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210)
러스트 [RUST]-210
중장비를 동원해서야 난장판 정리가 어느 정도 끝났다.
몇 시간이 지나서야 저쪽 위에서도 돌아가는 상황을 확인했는지, 노발대발 발광이 시작됐다.
“그쪽이 먼저 건드려 놓고 책임이라니! 염치가 있어야지!”
[□□···□□■□···!!!]덴 브라운 과장의 전화기가 불이 났다. 마루가 딱히 신경 쓰지 않았지만, 언뜻언뜻 들리는 내용으로 봐서는 너무 많이 죽어 관련자들이 모조리 옷을 벗게 생긴 상황이라고 했다.
단순히 비율상 많이 죽은 게 아니라, 온 자들이 전원 몰살이었으니. 누군가 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다. 사망률 100% 현장에 밀어 넣었다고? 당연히 난리가 날 밖에.
‘책임은 얼어 죽을 무슨 책임을 논합니까?’
‘여기저기 사방에서 이상한 사건들이 터지고 있는데, 그거 해결하러 나간 사람을 작업하려고 했으면서 책임을 물어요?’
그래서 저쪽에서 들고나온 것이 인성론.
‘100명 가까운 사람을 모조리 죽이는 게 정상이냐?’
‘심지어 무장요원도 아니고 연구원이나 기술요원 같은 비무장 인력도 있었다.’
‘문답 무용으로 전부 죽이는 게 정상인가?’
이런 말을 하는 애들은 꼭 이렇게 넘어갔다.
‘살육병기다.’, ‘통제해야 한다.’, ‘넘겨라.’
아니. 그 순간에 어떻게 구분하고 있냐고? 다수가 한 명을 공격하고 있는 와중에 반격할 때마다 묻고 다니리? 물어보고 공격하라고?
‘비무장은 무슨 비무장. 전부 무기 가지고 있었던데.’
‘우리 애들은 무슨 죄? 거기 있다가 죽은 우리 애들은?’
‘기술진인데 파견 근무 갔다가 죽은 사람들은?’
관련된 정보기관만 2곳에 PMC, 거대 제약회사와 군산복합체까지 아주 세트로 물 먹은 상황. 잘못은 자기들이 했음에도 손해가 너무 컸는지 구질구질하게 물고 늘어졌다. 반복되는 물타기와 발목 잡기.
‘인성에 문제 있는 거 맞습니다.’
‘생존자가 단 1명도 없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합니까?’
‘그 정도 무력이었으면 충분히 항복 받을 수 있었지 않소이까!’
‘항복은 무슨 항복!’
‘일본 영상 못 봤습니까?’
‘다 알면서도 작업하려고 했으면서 정상? 항복?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어지간하면 큰 목소리 내지 않던 덴 브라운 과장이 버럭- 고함을 칠 정도니, 나름 심각한 모양. 그러거나 말거나 마루는 전리품(?) 정리에 집중했다.
엑소슈트도 그렇고 무기도, 기자재도 전부 정당한 전리품이었다. 여기저기 망가진 것이야 국토안보국에 넘기기로 했고, 저쪽에서 요구한다고 한들 멀쩡한 걸 돌려줄 이유가 전혀 없었다.
‘날 잡으려고 해놓고 인성에 문제 있다? 항복 받았으면 되지 않냐? 엑소슈트랑 장비 돌려달라?’
어이없네.
마루는 후드를 통해 덴 브라운 과장의 전화를 추적했다.
“어디서 그러는지, 누군지, 위치 확보했어?”
[별도 보안 회선을 사용하는 쪽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일반 회선이나 일반 보안 회선은 확보했습니다.]“좋아. 통화 내용도 저장할 수 있으면 해둬.”
[알겠습니다.]‘인성이라.’
저쪽이 진정한 인성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인성이 무엇인지 나중에, 시간을 두고 확실히 알려줘야겠네.’
마루가 전리품을 정리하고 빌딩으로 보낼 것을 차편으로 실어 보낸 뒤에야, 저쪽과 이야기를 마친 덴 브라운이 고개를 저으며 다가왔다.
“그- 일단 이야기가 됐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아무런 걱정없는 마루의 얼굴에 덴 브라운은 가슴에 돌을 하나 더 얻은 느낌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루는 하다만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그럼 빌딩에 밀어 넣은 저쪽 애들 다 나가는 거 맞지요?”
“···그렇습니다.”
“언제까지 나간다고 하던가요? 신경 쓰이니까 빨리 갔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남의 일 이야기하듯 말하는 마루에 덴 브라운 과장은 위염에 걸릴 것 같았다. 따로 믿고 있는 게 있나? 해병대와도 끈이 닿았고 육군과도 좋은 관계가 됐다고 이러는 건가?
