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205)
러스트 [RUST]-205
툭-
후두두둑-
공중에 떠오른 조각들이 바닥을 구르자, 그 소리를 듣고 옆에 대기하고 있던 놈들이 문을 걷어차고 나왔다.
“손들···”
“WHAT THE···”
놈들은 한마디 말조차 끝내지 못한 채, 검은 실선과 만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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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에 닿은 문짝이 사선으로 썰렸다.
문이 절단되며, 그 앞으로 나온 놈들이 같이 분리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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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쇠를 당겨보지도 못하고 잘린 손들이 바닥에 떨어졌고, 이미 쏘아진 총알은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ㅆ···”
입도 벙끗 못하고 목이 떨어진 머리통이 바닥을 굴렀다. 잘린 단면에서 피와 함께 내뱉은 숨이 허공으로 뿜어졌다.
콰각-
콰가가각-
복도와 천장에 길게 그어지는 흉터. 칠흑의 칼날이 할퀴고 지나간 흔적 뒤에 남은 건 토막들뿐이었다.
삑삑삑-삑삑삑-
안개처럼 피어오른 핏방울 사이로 레이저 감지기에서 뻗은 레이저 선이 흐릿하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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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의 액션 캠에서 보이는 화면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던 김 양은 깜짝 놀랐다. 병원에 잘 들어갔다 싶었는데 순식간에 칼부림이 났다.
길게 그어진 실선 끝으로 조각난 것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 사람을 해체한 칼끝이 벽에 닿아 불똥을 만들었다. 칼을 얼마나 빨리 휘둘렀는지 철근 콘크리트로 된 벽에 불똥이 튄 흔적과 핏자국이 길게 뒤엉켜버렸다.
쉬익-쉬익-
화들짝 놀란 후드가 거친 숨소리를 냈다.
김 양도 순간 위가 경련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러니까. 갑자기. 지금···.
[뭐임?]“······.”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내가 알겠나? 화면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후드였다.
누군지 모를 놈들에게 레이저 경보기가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보다 더 식겁한 건 백정의 행동이었다. 그냥 총구를 겨누자마자 썰어버리는 모습. 문답 무용.
[이것들··· 간호사를 건드리면 내가 올 걸 알고 있었네.]담담한 마루의 목소리에 김 양이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어떻게?]아니, 백정님아.
이제 관심법이라도 생긴 것임?
놈들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님이 어떻게 앎?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생각을 해보셈···
화났음?
짜증 난 것임?
그렇다고 해도 여긴 미국이잖음?
그냥 썰어도 됨?
미국이고 뭐고 절단?
일단 덤비면 토막임?
김 양의 절규가 무색하게, 화면 속 마루는 칼끝으로 벽에 붙은 레이저 경보기를 쿡쿡 찔러댔다. 삑삑-소리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레이저 경보기. 나한테 은신 장비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 놈들이 아니었다면, 이딴 걸 왜 병원에 붙여놨겠어?]아니. 그래도 그렇지··· 그런가? 맞나?
김 양이 갸웃 후드를 바라봤다. 후드는 뭔가를 깨달았는지 몸을 빳빳하게 똑바로 세웠다.
[미국인데 괜찮겠음?]그래도 여기 미국이잖아요. 백정님아 좀 깜빡이 켜고 썰어요. 네? 미국 무슨 무슨 소속 애들이면 어쩌려고 일단 칼질부터 합니까. 김 양이 필사적으로 마음을 전했다. 백정에게 닿기를··· 제발.
[미국이면 어쩌라고.] [······.]아- 글렀다. 글러 먹었다. 김 양의 안색이 칙칙하게 변했다.
어쩌지? 미국 애들이면 벌통 건드린 거 아니야? 확실히 미국 애들이 맞았다. 병원 앞에 주 방위군이 있고 경찰들도 순찰하고 있었는데, 병원 안에 있는 애들이 미국 애들이 아닐 리가.
[미국에서 일이 터졌으니 미국이지.] [······.]미국에서는 중국 애들이 중국해도 미국이다.
[그러니까 어쩌라고?] [······.] [국토안보국이든 버지니아든 어떤 경로든지 정보가 샜을 수도 있고, 이번에 일본에서 찍은 영상이 돌았을 수도 있지. 그걸 봤다면 관심 있는 애들이 생기지 않았겠어?]일본? 그렇구나. 일본에서 싸웠던 내용이 녹화된 작전 영상은 해병대랑 육군이 봤으니까 국방부까지 봤을 거고, 국토안보국과 버지니아를 비롯해 정부기관 모두 확인했을 것이다.
당시엔 영상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무조건 퇴각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지휘관 암살 누명도 벗기 위해서는 녹화한 영상을 공개해야 했다. 그런데 그거란 지금 병원에서 썰어버린 애들이랑 무슨 상관?
[일본에서 능력치 높아진 애들이 생겼는데, 데려오라고 했더니 신 일본이니 일본 재건이니 하면서 오지 않는다고 하니까 몸이 달아올랐겠지.]뭔가 초인적인 능력이 생긴 애들이 있다는데, 구하지 못해 현기증 나는 와중에 이쪽에도 하나 있다네? 국토안보국 산하라고? 됐어. 걸리지만 않으면 어쩔?
