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204)
러스트 [RUST]-204
휴대폰에서 들린 소리에 마루가 벌떡 일어섰다. 늘어져서 TV를 보고 있던 김 양이 언제 그랬냐는 듯, 글록-17을 꺼내 들곤 점검하며 말했다.
“간호사?”
“그래.”
김 양이 홀스터에 권총을 넣었다.
“바로 감?”
“너는 빌딩 관리해라. 후드랑 통제실 지켜.”
“협찬 씀?”
“그래. 누가 뭐라고 하든··· 아니다, 통제실 같이 가자. 협찬은 어디에 뒀어? 후딱 입고 나와.”
일본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엑소슈트였다. 김 양이 방에 들어가 장비하고 나왔다. 가벼운 발걸음.
끼융끼융
“그거 소리는 어떻게 안 된다니?”
“···아마?”
소리를 줄이려면 모터 무음 모터를 써야 하는데, 그건 출력이 낮다고 했다. 소리를 줄이고 낮은 출력을 감당할 건가? 아니면 출력이 높은 대신 약간의 소음을 감수할 건가?
둘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고 했고 김 양은 힘을 선택했다. 무음 모터라고 해도 기계 특유의 느낌을 지우긴 어려웠으니까. 어차피 은밀 기동이 어렵다면 힘과 순발력이었다.
끼융끼융
엘리베이터를 타고 중앙 통제실로 내려가자, 국토안보국 요원을 비롯한 여러 정부 기관 요원들이 앞에 모여있었다. 굳게 닫힌 통제실 문 앞에서 떠드는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지금 같이 혼란한 상황에서는 국방부 전략사령부의 통제에 따라야 합니다.”
“확인된 바로는 바이러스 사태인데 무슨 국방부입니까? 질병과 관련된 사태는 당연히 질병통제센터에서 맡아야죠.”
“국가 안보 상황에서는 국토안보국이 가장 높은 지휘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끼융끼융
갑작스럽게 등장한 엑소슈트.
[닥치셈!]김 양이 일갈했다.
“······.”
“······.”
“······.”
그것도 완전무장한 엑소슈트가 진입하자 삼삼오오 모여있던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그 침묵 속으로 마루가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이야기 좀 하죠. 국방부 전략사령부? 그쪽 분들과 질병통제센터 분들이 왜 여기 있죠?”
국토안보국 요원이 앞으로 나섰다.
“전략사령부 사람들은 모듈형 원전 보안 문제 때문에 온 사람들입니다.”
모듈 원전은 전략물자였다. 그런 전략물자를 관리하는 데 있어, 국토안보국에만 맡길 수 없었다는 것. 그러니까 교차 보안을 목적으로 들어왔다는 소리.
“그런 소리 못 들었는데요.”
“···저번에 보안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일임하신다고 하셨기 때문에.”
아- 빌딩 공사하면서 보안 부분 알아서 하라고 했었다.
“질병통제센터는 무슨 일로?”
“제약 관련해서 연구, 생산시설 들여온 것 있지 않습니까. 그쪽에 조사해야 할 것이 생겼다고 해서 말입니다.”
바이러스나 세균 관련 실험을 하는 것은 아닌지, 실험 장비에 대한 보안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이것에 대해서 교차 확인을 하겠다고 왔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하필 이들이 왔을 때, 동시 다발적으로 문제가 터지기 시작한 것이었고.
마루가 국토안보국 요원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전략사령부? 그쪽 분은 지하에 있는 모듈 원전 보안실 밖으로 나오지 마세요.”
“뭐요?”
“모듈 원전인가 그거 보안 때문에 왔으면 그거나 똑바로 지키도록 하시라고요. 알아들었습니까?”
“비상시에는 전략사령부에서 징집과 징발에 대한 권···.”
스르르르릉-
“야-”
“내 걸 왜 멋대로 징발이고 나발이고 지랄이야. 죽고 싶냐?”
칼을 뽑아든 마루가 으르릉거렸다.
!?
!!!
칠흑 같은 살기가 넘실거리는 느낌. 붉다 못해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환상에 사람들이 전부 얼어붙었다.
“벙커가 넘치는데 왜 여기서 그러는데? 시설이 좋아 보이니까 그냥 통째로 꿀꺽하고 싶어?”
디트로이트에는 60~70년대에 건설한 핵전쟁 대비용 벙커만 3자리 숫자가 넘었다. 이후에도 꾸준히 대피소와 벙커를 늘려 현재 1천이 넘어가는 시설이 있었다.
전략사령부에서는 기존에 있는 시설과 벙커만 관리해도 충분할 텐데 여기서 이래? 그냥 실종시켜 버릴까? 압착, 분리 배출하면 누가 알 건가?
순간 든 생각. 살기가 살짝 치솟자 마루 근처에 있던 질병통제센터 직원이 견디지 못하고 숨을 뱉었다.
커헉-
숨 토하는 소리와 함께 비실비실하게 생긴 사람 하나가 앞으로 꼬꾸라졌다. 질병통제센터 쪽 인물들이 호다닥 쓰러진 사람을 데리고 나갔다.
