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268)
러스트 [RUST]-268
중국에서 쏘아 올린 작은 별이 유성우가 되어 돌아왔다. 중국은 그걸 받고 있을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다.
“역시 미 제국주의자 놈들 입으로만 도덕이니 인류의 평화를 부르짖더니 보십시오.”
“23발이 날아갔으니, 46발을 보내겠다?”
“핵입니다. 핵이요. 핵을 2배로 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인류 평화 따윈 신경 쓰지 않는 게 미제 놈들입니다.”
주석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놈들이 자신들의 업보를 달게 받았다면 우리도 자비를 베풀었겠지. 이제는 알겠나? 미제 놈들의 본성을?”
애초 계획대로라면 짧으면 5년 길면 10년 뒤에나 추진했을 계획이었다. 일본에 갑자기 대재난이 터져 완벽하게 상황을 통제하기 전에 일이 터진 게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지 몰랐다. 경제 2위까지 치고 올라갔던 일본과 턱 끝까지 타고 올라갔던 독일이 어떻게 작업 당했는지는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었다.
일본의 세계적 회사? 미국과 유럽의 제품을 베껴서 세계 제일이 됐다. 일본의 노벨상? 미국의 등골을 빼먹고 성장한 기술과 자본이 뒷받침된 결과였다.
일본은 그렇게 베끼고 훔쳐서 규모의 경제를 장악해 컸는데 중국은 왜 안된다는 말인가? 일본도 미인계를 쓰고 스파이를 써서 지금 그 자리까지 올라갔는데, 왜 중국만 욕을 먹는단 말인가?
일본도 병신이었다. 올라갔으면 지배를 할 생각을 해야지, 2차대전 두들겨 맞은 기억이 아팠는지 미제가 꿇으라고 하자, 납작 꿇어버린 놈들. 하긴 그런 놈들이라 좋았다.
잘 나가던 일본이 미제에게 당한 이유는 하나였다. 자본주의에서 경제로 승리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 말랑한 자만심 때문.
미제가 세계 경제 1위를 지킬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미제의 군사력이 세계 1위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고 나댔기 때문이었다.
중국이 미제를 이기려면 미제의 경제를 꺾고, 미제의 군사력을 꺾어야 했다. 그리고 지금. 미제가 제일 약해질 수밖에 없는 순간.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옛 청나라처럼 무너질 게 분명했다.
“명분은 우리에게 있다.”
그래 명분은 중국에 있었다. 내전 중에 누군가 중국의 핵 보안 코드를 노린다는 정보를 미국에 넘겨줬다. 비공식적으로 미국의 도움을 받겠다고 공항까지 열어줬는데, 미국이 한 짓을 생각해 보라.
공식적으로는 반동분자들이 핵을 쐈음에도, 테러범들을 잡는 데 모든 도움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음에도, 중국에 보복하겠다며 핵을 쏜 것을 보라.
중국이 반격할 것을 알면서도 핵을 쐈다는 건. 미제는 세계 평화나, 인류 따윈 신경 쓰지 않는 놈들이라는 증거일 따름이었다.
비밀리에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의 양은 1,500발 내외. 문제는 발사체. 핵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미사일의 숫자가 부족했다.
323발 가운데 23발이 날아갔으니, 300발이 남았다. 사거리가 1,500km 내외의 순항미사일과 사거리 3,000~4,000km대의 구형 탄도 미사일을 전부 포함한 숫자였다.
“전 세계에 미제의 만행을 알리고. 러시아에 긴급전문을 보내도록.”
그러니 러시아와 손잡고 함께 미제를 응징하면···.
“러시아에서 응답이 없습니다.”
“지금 미제가 핵을 쐈는데 응답이 없어? 당장 대응해야 한다고 해.”
“러시아가 무시했습니다.”
“뭐?”
주석의 반문에 그 넓은 인민대회의장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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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크렘린.
미제가 핵을 쐈으니 당장 대응하라?
명령질? 장난하나? 살려달라고 빌어도 될까 말까 한데, 미국이 핵을 쐈으니까 당연하다는 듯이 러시아는 핵 보복에 나서라? 우리가 왜?
미국과 중국이 치고받으면 유리한 건 러시아였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이고 미국이고 짜증 나는 새끼들이었는데, 이참에 손에 손잡고 망해버리라지.
그냥 둬도 지구가 망할 정도로 핵이 터질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중국이 아무리 많이 쏴봐야 300~400발 넘기는 힘들고, 미국 본토까지 날아가는 ICBM은 많아 봐야 100발 이하였다.
100발 맞는다고 미국이 완전히 멸망할 건 아니었다. 중국도 마찬가지였고. 최악의 상황이 터진다고 해도 지구 전체가 엮일 확률은 거의 없었다.