[한 번 찔러보자. 마침 비상사태도 터졌겠다. 잡으면 대박. 대충 이렇게 생각한 애들 아니겠어?]마루의 이야기에 머리가 빙글빙글 돌 것만 같은 김 양이었다.
[어디임?]그래서 어디라고 생각해서 썰었음? 대책은 있음?
[군산복합 그쪽이거나 아니면 다른 정보기관과 연계된 제약회사? 어쩌면 군부일 가능성도 있지. 슈퍼 솔저 연구한 애들일 가능성도 있고. 근데 그게 누구든 어디든 무슨 상관있겠냐.]‘뒈지고 싶다는데.’
마루의 태연한 혼잣말에 김 양은 소름이 돋았다. 그건 후드도 마찬가지인 듯 타다다닥- 키보드를 열심히 두들겼다.
[아직도 CCTV 통제권 확보 못 했어?]“금방. 됩니다. 금방.]
사만다 어디 갔느냐고 하면 곤란했다. 후드가 필사적으로 CCTV 통제권을 공략했다.
[간호사 있는 위치 찾으면 바로 말해.]“알겠습니다.”
커다란 화면 한쪽 분할된 곳에서 CCTV 영상이 떠올랐다.
“바로 앞에 보이는 오른쪽 복도 뒤에, 적으로 보이는 자들 5명 있습니다. 그쪽에 있는 비품 창고에 간호사가 있습니다.”
[오케이. 방금까지 영상이랑 대화한 내용 국토안보국 덴 브라운 과장한테 보내.]“네? 지금 찍힌 영상을 보내라고요?”
[국토안보국 관련 애들은 아닐 테니까. 영상 보내면 뒤처리는 그쪽에서 알아서 하겠지.]말문이 막힌 후드가 입을 다물자, 김 양이 재빨리 받았다.
[잠깐. 숨기지 않음?]능력 감추려고 했잖음. CCTV도 통제해서 흔적 남기지 않으려고 살살하고 다니고 그랬는데, 갑자기 이래도 됨?
[이런 놈들이 대놓고 돌아다니는 꼴을 보니, 작심하고 노리고 있다는 소린데. 숨긴다고 숨겨지나?]마루가 칼끝으로 쿡- 시체에 붙은 카메라를 꿰어 CCTV 앞에 흔들었다. 작은 액션 캠이 칼끝에 박혀 있었다.
[이미 놈들이 알았어. 녀석들이 딴소리하기 전에 국토안보국 쪽에 영상 보내서 압박하는 게 유리해. 영상 보내 보면 알겠지.]마루의 담담한 목소리에 후드와 김 양이 오랜만에 서로 마주 봤다. 그러니까 저 말은 이제 여차하면 대놓고 썰겠다는 소리지? 맞지?
‘역시 백정은···.’
‘그냥 직진인가?’
뭔가 교감이 조금 생긴 기분에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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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가 보낸 영상을 확인한 덴 브라운 과장과 국토안보국 직원들이 입을 벌렸다.
“Oh My G···.”
“JESUS···.”
‘그 소리는 내가 하고 싶다.’
덴 브라운 과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디트로이트 쪽에 투입하는 병력을 줄이면, 이상한 놈들이 그쪽으로 갈 건 예상했다.
합중국에는 벌레가 많았다. 합중국에 기생하고 있는 기생충이. 법망을 피하고 로비를 이용하고 그렇게 합중국을 갉아먹는 것들.
놈들이 오매불망 기대하던 일본산 초인들 확보가 불확실해졌으니, 뭔가 행동하리라 생각했다. 기생충 새끼들이라면 국토안보국 산하 용병이라는 타이틀 따윈 무시할 게 뻔했다. 법을 우습게 아는 놈들이라면 뭔 짓이든 할 테니까. 그걸 반쯤은 기대했다.
그럼 당연히 블라디마루와 충돌이 벌어질 거고. 덴 브라운 과장이 지금껏 봐온 블라디 마루라면 놈들을 참교육하리라 생각했다.
대충 두들겨 잡아서 그놈들은 뭔지, 뒤를 봐주는 것들이 누구인지, 생포하는 놈도 나오고 그러지 않을까?
당연히 그러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도 무색하게 말 한마디 섞지 않고 회를 쳐버렸다.
‘당연하긴 개뿔이.’
흐흐흐흐흐
“과장님 이거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무슨 슈퍼 솔저라도 되는 겁니까?”
직원들이 아우성쳤다. 이 영상을 숨기고 있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이걸 이대로 바로 돌리는 것도 불가.
“어떻게 하긴. 순리대로 해야지. 일단 디트로이트에 있는 애들 보내서, 놈들이 뭔지 어디 놈들인지 확인하고 역추적하라고 해.”
“블라디 타워에 있는 애들 보낼까요? 거기가 제일 가까운데 말입니다.”
마루가 일본에서 활약한 영상이 돈 뒤로, 국토안보국 직원들은 디트로이트에 올라간 마루의 빌딩을 블라디 타워라고 부르고 있었다.
