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222)
러스트 [RUST]-222
검게 지워진 뉴투브 영상을 본 마이클 PD는 흥분했다. 감동했다.
저것이다.
바로 저것 때문이었다. 사방에 저런 괴물들이 넘쳐난다는 소리였다. 그래서 그분은 방주를 만드신 것이었다. 그래서 그 높은 성벽을 만든 것이었다. 모든 것을 그분은 예비하고 있었다.
그 감동을 깨기라도 하는 것처럼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이클 PD님. 저기 이번에 구인광고하는 빌딩 광고주 말입니다.”
직원 하나가 문을 빼꼼 열고는 고개를 내밀었다.
“어- 그래.”
치솟아 오르는 감동을 내리누른 PD를 향해 직원이 폭탄을 던졌다.
“레빗 TV에서 그쪽 타겟으로 잡은 거 같은 데요?”
“그게 무슨 소리야?”
잡다니? 그분을 건드리려고 한다고? 감히? PD의 얼굴이 험악하게 변했다. 그렇지 않아도 일그러진 화상 자국이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친구 하나가 거기 근무하거든요. 레빗 TV 간판 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궁금하다.’ 거기서 ‘디트로이트에 생긴 이상한 빌딩.’ 편으로 방송한다고. 1부랑 2부로 해서, 1부를 지금 방송한다는데, 제가 디트로이트 살고 있으니까. 모니터링 좀 해달라고 연락이 와서요. 근데 그 빌딩이 이번 구인광고하는 곳이라고 들어서.”
PD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레빗 TV면 편향성이 큰 방송국이었다. 그런 놈들이 고발 프로그램에 그분의 건물을 넣었다? 어째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씹어 삼킨 PD가 날짜를 확인했다.
“오늘 조금 있다가 방송하는 편이란 말인가?”
“예. 40분 뒤에 방송하는 거 모니터링 부탁했으니까요.”
“그래 알았네. 이야기해줘서 고맙군.”
이 새끼들. 빌어먹을 새끼들이. 감히. 그분을 건드려.
아니지. 아니야. 이렇게 갑작스럽게 노린다면 이유가 있어.
놈들이 노리는 게 뭘까? 이상한 빌딩이라고? 빌딩에 초점을 둔 건가? 왜?
“설마 빌딩 자체를 노리는 건가?”
고발 프로그램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연방수사국에서 발을 걸치기 마련이었다. 그분의 이야기대로라면 국토안보국이 일을 봐주겠지만,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면?
그래서 연방수사국이나 디트로이트 경찰과 함께 언론플레이를 하기 시작한 뒤 정부기관에서 빌딩을 압류한다? 최소한 자기들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려고 할 게 분명했다.
막아야 했다. 어떻게?
놈들의 더러운 방송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30~40분 남짓.
손대지 못하게 해야 했다.
그건 단순한 빌딩이 아니었다. 방주였다.
누구도 그분의 방주를 건드리지 못하게 해야 했다.
레빗 TV의 방송이 터지고 나면, 구인광고도 힘들어질 수 있었다.
“개 같은 새끼들!”
언론이라는 것들이 자기들 이익만 챙기려고 들어? 그분이 만든 방주를 더럽히려고 해?
어떻게 하면.
방주를.
그분을···
그분이 맡겨주신 구인광고를···
어떻게···
PD의 상념을 깨우는 여직원의 벨 소리.
[뿜-뿜-뿜.뿜. 두움- HOLY!!] [HOLY!! GETCHA!! 뿜-뿜-뿜.뿜. HOLY!! GETCHA!! 두-움-]HOLY?
거룩?
거룩하시지 그분은···
HOLY GETCHA···
방주를 GETCHA?
건드리지 못하게?
HOLY GETCHA-
종교?!
종교시설로 하면?
빌딩이나 타워가 아닌, 방주로 해버리면?
여러 분야에서 구인한다고 해도 방주에서 한다면 그러려니 할 것이다.
종교라면 할 수 있었다. 대놓고 불법, 범죄만 아니라면 뭐든 가능했다.
뉴투브 정지화면이 PD의 눈에 들어왔다.
‘해당 방송은 시청할 수 없습니다.’
이미 시청한 사람들이 수십만 단위, 감추지도 덮을 수도 없었다. 옐로우 스톤 국립공원에서 터진 참상은 저녁 뉴스에 메인으로 등장할 게 뻔했다.
사람을 사냥하는 괴물 늑대들, 여기저기 연락이 끊기는 마을들, 단체로 실종된 사람들과 관련된 뉴스도 나올 것이다.
그럼 불안함이 커지겠지? 안전한 곳을 찾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 그 불안한 순간 모든 것을 대비하고 있는 방주가 등장한다면?
“광고팀 올라오라고 해.”
PD는 바로 광고 기획과 제작 방송시간까지 일사천리로 때려 박았다.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 ‘종교’를 넣어서 ‘구인광고’까지 한 번에. 그렇게 탄생한 광고가, 레빗 TV의 고발 프로그램과 동시에 시작됐다.
