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188)
러스트 [RUST]-188
후드는 신경을 바짝 세웠다.
고용주님의 목소리에서 불편한 심기가 솔솔 새어 나오고 있었다.
저기요 고용주님? 전 열심히 일하고 있었는데요?
[이쪽에서 찾는 사람이 있는데, 저번에 말했던 그 친구 말입니다.]“네. 버나드 쇼군라고 했었죠.”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었다. 버나드 기린 쇼군이라고 했었나?
[버나드 쇼군이 아니라, 버나드 그린. 그 친구 찾으러 왔는데 말입니다.]맞다. 버나드 그린 쇼군. 일본인이라고 했었으니까.
“잠시만요.”
일단 확인부터 하자. 타다다다닥- 후드의 손가락이 거침없이 키보드를 두들겼다. 사만다는 말없이 그런 후드를 보조했다. 통신을 역추적하면···.
“지금 사용하고 있는 전화기 어떤 건가요?”
[기종?]“예. 그리고 개인 명의인가요. 아니면 기관에서 받은 건가요.”
[아- 그쪽. 기관에서 받은 거고 기종은 코스모스 노트 최신형.]좋아. 일단 회선 우회는 성공했고.
위치추적이··· 역시 깔려있겠지. 찾았다. 하드웨어 형식은 아니고. 됐다.
“통신 보안 잡았습니다.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방금 이야기했듯, 버나드를 찾으려고 하는데 말인데···. 그쪽에서 여기 CCTV 좀 살펴볼 수 있겠습니까? 일단 월드 그룹 관련 CCTV를 시작으로, 크리스털이라고 조직이 있는데 이쪽은 중국계 관련된 기업들이나 업장 위주. 마지막으로 샬롯 그룹 이렇게 3덩어리 정도 되는데 가능하겠습니까.]어? 사만다 이거 되겠니? 슈퍼컴퓨터면 가능해도 지금 하드웨어 설비로는 힘들 것 같은데?
“그게 시간과 장비가 부족해서 오래. 아주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만.”
[슈퍼컴퓨터는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고요?]저기 고용주님. 말씀 편하게 해주시면 좋겠는데. 뭔가 막 콕콕 찌르는 것 같다고요.
“저기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이야기 편하게 해주면 좋겠습니다.”
[아- 그래도 됩니까?]“네. 그러세요. 저도 편하게 할게요.”
[컴퓨터 설치가 오래 걸린다고?]“그 반응로인가? 그것부터 설치해야 한다고 해서 아마 많이 늦을 거 같습니다.”
[그래. 일단 월드 그룹부터 한 번 확인해 보고, 얼굴 검색은···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힘들겠지?]“일부 지역이면 가능합니다.”
마스크를 썼어도 특정하는 방법은 많았다. 사만다라면 버나드 그린의 걸음걸이나 팔의 움직임 같은 부분까지 확인해서 구별할 수 있었다. 시간과 전력과 장비만 따라준다면.
[좋아 일단 확인 부탁해. 최대한 빨리.]“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후드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와- 통화로 하니까 목소리 개쩔어.’
진짜 으- 부르르 몸을 떤 후드가 타타타탁 자판을 두들겼다. 버나드 그린의 얼굴이랑 걸음걸이 습관 같은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구한 자료가 일본에서 미국으로 올 때 타고 온 요트 CCTV에 있던 영상이었다.
파일을 옮기고 열심히 변환해서 특징 추출하고 지루한 작업이 계속됐다.
[멀쩡하다니까!] [증명해봐.]영상 속의 인물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아오. 썅- 울면 되냐? 응? 울어서 증명하면 되는 거냐?] [지랄하는 거 보니까 아직 뇌는 멀쩡한 거 같군.]응?
잠깐 영상에서 대화가. 이거 일본어 아닌 것 같은데?
“사만다 지금 이 영상. 일본어 아닌 거 같은데? 무슨 언어지?”
[한국어. 확률 99.999%입니다.]한국어? 일본인이 귀화했다고 하지 않았나? 아니면 뭐라고 했더라? 일본의 무슨 정보국 사람들이라서 한국어로 말한 건가? 버지니아에서 하청받은 일들 하면서 봤던 정보들이 생각났다. 이상한데···.
이거 계속 파다가 고용주님의 프라이버시까지 건드려서 슥-싹- 되는 거 아닐까? 아니지, 우리 고용주님 그럴 사람은 아니야.
무엇보다 모든 사건의 원인은 사소한 현실에서 시작된다는 말도 있잖아. 버나드 그린 쇼균의 행방을 찾을 수 있는 힌트가 있을지 모르고.
뭣보다 나중에 이상한 정보 떠돌아다니면 우리 고용주님 신변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내가 보고 미리미리 지워두고 그러면 좋지 않을까? 너무 오버인가?
어쩌지 어떡하지 하면서도 CCTV 영상 속 대화가 궁금했다. 궁금하면 참지 못하는 그 지랄 맞은 성격 때문에 그 고생해 놓고. 또. 이랬다.
