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240)
러스트 [RUST]-240
“바로 출발할 테니, 국토안보국 요원들 대기시켜 달라고 해.”
[전달했습니다.]올 때처럼 그런 꼴은 못 보지. 디아나가 확인한 바로는 그런 식으로 폭력을 유도해 엮으려고 하는 것들도 있다고 했다.
‘누구를 엮어? 뒈지고 싶어서 정신 나간 놈들이 참 많아.’
참교육 필요한 사람들이 넘치는 것 같지만, 아직은 사려야 할 때였다.
“수색대가 괴물 뱀에게 전멸한 일. 언제쯤 언론을 탈 것 같아?”
[생존자들과 부상병들에게 보안서약을 하고 있지만, 길어야 일주일 내외로 보입니다.]목격자들이 너무 많았다. 연방군, 주 방위군까지는 그렇다고 치지만, 주 방위대와 구급 요원들 그리고 의료 관련자들까지 전부 입을 봉하기란 불가능했다.
변이를 일으킨 코요테가 민가를 습격하기 시작했고 지역 방송국이나 라디오에서는 야생동물의 습격이 빈번하게 나오고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했던 사건이 이제는 거의 하루걸러 터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옐로우 스톤 국립 공원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 부상병들의 입에서 거대 뱀의 이야기가 퍼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미 뉴투브에서 유명한 사냥꾼들이 실시간으로 실종되는 영상이 퍼졌는데, 그 사냥꾼들을 구조하러 갔다는 군대가 뱀에게 먹혔다는 이야기가 퍼진다면?
‘난리 나겠군.’
바로 스트리밍 차단을 했지만, 사냥꾼들 실종 장면을 본 사람만도 실시간으로 만 단위가 넘었다.
‘설마 물자부족 현상이 사재기 때문에 그러는 건가?’
“최근 뉴스에서 사재기 관련 보도 나왔는지 확인 부탁해.”
[···텍사스와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12개 주, 지역 방송국에서 보도됐습니다.]“보도가 심각했나? 사람들이 몰릴 정도였고?”
[사재기의 정도는 심하지 않지만, 일부 사람들이 대량으로 물자를 비축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주요 마트의 출하량은 같은 기간에 비해 12.78% 증가했습니다.]확실히 이상함을 느끼고 대비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있다는 소리였다. 언론에서 옐로우 스톤 국립 공원 사냥꾼과 수색대 사고가 보도되는 순간, 사재기가 터질 것이고 물건을 구하지 못한 사람이 갑자기 폭도나 약탈자로 변할지 몰랐다.
상황이 힘들어질수록 빌딩은 더 유명해 질 것이고 노리는 자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것도 시시각각. 그러니 그냥 가자. 지금.
[잠시 휴식을 취하시겠습니까?]“아니. 차에서 자면 되니까. 바로 출발하는 거로 하자.”
[전달했습니다. 덴 브라운 과장이 직접 통화를 요청하고 있습니다.]“전화 바꿔.”
[전화 돌립니다.] [실종된 수색대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역시 덴 브라운 과장. 근본 있었다.
[지금 바로 돌아가신다고 들었습니다. 하루 쉬지 않으시고 바로 돌아가시려고 하십니까? 내일 꼭 뵙고 싶다고 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말입니다.]사고 위험이 커진 항공편을 자제하고 주로 육로를 이용하다 보니, 하루 정도는 기다리는 게 일상이 됐다.
누구라고 누가 보고 싶어 한다고 콕 집어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을 보니, 만나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사람일 가능성이 있었다.
정말 관심 있다면 빌딩으로 왔을 것.
그런데 빌딩으로 오지 않고 밖으로 나왔을 때, 그것도 옐로우 스톤 국립 공원에서 일이 터졌는데, 지금처럼 복잡한 상황에 온다는 건···.
“어떤 분인지 모르겠지만,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해 주시고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한 게 있어서 말이죠.”
[···급한 일입니까?]그래도 무슨 일인지 꼬치꼬치 묻지 않는 덴 브라운 과장이었다. 바로 빌딩에 있는 국토안보국 요원에게 확인해 보겠지만.
