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214)
러스트 [RUST]-214
주 방위군과 연방수사국 요원들이 집을 수색하면서, 생존자들이 하나둘 발견됐다. 패닉룸에 숨어있던 사람들이었다.
“흐어어엉- 해피! 해피!”
“살았어. 살았다고!”
“엄마- 흑흑- 엄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사람들도 있었고 넋이 나간 사람들도 있었지만, 생존자들이 있다는 게 중요했다.
주 방위군 지휘관과 연방수사국 요원은 서로 보며 뿌듯한 눈빛을 교환했다. 그래 자신들은 틀리지 않았다.
국토안보국에서 감싸고 도는 놈의 말대로 불부터 질렀으면 어떻게 됐을까? 수색 없이 그냥 불태워 버렸다면, 저 사람들 전부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불이 꺼진 뒤, 사후 처리 도중 패닉룸에서 질식해 죽은 사람들이 발견되면 난리가 났겠지.
그런 정치적인 이유를 떠나서라도 사람들을 구했다는 데서 오는 자부심이 주 방위군과 연방수사국 요원들의 가슴을 채웠다.
뿌듯함과 자랑스러움도 잠시. 지옥이 시작됐다.
[치지직- 아아악- 쥐··· 쥐가!] [삐이이익··· 치이익]갑자기 분대 하나가 연락이 끊겼다. 추가로 들어간 분대원들이 보낸 무전은 총소리와 비명이 섞인 잡음이었다. 단어는 하나. 쥐.
“전부 나오라고 해!”
대응은 빨랐다. 추가 구조대를 넣는 것보다. 일단 남은 자들을 먼저 후퇴시키는 것. 그러나 수색에 참여한 5개 분대 가운데 퇴각에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불을 붙여. 쥐 새끼들을 잡는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방화선을 무시하고 마을을 둘러싼 모양으로 불을 붙였다. 먼저 불꽃으로 저지선을 만들고, 마을 입구 부분에 병력을 집중시켰다.
“장갑차!”
“화염방사기. 대기.”
차륜형 장갑차 3대가 마을 입구를 막았다. 장갑차에 비치된 화염방사기가 준비를 마쳤다.
“생존자들부터 디트로이트로 보내.”
“3소대 앞으로.”
“화염방사기 준비.”
“준비!”
“준비!”
화염방사병이 장갑차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잠시, 빈집에서 쥐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체 저 많은 쥐가 어디에 있었을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밀려오는 쥐떼.
“방사!”
“쏴!”
화르르르륵!
처음엔 간단했다. 화염방사기로 뿌리고 태우면 끝이었으니까. 쥐를 불사르고 남은 네이팜이 도로를 녹였다. 아스팔트와 시멘트가 타는 냄새.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하늘로 치솟았다.
“장갑차 전진. 화염방사병 뒤로.”
장갑차가 서서히 전진하면서 불꽃을 쏘아냈다. 그렇게 천천히 마을을 한 바퀴 돌면서 불을 지르면 깔끔했다 싶을 때, 장갑차가 아래로 푹 꺼졌다.
마치 싱크홀이라도 생긴 것처럼 쑥 꺼져버린 도로. 잠깐 바퀴가 헛돌고 중심을 잡고 구덩이에서 빠져나오려는 순간. 구덩이 틈새로 쥐들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네이팜에 불붙지 않은 땅속 구덩이 구멍으로 쏟아진 쥐들이 바로 장갑차에 매달렸다.
순식간에 타이어를 갉아먹고 장갑차 옆을 타고 올라간 쥐들이, 화염방사기를 쏘는 군인들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장갑차가 쥐떼에 뒤덮였다.
비명은 짧았고, 금속 갉아대는 소리가 밤하늘을 채웠다.
“입구에 불붙여.”
“하지만 아직 장갑차 2대에 갇힌 병사들이 있습니다.”
“입구에 불붙여! 저것들이 밖으로 빠져나오면? 불붙이라고!”
“···예.”
