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294)
러스트 [RUST]-294
미합중국은 미/합/중국으로 변하고 있었다.
연방정부가 살아있고 각 기관이 살아있지만, 여러 주 정부들의 동원령 거부와 징병 거부 급기야 연방 탈퇴선언까지. 중국이 7개의 중국으로 변한 것처럼 미합중국도 서서히 뜯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SAR-103호 인공위성은 어떻게 됐나?”
“제어권 확보에 실패했습니다.”
“정말 미쳤군. 지금 이러고 있을 땐가?”
“인공위성 궤도 이탈, 소실됩니다.”
인공위성의 제어권 다툼 끝에, 궤도에서 이탈 추락하는 인공위성이 늘어났다. 그렇게 인공위성이 떨어졌어도 다시 쏘아 올릴 여력이 없는 상황.
고작 몇 개월이 지났지만, 상황은 개판으로 돌아갔다. 6월 중순까지 밀, 옥수수 파종을 제대로 한 곳을 찾기 어려웠다.
망한 농업과 마찬가지로 축산업도 엉망, 유통망도 사료 공장도 망가져 사료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거기에 이상기후로 식생이 엉망이 된 지라, 가축들을 빨리 도축하기 시작했다.
단기간 육류 공급이 늘었지만, 유통이 망가졌기 때문에, 풍족한 지역은 풍족했고, 부족한 지역은 한없이 부족해졌다.
변이 괴수와 감염자, 변종이 창궐하기 시작했고, 차이나타운이 번성했던 지역을 중심으로는 식인병까지 퍼졌다. 거기에 지방 정부의 연방탈퇴 선언 등으로 부서진 인프라를 수리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 어수선한 틈을 타, 외딴 도로에서는 갱단과 카르텔, 지역 자경대들이 화물 차량을 경쟁적으로 털어대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벼락 맞을 중국처럼 말이다.
“빌어먹을···. 병력만 온전했어도.”
변이 괴수들을 잡기 위해 동원했던 병력이 EMP 테러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서부로 집결했던 것이 패착이었다.
핵을 피하려 대피했음에도 중국의 핵탄두는 마치 그곳으로 피할 줄 알았다는 것처럼 집결지 인근에서 폭발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처음에는 중국이 쏜 핵미사일의 오차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가기에는 버지니아 주와 워싱턴 D.C에 떨어진 핵은 너무나 정교했다.
‘젠장.’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들. 덴 브라운은 답답했다.
동부는 상대적으로 멀쩡했다. 그러니 뉴욕을 중심으로 징병을 시작하고 병력을 재편해 하나씩 순리대로 해결하면 되는 일인데, 어째서 이 모양이란 말인가?
위기는 곧 기회라면서 월 스트리트 미친 새끼들은 지금 이 시국에도 돈을 탐하고 있었다. 놈들은 위선의 가면을 벗어 던지고, PMC를 사병처럼 부리기 시작했고. 자기들만의 깃발을 올리기 시작했다.
뉴욕의 어둠 속에서는 갱단과 카르텔 조직들이 대놓고 마약을 뿌리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약탈, 방화, 폭력, 살인이 독버섯처럼 퍼지는데, 치안을 담당할 경찰들은 사표를 내고 경호원으로 전직하고 있는 상황.
하나가 흔들리자 연쇄적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안전장치가 부서진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듯.
‘어떡하든 치안부터 확보해야 해.’
갱단과 카르텔을 갈아버려, 강력한 공권력이 살아있다는 걸 보여줘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군대를 동원할 수 없다면 군대급 무력을 지닌 자가 움직이면 됐다.
“후- 블라디마루 칼린에게서는 연락이 없나?”
“없습니다.”
“원하는 게 뭐냐고 했는데도 응답이 없다고?”
“예. 침묵 중입니다.”
다민족, 다문화 국가이기에 강력한 행정권이 필요했고 명확한 법 집행이 필요했다. 그런데 행정권 무너지고 법 집행이 어려워지자, 모든 것이 엉망으로 변해버렸다.
타인을 위해 배려? 인종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며 심지어 저 새끼랑 친하게 붙어 다니던 놈이 내 지갑을 털었는데?
