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241)
러스트 [RUST]-241
흑역사 박제에서 벗어난 마루는 분노했다.
마루가 플래시 터트린 인간들을 색출하기 시작할 무렵, 국토안보국 요원들과 함께 주 방위대와 지역 경찰, 구급대가 도착했다.
“진정하십시오.”
“미친놈들이 이 상황에서 찍어대는데 어떻게 진정합니까!”
“그 주먹으로 때리면 일반인들은 죽습니다. 사람들 죽일 생각이십니까? 참으세요.”
“안 때린다니까요. 그냥 좀···.”
다음에는 그러지 말라고 쓰다듬어 주려고 했을 뿐인데. 전치 5~6주 정도? 팔, 다리, 손가락, 발가락 토닥토닥해주면 반성하지 않을까?
“이러지 마십시오. 사람들 구해 놓고. 이러시면 뭐가 됩니까.”
“······.”
민간인들 건드렸다가 엉뚱하게 코가 꿰일지 모른다며 마루를 진정시키는 요원들.
“좋습니다. 대신. 사진 찍은 놈들 금융치료 해 놓으세요. 저 사람들 금융치료 제대로 안 시켜주면 다음부터는 안 도와줍니다. 과장님한테도 그렇게 전해 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일단 좀 진정하세요.”
개념 없이 마루의 흑역사를 박제하려던 자들이 금융교육 코스에 수강 신청하는 동안, 주 방위대와 경찰들은 현장을 정리했다.
“이게 무슨···.”
“맙소사.”
“괴물이 출몰했다더니···.”
“이걸 어떻게 잘랐지?”
그들은 거대한 코요테를 보고 놀랐고, 대가리가 뎅겅 잘린 것에는 기겁했다.
“이것 봐. 털이 바늘 같아.”
“가죽이 마치 유연성 있는 철판 같군.”
경찰 한 사람이 나이프로 가죽을 쑤셔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나이프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가죽이라. 이걸 어떻게 잘라냈지? 전기톱이나 광선검이라도 쓴 건가?
“사망자는?”
“시신이 없으니 어떻게 알겠어?”
“조각도 남기지 않고 먹었다고 하더군.”
“다친 사람은?”
“중상이란다. 코요테에게 긁혔는데, 마치 곰에게 맞은 것 같은 상처라더라.”
사람들에게 확인한 결과 사망자는 10명 정도. 5마리의 괴수 코요테가 습격한 것치고는 사망자가 적은 편이었다.
“사람들 처리는 확실하게 해 놓겠습니다.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요원 한 사람이 감사인사 했다. 머쓱하게 인사를 받은 마루가 운을 뗐다.
“···예. 뭐. 그런데 레피드 시티에서 잤다가는 내일 아침에 복잡해질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괴물 코요테가 등장했고, 그것을 퇴치한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퍼질 게 분명했다. 새벽부터 지역 방송국과 기자들이 대기를 탈 게 뻔했고. 시장의 감사를 시작으로 거절할 일이 넘치겠지.
피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그렇게 국토안보국 요원들은 밤새 달렸고, 인공지능 자율주행인 마루는 가벼운 마음으로 꿀잠에 빠졌다. 잠이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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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우 스톤 사건은 군부와 연방 정부를 자극했다.
“이게 말이 됩니까?”
“뱀한테 수색대가 전멸이라니. 이게 무슨 망신이란 말입니까!”
“야생동물이고 멸종위기종이고 일단 잡아야 합니다.”
각 지역 주 방위군이 긴급 출동했다. 이미 변이 바이러스 확산 사태 당시 소집한 병력이 있었기 때문에 금방 출동할 수 있었다.
목표는 야생동물의 처리. 동물들이 변이되는 루트 가운데 하나가 먹이 사슬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일단 줄이고 보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
“주의 사항 전부 확인했나?”
“옛!”
“좋아 거북이들아! 엉덩이 똑바로 들고 움직여!”
마루의 대응은 일종의 현장 지침이 됐다.
고지대 선점. 통신확보. 단단한 암반지대로 이동. 퇴로 확보.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놈들이 단순한 짐승이 아닌, 훈련된 게릴라로 생각하고 접근할 것.
