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304)
러스트 [RUST]-304
심은영 회장 체재로 굳혀진 샬롯 그룹은 반대 세력의 잔재를 청산하고 내실을 다지려는 중 악재가 겹친 상황이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그룹의 중심을 완전히 옮기기로 한 것이 무엇 때문이었던가? 대재난으로 망해버린 일본, 위험한 일본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샬롯이 완전히 한국으로 넘어오자, 한국에서 샬롯 그룹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곤란하게 만들고 있었다.
“살려는 준다는 말은 죽일 수도 있다는 소린데 말이에요, 오진 그룹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기는 한가요?”
샬롯도 곤란한 상황인데, 오진은 더 심했다. 변이 바이러스 치료제 레시피를 공개한 뒤에도 계속되는 소환 압박과 압수수색 시도 심지어 구속 수사 대상이 됐으면서 살려준다? 무슨 능력으로?
기순은 ‘이 누님이 다 알면서 왜 또 이러시나?’ 하는 생각을 감추고 말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시면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정부와 다국적 기업들의 공격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오진 그룹이 곳곳에 뿌려둔 오리지널 치료제는 상황이 나빠질수록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치료제로 목줄을 잡을 수 있다?”
“그건 모르겠습니다만, 이대로 가면 승자는 정해진 것 같습니다.”
원료 수급이 끊겨, 공개된 레시피도 무용지물이 됐다. 그것도 모자라 레시피대로 약을 만들어도 기존 오리지널 치료제보다 지속시간이 너무 짧았다.
일주일에 한 번 먹으면 됐던 것이 하루에 3번을 먹어야 하는 꼴이니, 원료의 소모 속도가 20배나 빨라졌다. 180일분을 생산할 수 있던 것이 고작 9일분에 그치고 있다는 것.
벌써 오진 그룹에서 치료제 생산 중단을 선언한 지 보름이 넘어가고 있었다. 하루에 3알 먹어야 하는 약과 원료도 어디론가 증발하고 있었다.
변이 바이러스와 식인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집안에 틀어박혔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코로나 사태와는 달랐다. 코로나 상황에서는 택배가 돌아갔고, 배달 음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변이 바이러스에 걸린 운전자는 분노의 질주를 촬영하고, 감염된 택배 기사는 트랜스포터를 찍었다. 배달 오토바이가 갑자기 천장지구 모드로 변해버리는 것을 시작으로 가리봉동, 대림동, 자양동을 중심으로 실종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안전했고, 안전하다고 믿었던 한국의 대도시는 언제 감염 폭발할지 모르는 위험지역으로 변하고 있었다.
톡- 톡- 톡- 톡-
심은영은 손톱을 세워 책상을 톡톡 두들겼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오진의 나주연은 위험한 사람이었다. 거기에 타카이치 신약과 야마츠키 제약 비밀연구소에서 가져온 자료 속에는 함부로 다루기 어려운 내용이 많았다.
위험한 사람에게 위험한 자료를 넘기는 게 좋을까? 게다가 살려는 준다는 게 생존을 보장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말 그대로 살려는 드리는데, 살아남는 건 알아서 하라는 소리라면? 오진 그룹 나주연이 한 짓을 보면 그러고도 남았다.
톡톡-톡- 톡톡-톡-
“나주연 회장의 전언. 토시 하나 빼지 않고 그대로 전한 것 확실한가요?”
“확실합니다.”
“전하세요. 무엇 때문에 자료를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식의 알량한 협박은 먹히지 않는다고.”
“······.”
순간, 기순의 눈빛에 서린 걱정을 읽은 심은영이 피식 웃었다. 이 친구도 나주연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
“기순 씨도 알고 있겠지만, 나 회장 위험한 사람입니다.”
“······.”
“예전에 했던 제안은 언제든 유효하니, 기억하고 계세요.”
“알겠습니다.”
기순이 회장실 밖으로 나가자마자, 심은영은 회의를 소집했다.
“본사를 옮깁니다. 부산으로.”
“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부산을 근거지로 했던 샬롯이 서울에 자리를 잡기까지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던가? 그런데 갑자기 본사를 부산으로 옮긴다니. 임원들이 웅성거렸지만, 심은영은 자신의 판단을 믿었다.
“서울에 있는 자산을 매각하거나 교환합니다.”
“최대한 현물을 챙겨 부산으로 이전합니다.”
“중요한 것은 현물입니다. 현금이 아닌.”
지금은 성장이니 유지니 할 때가 아니었다. 여러 정황으로 보면, 생존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뜻이었다. 어이없는 상상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지만 정말 그런 시대가 온다면?