사실. 이번에 쉽게 넘어갈 수 있었던 데는 해병대와 육군 쪽에서 마루를 좋게 보는 사람들이 있어서였다. 군부가 완전히 저쪽이었다면 위험했을지도 몰랐다.
“철수하겠다고 하지만 전부는 아닐 겁니다.”
“그렇습니까? 안 나가는 놈들은 알아서 치우겠습니다.”
우-웅-
진동- 마루의 통신기가 울렸다. 김 양이었다.
[노스 타운 도착해서 정리했음.]“그래. 수고했어.”
[여기 동물 좀 이상함.]“···어떻게 이상한데?”
바이러스 사태가 터지고,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감염이 폭증하는 도시를 전면 봉쇄하는 국가도 있었고, 국경을 폐쇄하는 나라도 있었다.
하지만 공기감염이라는 특성이 있는 바이러스를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했고, 그 때문에 세계 각국은 몸살을 앓았다.
그런 와중에 인터넷에 뜬 특이한 영상. 중국 거주자가 올린 영상이었다. 아파트에서 동물들을 집어 던져 죽이고, 방역요원들이 마을의 개나 고양이를 죽이는 영상이었다.
중국인들을 비난하는 댓글들 가운데, 몇 댓글이 의미심장했다.
‘중국인들이 단순히 바보라서, 잔인해서 키우던 개나 고양이를 죽였겠냐? 이유가 있으니까 죽였겠지.’
‘바이러스에 대해 뭔가 알고 있으니까 반려동물이라도 죽였다는 생각은 들지 않냐?’
마루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중국인들이 동물들을 죽인 이유는 나중에 밝혀졌다. 개와 고양이 같은 동물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숙주가 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기 때문이다.
직접 겪지 않았던가? 일본에서 마주친 미친 새들, 이상행동을 하는 물고기, 원숭이. 덩치가 커진 바퀴벌레, 쥐, 고양이까지. 바이러스에 영향을 받았다고 봐야 했다.
그리고 변이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이 변한 게 변종이었다. 그렇다면 동물들이 변이 바이러스에 걸리면? 미치는 걸까?
인간의 뇌와 심장을 먹고 영악해지는 변종이 생긴 것처럼.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이 다른 동물이나 사람의 뇌와 심장을 먹으면···
언뜻- 일본 도난 병원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복도에 널브러진 쥐들, 쥐의 사체에 머리와 심장이 사라진 기억. 거대 고양이들이 집단을 이루고 매복하고 습격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개들이.] [총을 쏴도 덤빔.] [총을 겁내지 않음.]김 양의 목소리가 마루의 상념을 깨웠다.
[길고양이가 사람 공격함.]“물린 사람들은 괜찮고?”
[아직 괜찮음. 의료지원 필요.]“그래 바로 요청할 게.”
[그리고 동물들 잘 안 죽음.] [아니다. 죽기는 잘 죽는데. 질김.]그게 잘 안 죽는다는 말 아닌가?
[개 머리를 날렸는데 심장이 2~3분 넘게 뛰었음.] [고양이도 비슷함. 대가리 날아갔는데 몸통이 따로 막 허우적거림. 오래.]대가리를 날렸으면 즉사 아닌가?
그러고 보니, 김 양이 장착한 무기는 12.7mm였다.
7.62mm 화력이 변종이나 괴물들 잡기에는 약하다고 해서, 12.7mm 구경 기관총으로 무장을 바꿨는데, 개나 고양이에 12.7mm?
머리통만 날아가는 게 아니라 산산조각이 나야 정상 아닌가?
“고양이 크기는 어때? 일본에서 봤던 거랑 비교해서.”
[그냥 약간 큰 정도. 보통 고양이보다 한 20~30% 정도 큼.]“일단. 정리 끝났으면, 조심해서 돌아와.”
[알겠음.]덴 브라운 과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노스 타운 인근 정리가 끝났다고 하네요.”
“그렇습니까? 생각보다 빠르군요. 그런데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마루는 자신의 생각을 덴 브라운 과장에게 이야기했다.
중국에서 있었던 사건을 시작으로 일본에서 만났던 변종과 괴수처럼 변한 동물들 이야기를 한 마루가 말했다. 미국에서도 동물들이 뭔가 변이를 일으키기 시작한 것 같다고.
덴 브라운 과장의 안색이 시시각각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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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거의 모든 상황에 대응하는 지침이 있었다.
핵전쟁을 시작으로 좀비 아포칼립스, 외계인 침략, 기생충 창궐, 전염병 폭발, 심지어 갑자기 사람들이 하늘로 승천하는 사건까지 매뉴얼이 있는 나라가 미국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가자,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일본에 이상 사태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시작으로, 일본에서 변종 따개비를 가져온 자들이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다.
