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209)
러스트 [RUST]-209
흡!
일반 컨테이너가 아니었다. 9mm 탄 정도는 막을 수 있는 컨테이너였는데.
‘초진동 나이프?’
아니. 초진동 나이프는 작았다. 소음도 심하고. 그럼 저건?
끼기기기긱!
무슨 양철 통조림 따듯 컨테이너 천장에 구멍이 뚫렸다.
동그랗게 뚫린 구멍 사이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텅 빈 허공.
“광학 은신이다! 쏴!”
경호원들이 뻥 뚫린 천장을 향해 총을 쏴댔다.
요란한 총소리와 함께 탄피가 바닥에 쌓였다.
팅-티팅-
탄피가 발에 챌 즈음, 하나둘씩 탄창을 갈기 시작했다.
철컥-
착-
동그랗게 뚫린 천장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보며 원형으로 늘어선 경호원들. 적막한 가운데 누군가 침을 삼키는 소리와 탄피가 구르는 소리가 선명했다.
“있나?”
“없습니다.”
“엑소슈트! 엑소슈트부터 장착해.”
“애들 오는 데 얼마나 걸려?”
“1시간 걸립니다.”
“씨발! 1시간이 아니라 10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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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가 살아있는 생물처럼 금속성 비명을 질렀다.
끼기기기이이이익!!!!
검은 칼날이 컨테이너 옆구리를 찢고 헤집어대기 시작했다. 중간에 걸리는 것들을 통째로 썰어버리면서.
엑소슈트를 입기 위해 탈의하고 있던 사람이 반으로 분리됐다.
어?
상반신와 하반신으로 분리된 경호원은 어째서 자신의 엉덩이가 자기 머리를 깔고 앉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고통이라기보다는 뜨거움. 아니, 차가움. 양립할 수 없는 감각이 허리를 시작으로 전신을 휘감는 것 같았다. 순식간에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엉덩이에 눌린 얼굴을 돌려 옆을 보자, 사방이 피바다로 변해 있었다.
악몽? 그래 이건 악몽이었다.
흐릿하게 열린 동공에 비친 것은 실시간으로 해체되고 있는 컨테이너, 절단되는 팔다리, 그리고. 그렇게. 사방이 서서히 검붉게 어두워졌다.
으아아아악!
비명은 현실을 반영한다.
그게 어떤 외침이든 그 속에는 정보가 담겨있기 마련이고 감정이 녹아있기 마련이었다. 입도 뻥끗하지 못하고 분해되는 사람들 가운데, 목청을 돋운 사람은 그나마 현장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었다.
참혹한 내전을 겪은 경호원들의 눈에도 눈앞에서 펼쳐지는 장면은 믿을 수 없었다. 아무리 광학 은신 장비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무력하게 당할 수 있을까?
저게 사람이라면 10m가 넘는 거리를 넘나들며 이쪽에서 ‘서걱’, 저쪽에서 ‘푹찍’ 하면서 다닐 수 있을까? 과학적? 지금 이 상황을 과학적으로 이해?
히히히헤헤에
넋이 나가 버린 보조인력 하나가 곱게 잘렸다.
“Oh My GOD···.”
신을 찾으며 자신의 삶을 회개하던 자도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
“어머니-”
“레니-”
가족과 애인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도 평등하게 조각나는 풍경.
덜덜덜덜
빈 탄창을 갈아야 하는데, 손이 탄창을 쥘 수 없었다.
질퍽-
끈적한 붉은색 위로 탄창이 떨어졌다.
나는.
우리는 대체.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었지?
흐릿한 정신.
숨을 쉴 수 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사방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작전을 떠올렸다.
여자를 인질로 잡아서.
그래.
둥지 밖으로 나온 여자를 인질로 해서
저걸···
포획하겠다고?
크흐흐흐흐
미쳤군.
그가 마지막으로 한 생각은 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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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악!
마루의 머리 위에서 2L 생수병이 비워졌다.
투명하게 쏟아진 물방울이 머리를 거처, 발목에 이를 때쯤 붉게 떨어졌다. 하얗게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등판.
후우-
깊게 숨을 쉰 마루가 중화제를 하나 더 박아 넣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열기가 서서히 잦아들었다.
짧은 시간 2번 중화제를 사용한 것은 처음이었다. 과용하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생각하자마자 이 모양이라니.
“전부 차단했지?”
마루의 낮은 목소리에 후드가 바짝 응답했다.
[예. 통신, 인터넷 차단했습니다. CCTV 영상도 전부 파기했습니다만, 하드웨어까지 처리하는 게 제일 확실합니다.]처음 엑소슈트 6명 정리할 때도 단숨에 힘을 써야 했다. 들키지 않고 조용히 처리하려면 그만큼 힘이 들기 마련. 그 뒤에 놈들의 이동기지 역할을 하는 트레일러를 공격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형 트레일러에 호위, 경호하는 인력을 포함하면 40명이 넘었다. 놈들이 완전무장을 하고 대응하기 전에 해결하려면 출력을 높일 수밖에. 여기서 한 번 중화제를 쓰고 힘을 썼다.