“빌딩 애들은 계속 거기 지키라고 해. 거기 애들 빠졌다가 무슨 일이 터지면 그건 누가 감당하나?”
아마도 빌딩 보안 인원 빠지면 거기도 찔러보겠지. 엮여도 더럽게 엮일 판이었다. 영상을 다이렉트로 받아버렸으니, 그냥 은근슬쩍 넘어갈 수도 없었다.
‘제발 이상한 놈들만 아니어라.’
전략사령부 산하라든지, 버지니아라든지, 차라리 군산복합 기업이나, 제약회사 쪽이면 좋겠다.
모든 사건은 중국 때문이었다. 중국 애들이 일본에서 지랄하지 않았으면 블라디마루가 힘쓸 일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일본도 문제였다. 구해준 일본 애들이 얌전히 미국 왔으면 이런 일 안 터졌다.
덴 브라운 과장은 골치가 아팠다. 어쨌든 칼질하는 걸 숨기지 않고 까발렸다는 건 여러모로 의미하는 바가 컸다. 여차하면 대놓고 썰어버리겠다는 소리니까.
“하- 하하하하하- 빌어먹을–.”
언제고 벌어질 일에 살짝 포크 하나 얹으려고 했다가, 쌍놈 취급받게 생겼다. 졸지에 은혜도 모르는 놈이 될 판이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가슴이 답답해졌다.
띠이이- 대형 화면에 실시간으로 현황보고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뉴욕 소요사태 정리됐습니다. 이상 반응자 모두 격리시설로 격리 완료했습니다.] [캘리포니아 LA. 이상 반응자 격리 완료. 생각보다 숫자가 적습니다.] [보스턴 사상자 다수 발생했지만, 격리 완료.]LA.의 소동이 제일 빨리 잠잠해졌다. 원인이 뭐지?
‘LA. 작전 때문인가?’
갱단과 카르텔을 한 번 쓸어버렸었다. 그러면서 노숙자들과 빈민들도 일부 정리됐었고. 그러니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사람들 자체가 줄어든 형국.
반대로 뉴욕과 보스턴은 피해가 제법 컸다. 미리 준비했음에도 저 정도 피해라면, 준비하지 않았다면 시 전체가 무너졌을지도.
오해가 생기지 않게 미리 방지하고, 관계를 다져야 할 텐데.
뭐가 아쉽다고 했었지? 칼이 좀 그렇다고 했었나?
영상을 보니, 칼이 남아나지 않게 생기긴 했다.
“연구소에서 최근에 연구한 자료 가운데, 칼과 관련된 자료 있으면 올려봐.”
[총이 아니고 칼 말씀이십니까?]“···총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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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는 천장에 붙은 CCTV를 확인했다.
“CCTV 제어권 확보했나?”
[제어권은 확보했지만, 영상은 저쪽에도 가고 있습니다.]CCTV에 액션 카메라까지 생각해 보면 이쪽이 정리됐다는 걸 알고 있다는 소리. 그런데도 복도 안쪽에서 대기하고 있다?
‘뭔가 노리고 있다는 소린데.’
그게 뭘까?
“전에 기록된 영상 있는지 바로 확인해봐. 특이한 게 있으면 바로 이쪽으로 영상 보내주고.”
마루는 벽을 확인하며 이동했다.
단추 크기의 레이저 감지기가 여기저기 무릎 높이로 붙어 있었다. 콕- 감지기를 칼끝으로 찍어 해체하고 중간쯤 왔을 무렵, 후드가 CCTV 영상을 보내왔다.
뭔가를 사방에 설치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
‘역시. 노리고 있었군.’
마루가 복도 코너로 가까이 다가가자, 오른쪽에 붙어 있는 놈들이 바짝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다.
“CCTV랑 복도 전원 꺼!”
[!]복도의 불이 꺼지는 것과 동시에 연막탄을 터트린 마루가 병실 문을 박살 내고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병실 벽 너머는 놈들이 모여있는 복도 오른쪽.
하얀 연막 속에서, 중화제를 꽂아 넣는 마루가 칼을 옆으로 늘어뜨렸다.
후으으읍-
뜨거운 숨결.
혈관을 타고 도는 중화제의 차가운 기운이 달궈진 근육과 폐를 식혔다.
탁-
내딛는 한 걸음.
전신을 비틀고 올라간 힘이 허벅지와 허리, 척추를 거쳐 칼을 쥔 팔에 전달됐다.
그리고 일격.
콰지지지지직
칠흑의 칼날이 벽을 찢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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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가가가가각-
길게 잘린 벽 건너편, 상/하체로 분리된 자들이 복도에 널브러졌다.
마루는 그대로 반대쪽 벽에 구멍을 뚫었다.
콰직!
가로막은 벽을 썰어버리면서 간호사가 잡혀있는 방으로 들어서자, 동그랗게 뜬 눈으로 읍- 읍- 거리는 간호사가 있었다.
꽉 묶인 밧줄 때문인지 유난하게 도드라지는 바운···
근데 왜 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