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296)
러스트 [RUST]-296
공산주의 7 중국과 미합중국, 과연 누가 먼저 손을 들 것인가?
정상적인 세상이었다면 희대의 빅매치를 구경하면서 팝콘을 까는 나라들도 있었겠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싸움 구경하고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나라가 없었기 때문이다.
분노조절 장애을 일으킨 감염자들을 용하게 틀어막는 데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구석구석 뻗어있는 차이나타운을 통한 식인병 발발까지 완벽 대응하긴 불가능했다. 세계에 중국인 없는 나라가 있을까? 아프리카나 남미 오지에도 있는 게 중국인인데?
변이 바이러스와 식인병을 피했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 동물들은 어떻게 할 건가? 변이를 일으킨 동물들이 퍼지기 시작하자 사실상 답이 없었다.
총기 자유화 미국이었으니 어느 정도 버틴 것이지, 총기 규제인 나라들은 말 그대로 순식간에 갈려 나갔다.
대부분 규모가 작은 유럽국가에서 일어나는 일. 변이 바이러스는 어떻게 막는 데 성공했더라도, 식인병과 테러는 막지 못했고, 그쪽에 신경 쓰는 동안 괴수들이 시골 마을부터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유럽 농촌 지역이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습니다.]“이렇게 갑자기? 4월까지는 그래도 별일 없었잖아.”
디나아의 정례 보고에 마루는 깜짝 놀랐다.
[쥐들이 유럽 농촌 마을을 폐허로 만들고 있다는 정보입니다.]“쥐? 멧돼지나 들개 같은 게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변이를 일으킨 쥐는 잡기 까다로웠는데, 그 까다로운 쥐들의 번식력이 더 좋아졌다.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것도 위험한데, 쥐들이 머리까지 쓰기 시작한 것.
[쥐들이 충분히 숫자가 늘어날 때까지 숨어있던 것으로 보입니다.]“하- 그러니까, 인해전술처럼 전술을 썼다고?”
[정황상 그렇습니다.]“쯧- 피곤하네.]
하긴, 전기, 인터넷 광랜을 끊고 매복까지 한 놈들이었다.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들이니, 그 가운데 똑똑한 것들이 나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똑똑한 쥐들 그거 아님? 독전관 같은 역할 했던 쥐들.”
마을을 습격한 쥐 떼가 떠오른 김 양이었다. 엑소슈트와 네이팜으로 조졌지만, 그런 대비가 없었다면 순식간에 찢겨 나갔을 거다. 그것들 함정까지 팠었으니까.
“총기 자유화인 미국도 당하는 판국인데, 유럽은 뭐.”
본디 전쟁은 사람과 하는 것이지 동물이나, 바퀴벌레랑 하는 게 아니었다. 그러니 나토가 돌아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당장 나토는 러시아를 견제하는 데 총력을 쏟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가장 큰 실수였다.
초동조치에 실패한 나라들이 속출하기 시작했고, 이어서 국가기능을 상실하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유럽 작은 나라들이 순식간에 절단 나는 것을 보면, 겨울을 지나 봄까지 버틴 일본이 정말 대단했다.
“일본이 진짜 잘 막았던 거였음. 응.”
“거긴 능력자들이 생겼잖아.”
“도쿄랑 인근 말고, 서부지역도 제법 버티고 있잖음.”
“관동에서 관서로 간 피난민들 가운데 능력자들이 많이 있었겠지.”
그것도 이제 끝. 전술핵이 아닌 전략핵이 떨어졌으니, 뭐가 있던 남아나지 않았으리라. 디아나의 보고는 계속됐다.
[현재까지 바퀴벌레 이외의 곤충들에게는 변이 사례는 없습니다.]“그건 다행이네.”
일본에서 겪은 15~30cm 바퀴벌레는 정말 상식에서 벗어난 짓을 했었으니까.
[중국 전선은 교착상태입니다.]“미국도 답답하겠네.”
괌, 하와이, 오키나와, 평택, 대구와 같은 동아시아 미군기지에 전술핵이 떨어졌지만, 그곳에 보관하고 있는 물자들은 제법 많이 건질 수 있었다. 애초에 병기고를 지을 때, 어느 정도 핵에 대비했기 때문이었다.
예상보다 많은 물자를 건졌어도 한국군 포함 20만에 육박하는 병력이 장기간 소모하기엔 부족한 게 사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총력을 동원해 군수공장을 돌리기 시작했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바로 원자재 문제. 한국은 원체 자원이 부족한 나라인지라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에서 수입하던 원자재를 호주와 동남아로 대체해 수입하고 있었는데, 인도네시아가 갑자기 수출제한을 걸어버렸다.