서울에서 샬롯이 버틸 수 있을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자신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부산에서는?
가능했다.
내전을 대비해 요새화한 호텔을 중심으로 물류창고를 비롯해 다양한 기반 시설이 부산에 있었으니까.
거기에 일본에서 탈출한 자들이 모인 피난촌까지 흡수한다면? 부족한 인력까지 충원할 수 있었다.
“우리는 부산으로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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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샬롯이 서울에 있는 자산들을 처분하고 있습니다.”
“처분이요? 이 상황에서요? 본사도 판답니까?”
“그렇습니다.”
“샬롯 타워도 매각하는 건 아니겠죠?”
“수도권에 있는 자산 전부가 대상입니다.”
“아하- 대단하네요.”
샬롯의 발 빠른 움직임에 나주연은 웃었다. 기순을 보내서 살려는 준다고 했더니 그러거나 말거나 너랑은 상종하지 않겠다? 이건 또 반응이 특이하네.
그룹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 회의만 하더라도 며칠이 걸릴 사안인데, 당일 바로 일을 추진하는 점도 인상 깊었다.
승계전쟁에서 이기고 반대파 숙청까지 했으니 가능한 일이겠지만, 그룹 지배력과 추진력이 대단한 건 사실.
“처분해서 뭘 하겠다는 건가요?”
“부산과 인근 지역에 있는 시설과 물자를 가리지 않고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샬롯은 부산과 인근 지역에 가진 호텔, 백화점, 마트를 비롯해 물류창고와 그 안에 있는 물품들까지 닥치는 대로 모으고 시작했다. 마치 부산이라는 도시를 온전히 소유하겠다는 것처럼.
나주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산을 장악해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겠다는 건가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다른 그룹들은 어떤가요?”
“다들 샬롯에서 매각하는 자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럼 그렇지. 샬롯 회장이 이상한 여자 맞았다. 어쩌면, 일본에서 가져왔다던 자료에 뭔가 힌트가 있다거나.
자신이 만든 약은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니었다. 약을 먹으면 관리 할 수 있을 뿐. 연구하면 할수록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에 알려진 바이러스와 많이 달랐다.
인류와 침팬지의 유전자는 98.4%~98.8% 동일했다. 1.2%~1.6%의 차이가 인간과 침팬지를 나뉘게 한 것. 그 작은 차이가 전혀 다른 두 생물이 됐듯, 코로나와 변이 바이러스는 전혀 달랐다.
자연적으로 변이됐다고? 침팬지를 그냥 두면 인간으로 변이한다는 소리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게 불가능한 것처럼 누군가가 알 수 없는 무엇인가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변이를 일으켰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었다.
지금까지 확보한 정보로는 중국과 일본이 연관되어 있었다. 그러니 일본 비밀연구소에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에 해당하는 자료가 있을 확률이 높았다.
“일본 비밀연구소 자료라는 걸 꼭 보고 싶은데 말이죠.”
“그것을 동원한다면 가져올 수 있습니다. 사용할까요?”
나주연은 그것을 처음 접했을 때를 떠올렸다. 월드 PMC에서 빼내온 시체. 목이 잘렸음에도 완전히 죽지 않고 미약한 생명반응이 질기게 이어지고 있었던 그것. 끔찍할 만큼의 재생력과 분열능력 그리고···.
“아직은 아니에요.”
“···예.”
지금은 시기상조. 참고 기다려야 할 때였다.
“미국과 연락이 끊겼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 건지 알아보셨나요?”
“예. 위성이 파괴된 잔해들이 위성궤도를 잠식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이든 유럽이든 세계 각국 뉴스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었다.
각국 주요 뉴스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세팅한 모니터에서 미국 뉴스 방송이 사라졌다. 일본과 중국, 러시아, 동남아 각국도 마찬가지로 완전히 먹통이 됐다.
호주는 음성 정도만 건질 수 있었고, 유럽 각국도 시시각각으로 품질이 나빠지고 있었다. 깨끗하게 볼 수 있는 방송은 한국 뉴스밖에 남지 않았다.
[가리봉동에서 연쇄 살인 사건 용의자를 검거한 경찰이 자택에서 아내를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시신을 훼손한 정도가 심해···.] [우발적인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이례적으로 3차례나 현장 검증에 나선 국과수에서는 사건과 관련된 기자의 질문에···.] [인터넷과 SNS에서는 유럽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식인병이 발발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이 퍼지고 있는 가운데···]“회장님···.”
“시작인 것 같군요.”