“예. 오죽하면 차로 가면서 자려고 하겠습니까?”
[···그렇군요.]“지금 바로 출발하려고 합니다. 요원들이 많이 피곤하시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덴 브라운 과장이 드물게 머뭇거리는 감이 있었지만, 마루는 바로 출발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리고는 전화를 끊자마자 천천히 출발했다.
전화를 자동응답으로 돌려놓자, 트레일러의 무전기로 상황실에 잠시 들렀다가 가라는 사람부터, 구해줘서 고맙다며 꼭 얼굴을 보고 감사인사를 하고 싶다는 사람까지 연락이 왔지만, 마루는 피곤해서 잠들었다고 응대하라고 하곤 곧장 출발했다.
서서히 공원 진입로에서 빠져나가자, 부랴부랴 달려온 국토안보국 직원들 차량 2대가 앞에서 선도하기 시작했다.
[코스는 어떻게 할까요?]“왔던 길 그대로 돌아가자.”
[알겠습니다. 90번 고속도로를 타고 간다고 연락하겠습니다.]“그리고 아까 덴 브라운 과장이 말했던 사람 말이야. 나를 보고 싶다고 여기 온다고 한 사람. 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을까?”
[···일급 보안 지정 대상으로 관련 정보가 모두 암호화된 것이 확인됐습니다. 정보를 확인하면 흔적이 남을 수 있는데 계속 진행할까요?]“아니. 그럼 됐어.”
역시 만나지 않는 게 좋은 사람이었다.
하루 수색대를 찾느라 헤매고 뱀들과 사투를 벌이는 동안 벌어진 사건이 많았다. 디아나는 어제와 오늘 이틀간 보도된 중요한 뉴스를 정리해 줬다.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을 수용할 장소가 부족하다고 합니다.]분노조절 장애에 빠진 사람들을 바로 수용소에 넣고 있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수용소에서 서로 죽이고 변종으로 변하는 케이스도 계속 늘고 있다는 상황.
[한국에서 변이 바이러스로 분노조절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개발됐다고 합니다.]“변이 바이러스 치료제라고?”
[오진 그룹에서 만든 신약은 변이 바이러스 치료제가 아닙니다. 다만 변이 바이러스로 촉발되는 분노조절 장애를 선택적으로 치료해주는 약이라고 합니다. KA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이미 임상 2상까지 성공했고 임상 3상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다시. 프로젝트명이 뭐라고?”
[KA입니다.]Kiss Angel의 약자. 마루의 어머니와 여동생 나루가 먹은 약이 떠오른 마루였다. 그 이름과 같은 건 우연일까?
[중국이 미국을 공개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중국 대변인은 미국이 중국에 생물병기를 풀었으며, 이 때문에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마루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이는 반인륜적이며 비도덕적 공격행위이며 중국 정부와 15억 인민은 결코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중국과 북한 침략 목적인 주한미군과 오키나와 주일미군의 즉각적이고 항구적인 철수, 중국과 대만의 완전하고 영속적인 통일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파멸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하? 막 나가자는 거네.”
[선전포고는 아닙니다.]“증거는 있는 거야?”
[중국 지린성 일대에 변종 바퀴벌레의 출몰이 보고됐습니다.]“그걸 미국이 풀었다고?”
[미국의 개입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은 현재 13개 농장에서 변종 바퀴벌레를 사육하고 있습니다. 지린성에도 1곳의 바퀴벌레 사육시설이 있고, 그곳에서 탈출한 변종 바퀴벌레가 번식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미쳤나? 그 변종 바퀴를 사육했다고? 대체 왜?’
마루는 일본에서 경험했던 일이 떠올랐다. 미친 바퀴벌레였다. 그딴 벌레를 왜 사육하는 거···. 김 양이 지르던 외침이 귓가에 맴돌았다.
‘죽어 새우맛! 새우맛 새끼들이 감히!’
절래절래. 아니겠지. 설마. 그놈들 집단행동하는 놈들인데 그걸 사육하다가 잘못되면 감당이 안 될 텐데.
