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208)
러스트 [RUST]-208
뀨융뀨융
김 양의 발걸음은··· 뀨융했다.
쌔끈한 총을 받기로 하고 가는 거니까 억울할 건 없는데, 그렇지 않은가? 백정은 놀고, 후드는 짱박혀 있고, 간호사는 미래를 위해서 열심히 갈리고 있었다.
어쨌든 다들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는데, 자기만 외근 나가는 느낌. 백정이 슬쩍 같이 가지 않을까 기대했더니, 칼같이 끊더라.
‘병원에 갔더니, 간호사 인질로 잡고 흔들면서 날 노렸어.’
‘내가 빌딩 밖으로 나가면 별별 놈들이 다 지랄일 걸.’
‘그럼 난? 내가 간호사처럼 인질 잡히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음?’이라고 할까 싶기도 했지만, 바운스랑 같은 취급 받는다고 생각하니까 그 소리가 절로 쏙 들어갔다.
자존심이 있지.
‘인질?’
아주 스트레스 시원하게 풀어보자. 걸리기만 해봐. 12.7mm를 앞뒤로 박아주겠어.
흥-
김 양의 우울했던 발걸음이 다시 끼융끼융 가벼워졌다.
엑소슈트 자동 보행 기능에 시속 6km로 맞춰 놓고 가서, 자동 걷게 되는 거라 따로 신경 쓸 건 없었다.
다만 엑소슈트로 이렇게 오래 걷는 것도 처음이기도 하니까 체크, 야간 탐지기도 성능이 개선된 것 같으니까 체크. 대충 목적지까지 25km 정도 가야 하니까 4시간가량 걸어야 하는 데, 배터리 계산해 보니까 잔량과 여분 생각하면 준수하고. 체크.
‘이처럼 근면 성실하게 리포트를 하는 사람이 어딨겠음.’
뿌듯한 발걸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동작감지기가 움직임을 표시했다.
띠-띠-띠-
헤드업디스플레이(HUD)에 표시된 붉은 점이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제법 빠른 속도. 사람이 저렇게 뛸 리는 없고,
철컥- 12.7mm 구경, 티타늄 합금으로 커스텀 한 기관총이 발사준비를 마쳤다. 탄환은 고폭소이철갑탄(High Explosive Incendiary Armor Piercing Ammunition) 한 발에 60달러짜리 탄으로 꽉꽉 채워 놓은 탄창이 든든했다.
바렛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브라우닝 계열의 기관총은 제법 명중률이 높았다. 김 양의 협찬 엑소슈트에 달린 기관총은 양산형보다 훨씬 높은 명중률을 가졌고. 그러니까 저격에 재능있는 김 양에게 저격형 기관총을 준 꼴.
1.8km 전방에 있던 붉은 점이 순식간에 1.5km 앞으로 다가왔다. 확실히 이상했다. 복합 조준경이 전방을 살폈다.
인간 변종은··· 아니었다. 어둠 속 흐릿한 윤곽. 디지털 보정으로 녹색 노란색으로 버무려진 형체가 점점 뚜렷해졌다.
‘개?’
커다란 개가 미친 듯이 달려오는 것을 본 김 양이 방아쇠를 당겼다. 낮은 총성과 동시에, 퍼억! 대가리가 날아가는 모습.
갸웃
왜 불이 안 붙었지? 고폭소이철갑탄인데? 총알 비싼 건데 오버였나? 3~4달러짜리 일반탄 쓸 걸 그랬나? 거의 15~20배 가까이 비싼 총알 썼는데 효과를 모르겠다.
어쨌든 목표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김 양의 엑소슈트가 머리통을 날린 개의 흔적을 향해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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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융끼융- 낮은 소리를 내며 기동하는 김 양의 엑소슈트를 바라보는 자들이 있었다.
4안 렌즈들 사이에 있는 6안 렌즈가 신호를 보내자, 스기기이잉- 조용한 모터음과 함께 2인 1조로 전개하는 엑소슈트들. 김 양의 엑소슈트보다 더 날렵하고 가벼운 모습이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완벽한 은신 기능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어둠 속이라면 충분히 통할법한 위장 장갑이 전개된 채, 서서히 김 양을 포위하려는 순간, 6안 렌즈의 HUD에 2명의 신호가 끊겼다.
[찰리- 응답하라.] [······] [찰리- 신호가 끊겼다. 무슨 일인가?] [······]‘젠장. 이게 무슨 일이야.’
‘바이탈 확인.’
HUD에 신호가 끊긴 팀의 바이탈 사인이 표시됐다.
삐——
[——–] [——–] [뭔가 있다. 조···]6안 렌즈가 옆의 팀원을 향해 고개를 돌려 경고하려고 하자, 보이는.
우드드드드-
팀원의 엑소슈트 헬멧이 꺾여 돌아가고 있었다.
이어지는 낮은 소리.
우그러지고 찌그러지고 비틀리는 소음 끝에 끄직- 팀원의 머리통이 180도 돌아갔다.