[정부에서는 오진 그룹의 혐의에 대해 수사 종료하는 대신, 변이 바이러스 억제제의 원활한 공급을 요청했다고 하지요?] [그렇습니다. 정부가 오진 그룹과 협상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사실상 사법 거래나 마찬가지기 때문이···.] [···검찰과 경찰이 오진 그룹 본사를 압수 수색하려고 시도했지만, 물리적으로 진입을 막고 있는 가운데 오진 그룹에서는 어떠한 응답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논란의 여지가 없는 건 아니지만, 뚜렷하고 명확한 혐의가 보이지 않는데 그룹 총수를 구속하려고 했다는 점입니다.] [오진 그룹 회장을 구속 수사하겠다는 사유가 뭐였습니까? 그게 구속 사유라면 다른 대기업 총수들 전부 구속해야 할 겁니다. 구속하려고 한 건 무리였어요.] [거기에 오진에서는 치료제의 레시피까지 공개했습니다. 그런데도 압수수색을 하려고 했고요. 오진 그룹에서는 정부를 신뢰하기 힘들 겁니다.] [안타까운 점은 문제가 있다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구명하려고 해야지, 오진 그룹의 대응방식은 사회 질서를 흔드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보입니다.]오진제약 앞에서 치료제를 다시 생산하라는 푯말을 들고 있는 시위대의 모습이 뉴스 영상이 나왔다. 그걸 가만히 보던 나주연이 말했다.
“치료제 원료를 가져오면, 생산해 준다고 발표하세요.”
“알겠습니다.”
“우리는 생산만 하지 판매와 유통은 일절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원료를 가져온 곳을 실시간으로 공개한다고 하세요.”
“위탁생산 비용은 어떻게 할까요?”
“비용은 현물로 받는다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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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 아크 타워 주변을 감싸는 2차 외벽 공사는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었다.
빌딩과 빌딩 사이, 건물과 건물 사이를 채워 막아, 빌딩과 건물 자체를 외벽으로 이용하는 방향으로 변경했기 때문이었다.
[강변으로 이어지는 곳과 공원 지역의 공사도 2주 안쪽에 끝낼 것 같습니다.]“빨리 끝나서 좋기는 한데, 아무래도 처음에 만든 벽보다는 약하겠지?”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빌딩과 건물을 연결했기 때문에, 최소한 70% 수준의 방어력이 가능합니다.]아쉽지만, 처음부터 방어벽으로 설계한 벽과 새로 확장하고 있는 외벽이 같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70% 수준이면 충분히 선방한 것이고.
“내부 정리는 어떻게 됐지?”
[현재 47%가량 청소가 완료됐습니다.]“어설프게 남겨두면 피곤해지니까 한 번 할 때 완벽하게 하라고 해.”
[전달했습니다.]공사 진행과정을 살피는 도중 정리에 나간 김 양이 연락했다.
[마트 창고에서 생존자 다수 발견.]마루와 김 양이 인근을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있었고, 최근에는 까마귀들이 알아서 정리하고 있었으니, 생필품만 충분하다면 생존하기에는 좋은 환경인지라 생존자가 있어도 크게 이상할 상황은 아니었다.
“마트 창고? 몇 명인데?”
[16명. 아시아 식품 식자재 마트]“감염자가 아니라 생존자 확실해?”
[통제에 잘 따르고 있음. 이상행동 징후 없음.]“일단 그 자리에 그대로 둬. 금방 갈 테니까.”
[알겠음.]김 양은 마루가 바로 온다고 하는 소식을 전달했다.
“구조대입니까?”
“밖은 어떻게 됐습니까?”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가볍게 무시한 김 양이 작전을 계속했다.
[알파는 수색 재개, 브라보는 백업, 찰리는 생존자들 감시.] [감시 말입니까?]“감시라니요?”
“군대 아닙니까?”
“구조대 아니에요?”
[조용. 우리는 구조대가 아님. 떨어져.]김 양이 12.7mm 총구와 화염방사기를 들이밀자, 다가오던 생존자들이 뒤로 물러섰다.
[찰리 팀, 생존자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감시한다.] [알겠습니다.]마루가 온 것을 본 김 양이 고개를 까딱였다.
[왔음?]“어. 여기 들어오면서 봤는데, 좀 걸리네.”
마트 진열대는 전부 털린 상태였고, 안쪽에 있는 창고에서 생존자들이 버티고 있었던 듯싶었다. 그게 마루는 이상했다. 다른 도시면 모르겠지만, 이곳은 디트로이트였다.
[디트로이트? 털린 게 이상함?]“그게 아니라, 식자재 마트는 털면서 마트 창고는 털지 않았다는 소리니까. 아니면 털지 못했다거나. 무엇보다 얌전히 있는 거 자체가 이상해.”
어?
그런가?
김 양이 갸웃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