“저쪽부터는 수풀이 우거집니다.”
“나무 위로 올라간다. 올라가서 저쪽으로 로프 박아.”
바닥이 불안하고 시야 확보가 어려우면 나무로 올라갈 것.
나무와 나무 사이를 밧줄로 연결에 이동하는 군인들.
매복이 의심스러우면 CS탄을 까 넣고 보기.
“저기 좀 이상한데 말입니다.”
“CS탄 까!”
펑- 푸쉬쉬쉬쉭-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숲 속은 인공위성으로 확인하기 힘들었고, 드론으로 정찰해도 항상 정확한 건 아니었으니까.
“젠장 CS탄 얼마나 남았어?”
“1소대에 2발, 2소대에 2발, 3소대에 1발 남았습니다.”
“지금부터는 뭉쳐서 간다. 앞으로 2발만 더 쓰고 보급 올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
반나절 만에 사방에서 지원요청이 쇄도했다.
“물자 소모가 너무 심합니다.”
“인력 충원과 보급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괴수들과 한나절 싸운 결과는 참담했다. 마루의 방식대로 움직이면 이동 속도가 너무 느렸다.
피해는 확실히 줄었지만, 소모되는 물자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특히 CS탄의 소모가 엄청났다.
CS탄을 뿌려버리면서 매복을 피할 수 있었고 퇴각이 쉬워졌지만, 반대 효과도 있었다. 괴수들이 도망쳐 다시 추격해야 했으니까.
“포위하려면 병력이 더 필요합니다.”
마루가 디트로이트로 향하는 3일 동안, 주 방위군 8만 명은 변이 야생동물들과 혈전을 벌였고, 결과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분대 단위 무장을 재정비해야 합니다.”
“분대에 재블린 미사일과 바렛 저격총이 있어야 하고, 소대에는 중기관총이 최소한 3정은 있어야 합니다.”
“엑소슈트가 있어야 합니다.”
고가의 엑소슈트가 소대당 3~4기는 필요하다는 소리. 이 정도로 화력을 끌어 올리려면 최소한 2~3년은 걸려야 할 판이었다.
차라리 다른 나라와 전쟁하는 게 낫지, 미친 괴수들과 숨바꼭질이라니. 싸우는 적 인간에서 괴수가 됐으니, 주요 무장부터 전부 갈아야 할 판이었다.
“당장 무기 교체는 어렵고, 우선 재블린 미사일과 중기관총을 보급하는 것으로 시작하지.”
연방 정부가 변이 괴수들을 향해 총을 뽑아들었지만, 사실 속내는 복잡했다.
“주 방위군을 괴수 토벌에 동원했습니다.”
“이것으로 각 주에서 동원할 수 있는 무력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됐으니 됐습니다.”
“8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최대한 주 방위군 전력의 70% 이상을 확보해야 해요.”
일부 과격한 주 정부에서 보이는 불온한 움직임을 제지하는 것을 겸해, 병력을 동원한 것. 주 정부가 평시에는 주 방위군의 명령권을 갖고 있지만, 전시와 비상시에는 연방 정부로 명령권이 이관된다는 것을 이용해. 주 방위군을 동원, 주 정부의 힘을 빼는 것이었다.
“중국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지금 중국이 문제입니까? 급한 불부터 끕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도 문제입니다.”
“더 중요한 건 국내 문제입니다.”
회의가 길어졌다.
연방 정부가 연방군과 주 방위군을 동원해 괴수 토벌을 시작했다는 소문은 상반된 생각을 낳았다.
‘군대가 동원됐으니 괴수 문제는 곧 해결되겠구나.’ 곧 사태가 끝나리라 생각하는 쪽과 ‘괴수를 잡는데, 군대를 동원해야 할 정도였구나.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거네? 이렇게 생각하는 쪽이었다.
옐로우 스톤에서 있었던 일은 고위층, 부자들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거대 뱀들이 조직적으로 군대를 공격했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거기에 뱀은 허물을 벗을 때마다 성장했다. 몇 개월 사이에 10m짜리 뱀이 생겼다면, 나중에는 어떻게 될까. 몇 년에 걸쳐 허물을 벗기 시작한다면?