바들바들 떠는 팀원의 사지.
치직- 목이 비틀어진 틈으로 작은 스파크가 튀고. 엑소슈트의 전원이 강제로 차단되면서 축 늘어지는 모습.
일렁이는 무언가가 팀원의 뒤에 있었다.
그걸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거미줄에 얽힌 불쌍한 벌레처럼 전신이 얽매인 것 같았다.
6안 렌즈는 굳어버린 팔을 들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움직여라. 움직여라. 움직여!’
무언가 짓누르는 감각.
마치 가위에 눌린 것 같았다.
답답하다. 숨이 막혔다.
폐와 심장이 압착 프레스기에 넣어져 쥐어짜는 것 같은.
[저–]스—커-커커-컥!
적이라고. 적의 습격이라고 말하고 싶은 6안 렌즈의 시야에 보인 것은 잠시 어둠이었다.
그렇게 빙글빙글 돌던 눈동자에 담긴 것은 별이 쏟아지는 하늘이었다.
‘······.’
파랗게 빛나던 6안 렌즈가 서서히 빛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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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도 총총하게 머리 삭제한 대형견을 향하던 김 양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쩐지 느낌이 살짝 쎄-했다.
그러니까 갑자기 백정이 툭 튀어나왔을 때 같은 그런.
휙- 재빨리 뒤를 돌아본 김 양.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갸웃-
아닌데. 아닌가?
다시 한 번 갸우뚱.
커스텀 12.7mm 총구를 이리저리 찍어봐도 걸리는 게···있네?
있었다.
총구가 겨눠지자 움찔하는 뭔가가 어둑한 풀숲 저편에 있었다.
끼융- 순식간에 무릎쏴 자세로 앉은 김 양이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날카로운 총성과 함께 12.7mm 고폭소이철갑탄이 어둠을 꿰뚫었다.
퉁퉁퉁
투둥퉁
3점사로 몇 차례. 텅 빈 풀숲을 때리던 총알이 건더기를 건졌다.
뿌까아앙!
끄아아아악!
관통된 장갑 안쪽에서 피어오르는 불꽃에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모습. 적의 엑소슈트가 드러났다.
타오르는 놈을 불타게 둔 김 양이, 그 주변에 총탄을 박아 넣었다.
‘숙였나?’
한 놈만 덩그러니 있을 리 없었다.
김 양은 무릎쏴 자세를 엎드려쏴로 자세로 바꾸며 드론을 날렸다. 삑- 김 양 엑소슈트 어깨 장갑이 열리며 안에서 손바닥 크기 소형 드론 2기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드론을 보낸 방향은 팔 부분에 고폭소이철갑탄을 맞고 횃불이 된 놈 근처. 윙윙- 드론이 주변을 살핀 영상이 김 양의 HUD에 떠올랐다.
발버둥 치며 하얗게 타고 있는 놈 근처에 역시 있었다. 김 양은 HUD에 뜬 영상을 바탕으로 총구를 옮겼다.
그건 어쩌면 본능. 이렇게 쏘면 맞을 것 같다는 감각. 방아쇠를 당기자, 묵직한 반동을 뒤로하고 고폭소이철갑탄이 쏘아졌다.
별생각 없이 대충 이렇게 때리면 될 것 같은데? 하고 쳤더니, 3쿠션이 들어갔을 때의 그런 감각이었지만 결과는 확실했다.
뻐걱!
!!!
활활-
머리통에 불이 붙어 진짜 횃불이 된 적이 뒤로 꼬꾸라지자, 할 일을 마친 드론이 쪼르르 돌아와 김 양의 엑소슈트 어깨 안쪽으로 수납됐다.
‘다른 놈들은?’
김 양이 탐지기 감도를 최대한으로 올렸다.
동작감지기에 뭔가 걸리나 싶더니, 바람 때문에 풀이라도 흔들린 건지. 잠깐 흔들리다 말았다.
설마 더 없는 건가?
달랑 2마리로 날 생포하려 했다고?
아무리 엑소슈트로 무장한 애들이라도 그렇지. 진짜 2마리뿐?
한판 거하게 벌여 스트레스나 시원하게 풀려고 했더니, 똥 싸다가 중간에 끊은 기분이었다.
키잉키잉-
콱콱 걸어간 곳에 덩그렇게 놓인 머리통 없는 개의 사체.
‘이건 또 뭐임?’
머리통이 날아갔음에도 발발 전신을 떨고 있는 사채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 김 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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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커커커커컥!
둥실 떠올랐던 머리통이 빙글 몇 바퀴 회전하고는 바닥을 굴렀다. 파랗게 빛나던 6안 렌즈가 어둑하게 변하는 걸 본 마루가 침을 삼켰다.
씁-
이거 영 오버해서 힘을 줘야 했다.
칼 문제인가? 그러니까 샬롯에서 준 칼보다 확실히 튼튼하기는 한데, 엑소슈트나 벽 자르기는 좀 그렇다고 해야 할까?