마을 입구에 불이 붙었고, 여기저기 불길이 치솟는 마을 뒤로 주 방위군 지휘관이 전화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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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됐습니다.]생존자를 구조했지만, 괴물 쥐가 쏟아져 나와 다수 사망자가 생겼다는 이야기에 마루는 오토바이 속도를 줄였다.
‘생존자가 있었다고?’
생존자가 있었음에도 무조건 불부터 지르자고 한 꼴이 됐으니, 좀 찝찝해졌다. 쥐떼가 덮쳤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을 텐데··· 마루의 중얼거림에 덴 브라운 과장이 바로 대답했다.
[패닉룸으로 대피한 사람들이었습니다.]그래서 바깥에서 나는 소리를 듣지 못했나? 수류탄이 터져도 반응이 없어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했었다.
미국에서는 패닉룸을 따로 갖추거나 지하실을 벙커처럼 꾸민 집도 있다는 걸 간과한 실수.
‘근데 패닉룸이든 비상용 벙커든 밖을 볼 수 있게 CCTV 같은 것도 설치하고 그러지 않나?’
마을 주변을 불태우는 작전은 성공했지만,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그 가운데 장갑차에 고립된 장병들이 문제였다.
함정 매복에 빠진 장갑차 3대 가운데 1대에 탑승하고 있던 병사들은 사망했지만, 나머지 2대는 제때 해치를 닫아 살아있다고 했다.
[엑소슈트는 전부 우크라이나와 괌으로 보낸 상황에, 주요 부품 생산 공장이 캘리포니아와 시애틀에 있어 시간에 맞춰 구조작업을 하기 힘든 상황입니다.]엑소슈트와 기갑병을 투입하기도 쉽지 않았다. 12시간에 1대 생산되는 상황이었고 이마저도 운송을 생각하면 24시간 넘게 걸린다고 봐야 했다.
결국, 미쳐 날뛰는 쥐떼와 불타오르는 열기를 견디고 장갑차에 갇힌 병사들을 구조하려면 김 양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마을로 다시 가야겠다.”
‘아니 왜?’
김 양이 눈빛으로 항거했지만, 소용없었다.
“아무래도 이상해.”
‘난 백정이 더 이상함.’
“패닉룸이든 비상벙커든 안에서 밖을 볼 수 있는 CCTV 같은 거 달아 두지 않았겠어?”
“?”
“수류탄 터지는 소리야 밀폐된 곳이라 못 들었다 치지만, CCTV 카메라 화면은?”
“?”
“유선전화는?”
“유선전화?”
거기에 미국은 아직 유선전화를 많이 사용한다고 했다.
“그래. 유선전화.”
유선전화를 사용하는 집이 분명 있을 텐데, 연락이 끊겼다?
그 마을에 간 이유가 연락이 끊겨서 가보게 된 것 아닌가?
마루의 의미심장한 목소리에 김 양이 고개를 살짝 갸우뚱했다.
“전기?”
“맞아. 전기도 이상해. 우리 집들이 빈집 수색했을 때, 불이 들어오지 않았잖아.”
“!!!”
그렇다. 유선전화든 전기든 전선으로 연결된 것이었다.
근데 그게?
김 양의 눈이 조금씩 커다랗게 변했다.
“아무래도 쥐새끼들이 전선을 끊은 것 같다.”
‘어? 진짜임? 내가 방금 생각한 거 진짜?’ 눈을 동그랗게 뜬 김 양을 향해, 마루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쥐새끼들이 뭔지 알고 끊은 것 같다. 집 한 채만 그런 게 아니라 마을 전체를 끊었는데, 실수로 끊었다는 게 말이 되냐?”
“설마? 진짜임?”
“설마? 하? 전기도 끊고 유선전화에 CCTV 카메라 케이블도 끊은 걸 쥐가 실수로 갉아서 끊었다고?”
“?!”
“지금 과장 말 들어보면, 내 생각에는 함정이다. 쥐새끼들이 땅을 파서 장갑차를 함정에 빠뜨렸어.”
“!!!”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감염체는, 서서히 치매 증상을 보였지만, 뇌와 심장을 먹으면 머리가 좋아졌다.