‘될 대로 되라. 일단 보고 지우자.’
결국, 후드는 본능에 굴복하고 말았다. 그래 뭔가 힌트가 있을 거야. 그걸 찾으면 됐다.
“사만다 번역 부탁해. 그리고 버나드 쇼군 특징 샘플링 해주고.”
후드는 요트 CCTV에 담긴 영상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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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줍기를 잘했다.’
확실히 실력 좋은 해커가 있으니 일하기 편했다. 없었으면 발로 뛰어야 할 판 아니었던가? 아니면 샬롯에 연락해서 아쉬운 소리를 해야 했을 테고.
‘아- 지금쯤이면 어느 쪽이 계승했든 결판이 났으려나?’
심은영 사장과는 나쁜 관계가 아니었지만, 일본에서 심사장 대역 죽인 건이 있다 보니 찝찝한 건 사실이었다.
그냥 두고 나온 경호원이 자료를 가져갔든, 가져가지 못했든 일본에 있는 배신자들 한 번 뒤집어 줬으니, 유리하게 됐을 것이다.
‘최소한 누가 회장이 됐는지는 확인해야 할 것 같네.’
여차해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샬롯에 전화했는데, ‘너님 누구? 심은영 잔당임?’ 이래 버리면 또 꼬이는 거니까. 일단 이것도 나중에 후드에게 확인해 보라고 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시선이 느껴졌다.
빤히-
마루는 김 양의 눈빛을 외면했다.
빠아안히-
반드시 대답을 들어야겠다는 눈빛.
이번에는 왜 또? 뭘 또? 마루가 그래 뭔 일이냐는 심정으로 호응해줬다.
“왜?”
“언제 그렇게 친해짐?”
“무슨 소리야?”
누구랑 뭘 친해졌다고.
지긋이-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김 양의 눈빛에 마루가 조용히 좌우를 살폈다.
그래. 요즘 좀 편하게 뒀지.
매일 하던 복창을 하지 않더니, 그새 개념을 잊었구나.
······
얼마후
코로나로 인적이 드문 항만 구석.
어쩐지 촉촉한 여자의 목소리가 울먹 퍼졌다.
착하게 잘하자-
생각하고 쏘자-
다시.
착하게 잘하자-
생각하고 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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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는 고민했다.
이게 될 일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최선을 다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정말 기순이 위험에 처했다면 한시가 급할 것이다. 그렇게 마음이 급한 마루에게 김 양이 옆에서 초를 쳤다.
“이미 끝나지 않았겠음?”
째릿 노려보자.
‘이번에는 맞는 말 했잖아.’ 억울한 눈빛을 반사하는 김 양이었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소식이 끊긴 지 벌써 두 달이 넘어, 석 달째다. 이 소리는 어딘가에 짱박혀 숨는 데 성공했거나, 아니면 이미 엔딩을 봤다는 뜻이었다. 당장 팝콘 튀듯 튄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고? 아무 생각 없이 주절거린 거라면 오늘 저녁은 어묵 국물에 불린 떡 1개다. 물떡이라고 하던가?
부산에서 시작된 음식, 부산에서 유명한 음식 먹기로 했었는데, 물떡도 부산에서 시작한 음식 맞다.
“요트가 인천으로 갔는지, 부산으로 갔는지만 알아도 거기서부터 추적할 수 있잖음.”
김 양의 말이 많아졌다.
“계속해봐.”
“요트를 먼저 찾고, 그 뒤에 기순을 찾으면 되지 않음. 그리고 버지니아. 걔들 한국에도 있잖음. 걔들 정보력 좋다고 하지 않았음?”
그러니까 버지니아에 정보를 의뢰하자? 마루는 김 양을 보곤 ‘호오- 김 양이 머리를-’ 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노력했으니, 오늘 저녁은 물떡 2개다.”
‘왜? 어째서!’ 세상 억울한 김 양의 눈빛. 이제껏 미국 음식, 전투식량만 먹었는데, 간만에 한국 왔는데 물떡 2개라니.
“버지니아가 기순이 파고들다가, 일본인 스즈키 스바루가 아니라 한국인 김기순이라는 걸 알면 그냥 넘어갈까?”
“안 넘어가면? 우린 국토안보국이잖음. 우리가 뭐 잘못했음? 잘하고 있잖음.”
억울함에 사무친 눈빛이 마루를 향했다.
일단 마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 양의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었다. 거기에 국토안보국에서 준비한 군 항공편을 타고 가려면 하루밖에 여유가 없었다.
이걸 놓치면 코로나 시국인지라 검사와 격리, 접종 절차를 거쳐야 했다. 미국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전부 기록이 남는 일이었다.
돌아가는 꼴을 봐도 좋지 않았다. 한국에서 죽치고 있다가는 다시 일본에 끌려갈 확률이 높았다. 일본에서 일 터지면 가까이 있는 인력으로 돌려막으려 하지 않겠는가?