저번에도 느꼈지만, 지금처럼 밀도 높은 신소재 장갑을 베는 건 여러모로 힘들었다. 장갑이 거의 없는 목을 쳤는데도 이러면 이런 종류의 장갑으로 떡칠한 놈들을 해체하긴 쉽지 않아 보였다.
‘싸울 때마다 중화제 꽂고 싸우기도 그렇고.’
중화제 자체는 중독성이 없어 자주 써도 괜찮다고 했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내성이 생기면 위험했다. 확실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과용을 자제하는 게 좋았다.
‘이런 거 입고 설치는 애들이 많아지면 피곤한데.’
손맛으로 보면 김 양의 엑소슈트와는 달랐다. 일단 장갑은 김 양 것이 더 단단했다. 출력도 김 양의 장비가 확연히 좋았고.
대신 이것들은 소음이 적고, 가볍고, 날렵한 느낌. 무엇보다 장갑이 독특했다. 카멜레온처럼 주변 환경과 비슷한 색으로 변했다. 은신 로브의 하위버전 같다고 할까?
‘칼보다 둔기를 써야 하려나?’
껍질이 단단하다고 해도 알맹이까지 단단한 건 아니니까. 둔기로 패면 내부를 진탕 시켜 잡기가 쉬울 것 같았다.
아니면 총이라든지. 12.7mm 철갑탄이면 쉽게 잡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총으로 싸워야 할까? 마루는 칼을 휘둘러 피와 지방을 털어냈다. 6안 렌즈 머리통에 마루가 털어낸 핏방울이 튀었다.
음-
근데 왜 이놈이 움직이지 않았지?
옆에 있던 적의 목을 비틀어 죽이자, 이놈이 바로 알아챘다. 바로 총을 쏠 줄 알고 사선에서 피할 준비를 했다. 그런데 이놈이 꼭 스턴(Stun)에 걸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 틈을 타서 쉽게 잡긴 했는데.
‘일단 4명 잡았고 어디 보자.’
감각을 퍼뜨리자, 당황하는 적들이 느껴졌다.
셋이 4안 렌즈였고, 이거 하나가 6안 렌즈였으니까. 이놈이 대가리였나?
남은 놈은 4명. 2명씩 짝지어 있으니까. 저쪽부터 잡으면 되겠네.
일렁이는 공간이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잠시 뒤, 풀숲이 살짝 흔들리고 이어서 목이 비틀어지는 소리와 허리가 분리되는 작은 절삭음이 바닥에 깔렸다.
이어진 총소리. 김 양이 교전을 시작한 것 같았다.
어떻게 알았데?
반대편에 있던 2명을 순식간에 정리한 김 양이 개의 사체를 우두커니 지켜보는 모습이 보였다.
잠시 후, 마루가 조용히 도로를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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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서 벗어난 공터 한쪽 검은색 트레일러 안.
삐—하는 소리와 함께 모니터 속 바이탈 신호가 길게 늘어지고 심박수 그래프가 수평을 그렸다.
“보고하라!”
“무슨 일인가!”
한 명을 시작으로 순식간에 2명, 3명의 바이탈 그래프가 수평으로 변했다. 전술 카메라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누가 어떻게 공격했는지도 모르고 당하고 있었다.
엑소슈트에는 360도 카메라가 있었다. 그러니까 뒤에서 몰래 접근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하다못해 작전 중인 요원이 후방을 놓치더라도 지휘실에 있는 오퍼레이터가 확인해 경고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오퍼레이터도 현장 요원도 아무런 낌새를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씨발. 이게 무슨.”
여자를 잡기 위해 출동한 8명의 요원 가운데 순식간에 3명이 죽었다. 그렇게 한 화면이 잡혔다, 엑소슈트의 목이 비틀어지는 장면. 허공에서 목이 180도 돌아가는 모습. 화면에 잡히는 적이 없었다. 말 그대로 허공에서 벌어지는 일.
“광학 은신 장치?”
설마 놈이? 빌딩에 있는 요원들에게서는 분명 여자만 외부로 나갔다고 했다. 그런데 은신 장비로 몰래 빠져나왔다면? 여자를 미끼로 함정을 판 건가?
그리고 들린 처절한 비명. 어떻게 알았는지 여자가 선제공격을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놈이 설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여자가 날뛰는 현장.
퇴각하라고 말하기도 전에 8명의 요원이 전멸했다.
“빌어먹을.”
여자가 2명을 잡았고 그놈이 순식간에 6명이나 처리했다.
“놈들이 함정을 팠다.”
그래도 놈이 밖으로 나왔다는 걸 알았으니까 무의미한 희생은 아니었다. 저것들이 다시 둥지로 돌아가지 못하게 몰이하면 전화위복이었다.
“비상 걸고, 전부 집합시켜.”
“회장님께 직통으로 보고한···.”
말을 끝내기도 전.
크직!
칠흑의 칼날이 컨테이너를 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