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242)
러스트 [RUST]-242
코요테탕이라는 말에 마루의 얼굴은 신기한 표정이 됐다.
우는 것도 아니고 웃는 것도 아닌, 그런 표정. 잠시 얼음처럼 굳은 채로 있다가, 부르르 떠는 모습.
‘백정이 이런 모습도 있네?’
뭔가. 뭔가. 흐응- 김 양은 속으로만 생각했다.
마루가 갑자기 천장을 보며 버럭 소리 질렀다.
“디아나! 우리 코요테탕!”
“괜찮지? 이거 괜찮은 거 맞지?”
처음 보는 백정의 반응.
‘뭐임?’
맛있게 잘 먹어놓고 왜 이럼?
아? 코요테가 개랑 비슷하게 생겨서 그런 건가?
그렇다는 건 코요테 잡으면서 괜히 좀 아는 척했다는 거?
후웃-
[···진정하세요. 동물에게 감염되는 바이러스 종은 대부분 100도 이상 고온에서 30분 이상 조리하면 사멸되거나, 활동성이 사라집니다.] [예를 들어, 구제역 바이러스나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고온에서 장시간 조리하면 인체에 무해 하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오늘 점심에 드신 코요테탕의 경우 2시간에 걸쳐 조리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괜찮지? 그래 괜찮을 거야.”
넋이 반쯤 나갔다가 돌아온 듯한 마루의 모습에 김 양은 뭔가 했지만, 컴퓨터가 괜찮다고 하잖나? 그냥 컴퓨터도 아니고 슈퍼컴퓨터 인공지능이었다. 그럼 됐지 뭐.
맛있게 먹으면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법이니까.
응.
괜히 먹고 나서 이거 상한 거 아닌가?
그러면 진짜 배도 살살 아픈 거 같고 그러는 법이었다.
벌떡 일어난 마루는 바로 식당으로 들어가 조리도구를 모조리 삶고, 삶을 수 없는 것은 통째로 바꿔버렸다. 그리고 김 양이 잡아온 코요테 고기를 금지했다.
“왜?”
그 맛있는 고기를 어째서? 내가 힘들게 사냥해 온 건데.
“변이 바이러스가 먹이 사슬 타고 이동하는 것 같다는 가설이 있어.”
“그런데 고기는 왜?”
‘가설은 가설이고 고기는 고기지. 고기를 왜 금지?’
‘아니, 고기에 집착하지 말고 좀. 소고기 많이 사놨잖아.’
마루의 눈빛에도 물러서지 않는 김 양이었다.
“일본에서 변종으로 변한 사람 생각해봐. 막 심장 먹고 뇌 먹는 애들. 나중에 걔들 덩치가 커졌잖아. 코요테가 커진 것도 변이 바이러스에 걸려서 변이를 일으킨 건지, 아니면 감염된 걸 주워 먹고 커졌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커졌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커진 건 변이 바이러스 영향을 받았다는 건데, 그걸 꼭 먹어야겠어?”
“인공지능이 잘 익히면 괜찮다고 한 건?”
둘 사이에 눈빛이 오고 갔다.
‘어차피 우리 아까 먹어서 소화 다 됐음.’
‘굳이 찝찝한 걸 먹어야겠니?’
눈빛만으로 서로 물러서지 않자, 다시 시작된 대화. 김 양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에 나쁜 고기는 없음.”
“···문제 생기면?”
“독 있는 것도 다 독 제거하고 먹고, 삭혀서도 먹고 그러는데 내가 사냥해 온 걸 꼭 그래야겠음?”
“아니, 그러니까 먹다가 문제 생기면?”
마루의 질문에 김 양이 눈빛으로 대답했다.
‘문제가 생길 거면 우린 이미 생겼음.’
‘······.’
고집 피울 게 따로 있지. 마루가 눈을 부릅떴지만, 드물게 버티는 김 양이었다.
“하아- 대체 왜 이렇게 고집을 피우는 건데?”
“지금이야 여기 사람들 500명 정도지만 앞으로 1천 명 가까이 채울 거라고 했잖음.”