[지린성에 있는 군 격리시설에서 변종 바퀴벌레가 탈출했다는 보고도 있지만, 추가 정보는 찾을 수 없습니다.]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다. 산불이 났지만, 저번에 크게 산불이 난 근처였고 바람 때문에 더 옆으로 번지지는 않은 사건. 그리고 주 정부에서 계속 연방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이야기. 마지막으로 일본인 난민 심사 강화 필요성 등이 나왔다.
[일본 난민으로 신분을 속이고 밀입국하려는 중국인들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이제는 입국 심사에서, 일본인이라고 하면 일본어 시험을, 한국인이라고 하면 한국어 시험을 치러야 한다고 했다. 영어 인터뷰는 당연하고.
항공편은 거의 끊기다시피 했지만, 아직 항로는 괜찮았다. 다만 남중국 해역을 시작으로 변종 따개비들이 확산하고 있어,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몰랐다.
확실한 것은. 이제 예전 같은 국제사회, 국제무역, 세계여행은 어려워질 전망이었다. 세계가 변하고 있었다.
별생각 없이 안전한 건물주의 삶을 추구하던 마루에게 디아나의 분석은 많은 자극이 됐다.
‘세계가 변한다.’
25살 마루의 인생은 세계화 속에서 자랐다. 과자 한 봉지를 먹어도 세계 각국의 원료들이 담겨있었으니까. 지금 사태를 조기에 진화하지 못한다면, 어린 시절 즐겨 먹던 세계가 담긴 과자는 옛 추억이 될지 몰랐다.
“디트로이트에 있는 마트에서 과자랑 음료수 같은 것도 넉넉하게 주문하자. 초콜릿이랑 그런 것도. 냉동 창고에 진공 포장해서 넣으면 오래가겠지.”
그거 많이 챙겨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주문했습니다.]디트로이트까지 대충 삼일 정도 생각하고 달려야 했다.
마루가 혼자 간다면 하루 반나절이면 갔지만, 국토안보국 요원들이 에스코트해서 가는 관계로 중간에 잠을 자야 했고, 식당에서 식사도 해야 했으니까.
[요원들이 레피드 시티에서 숙박일정을 잡았습니다.]“일정은 그쪽에서 잡은 대로 간다고 해.”
저녁 늦게 출발했기 때문에 중간에 일찍 숙소를 찾았다. 조건은 일정 규모 이상의 도시였다. 치안 문제도 그렇고 국토안보국 산하기관이 있어, 유사시 도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그쪽은 알아서 잘 챙겨 먹으라고 해. 난 여기서 먹을 테니까.”
잠옷으로 갈아입은 마루가 구운 스팸에 김치, 햇반과 컵라면을 챙겨 컴퓨터 앞에 앉았다. 마음이 심란할 때는 팬티 플레이 도전이 최고였다.
국토안보국 요원의 에스코트를 뚫고 건드리는 사람은 ‘아직’ 없었다. 마루는 차 밖으로 단 한 걸음도 나가지 않았다. 접점 자체를 만들지 않았으니, 사고 날 이유가 없었다.
후루루룩- 큭-
콜록-콜록-
뜬금없이 죽은 캐릭터에 넘기던 면발이 목젖을 스쳤다.
타이밍만 잘 잡으면 구르고 굴러서 뒤로 가서 착- 다시 대각선으로 피한 뒤 착착-. 멀리 도망갔다가 놈이 오면 옆으로 피하고 굴러서 착-.
에이미-
제이미-
캐릭터가 죽어가며 외치는 이름에 슬슬 빡치기 시작하는 마루.
아니 그걸 왜 못 피해. 이렇게 샥- 피한 다음 팍 썰어버리면 되잖아. 그게 그렇게 힘드나? 엉? 내가 몸으로 해도 더 빨리 썰겠네.
그렇게 순식간에 밤 11시가 넘었다.
“아- 진짜. 이놈의 캐릭터 정말.”
