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245)
러스트 [RUST]-245
강철도 자를 수 있는 외계금속? 표현이 이상하네.
철근 콘크리트는 지금도 체중 싣고 빡세게 칼질하거나, 중화제 꽂으면 썰 수 있었다. 근데 굳이?
사실 지금 칼도 나쁘지 않았다. 괴수로 변한 새들을 그렇게 썰었는데 짱짱한 걸 보면 상당히 좋은 칼이었으니까.
‘이런 칼을 준 덴 브라운 과장이 추천하는 외계금속이라.’
마루가 주저하는 듯 보이자, 과장이 하나를 더 꺼내 들었다.
[받아오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레이저 무기체계도 있겠군요. 군도 다양한 실전 사례가 필요할 테니,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겁니다.]레이저 무기라면 전력 공급만 충분하면 써먹기 좋기는 했다. 모듈 원전으로 전력 하나는 충분했고.
[CS탄은 적당한 물량만 남기고 나머지는 군부와 협의해서 좋은 조건에 털어버리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당장 비축해둔 물량을 한 번에 쓸 것도 아니었고, 세상이 몇 달 만에 망할 것도 아니지 않은가?
대량 생산 들어가기 시작하면 가정집에도 굴러다니는 게 CS탄이 될 텐데, 기분 나빠하지 말고 오히려 좋은 기회로 생각하면 어떻겠나? 하는 말이었다.
“좋습니다. 대신 협상은 덴 브라운 과장님이 해주시죠. 군부 쪽 사람들 오면, 문 안 열 겁니다.”
[···하아- 알겠습니다. 그럼 원하는 것을 알려주십시오. 가능한 선을 확인해서 알려 드리지요.]덴 브라운 과장의 눈 밑에 다크서클이 내려앉았다.
수백 마리의 새들이 널브러진 바닥에서, 마루와 김 양은 꼼꼼하게 확인 사살했다. 시간이 지나자 피 냄새를 맡은 코요테들이 주변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투두두두둑!
12.7mm에 곤죽이 되는 코요테 무리. 혈향과 총연이 뒤섞였다.
[이상함.]“뭐가?”
대가리가 박살 난 코요테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한마디 하는 김 양.
[작음.]“그러게.”
들고 있던 코요테를 휙- 던진 김 양이 주제를 돌렸다.
[과장이랑 무슨 얘기 했음?]“군에서 우리 물자를 노리고 있다고 하더라고.”
[뭐라?]뭬야? 김 양의 톤이 높아졌다. 마루는 고개를 좌우로 한 번씩 돌린 뒤, 말했다.
“적당히 챙기고 물물교환하는 게 좋겠다고 하더라.”
마루는 과장과의 대화를 짧게 요약했다. CS탄 군에 넘기고 군에 있는 것 가운데 필요한 물자와 물물교환하기로 했다고.
[내 거는?]“뭐?”
[저번에 과장이, 나 총 준다고 했었잖음.]아? 그랬었다. 칼이랑 총 이야기 했었지. 근데 칼은 왔는데, 총은 따로 오지 않았다.
“기억나네. 무슨 무탄피 탄약을 사용하는 총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어떻게 됐는지 알아볼 게.”
빌딩에서 온 트럭에 사체를 싣고 바닥을 정리했다. 굵직하게 떨어졌던 빗방울이 어느새 가늘게 내리는 부슬비로 변해있었다.
변종 새떼를 본 연구원들은 환호했다. 워낙 잡은 게 많다 보니 완전히 변이된 개체뿐 아니라, 변이 도중인 것까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나 많이?”
“종류도 다양하네.”
“변이 정도에 따른 변화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아. 빨리 분류하자고.”
빌딩에 들어온 연구원들은 그냥 내버려 둬도 알아서 잘하고 있었다. 크기, 종류별로 분류가 들어간 연구원들에게 마루가 말했다.
“거기 털은 따로 썼으면 합니다.”
“털이요?”
“깃털 말입니까?”
“깃털도 그렇지만 가슴이랑 배 쪽에 있는 털이요. 솜처럼 몽실몽실한 털.”