국가에 위기가 닥치자, 살리겠다고 하기보다 죽어가는 나라를 털어서 한몫 잡자는 애들이 넘치는 상황.
이민자들은 강력한 미국에서 편하게 살기 위해 이민 온 것이었지, 나약한 미국을 위해 희생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충성했던 자들은 위대한 미합중국에 충성한 것이었지, 그들이 바친 충성에 보답할 수 없는 무기력한 미합중국에 충성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다양한 인종, 문화, 사상,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 공통으로 통용되는 가치는 ‘이익’이었다.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참지 않는, 이익을 위해서라면 불의도 태연하게 행할 수 있는 자들의 세계가 도래한 것.
핵이 떨어지지 않아 가장 멀쩡했지만, 그렇기에 가장 이기적으로 변하고 있는 지역이 뉴욕을 중심으로 한 동부였다.
“블라디마루 칼린에게 보내. 지금까지는 내 선에서 어느 정도 덮을 수 있었지만, 상황이 심각하다고. 이대로 사태가 심각해지면 연방정부가 유명무실해지고 그 결과, 블라디 아크 타워도 위험해 질 거라고.”
“알겠습니다.”
군대는 움직이기 어려워도, 블라디마루가 마음먹기만 한다면 올 수 있었다. 덴 브라운이 생각하기에 지금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패는 블라디마루였다. 문제는 그 패를 쓰기 너무 까다롭다는 것.
중국의 핵이 집요하게 공격한 지역이 워싱턴 D.C와 버지니아였다. 그런 집중공격에도 주요 인물들은 안전하게 대피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뿐이었다.
머리가 살았어도 팔다리가 없다면? 팔다리가 멀쩡하다고 해도 폐나 위가 망가진 상황이라면? 숨을 쉬지 못해 서서히 질식해 죽을 뿐이고, 먹은 것을 소화하지 못해 굶어 죽는 결과만 있을 뿐. 안타깝게도 지금 상황이 그랬다.
전략사령부, 펜타곤의 장군들,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들 모두 멀쩡히 살아있지만, 그들이 움직일 수 있는 손발이 없었다.
중부지역에 남은 병력을 불러오면 되지 않느냐고? 걸어서 수천 마일을 오라고? 중간에 감염자, 변종, 변이 괴수를 뚫고?
심지어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도시, 마을, 가정이 위험에 처했는데? 전부 버리고 오라고 하면 올까?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러니 중부는 아웃. 남부는 연방탈퇴를 하겠다고 그러고 있으니, 무조건 동부 지역에서 힘을 회복해야 했다.
“뉴욕, 펜실베이니아, 코네티컷··· 뉴햄프셔.”
“뉴햄프셔는 어렵습니다.”
“변이 괴수 때문인가?”
“예. 지금도 상당히 위험한 상황입니다.”
뉴햄프셔 인근은 변이 괴수들 때문에 상황이 어려웠다. 뉴햄프셔가 그린 마운틴 국유림에서 쏟아지는 괴수들을 막고 있는 동안, 뉴욕, 펜실베이니아, 코네티컷에서 최대한 병력을 뽑아야 하는데···. 답이 없었다.
연방정부에서 병력 징집을 요청하자, 다음과 같은 답변을 반복할 뿐이었다.
‘기다려 달라.’
‘아직, 때가 아니다.’
‘치안이 불안정해 징병할 수 없음.’
병사가 있어야 장군이 의미 있지, 쓸 수 있는 병력이 없는데 장군은 무슨 의미일까? 사령부가 아무리 계획을 세우고 작전을 짜도 그걸 행할 수 있는 병력이 없으면 무의미했다.
통제되고 있는 병력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대대급 병력이 명령을 따르고 있었지만, 그들로는 변종들과 식인병자, 변이 괴수들을 막아내는 데 급급한 상황.
중대 규모를 빼, 직접 뉴욕에서 모병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무장 폭동에 가까운 저항을 받고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마루가 보내온 자료는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 연방정부, 전략사령부를 비롯한 각 기관장이 모인 화상회의는 순식간에 엉망으로 변했다.
