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325)
러스트 [RUST]-325
까마귀들의 공격과 그 틈을 노린 칼질에 용병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까마귀들의 만찬이 시작되자, 살아남기 급급한 용병들은 마루를 신경 쓸 수 없었다. 텔레파시 오퍼레이터도 마찬가지.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자들을 통제하기란 불가능.
마루는 그 틈을 타, 지휘 개체와 식인병자들이 있는 후방으로 조용히 몸을 뺐다. 어둑한 그림자에 녹아 들어간 마루의 눈에 지휘 개체와 식인병자들이 보였다.
후-
중무장한 PMC 놈들을 떼어냈는데도 미약한 긴장감이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면.
역시, 놈들에겐 뭔가 있는 게 분명했다.
조금 궁금하고 연구원들의 부탁을 생각하면 아쉽지만 여기까지.
마루가 마음을 정하고 이번에는 바로 지휘 개체의 모가지를 노리려는 찰나, 그년이 고개를 돌려 마루가 있는 곳을 쳐다봤다.
‘또?’
은신에 특화된 리퍼 슈트도 모자라 수풀 그림자까지 이용했는데 이걸 본다고?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었다.
우연일까? 정말 봤다면 다른 놈들에게 경고했을 테니···.
‘그럼 왜 계속 보고 있는 거야?’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똑바로 마루를 쳐다보고 있었다.
저건 놓치면 안 된다. 감각이 그렇게 속삭였다.
그렇다면 단숨에.
치익-
오랜만에 중화제를 꽂자, 아직 뜨거워지지 않은 혈관이 얼어버릴 듯 차갑게 식기 시작했다. 냉기가 연료라도 되는 것처럼 응축된 힘이 두 다리로 향했다.
팍- 중력을 뿌리친 마루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다리에서 달궈진 피가 꽁꽁 얼어붙은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유성이 내려꽂히는 것처럼 마더의 머리통을 향해 떨어지는 마루. 그리고 그것을 올려다보는 지휘 개체. 역시 이년은 보고 있었다.
마루와 마더의 눈꼬리가 서로를 바라보며 살벌하게 치솟았다.
‘죽어!’
하늘에서 살기가 떨어졌다.
‘잡았다.’
‘잡았다.’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지만, 결과를 볼 수 있는 자는 하나뿐.
“잡아!”
“막아!”
강력한 살기로 주변에 있는 놈들을 굳혀 버린 뒤, 마더를 토막 내려고 했던 것이 빗나갔다.
‘이 새끼들이.’
이미 한 번 경험했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식인병자들도 미리 준비하고 있는지 공중에서 내려찍는 마루를 육탄돌격으로 막아서는 것들.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처럼 식인병자들이 전후좌우에서 동시에 쏟아졌다.
까득-
손잡이가 비틀려 잡히는 소리와 함께 이어진 실선.
??????????????????
길게 뻗은 죽음이 빗방울을 흩날렸다. 미리 맞은 중화제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몸을 서늘하게 가라앉혔다.
?!
마더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조금 전에는 이렇게 강하지 않았잖아? 이상한 살기를 뿌려놓고 암살자처럼 움직이던 놈이 이렇다고?
식인병자들이 살기를 뿌리치고 달려들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지 못한 것처럼, 놈은 마루의 칼질이 이렇게 무시무시하리라 예측하지 못했다.
쿵!
바닥에 떨어진 충격을 반발 삼아 한 걸음 내딛는 걸음. 단 한걸음에 마루와 마더의 간격이 좁혀졌다.
지독한 살기를 뚫고 마더를 지키려고 한 정예들은 이미 육펀으로 변해버린 뒤. 나머지 잡것들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그 장면을 황망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자. 잠···.”
콰직-
지휘 개체라 그런지 질기고 단단했다. 걸리적거리는 느낌이 칼날을 타고 올라왔지만, 그딴 거 알게 뭐냐.
부가가가각——
사선으로 썰린 마더의 몸통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 다시 한 번 쪼개 올린 마루가 망연자실한 식인병자들을 향해 이를 드러냈다.
그 흉흉한 살기에 멋들어진 파티복을 입은 식인병자들이 풀썩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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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
김 양은 뭔가 등골이 서늘한 느낌에 뒤를 돌아봤다.
까악?
“아니. 갑자기 기분이 좀 그래서···.”
부리로 톡톡톡- 체스판을 두들기며 후딱 두라고 재촉하는 까마귀. 김 양의 애교 이마에 살짝 습기가 맺혔다.
까아악!
“뭐라는 거야. 근데 이거 한 수만 무르자···.”