그것도 니켈과 구리, 석탄, 철광석, 천연가스 같은 부분이었다. 군수공장을 돌리는데 핵심 자원들이었다. 심지어 한국 기업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광산과 천연가스까지 일방적으로 수출 금지를 때려버렸다.
“미쳤네. 이젠 대놓고 미국을 무시하겠다는 건가?”
[중국, 일본과 연결된 것으로 보입니다.]“중국, 일본?”
“가능성 있음. 동남아는 중국과 일본 자본이 많다고 들었음.”
회사에서 동남아 출장 갔을 때를 이야기하는 김 양이었다.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와 혈연, 학연 관계에 있는 화교들이 제법 있었고, 2차 대전 전쟁 보상금을 비롯한 일본 자금을 급성장한 세력도 생각보다 컸다는 이야기.
“진짜 어이가 없네.”
마루는 어이가 없다 못해 감탄했다.
중국 전쟁 초반에는 엉클 샘의 으름장에 바짝 긴장하더니 고작 한 달 만에 통수를 친 것.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중심으로 출렁거린 통수의 물결이 한국을 덮쳤다.
[오진그룹에서 분노조절 장애 치료제를 비롯한 핵심 약품을 수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정부에서 제한한 게 아니라, 그룹 자체적으로?”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에서는 약품과 원자재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사태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핵심 약품의 레시피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오진그룹에서는 정부의 중재안을 거부하고 약품 생산을 중지했습니다.]화끈하네. 근데 뒷감당이 될까? 감당할 자신이 있으니까 그러겠지?
“한국 정부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국민들 사이에서 나 회장의 인기가 비상식적으로 높고, 직원들의 충성심도 대단하다고 합니다. 거기에 여차하면 생산시설을 폭파하고 망명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어,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자원이 중요한 만큼 약도 중요했다. 분노조절 장애와 식인병 증세를 치료하는 약은 오진제약의 약이 유일한 상황. 오진그룹이 작심하면 말 그대로 난리가 날 판이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생존에 필수적인 약을 통제하는 것과 자원수출 규제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치료제의 레시피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미친놈들이네. 레시피와 자원을 바꾸자고 하더니, 이제는 공짜로 내놔라? 코로나 사태 초기, 백신 부족 사태가 터졌을 때도 레시피 공개하고 공짜로 내놓으라는 주장은 없었다.
그런데 저런 지랄이 가능하다는 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봐야 했다.
아니, 이제 국제사회라는 게 사실상 무너졌다고 봐야 했다. 어쩌면 국제질서, 자유무역의 최소 절반은 미국에 의해 유지되고 있었던 것일지도···.
‘끝났네.’
그냥 느껴졌다. 현대 사회를 유지하고 있던 무엇인가가 끝났다. 마루는 주억거렸다.
변이 바이러스 사태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은 기존의 질서를 완전히 무너뜨려 버렸다. 아마, 이 사태를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 해야 할 건 명확했다.
“14구역 지하대피소는 어떻게 됐어?”
[인근에 접근하는 개체가 없습니다.]VX 가스로 부비트랩을 듬뿍 깔아둔 지하대피소는 말 그대로 개미지옥이 됐다.
100명이 넘는 사망자, 그걸 노린 쥐 떼들이 들어가서 죽어 시체가 쌓이니, 그걸 먹겠다고 변이 코요테를 비롯한 짐승들이 들어가 또 죽고.
지하대피소를 돌면서 인간사냥과 약탈을 하는 범죄자들과 갱들이 들어가서 죽고, 다시 그 시체를 노리고 들어간 짐승들이 죽었다.
한참 그렇게 죽음이 쌓이더니, 이제는 아무도 얼씬하지 않는 곳으로 변했다.
‘좋은걸.’
이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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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화아아악-
화염방사기가 불을 뿜었다. 3,000도에 육박하는 초고온의 불꽃. 찐득한 네이팜으로 만들어진 불꽃이 닿는 족족 타다 못해, 녹아버렸다.
바글바글 달려들던 쥐 떼들이 꽁지가 빠지게 어둠 속으로 도망치는 모습에 간호사는 소름이 돋았다.
끼융끼융
불꽃이 채 가라앉지 않았음에도 성큼성큼 앞장서는 김 양의 엑소슈트.