[구원의 방주. 모집] [당신의 영혼과 육신을 지킬 가장 안전한 곳] [-H-O-L-Y—H-O-L-Y-] [그분께서 항상 살펴주시고 지켜주시는 유일한 방주] [각 분야에서 실력 있는 분들 모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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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종교? 지금 그 빌딩이 종교시설이라는 건가? 대체 무슨 종교라는 거야? 엉?”
국토안보국의 비호 아래 있다고 해도 방송을 터트려서 여론을 형성하면 충분히 빈틈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종교면 달랐다. 종교시설은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다.
아무리 연방수사국이라고 하더라도 불법의 증거 없이, 의혹만으로 종교시설을 감찰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거기에 국토안보국 산하 법무팀이 레빗 TV를 고소했다.
레빗 TV의 ‘그것이 궁금하다. 디트로이트에 생긴 이상한 빌딩.’ 방송분은 공익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며, 건축물 소유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불법 촬영물이고, 해당 빌딩의 내부 구조와 인테리어 형식은 전부 특허 출원 중인 있는 것으로, 이를 임의로 방송으로 공개해 지적 재산권을 침해함과 동시에, 합법적인 건축물을 불법적인 것처럼 조작 보도한 것에 관한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었다.
보기만 해도 어지러운 내용. 벽돌로 대가리를 찍는 것 같았다.
소송을 건 변호인단은 악질 높은 놈들로 한가득. 그렇지 않아도 언론을 손볼 기회만 노리고 있는 터라, 이대로라면 레빗 TV가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물어내게 생길 판이었다.
연방수사국과 전략사령부, 질병통제센터의 의뢰를 한 방송국이 망할지도 모르게 된 상황. 정말 금융치료비를 내지 못해 망해버리기라도 할 상황이 된다면 혼자 망할까?
같이 끌고 들어갈 국가 기관이 3곳이나 있는데?
“병신 같은.”
그래 병신 같은 구인광고 하나가 물을 흐리더니, 소송까지 연달아 엿을 먹이고 있었다. 엿은 엿이고 레빗 TV가 망하는 건 피해야 했다. 대규모 스캔들로 번지고 싶지 않으면.
“후- 빌어먹을 국토안보국 덴 브라운 새끼한테 연결해.”
저절로 욕이 나왔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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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 광고 덕에 이런저런 놈들이 함부로 찔러보지 못하게 됐습니다.]덴 브라운 과장의 목소리에 간만에 활기가 돌았다. 뭔가 상쾌한 분위기. 묵은 숙변이라도 한 번에 빼냈나 싶을 정도로 컨디션 좋아 보였다.
[당분간 건드릴 기관은 없을 겁니다. 쫓겨난 사람들도 결과를 봤으니 잠잠해지겠죠.]이상한 사이비 비슷한 광고 느낌인지라, 영 기분이 좋지 않았던 마루였다. 멀쩡한 빌딩이 졸지에 종교시설이 된 꼴이니 기분 나쁠 수밖에.
“그래도 그렇지 대놓고 사이비 종교 느낌이 나게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바로 그 부분이 핵심이었다. 대놓고 종교 느낌이 나도록 한 것. 그 감성이 카운터였다.
[사이비면 어떻습니까? 기계로 영혼을 정화한다는 종교가 있는 판국인데 말입니다. 그리고 방주(ARK)라니, 상당히 직관적인 표현이더군요.]마루는 이게 칭찬인지 비꼬는 건지 모르겠다 싶었다.
[종교시설로 등재 했으니, 앞으로는 별문제 없을 겁니다.]“레빗 TV 고소했다고 하셨죠.”
갑자기 걸고넘어진 방송국 때문에 꼼짝없이 방주가 될 판이었다. 어쩐지 능욕당한 기분, 이걸 치유하기 위해서는 프랭클린이 필요했다. 아주 많이.
그런 마루의 생각을 짐작하기라도 한 것처럼 덴 브라운 과장이 입을 열었다.
[제대로 고소했지요. 어쩔까 싶어서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었는데 딱 걸리더라고요. 혹시라도 빠져나가면 다른 거로 엮을 준비까지 했었는데, 저쪽에서 백기 투항했습니다.]“백기 투항이요? 그래서 얼마나 준다고 합니까?”
백기 투항을 했으면 두 손 묵직하게 증명해야 했다. 두 손이 무겁지 않다면? 그냥 말로 때우려는 게 분명했다.
[말씀드렸다시피, 레빗 TV 뒤에는 정부기관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골수까지 뽑아내겠다고 하면 저쪽에서는 어차피 죽을 거 같이 죽자고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잘못은 자기들이 해놓고 같이 죽자고요?”
[그게 이 바닥이니까요. 일단 죽겠다 싶으면 뒤에 있는 정부기관들을 엮을 거고 여러모로 진흙탕 싸움이 될 겁니다. 혼자는 못 죽겠다고 하겠죠.]“그러거나 말거나 무시하는 건 힘든가요?”
