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257)
러스트 [RUST]-257
중국 내전 발발로 시작한 덴 브라운 과장의 브리핑.
[···현재 베이징에서는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북부전구에서 보낸 것으로 보이는 초인들이 베이징 주요 구역에서 방어선을···.]시가전은 사실상 민간인들 인질로 잡고 공격하는 꼴이나 마찬가지니, 베이징 시민들에게 부정적인 인식만 남길 텐데. 그걸 중국 정부에서 이용하지 않을 리 없었다.
마루의 생각처럼 중국 정부는 교전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올려, 초인의 존재를 까발렸다. 초인들을 북부전구가 만든 일종의 생체병기로 보도하는 것을 시작으로 현재 공격이, 베이징 시민들을 향한 무차별 테러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시가전에서 초인들은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성인 남성 3~4배에 달하는 신체능력 하나만으로도 극도로 위험했다.
완전군장으로 치면 40~50kg 무게가 한계인 일반병과 비교해 150kg 전후 무게를 사용할 수 있는 초인들은 시가전이라는 한정된 전장에서는 공포 그 자체였다.
소형 대전차 미사일을 한 명이 여러 발 들고 다니면서 쏜다. 중기관총과 거치대, 탄약까지 혼자 들고 다니면서 공격한다고 단순하게 생각해도. 압도적인 작전 수행능력.
미군이 생산, 보급을 추진하고 있는 파워로더형 엑소슈트라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겠지만, 초인들 특유의 운동능력, 순발력까지 고려하면 열세였다. 중국 정부가 숨긴 교전 장면은 그것을 명확하게 보여줬다.
[···엑소슈트로 무장한 중국군이 초인에게 당하는 장면입니다.]칼을 든 여자가, 엑소슈트에서 쏘아대는 총알을 피해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뒤를 쫓아 창문 밖으로 총구를 내민 엑소슈트의 팔을 붙잡고 솟구쳐 오른 여자. 쭉 뻗은 칼날이 헬멧과 목 사이를 뚫고 들어가는 모습.
무장과 화력은 밀리지 않았지만, 엑소슈트를 입고 파쿠르는 할 수 없었다. 엑소슈트를 입고 뛰어내리고 암벽 등반하듯 올라가는 것도 어려웠다. 기능상 한계.
초인과 엑소슈트의 교전 영상은 엑소슈트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한계까지 알려주는 것이었다.
[중국 정부는 신무기를 이용해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전력 분석실의 분석 결과 앞으로 48시간에서 72시간을 버티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베이징 밖으로 탈출하면 되지 않나? 베이징이라는 상징성이 중요하더라도, 방어를 고집하지 않고 주석과 지도부가 탈출해 버리면 될 것 같은데.
저쪽에서 핵 보안 코드를 노리고 있다고 멀리 떨어진 미국에서 알 정도면 중국에 있는 당사자들을 더 확실하게 알고 있을 거 아닌가?
그런 마루의 생각을 짐작한 것처럼. 덴 브라운 과장 옆에 있던 중령이 운을 뗐다.
[중국 공산당 중앙 정부는 베이징을 버릴 수 없네.] [베이징을 버리는 순간, 내전에서 수세에 몰렸다고 인정하는 상황이 되기도 할 뿐 아니라] [중앙 정부가 지방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할 근거가 되기 때문이네.]중국은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상황이었다. 현 주석이 장기 집권을 노린다는 이야기와 함께, 정치 세력들 사이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었다.
주석을 비롯한 주요 요인에 대한 암살 기도만 여러 차례 있을 정도. 주석이 탄 차량이 지나갈 때 멀쩡하던 가스관이 폭발하거나, 터널이 무너지거나, 인화성 물질이 대량으로 쌓인 창고가 터져버리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방송에서는 단순한 사고로 넘겼지만, 사실 중국 주석을 노린 공격이었다는 건, 알 사람은 다 아는 일. 그렇기에 지금처럼 복잡한 상황에서 베이징을 떠나는 건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렇습니다. 암묵적으로 감추고 있던 초인에 대한 존재를 공개하면서, 베이징을 결사적으로 사수하려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베이징을 버리는 순간, 중국이 여럿으로 쪼개질 위험이 증가한다는 소리.