1000명이 하루에 고기 600g씩만 먹는다고 치면, 10명이면 6kg, 100명이면 60kg, 1,000명이면 600kg이었다. 한 달 30일 잡으면 18,000kg. 한 달에 톤으로 18톤. 소비량을 절반만 잡는다고 해도 9톤. 1년이면? 스마트 축사에 소랑 닭이랑 가축들이 있지만, 감당 불가능했다.
“콩고기도 있잖아.”
콩고기라는 말에 김 양이 차라리 사냥해 먹겠다는 눈빛을 보냈다.
‘콩? 지금 채식이를 말하는 거? 그건 가짜잖음.’
“좋아. 그럼 일단 네가 사냥한 건, 너는 먹어도 다른 사람들은 일단 보류. 바이러스 오염 가능성 있으니까 냉동 창고 냉장고, 조리도구 전부 별도로 따로 쓰는 거로 하고. 그럼 됐지?”
“···알겠음.”
풀이 죽은 김 양을 보니 마루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공기로도 전파되지만, 먹이 사슬로도 변이 바이러스가 전파되고 있는 것 같다는 가설.
마루가 생각하기에도 그런 것 같았다. 공기 전파만 주요 경로라면 집에서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들부터 난리가 났을 테니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김 양과 자신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나? 감염됐었다. 그리고 분노조절 문제가 생겼었지만 극복했다.
이후 육체적인 변이가 일어난다거나, 변종처럼 덩치가 커지는 등 그러지 않고 있었다.
진정하고 찬찬히 생각해 보니, 먹이 사슬 이야기에 깜짝 놀라 너무 오버했던 건 아닌가 싶은 마루였다.
김 양이 늑대랑 코요테 잡았다고 의기양양하게 끌고 왔던 게 떠올랐다. 으쓱으쓱 하며 끼융끼융 끌고 오는 모습.
‘고기에 진심이었지.’
자기가 사냥한 걸 사람들과 맛있게 먹는다는 것에 행복해하는 표정. 사냥해온 고기를 금지한다고 하니 드물게 반항하는 모습.
‘쯧- 심란하게.’
연구원들도 넘치게 있겠다. 잘 익혀서 먹으면 괜찮은지, 안전성 연구를 의뢰한 마루가 칼을 꺼내 들었다.
마음이 심란할 때는 칼을 쥐는 게 도움됐다.
덴 브라운 과장이 새로 만들어 준 칼은 날이 잘 나가지 않았다. 전보다 탄성이 있는데도 강도는 비슷해 쓰기 편했다.
탄성이 없으면 충격이 그대로 손과 팔을 타고 올라오는데 적당한 탄성은 확실히 베어도 피로가 덜한 느낌. 뱀들을 썰 때, 확실히 차이 있었다.
흐흡- 깊은 호흡과 함께 전신에 힘을 줬다.
쥐어짜는 듯 근육이 수축하며 에너지를 압축시켰다. 그리고 발도-
회색빛 섬광이 지나가고 이어서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뒤따랐다. 후우우? 길게 내쉰 숨결이 수증기처럼 하얗게 뿜어졌다.
이어진 가벼운 근육통과 탈력감. 제대로 힘을 주면 확실히 어지간한 건 모조리 딸 수 있을 것 같았다.
허공에다 화끈하게 칼질 한번 했는데도, 찝찝한 뒤끝이 사라지지 않았다.
‘에이- 진짜. 신경 쓰이게.’ 혼잣말한 마루가 김 양을 호출했다.
항상 둘 가운데 한 명은 타워에 남아있기로 했었는데···
멀리 가지 않으면 되겠지, 게다가 디아나가 있으니까. 자동 포탑도 있고.
“장비 챙겨서 나와. 주변 한 바퀴 돌고 사냥이나 가자.”
[둘이?]“그래. 솜씨 많이 늘었다며? 한번 보자.”
[알겠음. 금방 준비하겠음.]풀 죽은 게 언제, 누구였냐는 듯 의욕적으로 대답하는 김 양의 목소리에 마루가 픽 웃었다. 그래도.