한 수 물러달라고 하는 김 양의 눈에 들어온 광경, 옆에 있던 다른 까마귀가 깃털을 고르는 척하면서 뭔가 코치하는 모습이 보였다.
“거기 스톱.”
······.
“지금 훈수 뒀냐?”
까악?
까아악!
김 양의 말에 까마귀들이 단체로 머리를 좌우로 도리도리했다.
어? 설마?
체스판을 노려보던 김 양의 날카로운 눈빛이 까마귀에게 향했다.
“내 눈 똑바로 바라보라.”
···까아악?
“기래- 내 눈 똑바로 보고 대답하라우. 간나새끼들이··· 지금 훈수 뒀나?”
까아아악?
“짰지? 짜고 훈수 맞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 부리로 서로를 다듬어주며 깃털을 고르는 까마귀들.
그러면 그렇지, 본인이 까마귀에게 질 리가 없었다.
이것들이 감히 위대한 옆자리인 본인을 물 먹여? 이건 반동이었다. 그리고 반동에겐 교육이 필요했다.
김 양이 엑소슈트 헬멧 안면 가리개를 내리며 선언했다.
“반동분자 새끼들. 그래. 오늘 저녁은 치킨이다.”
까악?
응. 너.
바로 네가 오늘 저녁 거리라고.
화염방사기가 대기상태로 들어갔다. 여차하면 굽굽 파티가 벌어질 찰나, 디아나의 보고가 들어왔다.
[외부 공사현장에서 사람들 사이에 분쟁이 생겼습니다.] [이 새끼들 교육 좀 하고.]사람들이 싸울 수도 있지. 그러니까 중요한 건 까마귀들 교육이었다. 통구이가 되면 제대로 깨닫겠지.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무력충돌이 생기기 전 통제해야 합니다.]무력충돌? 진짜면 백정이 실망할 거다. 사람들 관리 제대로 못 했다고.
‘이것들 운이 좋네. 운이 아주 좋아.’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척 딴청 피우는 까마귀들이었다.
쯧-
두고 보겠어.
김 양은 모르겠다는 척 뻔뻔하게 날갯깃을 다듬고 있는 놈들을 한 번 훑어보곤 분쟁 현장으로 향했다.
키융키융
두 패로 갈라진 현장은 점차 고성이 오갔다. 한쪽은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고 반대편 쪽은 이번에 새로 데려온 사람들.
키융키융
김 양의 엑소슈트가 살벌하게 다가서자, 언제라도 주먹질이 터질 것만 같은 분위기가 소강상태로 변했다.
[무슨 일?]까마귀들도 그러더니 이제는 같은 사람들도 본인의 위엄을 물로 보는 건가? 슬슬 꼭지가 돌기 시작한 김 양에게, PD가 상황을 설명했다.
[외부에 있는 사람 문제입니다.] [외부인? 걔들이 무슨 문제?]접근하지 못하게 경고했는데, 무시하고 계속 오면 쏴버리면 되는 일 아니던가?
[그게 아니라. 아는 자들도 있고, 멀리 떨어진 곳에 있던 친인척들도 온 것 같습니다.]김 양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아는 사람이라면, 전에 나가기로 한 사람들?]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그런 분위기입니다.]저번에 나가기로 해서 쫓아낸 놈들이랑, 먼 곳에서 살던 친인척들이 왔다?
아- 이것들이 정말. 위대한 옆자리를 물로 보는 게 맞았다. 까마귀 새끼들이 장난질하더니, 이제는 정신 넋 빠진 새끼들이 지랄을 하네?
[디아나.] [네. 말씀하세요.] [자동포탑 가져오라우.] [네? 자동포탑 말씀이십니까?] [내래, 두 번 말하지 않캈어. 자동포탑. 날래.] [···알겠습니다.]잠시 뒤, 낮은 기계음과 함께 자동포탑이 현장에 도착했다. 김 양과 PD가 곁에 있었음에도 수군거리던 사람들은 20mm 4연장 자동포탑을 보고서야 입을 다물었다.
[여기 규칙이 뭐니? 들어오면 나가지 못한다. 나간 놈은 다시 들어오지 못한다.]“그렇지만 지금 상황을 생각해 보십쇼.”
“변종과 식인병자들이 돌아다닌다고요.”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가족과 동료였다.
“가족들이 밖에 있는데도 무시하란 말입니까?”
“자리가 없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식량은 풍족했고, 공간도 확장을 시작해 넓었다. 타워 하나뿐이었을 때는 공간 문제도 있고 보안 문제도 있어서 그렇다고 치지만, 이제는 아니지 않은가?