그건 러시아가 중국과 미국에 대해 착각해서 계산한 결과였다. 애초에 정상이었으면 미국과 핵을 까서라도 붙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미국도 일단 핵부터 까고 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근거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소비에트 연방 시절 핵전쟁이 터질 위험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소비에트 연방과 미국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서로 양보했었다.
심지어 핵잠수함 사건이 터졌음에도 서로 꾹 눌러 참았었다. 마지막까지 선을 지킨 것. 그러니 중국이 미국에 핵을 쏜들, 미국이 보복한들, 최소한의 선은 넘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게 정상이었다.
이미 비정상인 애들을 정상적으로 이해하려고 했으니, 전제부터 잘못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잘못 이해했으면? 어쩌라고? 우라.
“중국에서 핫라인으로 통신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차 맛 떨어지게···.
후르륵-
“같이 홍차를 마시던 사람이 급사해서 전화를 받을 수 없다고 해.”
쨍그랑- 털썩-
대통령 앞에서 홍차를 마시던 자가 정말 엎어졌다. 경호원들이 쓰러진 사람을 질질 끌고 나갔다.
서방 애들이 심리전을 잘하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러시아만 병신으로 만들 줄이야.
처음부터 서방의 장난질에 놀아났다. 소비에트 연방을 해체하면 나토를 확장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소비에트 연방을 해체했더니 냉큼 확장하는 나토.
나토 자체가 소비에트 연방을 막기 위해서 만든 것 아니었던가? 그럼 소비에트 연방이 사라진 지금 나토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러시아가 양보하면, 러시아를 지원해주겠다.
지원해준다더니, 지원을 핑계로 자원을 약탈하고 러시아의 미래를 갈가리 찢어먹었다.
우크라이나? 그것들? 일본에 붙어먹고 중국에 붙어먹고, 북한과 중국에 기술 팔아먹고 러시아 엿 먹이기 반복한 것들?
왜 미친 것처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느냐고 묻는다면, 이유야 많았다. 하지만.
‘러시아는 변명하지 않는다.’
그가 생각하는 러시아는 그랬다.
독재? 맞다 독재. 그래서?
거짓말하고 러시아를 물어뜯은 서방 놈들에게 대항하려면 전쟁 말고 다른 방법 있나?
어쩌라고.
아니꼬우면 전쟁하든지.
어쨌든 미국 놈들이 중국과 아웅다웅하는 지금이 기회였다.
“우크라이나에 최후통첩을 날려. 무조건 항복이 아니면 지워버린다고.”
중국이 쏜 미사일이 미 본토에 도달하기까지는 20분 정도 남았고, 미국이 반격해서 쏜 미사일이 중국에 닿을 때까지는 대략 22분 정도 남은 상황이었다.
‘미국 놈들 동해에 핵잠수함을 4척이나 숨겨 놓고 있었다니.’
음흉한 놈들 맞았다.
23발에 46발로 대응했다? 그 정도면 딱 좋았다.
중국이고 미국이고 기본적인 인프라가 박살 나서 생필품 수요와 에너지 수요가 폭증할 텐데. 그걸 어디서 충당하겠는가?
“규제 풀릴 것을 대비해서, 재고 확보해놓도록.”
이렇게 둘이서만 치고받고 망하면 딱 좋겠는데···.
중국 놈들 하는 짓이, 그냥 가만히 맞고 끝낼 놈들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저렇게 핫라인 찾고, 긴급전문 때리고 그러고 있지.
어쨌거나. 러시아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는 일이었다.
괜히 핵으로 엮일 필요? 없었다.
조용히 있는 러시아를 건드리면?
진짜배기 5천 발을 보게 될 것이다.
우라.
러시아의 침묵에 중국은 선택해야 했다.
미국이 쏜 핵은 분명 주요 핵시설과 군사 시설이 목표일 것이다. 그게 다 날아가고 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핵미사일 46발을 맞고 갈가리 찢길 것인가? 아니면 당하기 전, 쓸 수 있는 핵을 전부 쏴 버릴 것인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주석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같이 밑바닥으로 떨어지면 누가 이길까? 미국과 중국이 같이 지옥으로 떨어지면 누가 먼저 진창에서 빠져나올까?
중국은 먼저 일어설 자신 있었다.
변이 바이러스를 핑계로 45개 대도시를 봉쇄하고 있었다. 봉쇄를 명분으로 충분한 식량과 생필품을 비축하고 있었고, 배급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었다. 대피소와 응급치료소, 병원시설이 완비된 상황.
최신식 지하 아케이드 형식으로 대피소를 만든 중국.
60~70년대 소련과 냉전 시기에 만들어 만든 지 50~60년이 넘어 썩어버린 대피소, 마약 중독자들과 갱들의 아지트가 된 미국의 대피소.
누가 살아남을까? 누가 먼저 일어설까?
주석은 자신 있었다.