집도 잘 지키고 있었고, 요즘 참기도 잘 참고, 사고 안 치려고 노력하고 있고, 좋아지고 있었으니까.
간만에 기강 좀 잡아볼까?
스르르릉-
서늘한 소리와 함께 칼날이 칼집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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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양은 의욕이 뿜뿜했다.
이번 기회에 백정에게 제대로 보여주갔어.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엑소슈트 버전 3.2호기.
3호기에서 더욱 좋아진 스피드 앤 파워. 그렇다. 속도와 힘에 공을 들인 모델. 우두머리 늑대가 뒤에서 공격할 때, 몸은 반응했는데 기계가 따라오지 못했던 기억.
그래서 반응성을 최대한 보완하려고 했는데, 엑소슈트 회사가 엄청나게 바빠져서 협찬 반영이 늦어지기 시작했다.
‘그래? 그런 건 우리한테 맡기라고.’
‘개조야 충분하지.’
다행스럽게도 이곳은 마개조의 본산지, 미합중국이었다.
거기에 연구원에 공돌이 아저씨까지 많으니까 순식간에 작업이 진척됐다. 그래서 지금 김 양의 엑소슈트는 회사에서 받은 협찬에 아재들의 로망 마개조가 더해진 그런 것이 됐다.
그런 것. 후후훗-
약점이었던 소음? 늑대 부산물을 가공해 덧붙여, 방어력이 향상됐고 무엇보다 소음이 줄었다. 거기에 중국제 은신 장비 3개를 분해해서 엑소슈트 전용으로 만들었다. 언제든 은신 가능한 신형 3.2호 전용기.
응.
[동력-체크] [에너지 충전량-100%-체크]···
···
[은신 기능-체크]김 양이 뿌듯한 얼굴로 엑소슈트를 작동시켰다.
기이이이이잉- 낮은 소리와 함께 엑소슈트 헬멧에 불이 들어왔다.
끼융끼융
지하주차장, 전용으로 개조한 4륜구동 산악오토바이를 향해 씩씩한 발걸음을 옮기는 엑소슈트 뒤따르던 마루가 한마디 했다.
“많이 조용해졌네.”
[힛-흠-]뭔가 뿌듯한 헛기침 소리에 이어, 김 양의 목소리가 조금씩 들어차기 시작했다.
[이거 늑대 가죽으로 보완했음··· 방식으로 접합해서 충격에도 강해졌고··· 그래서 그래핀 소재랑도 잘 어울려서 중간에 충격흡수율도···]간만에 말문이 터진 김 양이었다.
확실히 김 양의 엑소슈트는 얼핏 보기에도 모양이 많이 변했다. 제일 눈에 띄는 건 동그랗게 말린 것이 등판에 8자 모양으로 붙어 있었다. 8자 모양의 백 팩을 메고 있는 것 같았다.
“등 뒤에 그건 뭐냐? 백 팩?”
[12.7mm 철갑탄뿐만 아니라 아저씨들 말대로라면 20mm 철갑탄도··· 등 뒤? 아? 이건 그거임. 은신 장비···.]마루가 김 양의 말을 끊었다.
“그래. 어디 한 번 볼까? 디아나 주변에 문제 있는 곳 있어?”
[디트로이트 동북부 차이나 타운십과 이스트 차이나에서 변종 쥐로 의심되는 목격담이 있습니다.]디아나가 차이나 타운십과 이스트 차이나의 위치를 HUD에 표시했다. 이어 흐릿한 CCTV에 촬영된 팔뚝 크기의 무엇. 아무리 흐릿해도 고양이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쥐 맞네. 주변 한 번 살펴봐.”
주변을 보니, 건물이 제법 있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보였다. 굳이 목격자들을 만들 필요는 없지. 게다가 김 양의 장비를 시험해보기에 쥐는 별로였다.
“쥐는 국토안보국에 신고하도록 해. 걔들 번식하면 답이 없으니까. 다른 건?”
[서북부 포터 파크 동물원에서 올빼미 2마리가 탈출한 뒤,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후 인근 지역에서 개와 고양이가 실종되는 사례가 증가했습니다.]“올빼미라. 탈출한 지 얼마나 됐는데?”