미국은 변종 따개비에 대한 처리를 먼저 끝났다. 감염이 전파되지 않도록 이중 삼중으로 판을 짰고, 예상지역을 모조리 태워버리는 강수로 해결했다.
그렇게 변종 따개비 연구가 시작됐고 성과를 냈다. 급속지혈제, 수술보조제가 그것이었다. 전화위복. 변종 따개비 사태가 의학사를 바꿀 약을 만들 계기가 된 것이었다.
미국의 행동은 거침없었다.
일본에 고립된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구조대를 보냈고, 해병대를 주축으로 여러 차례 추가 파병을 보냈지만 실패.
동시에 일본에서 추가 정보가 들어왔다. 괴수가 된 짐승들 변종들 그리고 신체능력 강화자들. 특수한 능력이 생긴 사람들. 자존심이 상한 미국은 육군을 밀어 넣어 생존자 구조에 성공했다.
거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한 번에 하나씩 사태가 발생했다면 충분히 대응했을 것이다. 처음 변종 따개비 위협이 터졌을 때처럼.
하지만 여러 가지 사건이 동시 다발적으로 터진다면 어떻게 될까? 각기 추구하는 이익이 조금씩 다른 집단이 서로를 견제하는 시스템을 기본으로 하는 나라에서라면.
우크라이나 사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해야 한다는 자들, 변종 따개비 때문에 중국 남부 함대가 무력화됐으니, 대만 걱정은 그만하고 일본 재건에 신경 써야 한다는 주장을 시작으로.
망한 일본 언제까지 잡고 있으려고 그러냐.
일본은 포기하고 한국을 저지선 삼아 새롭게 중국 견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일본이고 대만이고 중요하냐? 변이 바이러스는 대책부터 해야지!
변이 바이러스 미리 대비했잖아. 주요 도시 해결했으니까 나머지는 애들 보내서 정리하면 되지.
일본 애들 자료 보니까 변이 바이러스가 신약의 원료가 되는 것 같은데, 이거 우리도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바이러스는 나중에 생각하고 일본에서 생긴 능력자들 걔들부터 확보하자.
일단 회춘! 회춘이 우선이다!
능력자. 슈퍼솔저. 놈부터 잡자.
그거 잡겠다고 하다가 100명 가까이 날렸는데 그걸 또?
중국 애들이 일본에서 너무 날뛰는데 추가로 병력 확충해야 하지 않을까?
아니. 변이 바이러스부터 어떻게 하자니까.
안타깝게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속보에 덴 브라운 과장이 올린 동물들의 변이 가능성 보고서는 별다른 주의를 끌지 못하고 밀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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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덴 브라운 과장이 테이블을 두들겼다.
“다들 제정신이 아니야!”
행정부처장들과 기관장들 회의에서 발생한 일은 촌극 그 자체였다.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선순위를 뒤바꿔 버렸다.
덴 브라운 과장이 생각하기에 지금 중요한 것은 변이 바이러스 사태였다.
미국은 광활한 나라였다. 당장 시골 변두리만 가더라도 코요테나 늑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멧돼지도 그렇고. 곰까지 돌아다니는데 그것들이 변이를 일으킨다면?
일본에서처럼 덩치가 커지고 총탄이 먹히지 않는 괴물이 된다면? 무엇보다 변종이 생기면 어떻게 할 건가? 도심에서 변종이 날뛰기 시작하면?
그걸 막기 위해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들이 나오면 나오는 족족 주 방위군과 경찰을 동원해 격리하고 있었지만, 손이 부족했다.
빨리 추가 예산을 통과시켜 주고, 병력도 확충해주고 해야 하는데 지금 우선순위를 뒤로 미뤄버리면 어쩌란 말인가?
“러시아가 중요한가? 대만이 중요해? 회춘?”
그놈의 회춘. 당장 틀어막은 바이러스 확산이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데?
일반 바이러스가 하루에 10만씩 증가했었다. 변이 바이러스가 하루에 10만씩 증가하면 그걸 어떻게 감당할까?
분노조절 못 하는 자들이 하루에 10만씩 늘어난다고 생각해 보라. 그런데 미국은 총기 자유화 국가였다. 분노 감염자들이 넘치는 총기 자유화 국가가 되고 싶다는 건가?
모든 국가 역량을 변이 바이러스 확산 저지에 투입해도 될까 말까 한 상황에서 지금 뭐 하자는 짓들이란 말인가?
[과장님. 텍사스에서 긴급 보고입니다.]“무슨 일이야.”
[거대 멧돼지가 나왔다고 합니다.]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