
눈빛을 교환한 사내들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생포한다.”
“생포하라고 2조와 3조에도 전하지.”
피슉-
근거리 전송기로 문자를 적어 보내던 자의 목과 팔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