[···여론전과 심리전을 고려한 방송이었습니다. 베이징에 침투한 초인들을 인격 없는 생체병기로 보도해, 위험하다는 인식을 심었으니까요.] [방송을 본 사람들은 ‘초인.’ 하면 생체병기를 먼저 떠올리게 되겠지요. 거기에 북구전구는 그런 생체병기를 만들기 위해 인체실험을 자행한 군벌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고요.] [베이징을 사수하는 데 성공한다면, 생체병기로 베이징을 공격한 북부전구를 막아낸 중앙정부. 위험이 지척에 다가왔음에도 베이징 시민들을 버리지 않은 중앙정부. 그렇게 긍정적인 이미지가 더해질 겁니다.]덴 브라운 과장은 중령의 이야기에 설명을 덧붙였다. 중령은 무표정했지만, 속에서는 짜증이 올라오고 있었다.
미합중국 장교가 되는 일이 쉬운 일이던가? 아니었다.
장교가 됐으면 국방의 의무를 달게 져야지 무슨 잡설이 많단 말인가?
작전을 하달하면 행한다. 그게 군인의 자세 아니던가?
이처럼 구구절절 설명하고 다독이는 건 대체 뭔가?
덴 브라운 과장의 다독거림을 보고 있자니 속이 터질 것 같은 중령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그런 노림수도 있지만, 사실은 베이징에서 탈출할 수 없다는 정보가 들어왔네.] [주석의 장기 집권을 반대하는 반대파에서 이 상황을 틈타, 주석과 주요 인사들을 제거하려고 했다는 첩보도 있고.]핵전쟁과 같은 비상시에 사용하는 대피로가 무너졌다고 했다. 베이징에서 탈출하려다 몰살할 뻔하자, 베이징 사수로 돌아섰다는 이야기.
[감춰놨던 신무기들을 동원해서 몇 겹으로 방어하고 있지만, 무너질 가능성이 커.]숨은 적이 많은지라 오래 버티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 다시 말해 핵 보안 코드가 저쪽에 떨어질 위험이 크다는 소리.
[핵 보안 코드가 불확실한 세력의 손에 들어가기 전, 막아야 한다는 게 공통적인 결론이네.]그러니까 당장 베이징으로 날아가서 핵 코드를 확보하든, 없애버리든 하라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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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의 이야기를 듣던 김 양이 눈빛을 보냈다.
‘버드 스트라이크 위험하지 않음?’
베이징까지 가려면 비행기 타고 가야 할 텐데. 가능할까 싶었다.
“활주로랑 근처에 CS 탄을 쏟아부으면 나름 괜찮다고 하더라.”
“그렇게 쓰려고 우리 거 가져간 거?”
100% 안전한 건 아니었지만, 이착륙하다 50% 넘게 사고 났던 걸 생각하면 정말 많이 좋아진 상황.
“그렇겠지. 일단 뜨기만 하면 어지간한 건 전부 갈아버릴 수 있다고 하니까.”
“그렇게 하려면 진짜 엄청 많이 필요할 텐데. 다 쓰고 나면 어쩌려고.”
공항과 인근 지역을 덮는다고 생각해 보라. 엄청난 면적을 CS 탄 연막으로 뒤덮으려면 상상을 초월한 물량이 필요해 보였다.
“미국 별명이 괜히 천조국이겠냐? CS 탄을 뽑는 데 복잡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자신이 있으니까 가져간 걸 물 쓰듯 쓰겠지.”
덴 브라운 과장의 조언대로, CS 탄의 가치가 최고점을 찍었을 때 넘긴 게 한 수였다.
따지고 보면, 미국이 자원이나 원자재가 부족한 나라는 아니었다. 미국 본토에 있는 자원은 파먹는데 비용이 많이 들기도 하고 아껴 쓰려고 해서 안 썼을 뿐. 거기에 값싸게 수입하면 되는 걸 굳이 비싸게 생산할 필요도 없었고.
테러는 그 모든 걸 뒤집어 버렸다. 시애틀 폭탄 테러와, EMP 테러에 중국이 연관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엉클 샘으로 흑화한 미국은 기업들의 입을 닥치게 했다.
‘일단 만들어! 계산은 나치랑 일제 밟은 뒤에 하고.’ 그랬던 역사와 전통이 있는지라. 관련 회사들은 입 다물고 생산에 들어갔다.