쯧-
식을 땀을 흘리며 쳐다보는 사람들을 향해 마루가 칼을 뻗었다.
까닥까닥
나가라는 소리.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뒤로 김 양이 말했다.
[괜찮음?]“죽이는 것보다는 낫겠지.”
마루의 말에 김 양이 고개를 끄덕였다. 초장부터 피 보기가 그렇기는 했다. 이렇게 빡 기합 한 번 주는 게 나중을 생각해서라도 좋은 선택. 백정의 살기를 진하게 한 번 맛보면, 어설프게 엉겨 붙을 생각은 들지 않을 테니까.
중앙 통제실 앞에 두 사람만 남자, 슬그머니 차단문이 열렸다. CCTV로 보고 있던 후드가 연 것.
“저쪽에서 보안코드에 접근하고 그러지는 않았고?”
“입주 첫날 전부 바꿔놔서 괜찮았습니다.”
음성변조기 목소리가 답했다.
“잘했어. 앞으로도 영장이고 무슨 서류고 다 무시해.”
마루의 말에 후드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그런다고 해두자.
“모듈 원전 지키는 애들이 중간에서 전력 차단해도, 태양광 발전이랑 비상 발전기로 충분히 버틸 수 있으니까. 그쪽이 뭐라고 하든 끌려다니지 마.”
처음 설계가 태양광 필름으로 생산한 전력만으로 주요 시설 굴리게 하는 방식이었다. 모듈 원전에서 전력 차단하면, 서버실과 슈퍼컴퓨터 먹통에 스마트 팜 시설 90% 중단일 따름일 뿐.
슈퍼컴퓨터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생존에 문제는 없었고, 스마트 팜도 가동 줄이면 될 일이었다. 1~2%만 가동할 수 있으면 100명이 먹고 살고도 남았다. 밑에서 쫄쫄 굶으면 알아서 전력 올릴 테니 아쉬운 건 그쪽이었다.
마루의 말에 연거푸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딴생각을 하는 후드였다. 사만다의 코드를 슈퍼컴퓨터로 옮기는 중이라, 슈퍼컴퓨터의 전력이 끊기는 건 피해야 했다.
“···그러니까 김 양이랑 여기를 잘 지켜. 일단 상황이 어떤지 시내 CCTV 열어봐.”
어? 잠깐. 지금 저 여자가 여기에 있겠다고? 후드가 김 양을 바라봤다. 끼융- 고개를 돌려 후드를 쳐다보는 엑소슈트의 머리.
“여기는 저 혼자서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보안 프로그램도 다시 짜서 보안도 확실하고, 자동 포탑이 있으니까 침입자가 생겨도 충분히 격퇴할 수 있습니다.”
어쩐지 다급한 후드의 말에 마루가 김 양을 돌아봤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김 양.
“상황이 어떤지 시내 CCTV 열어봐.”
후드가 주섬주섬 키보드를 두들겼다. 커다란 중앙화면에 빌딩 주변 지역 CCTV 화면이 들어왔다. 몇 군데 교통사고가 난 것을 제외하면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병원과 시청을 비롯한 관공서와 주요 인프라엔 이미 군경이 배치되어 있었다. 미친놈들이 길바닥을 몰려다니는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병원으로 돌려.”
무장한 군경이 병원을 호위하고 있었다. 확실히 대비하고 있는 모습. 구급차에 실려온 환자가 발작하자. 그대로 진정제 투약.
진정제가 듣지 않고 발광하면 의료진 곁에 있던 군인이 발광하는 환자의 관절에 총알을 박아 움직임을 막은 뒤 꽁꽁 묶어 포장해 버렸다.
응급구조대나 소방차가 출동할 때는 무장 병력이 함께 이동했다. 초기에 문제가 생길 여지를 원천 차단하는 모습이었다.
“이상한데?”
“?”
마루는 위화감을 느꼈다. 지금 보고 있는 CCTV대로라면 간호사가 비명을 지를 이유가 없었다.
총소리에 겁먹어서 소리를 질렀다고? 그럼 통신은 왜 끊겼는데? 멍청해 보여도 그 일본을 겪은 간호사였다. 별일 아닌데 그럴 리 없었다.
“병원 CCTV 이상 없는 거 맞아? 다시 잘 확인해봐.”
“아··· 네.”
타다다닥- 후드가 병원을 CCTV를 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다.
“1번, 2번, 3번 이상 없습니다. 4번, 5번도 이상 없습니다.”
“이상 있는지만 말해.”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 거지? 후드는 병원 CCTV를 쭉 점검했다.
“···이상 없···.”
CCTV 몇 개가 이상했다. 그러니까 영상을 미세하게 잘라붙인 흔적. 사만다가 확인해줬으면 금방 해결했겠지만, 지금 사만다는 슈퍼컴퓨터를 장악하는 중이었다. 사만다의 코드가 슈퍼컴퓨터에 완전히 안착하기까지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이런 실수가 나왔다.
“이상 없는 거 확실해?”