[중국의 749국과 오진그룹이 거래했다면 한국 정부를 압박해 오진그룹을 정리해야 합니다.] [중국과 전면전이 벌어지기 전에 한 거래 아닙니까?] [오진그룹을 정리하고 핵심 인물들을 장악해야 합니다.] [옳습니다. 분노조절 치료제가 식인병에도 일부 효과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것을 명분으로 최소한 레시피를 확보해야 합니다.]덴 브라운은 미쳐서 팔딱 뛰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중국 749국에서 오진그룹에 제공한 정보와 길버트 브라운 장군이 일본에서 확보한 자료를 보면, 도쿄 지하에 무언가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봐야 합니다.”
[지금 확보한 자료는 확실한 겁니까?]“신빙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합중국이 확보해야 하는 자산이라고 봅니다.] [동의합니다. 일본 관동지역을 장악하기 위해 희생한 합중국 장병들을 생각해도 그것은 우리 것입니다.] [어떻게 확보하겠다는 겁니까? 일본에 파병했던 부대를 퇴각시켰다는 걸 잊었습니까?] [핵 공격에 살아남은 부대를 재편해서 중국 전선에 투입한 상황입니다. 당장 일본 관동지역에 보낼 부대가 없습니다.] [7개로 나뉜 중국도 문제지만, 러시아가 제일 큰 문제입니다.] [일본 홋카이도를 기습적으로 점령한 이유가 관동지역을 장악하려고 하는 것이라면 막아야 합니다.] [막하야 하겠지요. 하지만 어떻게 말입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막아야죠.] [핵을 쓰자는 겁니까?] [미쳤습니까? 중국과 러시아는 달라요. 중국은 가진 핵에 비해 탄도 미사일의 숫자가 적었지만, 러시아는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탄도 미사일 숫자만 천 단위입니다.] [그럼 러시아든 중국이든 도쿄 지하에 있는 ‘제단’을 가져가도록 두자는 말입니까?] [······.] [······.]‘제단’이라고 묘사된 그것이 사전적인 의미의 제단이든 아니면, 어떤 것을 상징하는 코드네임이든, 중요한 것은 그것을 7개의 중국이나 러시아에게 넘길 것인가? 그럴 순 없었다.
[···덴 브라운 부장. 받은 자료에 따르면 그것이 현재 사태와 관련된 것으로 나오는데 확실합니까?]“지금까지 확보한 자료에 따르자면 그렇습니다.”
이대로 가면 도쿄 지하에 있는 뭔가를 7 중국이나 러시아 놈들이 홀랑 가져가게 생겼다. 그리고 미합중국은 그걸 용납할 수 없었다.
그렇게 도쿄를 핵으로 지워버리는 것과 오진그룹을 압박해 분노조절 치료제 레시피를 확보하는 방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그런데, 대외첩보를 담당하고 있는 버지니아에서 폭탄을 하나 던졌다.
[방금 러시아에서 쿠데타가 벌어졌습니다.]러시아 대통령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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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요청에 한국은 시끄러워졌다.
“미국이 미쳤군요.”
“상황이 이런데 제정신이겠습니까?”
“그래도 기업 기밀을 내놓으라니, 그건 아니지요.”
“아니긴 뭐가 아닙니까. 이적행위를 한 거 아닙니까. 이적행위.”
“맞습니다. 중국 특수 기관과 정보거래를 했다는 게 말이 됩니까?”
“아니, 거래했을 당시에는 중국과 전쟁상황이 아니었지 않습니까?”
“전쟁상황이든 아니든 중국 특수 기관과 개별 기업이 거래했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일단 오진그룹 회장부터 잡아넣고 시작합니다.”
“뭐요? 잡아넣어? 정신 나갔습니까? 오진그룹 나주연 회장이 어떤 사람인지 모릅니까?”
“그 사람이 누구든 적대국과 거래했다는 데 체포해야지요.”
“적대국이 되기 전에 한 거래로 체포하자고요?”
“오진그룹 회장이 연구하고 있는 게, 변이 바이러스 치료제와 백신입니다. 그 사람을 감옥에 처넣자고요?”
“회사 사장 잡았다고 회사 안 돌아갑니까? 그 사람 잡아넣어도 밑에 연구원들이 계속 연구하고 있을 텐데···.”