아크 타워가 아니라 아크 타운이라고 불러도 될 법한 넓은 면적을 확보했음에도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충분한 여력이 있으면서 사람들을 받지 않겠다고? 그럼 새로 온 자들은 왜 데려왔는데? 사람들이 한마디씩 던졌음에도 김 양은 가차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 말대꾸? 감히? 위대한 옆자리가 훈화하는 도중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피를 보는 게 맞았다.
그녀의 생각을 짐작이라도 한 것처럼 PD가 중재했다. 근거리 통신으로 그녀만 듣도록 배려한 PD였다.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즉결 처분은 좋지 않습니다. 최소한 처형은 그분이 오신 뒤에, 기준을 잡고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살짝 불만이 생겼지만, PD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그럼 밖에 모인 것들은?] [쫓아내면 됩니다.] [그것들이 계속 엉겨 붙으면 처분하겠어.] [어쩔 수 없지요.]원칙대로 한다는 김 양의 말에 반대하는 자들이 나왔고 그들은 전부 격리됐다. 자동포탑이 있었기에, 무장이 탈착된 엑소슈트로는 방법이 없었다.
20mm 4연장 자동포탑의 경고사격으로 바깥에 모인 자들을 해산시켜 버리자 몇 명이 극렬하게 반발했지만, 김 양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넓어졌다고, 식량 넉넉하다고 하나둘씩 들이다 보면 터지기 마련이니까.
[공사는 얼마나 걸림?] [앞으로 하루나 이틀이면 차단이 끝납니다.]종말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다들 조용히 입 다물고 있더니, 식인병 이야기가 돌고 난 뒤에는 분위기가 변했다.
식인병에 걸리면 밖에서도 살만하지 않을까? 그런 소문 때문인지, 별별 연놈들이 다 생기고 있었다.
‘한번 털어버릴 때가 되긴 했어.’
김 양은 조그맣게 주억거렸다.
[전부 동원해서 오늘 차단 마무리 가능합니까?] [이미 24시간 쉬지 않고 공사를 하고 있어서···.]비번이든 뭐든 새벽 별과 함께 천리마로 달려, 가열차게 공사를 마무리하라는 김 양의 압박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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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니스 박사는 어떻게 됐나?”
“전화기가 꺼져있습니다.”
덴 브라운 국장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컴퓨터공학자이자 프로그래머, 슈퍼컴퓨터 전문가인 그가 아크 타워에서 나왔다는 건 나쁜 일이 아니었다.
뉴욕에서 뿌리를 내려, 동부 지역을 온전히 회복하려는 국토안보국에는 필요한 인물이었으니까.
박사가 다짜고짜 인간의 프로그램화 연구에 도움을 달라고 했지만, 지금 기밀 작전 중이니 작전이 끝난 뒤 이야기를 하기로 했었다.
그렇게 참수 작전이 시작됐다. 최소한의 경계 인원을 남긴 채 모든 인력이 작전에 투입된 지금, 투자자를 알아보겠다며 나간 박사의 행적이 사라져버렸다.
“무슨 방법을 쓰든 찾아. 그 양반 잠시를 기다리지 못하고 어딜 싸돌아다니는 거야?”
“찾았습니다.”
요원 하나가 모니터를 보며 외쳤다.
“모나더 제약에서 나온 모습입니다.”
영상 속 박사는 터덜터덜 힘이 빠진 걸음걸이였다. 이어 호출한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박사. 가는 곳마다 투자를 받지 못했고, 나중에는 문전박대까지 당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있었다.
“그 사람 참. 나중에 이야기하자니까.”
행적을 찾았으니, 놓치지만 않으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박사가 간 곳은 라이저 제약이었다.
‘하필이면. 라이저라니.’
“영상 빨리 돌려봐. 나왔나 확인해.”
“···나오지 않았습니다.”
라이저 제약 안에서 소식이 끊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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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니스 박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라이저 회장 같은 천재는 알아보리라 믿었다.
“···종말을 피했다고 생각하지만, 제 생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대로 가면 인류는 서서히 멸종할 게 틀림없습니다.”
변종, 변이 괴수, 동물이 변하고 있는데, 식물도 언제 변이를 일으킬지 몰랐다. 변이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해도 마찬가지.
후지산 폭발과 중국 남부 홍수로 아시아 농사도 끝났고, 호주는 변이 괴수로 끝났다. 미국도 핵전쟁과 기후 변화, 변이 괴수로 농사가 끝장났다.
당장 이번 겨울은 어떻게 버틴다고 하지만 내년은? 내후년은?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한 건 인간이었다.
열변을 토하는 박사의 설명에 간간이 질문을 던진, 기스 라이저가 목이 타는 듯 쪼옥- 붉은색 셰이크를 마시면서 대답했다.
“좋습니다. 잭 니스 박사님. 박사님의 연구. 후원해 드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