일본 도난 병원에서 김 양이 죽인 쥐들을 괴수 고양이가 처먹고 머리가 좋아졌는지 매복, 몰이 사냥을 했었다.
근데 쥐들이 그렇게 됐다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무리를 이끄는 놈이 생겼다고 보는 게 맞았다. 전선을 끊고 매복하고, 포위 기습하는 쥐가 보통 쥐는 아닐 테니까.
디트로이트와 이렇게 가까운 곳에 괴물 쥐들이 세력을 불리게 둘 수 없었다. 머리가 좋아진 괴물 쥐떼와 공성전 할 게 아니라면 초기에 정리하는 게 맞았다. 그러니까. 네가 가라.
마루의 오토바이가 U턴했다.
엑소슈트가 마루의 허리를 꽉 잡았다. 김 양은 고개를 팩 돌렸다.
250km 제한까지 밟자, 순식간에 도착했다.
마을 외곽을 따라 피어오른 불꽃이 죽지 않게 네이팜을 뿌려대는 병사들. 깜깜한 밤하늘을 붉게 물들인 불꽃이 후끈거리는 열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겉으로 보면 작전이 성공적으로 보였지만 그렇지 않았다. 외곽에 불을 붙이기는 했지만, 마을 중심도로와 공터를 비롯해 안쪽은 멀쩡했다. 저기까지 네이팜을 뿌려서 완전히 태워야 했다.
그리고 저 멀리, 불꽃이 가라앉기를 기다리기라고 하는 것처럼 모여있는 쥐들이 있었다. 몇 마리가 미어캣처럼 허리를 빳빳하게 새워 인간들을 관찰하고 있는 모습.
투웅!
묵직한 총성.
퍽!
김 양이 쏜 12.7mm 총탄이 이쪽을 관찰하던 쥐새끼를 분쇄해 버렸다.
[그 쥐새끼임.]그 새끼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잘 쐈다. 김 양의 급발진에 마루는 흡족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본 그놈임.]어? 쥐를 어떻게 구분한다고. 다른 놈이 빳빳하게 섰을 수도 있잖아. 마루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쥐새끼 4마리가 이쪽을 향해 몸을 일으켰다.
[···나를 놀려?]극대노한 김 양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굵직한 탄피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배경음 삼아 허리를 세운 쥐와 그 주변을 통째로 갈아버리는 김 양. 이후에도 몸을 세웠다 싶은 쥐새끼가 보이기만 하면 즉시 다져버리기 시작하는 그녀였다.
마루는 한 발에 60달러짜리 고폭소이철갑탄을 아낌없이 뿌려대는 김 양을 뒤로하고 주 방위군 지휘소로 향했다.
주 방위군 지휘관과 연방수사국 요원은 마루를 보고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루는 신경 쓰지 않았다.
정치적인 역학구조라든지, 주도권 싸움에는 관심 없었다. 머리 위에 앉아 쥐고 흔들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어쩌든지.
애초에 선선히 돌아온 이유도, 집 앞마당에 쥐떼가 바글거리는 걸 미리 치우기 위해서 아니었던가? 그러니 주 방위군이든 연방수사국이든 후기인상파를 얼굴로 표현하든 상관없었다.
형식적인 인사와 자기소개가 끝났지만, 상대방의 이름 따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마루였다.
“그러니까 장갑차 2대에 갇혀 있는 병사들을 구조. 불이 붙지 않은 집을 소각. 중앙 도로와 마을 광장을 비롯해 쥐새끼들이 모여있는 곳에 네이팜을 뿌리면 된다는 말입니까?”
“···그렇소.”
“······.”
“최루탄은 있습니까?”
“···CS 탄 말이오? 없소.”
일본에서 최루탄이 톡톡히 효자 노릇 했다고 말해줬었는데. 그냥 수색하고 태울 거라서 그렇다고 하지만, 준비가 미비했다.
“백린탄 계열도 없겠네요.”
“주 방위군이 백린탄을 쓸 일이 있다고 생각하오?”