“제약 업계 소식 몰라서 그런 말은 하는 거죠. 지금 오진제약에서 새로 만든 약은 전부 나주연회장이 직접 만든 겁니다. 그 사람이 연구개발의 핵심 인물이라고요.”
불편한 헛기침 소리 끝에. 한 국회의원이 말했다.
“그래도 미국의 요청입니다.”
“레시피를 공유해 분노조절 장애만 관리된다고 해도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렇습니다. 세계 평화와 인류애를 생각해서라도 독점이 아닌, 공유가 필요합니다.”
“동의합니다. 핵융합 기술도 그렇게 공유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지금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합니까?”
“다를 건 뭐랍니까.”
중국과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7개의 중국은 저마다 책임은 회피했고, 한미연합군을 침략자로 선언. 전쟁을 지속하고 있었다.
더러운 전쟁이었다. 핵 지뢰가 터지기도 했고, 생화학 무기와 독가스가 뻔뻔하게 사용됐다. 당연히 인근에 있는 민간인들이 떼죽음 당했다.
자기들이 그래놓고 한다는 소리가 침략자들이 중화를 말살하려고 한다는 선전에 이곳이 중국인지 아니면 중동인지 모를 질퍽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었다.
한국과 미국은 어이없었다. 핵으로 선제 공격당해 무고한 시민들과 장병들이 죽어나갔는데, 중국에서 책임자는 죽고 없음. 옛 중국은 분열했으니 우리는 책임 없음. 책임 없는 우리를 공격하고 있는 너희가 침략자라는 소리를 하는 7개의 중국이었다.
이대로 전쟁을 끝낼 수도 없었다. 7 중국의 논리대로라면 한미연합군은 침략군이며 동시에 패전국으로 전쟁배상까지 해야 할 판이었으니까.
무슨 논리가 그따위란 말인가? 전쟁을 멈추자는 건가 아니면 끝까지 가자는 말인가? 한국도 미국도 7 중국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무조건 항복’
‘핵 선제공격으로 받은 피해에 대한 무제한 보상.’
이게 한미연합군의 조건이었고. 7 중국은 이를 무시했다. 그렇게 중국 전선은 수렁에 빠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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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아- 결국 그렇게 되는 거군요.”
중국과 일본의 중간에 끼어있는 한국이 변이 바이러스 사태와 식인병에서 비교적 안전했던 이유에는 보이지 않는 오진 그룹의 활약이 있었다.
오진그룹은 약을 우선적으로 공급해, 변이 바이러스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폭력증세를 잡았을 뿐 아니라, 식인병으로 인한 이상 행동도 상당 부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인구밀집도가 높은 한국이었기 때문에 수도권만 관리 가능해도 혼란을 막을 수 있었고, 지방도 도시에 집중된 인구가 90%에 육박했기 때문에 금세 상황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
변이 괴수들이야, 무기만 넉넉하다면 예비군과 민방위 선에서 정리 가능했다. 한국 남자들은 대부분 총화기를 다룰 수 있어 총과 총알이 문제였지, 잡는 게 문제는 아니었다.
좁은 국토에 비해 강력한 무력, 끔찍한 포방부가 실존하는 한국인지라 여차하면 집중포격으로 날려 버리니 지금까지는 선방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오진그룹이 빠진다면? 어두운 거리에서 활약하고 있는 월드와 샬롯이 빠진다면? 그래도 한국이 안전할까?
중국에서 밀입국한 난민들, 일본에서 들어온 난민들 거기에 점차 숫자를 불려 가는 변이 괴수들과 식인병자들. 국토의 70~80%가 산지라, 그 속으로 숨고 있는 감염자들과 변종. 지금의 안전함은 태풍이 오기 전 전조 증상이나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말이죠. 건강을 잃고 난 뒤에야 건강의 중요성을 알더라고요.”
행복을 잃고 난 뒤에야 행복의 중요성을 알고, 사랑을 잃고 난 뒤에야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아는 가련한 자들.
나주연은 자신을 잡아넣어야 하니, 어쩌니 토론하는 영상을 보며 사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