[ ···문제가 커집니다. 일단 레빗 TV는 자신들의 방송이 결백하다는 걸 증명하겠다고 빌딩의 공개 조사를 요구할 겁니다.]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잠시 고민한 덴 브라운 과장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빌딩의 시설을 전부 까발리겠다고 달려들 텐데 무시한다고 되겠습니까? 단적으로 모듈 원전이나, 비상 서버센터, 슈퍼컴퓨터, 제약시설 같은 것들이 방송에 공개되면 청문회를 피할 수 없습니다. 비공식적으로 들어간 것들도 있기 때문이죠.]“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적당히 이익을 보고, 적당히 약점 잡는 정도가 좋지 않을까 합니다.]찔리면 아플 정도의 약점을 잡아 놓는 게 딱 좋았다. 치명적인 약점을 쥐고 흔들려고 한다면 상대방은 어떤 방식으로든 약점을 없애려고 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
한참 설명하던 과장의 말이 뚝 끊겼다. 무슨 일이 생긴 모양.
‘전부? 그것도 생방송에서?’
‘중간에 방송을 끊었지만. 보고 있던 구독자들이 많아서···.’
전화기 저쪽에서 들리는 소리, 명확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이어 깊게 한숨을 내쉰 과장이 인사했다.
[···하-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순식간에 생기가 빨린 목소리로 변한 과장.
“예. 수고하세요.”
생방송과 구독자라는 말을 보면 아마도 뉴투브 생방송 도중 일이 터진 것 같았다. 라이브에서 일이 터지면 이미 사건이 벌어진 뒤라, 수습이 어려울 텐데.
“뭐임?”
무슨 일인데 고기 먹다가 말고 이야기가 길어짐?
“광고 문제도 그렇고 우리한테 시비 털었던 방송국 처리 문제 때문에. 그리고 대충 분위기를 보니까 옐로우 스톤 국립공원에서도 일이 터진 것 같더라. 저번에 들었지? 거기 식인 곰이랑 늑대 설친다는 거.”
젓가락으로 고기 세 점을 집은 김 양이 고개를 슬그머니 돌렸다.
그런 일은 난 모름. 알고 싶지도 않음. 결백함을 주장하듯 김 양의 볼이 빵빵해졌다.
옴늄늄
역시 한 번에 3점은 진리였다. 괜히 3점사가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다 이유가 있었다.
“맛있냐?”
움뇸뇸
그래. 일단 먹고 보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마루와 김 양이 정신없이 굽고 먹는 동안 TV에서는 뉴스가 한창이었다.
[···최근 미 전역에서 실종 사건이 폭증하는 가운데, 주 정부에서는 해가 진 뒤에는 외출을 삼가고 자택에서 머무르기를 권고했습니다.] [연방수사국에서는 최근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는 실종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단순한 실종 사건이 아닌,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범죄일 가능성을 대비해···] [다음으로는 옐로우 스톤 국립공원에서 벌어진 사건입니다. 등산객들과 공원 인접 마을 사람들을 공격한 식인 곰과 늑대를 사냥하러 올라간 사냥꾼들이 다수 실종된 가운데, 주 방위군이 수색에 나섰습니다.]위이잉- 위이잉- 묵직한 모터 소리와 함께 둔탁하게 생긴 엑소슈트가 산악지형을 주파하는 영상에 김 양이 슬그머니 3점을 입에 넣고 TV를 쳐다봤다.
자신의 엑소슈트보다 저렴해 보이는 느낌. 반응속도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순발력이 떨어져 보이자, 김 양은 금방 흥미를 잃었다.
리포터는 중무장한 채 산악지형을 거침없이 주파하는 엑소슈트를 보도하면서 호들갑 떨었지만 김 양은 시큰둥했다.
[···항공지원이 어려운 계속되는 가운데, 주 방위군은 생존자 수색에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레빗 TV가 천문학적 배상금이 걸린 소송에 휘말렸다는 소식입니다. 몇 시간 전에 방송된, 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궁금하다. 디트로이트에 생긴 이상한 빌딩.’ 편이 논란을 일으키며 대규모 소송전으로 번졌는데요.]열심히 먹던 마루와 김 양이 TV를 봤다.
[···논란이 된 빌딩에서 지역 방송국인 왓츠업 TV를 통해, 입주 광고를 낸 것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함께 보시겠습니다.]이거 전국 방송인데 설마
[-H-O-L-Y—H-O-L-Y-그분께서 항상 살펴주시고 지켜주시는 유일한 방주. 입주민 모집. 당산의 영혼과 육신이 평안히 쉴 수 있는 곳. -H-O-L-Y—H-O-L-Y-]푸웁-
마루는 수저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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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방송 그것도 황금 시간대 매스컴을 탄 효과는 굉장했다.
주요 방송국 대부분 레빗 TV와의 소송전을 다루면서, 디트로이트 방주(ARK) 타워를 언급했기 때문에 하룻밤 사이에 디트로이트의 명소가 됐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 때문에 온 거리가 한산했음에도, 빌딩 앞은 인증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과 입주신청서를 내려고 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마이클 PD가 신실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국에서 입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인력이 부족해질 일은 없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