[1월 1일에 탈출해, 89일 됐습니다.] [실종사례에 중형견이 다수 있는 것으로 보아, 올빼미가 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됩니다.]동영상이 재생됐다. 어두운 밤. 개집에 있던 개가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잔디 마당으로 향해 수풀이 우거진 방향을 살핀다. 그림자가 살짝 움직이는 것 같은 모습.
개의 머리가 그림자의 방향을 향하는 찰나, 보자기 같은 것이 개의 등 뒤를 쓸고 사라졌다.
가정용 CCTV의 흐릿한 영상은 보정을 해도 한계가 있었지만 확실한 건. 변종이 확실하다는 점.
“영상 봤지?”
[봤음.]유인, 주의분산 그리고 습격. 올빼미들이 이렇게 분업하고 있었다.
“어때? 가능하겠어?”
[가능함. 근데. 그냥 코요테 잡으면 안 됨?]올빼미는 별로 맛이 없어 보이는 데. 굳이? 새는 치킨이 최고 아님?
“은신이랑 기동성 확인하려니까. 올빼미 잡는 것도 나쁘지 않지. 일단 잡아보자.”
[알겠음.]둘은 각기 오토바이를 타고 올빼미 출몰 지역으로 향했다. 올빼미들의 둥지가 있는 곳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로즈 레이크 자연보호구역(Rose Lake State Wildlife Research Area)
마루는 자연보호구역 안으로 진입한 뒤 바로 위화감을 알아챘다. 이곳도 옐로우 스톤 국립공원 뱀들 있던 곳과 비슷했다. 그러니까 강력한 포식자 때문에 동물들의 흔적이 사라진 느낌.
“분위기를 보니까 여기 맞는 거 같다.”
[내가 둘 다 잡음?]올빼미 새끼들 배가 불러 느릿하게 둥지로 날아갈 때를 기다리고 있다, 대가리를 날려 버리면 되는 일 아니겠음?
김 양의 자신감에 마루는 뒤로 빠졌다. 김 양은 소형드론 4기를 뿌려 올빼미의 둥지를 찾아다녔다. 면적이 면적인지라.
오후에서 저녁으로 땅거미가 질 무렵에서야 둥지로 의심되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둥지를 짓고 있는 도중임에도 커다란 크기가 인상적이었다.
‘근처에 있었으면 바로 잡는 건데.’
아쉬운 마음에 은신하고 둥지 인근을 향해 총구를 겨눈 김 양이 기다리기 시작했다. 붉은 노을이 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깜깜해진 숲.
4드론이 김 양의 주위를 호위하듯 정찰하고 있었다. HUD에 표시되는 화면. 붉게 빛나는 점이 3시 방향에서 움직였다. 김 양은 곧바로 총구를 돌리지 않고 드론을 먼저 보냈다.
소리를 죽인 드론이 고도를 높여 붉은 점의 정체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순간, HUD 화면상 하나로 보였던 붉은 점이 2개로 분열했다.
콰직-
4개였던 화면이 3개로 줄었다. 2개였다 1개였다. 자유자재로 붙었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드론을 추격하는 붉은 점.
재빨리 드론들을 사선으로 이동시킨 김 양의 눈에 마치 행글라이더처럼 고요하게 비행하는 올빼미 2마리가 들어왔다.
조준선에 집중하는 순간. 김 양은 총구에서 마치 실선이 뻗어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길게 뻗은 선은 마치 총알이 어디로 어떻게 날아갈지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지금 쏘면 어떻게 날아가고, 반동은 어떻고, 어떻게 제어하고. 날아간 총알들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그냥 알 것만 같았다.
그래서 김 양은 방아쇠를 당겼다. 길게.
크릭-
한 발의 총성이 아닌, 연발의 총성.
투다다다다닥- 순식간에 하늘이 불빛으로 가득 찼다.
파바바박-
피에 젖은 커다란 깃털이 나풀나풀 바닥으로 떨어졌다.
으쓱- 김 양이 마루를 슬쩍 바라봤다.
‘아? 지금 은신하고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