좋은 선택이었다. 트레일러에 다양한 무기가 있었으니까, 엑소슈트를 입기 전에 조질 수 있었고. 방탄복 성능도 확인할 수 있었다.
‘놈들이 추가 지원 병력이 오고 있습니다.’
‘추가 지원? 얼마나?’
‘헬기 3대, 헬기 기종을 생각하면 숫자는 20~25명 정도인 것 같습니다.’
‘무장은?’
‘무장은 확인이 어렵습니다. 출발지를 생각하면 PMC 같습니다. 저쪽에서 계속 트레일러로 교신을 시도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차단해. 답답하면 더 빨리 오겠지.’
그렇게 허겁지겁 날아온 헬기 3대를 잡아먹느라 추가로 중화제를 한 방 더 꽂았더니, 조금 무리한 듯싶었다.
해보니까. 짧은 간격으로 중화제를 박는 건 어지간하면 피하는 게 좋겠다. 쓰면 쓸 수야 있겠지만, 이후 탈력감이라든지 그런 쪽으로 오래가니까.
‘근데. 왜 이렇게 안 와?’
연락한 지가 언제인데.
마루가 주섬주섬 전리품을 챙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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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를 달리는 검은색 밴들이 요란하게 경광등을 밝혔다. 꼬리에 꼬리를 문 행렬에 앞서가던 차들이 한쪽으로 비켜섰다.
“얼마나 남았나?”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 속도로 가면 10분 정도면 도착합니다.”
블라디마루의 전화를 받은 덴 브라운은 무거운 엉덩이를 들 수밖에 없었다.
‘국토안보국에서 디트로이트 외곽 청소 의뢰한 거 말입니다. 그거 해결하려고 나갔더니, 어떻게 알았는지 이쪽을 노리고 매복한 놈들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담담한 목소리에 등골이 섬뜩했다.
‘일단 조금 정리를 하긴 했는데, 치워야 할 숫자가 좀 많아서요. 대충 치운다고 한다고 했지만, 사이즈가 좀 큰 것도 있고 여러모로 뒷정리가 필요해서 연락드렸습니다.’
덴 브라운 과장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따지고 들어가면 합중국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와도 관련됐다.
버지니아와 연방수사국, 새로 생긴 국토안보국 사이의 갈등, 군산복합체와 군부와의 관계. 거대 기업들의 로비, 서로 견제하고 각자 자신들 직속 정보기관을 돌리는 실정.
대외적, 공식적으로 드러난 정보 관련 기관만 하더라도. 국토안보국, 버지니아,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을 시작으로.
앞에 국가 붙은 것만 해도 국가안보국(NSA), 국가정찰국(NRO), 국가정보장실(ODNI), 국가지상정보센터(NGIC), 국가안보정보부(ONSI), 국가항공우주정보센터(NASIC) 6개.
여기에 행정부와 밀접한 정보기관만 하더라도 정보방첩국(OICI), 국무부 정보조사국(INR), 국방정보본부(DIA), 테러금융정보국(TFI)과 4개.
군부와 관련된 기관은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육군정보보안사령부(INSCOM), 해병대 정보국(MCIA), 해군 정보부(ONI) 4개였다.
각 기관이 가지고 있는 산하 정보부처 제외하고. 18개. 산하 비밀 조직까지 합치면, 사실상 100여 개 넘는 정보 조직이 있다고 봐야 했다.
마약 카르텔을 습격해서 모조리 처리했는데, 그 안에 각기 다른 정보기관의 잠입 수사원이 있었다든지, 서로 죽고 죽였는데 알고 보니 사실은 다른 기관 정보 요원들끼리 싸운 일이라거나, 다른 기관 정보 요원으로 알았는데 실제로는 스파이였던, 그런 흑역사가 터져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독점을 배제하고 경쟁을 통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든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이게 또 서로 쌓이고, 엮이고 인간의 욕망까지 뒤섞이면 기괴한 결과가 나오듯. 기관들 사이의 경쟁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지금 블라디마루를 노리는 쪽은 제약회사, 군산복합과 연관된 쪽이었다. 그쪽은 그쪽대로 ‘잡자. 잡아서 연구하자.’, ‘해부는 애국이다.’ 이러고 있고
국토안보국이나 해병대, 육군은 ‘잘하고 있는 애를 해부?’. ‘그러다가 나가리 되면?’, ‘해부해서 언제 결과가 나온다고.’, ‘전우를 해부?’ 이렇게 반대하는 쪽이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애국이나 미래를 명분으로 내세우는 상황.
그러니 무조건 저쪽을 잡아 족치기도 힘들었다. 꼬리를 잡고 올라가다 보면 제약회사나 군산복합을 넘어, 정보기관과 행정부, 국회의원이 연결됐을 확률이 100%였으니까.
‘바보 같은 놈들.’
덴 브라운 과장은 욕할 수밖에 없었다.