아? 연구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빗방울에 핏방울까지 엉망이었어야 할 털들이 생각보다 깨끗했으니까. 마치 무언가로 코팅된 듯 습기를 먹지 않았다.
겉으로만 봤어도 이불이나 옷 속에 넣는 충전재로 쓰면 상당히 쾌적할 것 같았다. 거위나 오리털보다 훨씬 더.
“연구용으로 사용할 분량을 제외하고 따로 빼놓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이불부터 바꿔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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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어느 도시
커다란 들통에서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새우탕면 맛집으로 유명한 집이었지만, 사장은 시름이 깊었다.
“새우 값이 왜 이렇게 올랐어?”
“어선이 출항을 못 한다잖아요.”
남편의 짜증을 달래듯 부인이 말했다.
남방지역에 퍼진 따개비 때문에 어선이고 군함이고 전부 발이 묶였지만, 바닷가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에 사는 사람들은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정보통제. 현재 중국은 내부적으로 복잡한 상황에 빠졌다. 전에도 조금씩 균열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이제는 점차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계기는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군을 이용해 도시를 봉쇄하고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도시의 유력자들과 군부 고위층이 엮이기 시작했다.
이를 막기 위해 남부 지역에는 북부 주둔군을 보내고 서부 지역에는 동부 주둔군을 보내는 등 나름 애를 썼지만, 변이 바이러스 확산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최대한 빨리 확산을 막고 봉쇄하려면 가까운 곳에 있는 군대를 동원하는 게 최선이었으니까.
“생물 새우는 그렇다고 쳐도 마른 새우는 왜? 작년에 그렇게 넉넉하게 잡았다면서?”
“이제 가격이 다 올라서 그렇죠.”
새우탕면이 간판메뉴였는데 새우값 때문에 내려야 할 판이었다.
“우육탕면으로 바꿔야 하나?”
“소고기 값도 만만치 않게 오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앓느니 죽지. 바이러스 사태로 손님이 끊겼다.
봉쇄 앞에서는 장사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봉쇄 풀린 지 얼마나 됐다고 식자재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었다.
“첸 사장님. 물건 왔습니다. 요즘 바로 결제받는 거 아시죠? 전화로 말씀드렸는데.”
일주일이나 한 달 단위로 결제하던 것이 이제는 즉시 결제로 변하는 추세였다. 언제 식당이 망하고 언제 식자재 유통업자가 망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첸 사장은 결제하며 앓는 소리를 냈다. 이번 주 분량은 어떻게 결제했지만, 다음 주는 정말 답이 없었다.
“이번에 새로 식자재로 나온 건데 한 번 써보시겠습니까? 이게 새우랑 맛도 거의 똑같고 향이 정말 진하거든요. 값은 건새우 3할도 안 합니다.”
“그렇게 싸다고? 그거 못 먹는 거 아닌가?”
식자재 유통업자가 펄쩍 뛰었다.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못 먹는 걸 팔겠습니까? 먹는 거로 장난치면 사형이잖아요. 사형.”
“그래도 워낙 그러니까.”
뭔가 하자 있는 마늘을 까서 판다는 생각 때문인지, 식당에서도 껍질째 통마늘을 올려놨다. 마늘을 직접 까서 넣으라는 말. 그리고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화.
“제가 식자재 유통만 20년째인 거 아시면서 그러십니까? 생각 없으시면 말고요.”
“아니. 아니야. 그래 그게 뭐로 만들었는데 그렇게 싼 건데?”
“그건 영업비밀이고요. 생각나면 미리 연락 주세요. 이것도 요즘 불티나게 팔려서 금방 가격 오를 겁니다.”
“그래? 그러면 조금 줘 보게.”
식자재 유통업자가 두 종류의 포장을 꺼내 들었다. 한쪽은 갈색 가루였고, 다른 한쪽은 건새우 가루처럼, 밝은 적갈색이었다.
“갈색은 색소 들어가지 않은 거고, 이쪽 식용색소 처리를 한 겁니다. 공업용 아니라 천연 색소요. 색은 건새우 간 거랑 똑같습니다. 처리하지 않은 게 좀 싸고, 색 입힌 게 조금 더 비쌉니다.”