애초에 백린탄 계열은 금지 무기였다.
마루와 지휘관의 대화를 유심히 관찰하는 연방수사국 요원이었다. 마루는 그 집요한 눈빛에 고개를 돌렸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습니까?”
“아닙니다.”
정형화된 미소로 대답하는 연방수사국 요원.
뭐지 이것들은? 앞마당 치우는 김에 겸사겸사 기분 좋게 일하려고 했더니, 영.
“일단 보급이 필요합니다.”
마루의 말에 주 방위군 지휘관이 이야기를 계속하라는 듯 끄덕였다.
“12.7mm 탄과 수류탄이 필요합니다. 최대한 많이.”
“···하사! 여기 수류탄과 0.50cal탄 원하는 대로 드려!”
“옛! 어디로 가져다 드릴까요.”
“마을 입구 근처에 엑소슈트 있을 겁니다.”
보급 문제는 해결됐고.
“구조가 성공하는 즉시, 포격하는 건 어떻습니까?”
네이팜 폭격은 버드스트라이크 때문에 손실이 크다면. 포격은 어떨까? 자주포로 이 마을을 통째로 갈아버리는 건.
“주 방위군 포병대를 소집해 이곳에 도착하기까지 최소한 3~4시간이 필요한데, 마을을 둘러싼 네이팜 불길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길어야 1시간 내외라 현실적으로 어렵소.”
텄네.
네이팜 들고 가서 폭발시켜야 한다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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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슈트가 마을 입구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뚫고 들어서자, 쥐떼가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달려들기 시작했다.
[새우도 쥐도 싫어!]12.7mm 일반탄과 교체용 총열을 넉넉하게 챙긴 김 양이 아낌없이 총알을 뿌려댔다.
투다다다닥!
사선이 지나가는 곳마다 다짐육으로 변하는 쥐새끼들. 그렇게 한 번에 수십 마리씩 갈리는데도 쥐들이 달려들었다.
김 양은 엑소슈트의 방염 성능을 이용해, 포위되면 불길 속으로 살짝 몸을 뒤로 빼 공간을 만들고 다시 안으로 살짝 들어가서 쏘는 식으로 쥐들을 공략했다.
그렇게 김 양이 소란피우는 동안, 마루는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올라 네이팜을 담은 통에 쇠사슬을 감았다. 네이팜이 담긴 플라스틱 통 겉에는 C4를 비롯한 폭약들이 붙어 있었다.
“21C에 투포환이라니.”
빌딩에는 미리 투석기나 발리스타를 만들어둬야겠다고 생각하는 마루였다. 주 방위군이 포병대를 소집, 출동, 작전지역 도착까지 3~4시간씩 걸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심지어 비상 대기 상태여서 그렇지 본래는 더 걸린다고 했다.
붕-붕-
허이짜—!
붕-붕-
에이짜—!
쇠사슬로 묶은 네이팜 통을 투포환 던지듯 빙빙 돌려 던져 넣는 마루였다. 10통 넘게 마을 안쪽으로 네이팜 폭탄을 던진 마루가 언덕 아래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다다다다닥-
팍- 불꽃의 벽을 뛰어넘어 들어간 마루를 쥐들이 반겼다.
“야. 이거- 기다리고 있었냐?”
성동격서도 안 먹혔네.
김 양이 입구에서 소란 떨면 그쪽으로 몰릴 거로 생각했는데 말이지. 보니까 그쪽에 제법 많이 있어서 먹혔나 싶었는데, 대기하고 있었다.
불꽃에 반사된 번들거리는 눈동자들.
찍-찍-찍-
비웃는 듯한 울음소리.
“하? 이것들이.”
스르르릉-
뭉클-
치솟는 살기에 맹렬하게 타오르던 화염의 벽이 울렁거렸다.
뭔가 불꽃을 내리누르고 뒤흔드는 것 같은 모습.
찍?
저벅-
검붉은 한 걸음.
맨 앞줄에서 입맛을 다시던 쥐새끼들이 나무토막처럼 뻣뻣하게 굳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