버지니아에 연락해서 정보를 구해달라고 하면 뒤를 밟히는 것도 문제였지만, 정보 대가로 일본에서 뺑뺑이 돌라고 하면? 기순이를 구하면 모를까, 이상한 정보 하나 물어다 주고 그러면 어쩔 건데?
“우리가 버지니아랑 직접 연락하는 건 아니야.”
그러니까 오늘 저녁은 물떡 2개.
억울함에서 서러움으로 변하는 김 양의 눈빛이었지만 마루는 끄덕하지 않았다.
웅- 웅-
후드의 전화.
“어. 찾았어?”
[···확인했는데, 버나드 그린순이 탄 요트가 인천항으로 입항했습니다. 항만 CCTV는 자료가 남아있어 다행이었습니다. 도착한 당일 바로 택시를 타고 서울 방향으로 이동한 기록이 마지막 기록입니다.]음- 느낌이 살짝 이상한데. 숨기는 게 있나? 음성변조기 때문인지 애매하네. 그렇지? 마루가 김 양을 봤다.
고개를 팩 돌려 ‘모름. 모른다고!’를 온몸으로 외치는 김 양.
“고마워. 내가 바로 찾아볼 동네 찍어서 문자로 보낼게. 그쪽 CCTV를 중심으로 확인해줘. 그리고 샬롯 그룹 승계 문제가 있었는데, 누가 회장이 됐는지, 그것 좀 알아서 문자로 보내줘. 수고해.”
[알겠습니다.]이상하네. 뭔가 살짝 놓치고 있는 게 있는 거 같은데.
띠링-
[샬롯 그룹. 심은영 회장 취임.]전화 끊자마자 바로 문자가 왔다. 일 처리 정말 빨랐다. 속도를 보니, 이거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기순이 녀석 분명히 나루 근처를 배회했을 테니까.’
일단 나루가 자주 돌아다니는 동네 찍고, 기순이 자취방하고 근처 찍고 그렇게 문자를 쓰고 있는데 띠링-소리와 함께 파일이 들어왔다.
‘동영상 파일?’
영상을 재생하자, 낯익은 장소가 나왔다. 부산 샬롯 호텔 회장실이었다. 화면 속에는 심은영과 한 남자가 찍혀 있었다. 일본어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 내용이 가관이었다. 사내는 일방적으로 샬롯에 있는 자료와 지원을 요구했다. 명령이라면서.
마루는 살짝 웃음이 나왔다. 일본이 사실상 망했는데 명령? 제정신인가? 그런데 저렇게 막무가내라니.
아니나 다를까 순식간에 분위기가 흉흉해졌다. CCTV에 뚜렷이 보일 정도로 일렁이는 공간, 그곳을 노려보는 사내. 이어서 갑자기 사내가 심은영을 공격하려고 하자 투명한 벽이 위에서 떨어지고 책상에서 솟구쳐 올라 가로막았다.
‘준비가 좋네. ···응?’
마루의 눈매가 좁아졌다. 사내의 움직임, 일반인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그리고 저 파괴력. 단단해 보이는 방탄벽을 두들겨 깨는 모습도 그랬다.
심 회장이 자리를 피하면서 포획하기 위해 마취 가스 같은 것을 뿌렸지만, 놈은 기어코 밖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버서커 폴이나 크리스털을 썼다는 건가?’
신체능력이 강화된 인간이 약을 쓰면, 도핑한 것처럼 더 강해진다는 소리? 그런 마루의 눈에 이기영 과장이 갑자기 방벽을 치는 모습이 들어왔다. 빠르고 간결한 펀치. 3~4개월 전에 봤을 때는 저렇게 빠르지 않았다.
“이거 참 여러모로 생각할 게 많아지네.”
물떡 2개에 분노하고 있던 김 양도, 마루의 진지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
“일본에서 헤어진 경호원 말이야. 잘 돌아갔나 보다.”
일본 애들은 대체 뭔 연구를 한 거야? 심 회장은 무슨 생각이지? 샬롯이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국가가 뺏으려고 한다면 지킬 수 없을 텐데. 꼭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든 미국이든 다른 나라에 퍼지면 좋을 게 없지 않나?
잠깐.
이렇게 허술하게 정보관리를 한다고? 그 심은영이?
“설마?”
“?”
정보가 자연스럽게 흘러나가도록 한 것이라면? 그래서 이게 뭐냐고 묻는 자들에게 모든 것은 재난이 터진 일본에 있다. 연구자료든 무엇이든 일본에 있다고 해버린다면?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암중에서 벌어지는 쟁탈전을 세계 단위로 확대하려고? 대일본 시대라도 만들려고 하는 건가?
“대체 무슨 생각이지?”
“···혼자 먹으려고?”
‘아니 좀. 먹는 거랑 연관 짓지 말고.’라고 말하려던 마루가 김 양의 초롱초롱한 눈빛에 해탈했다.
“그래. 돼지국밥 먹으러 가자.”
“내가 찾아봤음. 뉴투브에서 유명하다는 맛집인데···.”
씩씩하게 앞장서는 김 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