“생물 없나? 이렇게 가루인 건 아무래도 불안해서.”
“이건 이렇게 가루로 나오는 겁니다. 일단 한 번 써보시고. 아니다 싶으면 안 쓰시면 되죠. 가격도 저렴한데 말입니다.”
그렇게 식자재 업자가 두고 간 것을 첸 사장이 조금 사용해봤다.
“응? 여보 이거 맛 좀 봐.”
“왜요? 어? 이거 괜찮네요.”
부인도 맛을 보곤 깜짝 놀랐다. 묵직한 새우향. 조금 넣었는데 이렇게 진한 맛이 나다니. 심지어 꽃게 향도 살짝 나는 것 같았다. 생새우로 이 정도 국물을 우리려면···
이건 된다.
첸 사장은 바로 식자재 유통업자에게 전화를 걸어 넉넉하게 주문했다. 가루라서 보관도 편했다. 가격이 오르는 추세라고 했으니, 넉넉하게 쟁여두는 게 좋겠지.
“여기 새우탕면 2개.”
“예 금방 갑니다.”
“이거 가루는 뭐죠?”
“드시기 전에 조금만 살짝 뿌려 드시면 향이 확 살아납니다.”
“호오- 그러네.”
갈색 가루는 국물을 우릴 때, 건새우 가루랑 똑같은 가루는 손님들이 드시기 전에 살짝 뿌려서 풍미를 살리는 용도로.
그렇게 첸 사장의 가게엔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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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 아크 타워 연구원들은 엄청난 양의 샘플로 하고 싶은 건 다 해봤다.
예전 같았으면 샘플 하나에 여러 팀이 달라붙어, 쓸 때마다 어느 부위를 어떻게 했니 마니, 별의별 소리가 다 나왔을 텐데. 이곳은 그냥 하고 싶은 만큼 하면 그만이었다.
“이거 확실히 연관이 있기는 있는 거 같습니다.”
“변이 바이러스가 소장이나 대장에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도 있었고, 폐나 간 같은 장기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있었으니까요.”
심장이나 뇌, 안구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당연히 사냥감의 내장 부위를 먼저 먹는 야생동물들은 변이 바이러스에서 자유롭기 힘들었다.
“변이 바이러스가 열에 약한 축이라서 다행입니다.”
“그나마 다행이지요.”
100도 이상의 온도에서 20분 넘게 가열하면 사멸되거나 비활성화됐다. 다만 단순 건조나 냉동으로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킬 수 없었다.
“자- 그럼 계속 가봅시다.
연방 정부를 비롯한 여러 관계기관에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연구결과가 공식적으로 발표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정보도 마찬가지였다.
감염되지 않은 동물을 먹으면 되는데 굳이 가축이 감염됐니 어쨌니, 그래서 변이된 동물을 도축해서 먹을 때 가열이 필요하니, 이런 정보를 풀어 사서 논란을 일으킬 이유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식품회사들은 달랐다. 특히 가공육을 주력상품으로 하는 회사들은 변이에 관심이 많았다. 무엇보다 덩치가 커진다는 장점이 있었으니까.
게다가 변이된 가축들은 사료에 까다롭지 않고 먹성이 좋았다. 음식물 쓰레기라든지, 이것저것 잡다한 걸 갈아 만든 사료 비슷한 것도 잘 먹어댔다.
“정말 엄청나게 먹어대는군요.”
“덩치는 3~4배 커졌는데, 먹는 건 거의 5~6배 먹어대니, 아무거나 먹지 않았으면 오히려 손해가 났겠는데요?”
“그렇지도 않아. 저기 저 돼지를 보게. 몇 개월이나 돼 보이나?”
무게가 1톤은 될 법한 엄청난 크기의 돼지였다.
“대충 6개월은 걸리지 않습니까?”
“저게 고작 3개월 자란 놈이야.”
“3개월? 정말입니까?”
그럼 앞으로 3개월 더 자란다면? 저것보다 더 커진다고?