“···10번, 13번, 17번 CCTV가 이상합니다. 이쪽 영상이 조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몇 병실과 수술실 일부, 응급실 후문, 그쪽과 연결된 복도에 설치된 CCTV였다.
‘영상조작이라.’
CCTV를 조작할 이유가 뭘까? 샘플을 빼돌리거나, 나중에 과잉 진압 논란 부분을 원천 차단하려고 하는 거겠지.
“어딘지 모르겠지만, 조직적으로 장난치는 애들 있으니까 잘 지키고 있어. 외부에서 들어오는 건 무조건 막아.”
[국토안보국은?]“덴 브라운 과장이 직통으로 연락하는 것만 확인해. 같이 일해 봤으니. 엉뚱하게 헛소리하지 않을 테니까. 이상한 놈들이 지랄하면 국토안보국에다 연락하라고 해.”
[알겠음.]지금 상황에서는 국토안보국 라인만 잡으면 됐다. 나머지 정부 기관이 뭐라고 하든 국토안보국으로 돌리면 됐다.
“과장이 인증하는 경우만 통과. 나머지는 무시. 무슨 기관이니 정부니 강제로 들어오려고 하거나 선공하면 반격해.”
[알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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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안보국
덴 브라운 과장은 책상을 톡톡 두들겼다. 변이 감염자들 확진이 몇 건씩 생기다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보고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다행스럽게도 주요 시설에 군병력을 미리 전개해 둬, 인프라에 문제가 생일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까지는 계획대로 됐는데.’
물리거나 깊게 할큄을 당하면 감염된다. 이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공기감염인데 이걸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감염자들이 날뛰는 동네가 생길 것이고 이들을 진압하려면 다량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변이 바이러스에 걸렸다고 가족을 죽인다면 그걸 누가 받아들이겠는가? 심지어 겉으로 보기에 멀쩡한 케이스도 있었다. 무증상 감염. 자기는 멀쩡하면서 퍼트리기만 하는 숙주 같은 감염자.
일단 감염 가능성이 있는 자들을 전부 강제 수용한 뒤, 검사 후 음성 판정이 나면 풀어주는 방법이 가장 확실했다. 그리고 마치 이런 일이 있을 것을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미국 전역에 대규모 수용 시설을 만든 기관이 있었다.
‘피마 캠프(FEMA CAMP)라.’
미국 연방 재난 관리청(The 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국토안보국 산하 기관이지만, 독립적으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
이곳이 하는 일은 재난 대비와 대응인데, 실제로 자연재해가 터졌을 때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아,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기관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산하 기관이면 제대로 통제에 따라야 하는데 거의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정보에 따르면 피마 하나만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나라 여러 기관이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다.
요원 가운데 한 명이 배치 상황을 보곤 질문했다.
“디트로이트시에 배치한 병력과 요원이 다른 지역에 비해 너무 적은데 괜찮겠습니까?”
“거기는 괜찮아.”
덴 브라운 과장이 단언했다.
“거기에는 무서운 게 살고 있거든.”
병력도 요원도 적은 곳이 있다면, 꿍꿍이가 있는 놈들이 기어들어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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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이는 공간을 따르는 소리.
다다다닥-
10m 벽을 수직으로 내달리던 마루가 중간에서 박찼다.
부웅-
수직으로 낙하하던 힘을 수평으로 변환해 떠오른 마루가 버스 위에 사뿐하게 내려앉았다.
[···이상 없음.] [전방 교통사고로 정체]은신 로브로 몸을 감춘 마루가 버스와 트럭을 옮겨 타며 움직였지만,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했다. 그렇게 간호사가 있는 병원까지 순식간에 도착했다.
정문과 응급실을 지키고 있는 주 방위군과 경찰들. 전원 총기에 소음기를 장착한 것을 보면, 확실히 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듯싶었다.
[간호사는 연락되지 않고?] [네.] [위치추적 가능한가?] [주변까지는 가능합니다.] [좋아. 거기까지만이라도 보내줘.]잠시 뒤, 은신 로브 내부 디스플레이에 위치가 떠올랐다.
병원 설계도 위에 찍힌 붉은 공간. 대충 10m 범위. 간호사가 마지막으로 전화한 곳은 3층 인턴실이었다.
마루는 바로 침투하지 않고 외곽을 먼저 확인했다. 방위군은 주로 주 출입구와 응급실 인근에 모여있었고, 외곽은 경찰들이 순찰하고 있었다.
타다다닥-
외벽을 타고 올라간 마루가 창틀을 밟고 단번에 3층 열린 창문으로 뛰어들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CCTV가 조작됐다고 한 복도엔 익숙한 냄새가 나고 있었었다.
녹슨 쇠 냄새가.
스르르릉-
칼을 뽑은 마루가 발걸음을 옮겼다.
순간. 삑삑 울리는 경고음.
‘레이저 감지 장치?’
알람 소리와 함께 소속 마크가 없는 검은색 특수복을 입은 자들이 튀어나왔다.
“꼼짝 마···”
부가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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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실선에 뒤따라 둥실.
잘린 팔과 머리통이 허공으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