거기에 전쟁은 반동분자를 처리할 가장 좋은 기회였다. 하늘이 준 기회.
앞으로의 시대는 첨단 생명과학의 시대, 인공지능의 시대였고 중국은 자신 있었다. 왜? 그 모든 지하 시설에 투자한 사람들이 미국 자본가들과 유대계 자본가들이었으니까.
애초에 4레벨 실험실 던져주고 연구비 던져 준 애들이 미국이었다. 장기이식, 혈액교환, 인공자궁, 모자이크 베이비와 인공지능, 기계 융합 분야 최선두에 선 나라가 중국이었다. 그걸 지원한 자들이 누구고, 누가 주요 연구시설 핵 대비를 해줬을까?
미국이 핵을 쏜다고 한들, 그 시설은 그쪽에서 알아서 피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한 번 싹 태워버릴 필요가 있었다.
‘모든 것이 불타버린 잿더미 속에서. 새로운 질서가 일어설 것이다.’
지하 방공호로 내려가며 주석은 생각했다.
이 세상은 이제, 근본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그렇게 주석은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전부 발사해.”
300발의 미사일이 각자의 목표를 향해 날아올랐다.
사거리가 짧은 순항미사일은 대만과 오키나와를 향했다. 사거리가 짧은 탄도 미사일이 평택과 대구, 부산 등을 두들겼다.
전술핵과 전략핵이 터지며, 현대 산업의 농장이 녹아버렸다. 현대 산업의 쌀인 반도체를 생산하는 농장들이.
대만에 있는 유명한 반도체 회사가 날아가 버렸고, 한국에 있는 유명한 반도체 회사도 절반은 타버렸다.
방사능 누출사고로 철수했기에 주한 미군의 피해는 적었지만, 교대로 들어온 스트라이커 부대는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받았다.
괌과 오키나와, 하와이에 전술핵, 전략핵이 발사됐고. 이젠 돌이킬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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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25km 상공을 날아가는 검독수리 안.
중국에서 핵미사일이 발사됐다는 이야기와 미국이 핵으로 반격했다는 소식.
“핵미사일 어떻게 된 겁니까? 라디오가 됐든, 뭐가 됐든 상황 좀 들어보죠.”
마루의 말에 조종사가 주파수를 조정했다. 중국어가 동시 번역되고 있는 긴급 방송이 잡혔다.
[미국은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빌미로 삼아, 중화를 말살하려고 획책했으며···.] [···중국에 무려 46발이라는 핵미사일을 발사했다.] [핵으로 겁박한다고 할지라도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은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핵에는 핵으로 제국주의자들에 맞서 싸울 것을 천명하는 바이다.]놀라서 가출해버린 멘탈이 돌아오기도 전에, 중국에서 무차별 핵전쟁을 시작해버리겠다는 상상을 초월한 현실이 닥쳤다.
“미친···.”
[오- 맙소사.]설마 했던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미국이 발사한 보복성 핵미사일 46발이 중국의 주요 핵시설과 군사 시설을 파괴하기 전에 중국이 추가 핵 공격을 감행한 것이었다.
[한국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 대구의 캠프 워커가 핵 공격을 받았으며···.] [대만에 10여 발의 전술, 전략핵이···] [오키나와, 괌, 하와이에 핵 공격이···]중국에서 거리가 가까운 순서대로 핵에 두들겨 맞기 시작했다. 미국은 즉각 반격했다.
[미합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의 무도한 핵 공격을 규탄하는 바이다.] [미합중국은 결단코 승리할 것이다! 신께서 미합중국을 축복하시길! (God Bless the U.S.A.) ]하얗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핵미사일의 흔적이 태평양을 건너 서쪽으로 향했다. 족히 백 단위가 넘어가는 숫자였다.
중국에서 미국까지 4시간 남짓 걸리는 시간, 고작 그 시간에 핵전쟁이 터져버렸다.
“천천히 가죠.”
마루의 말에, 조종사는 계기판 옆에 붙여 놓은 작은 가족사진을 바라봤다.
[······.] [······.]침묵 속에서, 조금은 속도를 줄인 비행기가 어둠을 헤쳤다.
평택과 대구 미군기지에 핵이 떨어졌다는 소식에 마루는 속으로 욕을 삼켰다. 서울에 핵을 쏘지는 않았을 거다. 서울에 핵이 떨어진 순간, 베이징이고 상하이고 중국 대도시도 핵에 처맞을 테니까.
‘미치겠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대도시에 핵을 떨구지 않는 게 정상인데. 미친놈들인지라, 이미 버린 몸 서울에도 핵을 박아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마루였다.
가족 생각과 기순이 생각이 났다.
‘기순아. 변종이나 괴물이 문제가 아니라 핵이 문제였다.’
[오 주여.] [······.]조종사의 탄식.
멀리 화면에 보이는 북미대륙 여기저기에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