‘한 번 실패했으면 포기할 줄 알아야지.’
블라디마루를 포획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인력이 갈려 나갈까? 몇 년을 훈련한 전문 인력이 확 줄어 버리면? 그 뒷감당은 뭐로 하게?
당장 버지니아만 보더라도 일본에 대규모로 인력 보냈다가 터지면서 개판 나지 않았던가? 그런 걸 옆에서 봤으면 배우는 게 있어야 하지 않나?
어쩌겠나. 이미 갈려···.
창문 옆이 이글거리는 불빛으로 환해졌다. 쏜살같이 달리던 밴이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덴 브라운 과장이 고개를 돌렸다. 공터 한쪽에서 활활 불타고 있는 헬리콥터가 눈에 들어왔다.
“미친···.”
불타오르는 헬기가 1대도 아니고 3대.
대체 어떻게 헬기를 잡았지?
지대공 미사일이라도 쐈을까?
지대공 미사일은 어디서 나서? 빌딩에서 지대공 미사일을 가지고 나왔을까?
하나가 미사일 맞고 추락했으면, 그 틈에 다른 두 대는 도망치지 않나?
사방에 널브러진 흔적들. 수북하게 쌓인 시체들이 불타고 있었다.
“······.”
“······.”
“주여···.”
침묵 끝에 누군가 낸 한마디.
덴 브라운 과장은 두통약을 꺼내 생으로 씹어 삼켰다.
이게 대충 치운다고 치운 건가? 치워서 이런데, 그냥 뒀으면?
“하- 일단 주변 통제 들어가고···.”
말이 막혔다.
씨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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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는 이리저리 몸을 풀었다.
상태가 좋은 무기나 엑소슈트를 따로 한쪽으로 치우고, 국토안보국에 넘길 건 상태가 좀 그런 거로 모아뒀다.
어쩐 일로 국토안보국 덴 브라운 과장이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친히 왔다. 과장이 직접 요원들과 뒤처리 인력을 데려와서 그런지, 제법 많은 숫자.
길게 늘어선 밴에서 바글바글 내리는 사람들이 주변을 통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장비도 도착해 본격적으로 청소가 시작됐다.
얼굴이 어쩐지 초췌한 덴 브라운 과장이 멋쩍은 얼굴로 운을 뗐다.
“뭐라 드릴 말이 없습니다.”
“······.”
당연히 할 말이 없겠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있겠나? 국가정보 기관에서 의뢰한 일을 하려고 하는데 납치를 계획하고 있는 놈들이 있다는 걸 뭐로 변명하겠나?
“상황을 짐작하고 있겠지만, 다른 쪽에서는··· 블라디마루 칼린 씨를 ···그렇습니다.”
대충 생략된 부분을 알아먹은 마루였다. 기순과 이야기했을 때도 제일 고민했던 부분이었었고 그래서 버지니아나 국토안보국으로 줄을 대려고 했던 거니까.
문제는 저쪽이 단순히 거대 제약회사나, 군산복합체를 넘어 더 위로 이어졌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쪽이랑 이쪽이랑 라인 싸움이 된다거나, 이쪽에서 문제가 생긴 걸 덮기 위해 거래 대상이 되어 저쪽으로 넘겨진다거나 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나름대로 대비하기는 했다. 해병대와 육군에 빚을 지워두기도 했고, 무공훈장 받을 활약을 했지만, 입 다물고 가만히 있었던 것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써먹기 위함이었으니까.
최악의 상황이 터져도 대비할 수 있게 해놨으니까. 그건 좀 두고 보고.
“전화로도 이야기했었지만, 빌딩에 쥐가 너무 많습니다.”
마루의 말에 덴 브라운 과장이 침묵했다.
“일단 이쪽에서 파악한 자들을 한 번 싹 정리할까 하는데 말입니다.”
과장은 고개를 돌렸다. 수북하게 쌓여 활활 타오르는 시체들이 눈에 밟혔다. 이어진 침묵 끝에 덴 브라운 과장이 입을 열었다.
“정리한다는 건 저렇게 말입니까?”
“그래야 함부로 하지 못하겠지요.”
간을 본다거나, 슬쩍 밀어 넣는다거나. 그런 애들 족족 분리수거 하다 보면 알아서 사리겠지.
마루의 태연한 목소리에 과장이 길게 숨을 내뱉었다. 타오르는 시체들 가운데 다른 정보기관의 요원들도 있겠지, 어쩌면 국토안보국 산하 요원이 있을지도 몰랐다. 명령에 따른 저들의 덧없는 희생은 무슨 의미란 말인가.
“파악된 자들. 빌딩에서 내보내는 정도로 하면 안 되겠습니까?”
“······.”
“칼자루를 쥐고 있을 때,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게 좋습니다. 저쪽과 사생결단을 하면 남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
마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금이라도 관련된 사람들은 전부 내보내는 거로 하죠. 그에 대한 절차나 방법 이후 책임은 과장님이 지시는 거로 하고요.”
아니면 분리수거.
덴 브라운 과장은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