CS 탄을 비롯해 섬광폭음탄, 수류탄, 20~40mm 유탄 같은 것들은 그냥 콜라 공장에서 캔 콜라 생산하듯 뽑히기 시작했다.
2월과 3월에는 부르는 게 값이었던 물자들이 5월 초가 되자, 고점 대비 절반으로 떨어졌다. 코인 그래프를 보는 느낌이랄까? 오를 때 끝이 없이 오르더니 떨어지기 시작하자 바닥이 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파워로더형 엑소슈트 생산라인은 착공부터 완공까지 4개월 목표라는 미친 속도로 건물이 올라가기 시작했고, 기갑병도 대량 생산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향후 파워로더형 엑소슈트가 제식 장비가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력 무장이 7.62mm와 12.7mm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신형 소총에 사용된 6.8mm는 그렇게 나락으로 가버렸다.
“확실히 일본에서 좀 약하긴 했음.”
변이 괴수에게 6.8mm를 써 본 결과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일본에서 김 양이 주력으로 쓴 체인건의 구경이 7.62mm였는데, 그것도 아슬아슬했었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확실히 그랬다.
“근데. 거기 영상에 나온 칼 든 여자. 어디서 봤던 여자인 것 같은데? 아님?”
김 양이 고개를 갸웃하며 미간을 좁혔다. 칼을 손질하던 마루의 손길이 잠시 멈췄다.
“베이징 교전 영상?”
끄덕.
김 양의 말을 듣고 보니 어디서 많이 본듯한 얼굴이었다. 어디서 봤지?
“일본?”
그러니까 미끄럼틀 타고 멋지게 내려간 일본 참의원. 찾던 그쪽 여자랑 닮았는데.
“일본에서 본 여자. 그 여자 있잖아. 무슨 가문 여자.”
“아- 얼굴이 좀 말라서 못 알아봤음. 그 여자 맞음. 응.”
김 양이 다시 갸웃했다.
“그럼 왜년이 북부전구 초인들이랑 같이 베이징 공격?”
일본에서 나름 유명한 가문 사람인데 중국 베이징까지 가서 칼질하고 다니는 건 확실히 좀 이상하긴 했다.
“그러게···. 가보면 알겠지. 빌딩 잘 지키고 있어. 무슨 일 있으면 무조건 문 닫아버리고.”
김 양이 별걸 다 걱정하고 있다는 듯, 고개를 불퉁하게 끄덕였다.
전기 오토바이에 올라탄 마루가 손을 한 번 흔들었다.
위이이잉-
낮은 모터음이 여운과 함께 사라졌다.
디트로이트에 그나마 가까운 오하이오주. 라이트-패터슨 공군 기지.
이곳에는 공군 연구 실험실(Air Force Research Laboratory)이 있었다.
마루가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브리핑이 시작됐다.
“예상보다 빠르게 방어선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최소한 48시간은 버티리라 생각했던 베이징의 상황은 시시각각으로 나빠지고 있었다. 중국 중앙 정부에 반하는 자들이 암약하기 시작했기도 하거니와, 초인들의 행동이 점차 과격해졌기 때문이었다.
CCTV 영상이 공개되기 전에는 그래도 선을 넘지 않으려는 고민의 흔적이라도 있었는데, 생체병기니, 인격이 없는 전쟁병기니, 이딴 소리가 나오고 난 뒤로는 말 그대로 거리낌 없이 행동하고 있었다.
“베이징 국제공항이 반군 세력에게 장악되기 전에 도착해야 합니다.”
작전의 목표. 중국의 핵 보안 코드를 확보 또는 파기하는 것. 중국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에 폐쇄된 베이징 국제공항을 쓸 수 있었다.
관건은 공항이 함락되기 전에 도착할 수 있냐는 것.
짧은 브리핑이 끝나고, 활주로 한쪽으로 거대한 비행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퇴역했다고 알려진 전략정찰기(Strategic Reconnaissance) SR-71. 통칭 블랙버드로 불린 기체와 똑 닮은 비행기였다. 정식 명칭도 붙지 않은 실험용 기체가 대기하고 있었다.
“3개 팀이 각기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합니다. 무운을.”
잠시 뒤, 짙은 어둠이 음속을 돌파했다.
그렇게 4시간 뒤, 폐쇄된 베이징 국제공항에는 검은색 독수리가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