“그래. 텍사스에서 생포한 괴수 멧돼지에서 변이 바이러스를 추출해서 주입한 놈이지.”
“식용으로 가능하답니까?”
“바로 생물로 파는 건 힘들어도, 가공육으로 만들면 문제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어.”
고열로 익히면 바이러스 문제는 없다는 연구결과.
돼지는 성장 기간에 따라 다른 사료를 줘야 했다, 살코기가 축적되는 기간에는 고영양 고단백 사료로, 지방을 쌓을 동안에는 저영양 고탄수화물 사료로.
근데 괴물 돼지는 그런 거 구분할 필요 없이 먹을 수만 있으면 아무거나 줘도 됐다. 그게 뭐든. 가리지 않고 먹어댔으니까.
생고기를 팔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공육을 만든다면?
이건 된다.
회사 사람들은 서로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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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슈트가 훈련장을 달렸다.
끼융끼융
출력 최대!
끼융끼융
급커브에서 점프.
착지후 기도비닉!
끼융끼융
이리저리 자세를 바꾸고, 뒤집고, 점프해도 김 양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머릿속에 뚜렷하게 떠오르는 장면. 새들이 뭉쳐 뱀처럼 꿈틀거리는 모습. 그리고 그걸 쪼개버렸던 백정. 미친 칼질도 소름이 돋았지만, 그건 뭘까?
‘분명 새들이 빳빳하게 굳어 버렸어.’
확인 사살하면서 봤지만, 기절한 것도 있었고 죽은 것도 있었다. 그러니까 새들이 백정을 향해 달려들다 기절하고 뒈졌다는 소리였다. 무엇 때문에?
‘그러니까 초능력?’
그런 걸까? 아니면 무슨 기술 같은 거야?
배울 수 있는 걸까? 백정이 알고 쓰는 걸까?
그럼 나도 쓰고 싶다.
힐끗 보곤 슬금슬금 마루가 있는 쪽으로 다가가는 김 양이었다.
마루는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했다.
새들과 드잡이질 한 건 어쩌면 도박이었다. 그러니까 살기를 의도적으로 쓸 수 있겠다 싶어서 한 도박.
전선을 끊고 마을을 공격한 미친 쥐떼를 잡았을 때도, 옐로우 스톤 국립공원 가는 도중에 도로를 막은 자경단들과 엮였을 때 느꼈다.
호랑이와 마주치면 도망도 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는 동물들이 있다던데, 쥐와 사냥개를 보면 그와 비슷한 것 같았다.
그러니까 살기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어느 정도 범위인지 알 수 없었다. 주변에 김 양이 있다가 살기에 당하면?
자경단원 몇 명이 심장마비로 죽고, 반신불수가 됐는데, 그 원인이 살기 때문이라면 김 양을 먼저 보내는 게 맞았다.
후읍-
마루는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집중했다.
분노. 살의의 감정을 마음대로 통제하기란 쉽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게 살의고 살기였으니까.
제일 중요한 것은 반드시 죽일 수 있다는 생각. 기필코 죽이고야 말겠다는 의지. 다른 감정이나 생각이 없어야 했다.
새떼가 덮쳤을 때,
조금이라도 두려워했다면, 주저하거나 의심했다면, 안됐을 거다.
죽일 수 있다.
죽인다는 의지가 선명해야 했다.
그리고 그걸 한 번에 표출해야 했다.
이렇게!
죽인다!!!
끼이이이이융- 털썩!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들린 소리에 마루가 눈을 번쩍 떴다.
널브러진 엑소슈트가 보였다.
미친 왜 여기 있어?
“디아나. 의료진 보내! 심장마비다!”
꼬꾸라진 엑소슈트에서 기계음이 들렸다.
[의식불명 확인. 심장박동 소실. 긴급 생명유지 시스템 작동. 제세동(defibrillation) 시작합니다. 3. 2. 1.]덜컥!
[3. 2. 1.]덜컥!
[심장박동 확인. 호흡 확인. 긴급 생명유지 시스템 작동 완료.]작게 콜록거리는 소리가 엑소슈트 속에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