뭔 캐릭터가 기본이 약하냐. 템빨이 없어도 근본이 강해야지. 그러니까 이건 전부 캐릭터의 문제였다. 자신의 플레이는 완벽했으니까.
그래도 그렇지 스플래시 데미지 받고 죽을 건 아니지 않나?
[덴 브라운 과장의 전화입니다.]“잔다고 해.”
시간이 몇 시인데 전화야. 조금 있으면 12시가 되겠네. 12시 되기 전에 이놈은 깬다. 이놈만 잡고 자자. 마루가 다시 심기일전했다. 그리고 2분.
······
제이미-
캐릭터가 울부짖었다.
“에라이-”
[덴 브라운 과장의 전화입니다. 긴급사태라고 합니다.]“알았어. 연결해 줘.”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다급한 덴 브라운 과장의 목소리.
[레피트 시티 시장이 긴급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팩틀라 호수 인근에서 캠핑하던 사람들이 괴물들에게 습격받았다고 합니다.]그렇지 않아도 짜증 났었는데. 좋아.
마루가 가타부타 조건 없이 출발하자, 오히려 덴 브라운 과장이 움찔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루는 오토바이를 타고 현장으로 향했다.
괴물이 습격했다는 곳은 레피드 시티에서 가까운 팩틀라 호수 관광지. 레피드 시티 시민들이 자주 찾은 곳이었다.
위이이잉-
현장까지 최단 거리, 최고 속도로 달린 마루가 드론을 날렸다. 총 4대의 드론이 오토바이에서 날아올랐다.
[신호 양호. 1호, 2호 정찰 시작합니다.] [3호, 4호 사주경계]작은 드론이 사방으로 퍼졌다. 곧이어 도착한 현장.
드론에 촬영된 영상이 실시간으로 HUD로 보내졌다. 캠핑 트레일러를 앞발로 누르고 주둥이로 지붕을 잡아 뜯고 있는 생물이 화면에 들어왔다.
코요테?
귀 모양을 보니 코요테였다.
크아아아앙!
텁- 한 마리가 마루에게 입질했다.
물어뜯기를 데굴 뒤로 굴러 피한 마루가 착- 칼을 휘둘렀다. 어디서 많이 본 모습.
한쪽 앞다리 끝이 삼 분의 일쯤 잘린 코요테가 자지러지는 소리를 냈다.
크왕!
뒤에서 덮치는 놈을 피해 다시 옆으로 데굴 구른 뒤, 서걱- 다시 옆으로 두 걸음 움직여서 서걱서석- 2연타. 양쪽 뒷다리가 반쯤 잘린 코요테가 주저앉았다.
순식간에 2마리가 죽겠다고 아우성치자, 남은 3마리가 마루를 노려보더니, 미련 없이 숲으로 사라졌다.
한쪽 앞다리가 잘린 놈이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마루의 칼질엔 자비가 없었다. 깔끔하게 잘린 대가리가 바닥에 떨어지고 난 뒤에야, 무너지는 몸통.
머리가 떨어진 걸 모르는지 다리가 한참을 버둥거리다 서서히 멈췄다.
뒷다리가 잘린 놈은 처절하게 별 개소리를 다 내며 살려달라 지랄을 해댔다. 꼬리가 가랑이 사이로 들어갔고, 지린내가 피어올랐다.
‘이 새끼 주둥이에 묻은 피나 닦고 불쌍한 척하든지.’
끼이잉- 깨이이잉- 깨잉- 끼잉-
좋다고 공격할 때는 늑대처럼 지랄이더니 뒈질 때는 개소리를 내고 있었다.
촤아아악—-
수평으로 휘둘러진 깔끔한 일격에 요란했던 소리가 뚝 끊겼다.
‘이거 생각보다 좋은데?’
힘이 덜 들어서 좋았다.
요래. 조래. 자세를 잡아보는 마루를 향해 스마트폰 플래시가 터지기 시작했다.
“디아나! 전부 지워! 통신 끊고!”
[···통신차단, 스트리밍 차단하고 있었습니다.]잘했어! 네가 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