고대에 있었던 거대 뱀, 타이타노보아 같은 괴물이 등장하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몸길이 17~20m나 되는 뱀이 나오고 몸길이 10m가 넘어가는 거대 악어가 생기면 어떻게 될까?
“바보 같은 생각이오. 그런 놈들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머리에 헬파이어 미사일 한 방만 박아 넣어도 끝장이 날 테고, 재블린 미사일만 넉넉하게 쏴도 그런 거 잡는 데는 문제 없을 테니까 말이오.”
쥐라기 공원 같은 이야기는 말 그대로 영화라는 소리.
“지금 군대가 들어간 곳은 숲이야. 숲. 나무들이 빽빽한 곳에서 미사일이 나무들을 다 피해서 괴수를 맞출 수 있을 것 같나?”
맞추기만 하면 전차고 장갑차고 파괴할 수 있는 미사일이니 당연한 이야기. 그러나 미사일을 명중시킬 수 있냐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20mm 벌칸에 신형 병기를 가지고서도 뱀한테 당했는데, 현대무기를 맹신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지.”
“이 사태가 언제쯤 끝날 것 같습니까?”
“······.”
“······.”
“확실히 전쟁처럼 단기간에 끝날 상황이 아닐 수 있겠군요.”
상류층 대부분 핵 벙커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장기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아무래도 자체 생산시설을 갖춰야 합니다.”
“흐음- 확실히 그렇군요.”
길어진다면 자체적으로 버틸 수 있어야 했다. 문득 떠오르는 곳이 있었다.
“디트로이트에 있다는 아크 타워 아십니까?”
“그 웃기는 광고를 했던 곳 말이지요?”
“입주 광고했던 그곳 맞습니다.”
헛웃음 짓는 사람들. 컬트적인 HOLY로 유명해서인지 다들 아는 분위기였다.
“종말에 대비할 수 있는 시설을 완비한 게 분명합니다.”
“시설도 시설이지만 입주 광고 자체가 참신했어요.”
“거기에 사람을 가려 받는다고 하더군요.”
“중동 왕자까지 입주를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중동 왕자도 입주하지 못했다는 소문이 사실이었군요.”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소린데.”
“그럼 뭘까요?”
“연구원들, 전문 기술을 가진 사람들 위주라고 합니다.”
‘어째서?’
‘고학력자건 기술자건 넘치는 게 인간 아닌가?’
‘무엇 때문에?’
‘정말 아크(ARK)라는 말처럼 문명의 씨앗을 모으고 있다는 소린가?’
‘현대 문명의 위기가 온다고 생각했다는 소린데.’
중국이 설치고 러시아가 폭발하고 있는 상황을 보니, 괴수들이 아니더라도 일이 터지긴 터질 것 같았다. 전쟁이 터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괴수들이 세계에 퍼진다면?
지금이야 일본과 미국에 주로 퍼지고 있다지만 앞으로는 몰랐다. 중국에서 변종 바퀴벌레가 퍼졌다는 소리가 있으니, 중앙아시아 인도를 중동을 넘어 유럽까지 갈 가능성이 컸다.
“뉴욕에 시설을 하나 만들어야겠습니다.”
“시카고에 만들 분.”
“보스톤에는 우리 가문에 입지 좋은 땅이 있습니다.”
“지금 공사하면 늦지요. 큰 빌딩이 있습니다. 주변에 땅이 있는 분들과 합쳐서 바로 공사에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대도시나 규모가 큰 도시는 빌딩이나 대형 건물을 중심으로, 인구가 적은 곳에서는 폐기된 미사일 기지나 군사 시설을 매입해 공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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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으로 혼자 이동했다면 하루하고 반나절 정도면 도착했을 것을, 중간에 엮이지 않겠다고 국토안보국 요원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오느라 3일이 걸렸다.
지나가는 동안 여기저기서 토벌 의뢰가 들어왔지만, 무시하고 돌아왔다. 주 방위군이 동원됐으니 코요테 정도는 해결할 수 있으면서 엄살이 심했다.
[···비용 문제 때문에 그렇습니다.]“그렇겠지.”