[1호기. 후딱 안 옴?] [그래도 불꽃이···.]간호사, 오노 나나에는 대체 왜 자신이 이곳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자기는 의료진이었다. 그리고 까마귀들과 사람들 사이에서 중재, 통역해주는 사람이었고. 근데 갑자기 엑소슈트를 입히더니 지하를 떠돌게 됐다. 그것도 화염방사기를 들고.
[괜찮다고 했잖음. 징징대지 말고 후딱 안 옴?] [···가요.]어쩌겠는가? 까라면 까야지. 혹시 까마귀 때문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갑자기 이러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VX 가스 있는 곳으로 몰아넣었으니까. 조금 있다가 들어가면 됨.] [네.]VX 가스는 밀폐된 공간에서 효과가 죽여줬다. 애초에 무색무취인데다, 썩은 내가 진동하는 지하였기에 쥐들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래서 시작된 작업. 블라디 아크 타워 인근에 있는 지하 공간에 VX 가스를 이용한 대량 학살장을 만든 뒤, 화염방사기를 이용 몰아넣어 죽이는 것이었다.
[···저 건물 지하마다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위험하지 않을까요?] [무슨 사람? 위험하다고 사이렌 울리고,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 표시까지 적어 놓고 하는데.]김 양이 코웃음 쳤다. 위험하다고 표시 박아 놨는데도 꾸역꾸역 기어들어가서 죽으면 그건 자살 아닌가? 그걸 왜 신경 씀? 쥐새끼나 코요테들이 위험표시를 알아채고 피하지 않을지 그게 더 신경 쓰였다.
[에··· 또 그러니까-] [말꼬리 늘이지 말고 할 말 있으면 똑바로 하삼.]김 양의 냉혹한 반응에 약간 울상이 된 간호사가 말했다.
[굳이 이렇게 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그러니까 꼭 이렇게까지 지하를 뒤집을 필요가 있냐는 간호사의 질문에 김 양이 친절하게 대답했다.
아니 할 말 있으면 하라며? 속으로 발끈한 간호사가 김 양의 뒤통수를 슬며시 노려봤다.
김 양은 간질거리는 뒤통수에도 당당했다. 흥- 그러거나 말거나. 솔직히 김 양도 귀찮았지만, 마루의 말에 동감했다.
‘일본에서, 기억나지? 쥐새끼들이 콘크리트를 갉았던 거.’
‘지상은 까마귀들이 있으니까 어지간하면 정리되겠지만, 지하가 문제야.’
쥐새끼들이 지하에 자리 잡고 새끼 까기 시작하면 위험하다는 이야기. 도시, 그것도 인간의 힘이 약해진 도시는, 쥐들이 번성하기에 최적의 공간이었다. 마루는 그런 상황을 방지하고자 했다. 주변 청소도 할 겸, 겸사겸사 한 번 싹 쓸자는 소리.
‘피난민들은 어떻게 함?’
‘정상적인 피난민이 아직도 지하에 있겠냐? 쥐 떼가 넘치는 지하에?“
마루의 생각은 그랬다. 만에 하나 쥐들과 공생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또한 일반인은 아닐 것이다.
만약 쥐와 공생하는 인간이 있다면, 그것도 블라디 아크 타워 근처에 있다는 건 위험하다는 결론. 마루는 그럴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남겨두고 싶지 않았고 김 양도 동의했다.
‘그런 놈이 있으면?’
‘다른 지하 놔두고 우리 근처에 쥐랑 공생하는 새끼가 있다? 그걸 그냥 둬야겠냐?’
그러니까 그냥 VX 가스랑 화염방사기가 답이었다.
‘알겠음. 근데 간호사는?’
‘까마귀랑 느낌적인 느낌으로 소통한다고 하니까. 혹시 알아? 쥐랑 자주 엮이면 쥐들이랑 소통할 수 있게 될지.’
그렇게 간호사도 같이 구르게 됐다.
찍-
찌이이익-
저멀리 어둠 속에서 들리는 처절한 쥐새끼들의 소리. VX 가스를 뿌려놓은 학살장으로 들어간 쥐들이 내뱉는 마지막 소리였다.
끼융끼융 당당하게 걸어가던 김 양이 뒤를 돌아봤다. 뒤따라오던 소리가 멈췄기 때문.
간호사가 제자리 우뚝 멈춰있었다.
[뭐함?] [······.]간호사의 엑소수트는 파워로더식이었다. 전신 방어복이 노출된 형태인지라 부르르- 가늘게 떨리는 간호사의 손이 뚜렷하게 보였다.
호오-
김 양의 눈매가 가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