주 방위군이 코요테 몇 마리 잡으려면 백 명 넘게 출동해야 했다. 포위해야 했으니까. 실패하면 더 많은 병력으로 더 넓은 지역을 포위하고 추적해야 했으니, 비용이 순식간에 불어났다. 그런데 마루는 어떤가? 저비용 고효율 극치 아니던가.
빌딩에 도착하자 어쩐지 포근했다. 나갔다 온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고향에 돌아온 느낌. 역시 집 밖은 고생이었다.
‘응?’
그런데 뭔가 자리가 허전했다. 정문을 시작으로 보안요원들의 숫자가 확 줄어든 것 같은 기분.
보안 쪽이니 비번이 겹쳤을 리는 없고, 혹시 코로나가 돌았나? 외부 출입이 가능한 사람은 간호사와 경호원뿐인데? 일단 김 양부터 봐야겠다 생각한 마루였다.
“김 양은 어딨지?”
[A1 구역 식당가에 있습니다.]그러고 보니 점심시간.
‘밥 같이 먹고 이야기하면 되겠네.’
식당은 제법 붐볐다. 그 중앙을 차지한 작은 등판이 마루의 눈에 들어왔다. 등판만 봐도 딱 김 양이라고 주장하는 생김새.
김 양의 위치를 확인한 마루가 메뉴를 골랐다. 오늘의 추천 요리는 영양 만점 얼큰한 스튜라는 독특한 메뉴.
결에 따라 찢은 고기가 수북하게 얹힌, 얼큰해 보이는 탕이 나왔다. 한국식이라고 하더니 냄새가 제법 한국적이었다.
오- 제법 그럴싸한데?
그럴싸한 모양과 냄새에, 한껏 기대한 마루가 김 양의 맞은편에 앉았다. 앙냥냥- 후루룹- 정신없이 먹던 김 양이 마루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존 맛. 응.’
좋아. 김 양이 보증한 맛이라면. 후루룩- 한국식 국물 요리. 그것도 얼큰한 고깃국이라니. 얼마만 인가?
“아- 이거-”
진국이었다.
“야- 이거 맛이 특이하네.”
소고기도 아니고, 돼지고기나 닭고기도 아니었다. 집이 잘 나갔을 때, 사슴고기를 먹어봤었는데 그거랑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근데 사슴고기를 이런 식으로 끓였었나?
마루와 김 양은 호쾌하게 식사를 마쳤다.
“잘 다녀왔음?”
“그래. 별일 없었고?”
“없었음. 아? 국토안보국 애들 절반 정도 필요하다고 빼갔음.”
“···언제?”
“한 3일 됐음. 인력이 너무 부족해서 어쩔 수 없다고 했음.”
“나가면 다시 안 받아준다고 했지?”
고개를 끄덕이는 김 양이었다.
“어쩔 수 없네.”
사람이 빠졌으니, 그 빈자리를 인공지능과 자동 포탑이 대신해야 했다.
“그리고 견학하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이 좀 있었음.”
“견학?”
여길 구경하고 싶다고?
“돈 많아 보이는 사람들이었음. 자기들도 여기랑 비슷한 거 만들려고 하는 데, 참고 좀 하고 싶다고 그랬음.”
“됐다고 해. 견학은 무슨 놈의 견학.”
마루가 자리를 비운 사이, 후드도 안타까운 박사도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두 인공지능도 연구진들 연구에 많은 도움을 줘 호평을 받고 있다고 했다.
“곧 딸기 수확이라고 했음.”
“벌써 그런가?”
끄덕.
“근처 마트에다 간식거리 많이 주문했는데 다 들어왔고?”
“다 들어왔음.”
간식 이야기를 했더니 아까 먹은 얼큰한 탕이 떠올랐다.
“점심에 그게 무슨 고기였지?”
김 양이 ‘뭐래 자기가 고기 좋다고 하고서는.’ 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맛있을 거라고 했잖음?”
“···내가 맛있을 거라고 했다고?”
최근에 그런 말을 했던 고기가 있었나?
어?
문득 뇌리를 스치는 기억.
그러니까 이게 그러니까 이건.
“혹시 저번에 네가 잡아 온 코요테?”
“응.”
대답을 들은 마루의 표정이 정말 묘했기에, 김 양은 고개를 갸웃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