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33)
러스트 [RUST]-33
구석, 매트리스를 세워 만든 틈에 들어간 김 양이 쪼그려 앉아있었다.
쾅! 쾅!
문을 두들기던 소리가 콰직! 콰콱! 하는 문을 부수는 소리로 변했다.
‘성질 급하기는.’
문을 향한 총구, 목표는 무릎 관절, 정강이나 발목.
쾅! 마지막 소리와 함께 문짝이 터지듯 열렸다. 바로 밀고 들어오는 직원.
김 양이 방아쇠를 당겨 종아리와 무릎을 쐈다.
“아··· 잠···”
쓰러진 직원의 안타까운 애원에 총알로 답하는 김 양.
퉁!
미간에 틀어박힌 탄흔이 뚜렷해지기도 전.
앞서던 사람이 정강이와 무릎을 맞는 걸 봐서인지 얼굴을 가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납작 엎드리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몸이 굳은 상태.
‘생큐.’
회사의 문제점이 이랬다. 여러 세력이 연합해 만든 회사인지라 인적자원 편차가 심하다는 것. 총격전도 경험하지 못하고 유혈낭자한 경험이 없는 출신들은 첫 현장에서 굳기 마련이었다.
퉁! 퉁! 퉁!
낮고 통통 튀는 듯한 소음과 함께 목, 무릎, 머리를 맞은 직원이 문 반대쪽 벽으로 밀려나 옆으로 쓰러졌다.
회사의 편제를 생각하면 1팀에 4명, 혹은 5명. 들어온 새끼들을 보니, 경험 있는 놈이 앞에, 뒤가 백업. 밖에 최소 2명이 더 있다는 소리.
김 양이 그대로 격발장치를 눌렀다.
쾅!
석고보드와 합판으로 만든 가벽 파편이 매트리스를 두들겼다.
하얗게 먼지가 피어오른 사이, 김 양은 뚫린 오른쪽 벽을 향해 내달렸다. 옆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방문을 살짝 열어 총구를 내민 김 양.
예상대로 직원 하나가 납작 엎드려, 최루탄을 손에 쥐고 있었다.
‘나머지는 어딨지?’
최루탄 안전핀을 뽑겠다고 누워서 간을 보는 직원의 뒤통수에 살포시 총구를 겨눈 김 양이 방아쇠를 당겼다.
퉁!
퉁!
그대로 늘어지는 직원.
김 양은 직원들 품을 순식간에 훑었다.
최루탄 +1
섬광탄 +1
글록 +1
베레타 +1
글록 탄창 +3
베레타 탄창 +2
테이저건, 가스총 따윈 필요 없고 삼단봉, 나이프, 사시미도 필요 없음.
비싼 방탄복은 죄 입고 있네, 벗길 시간도 없는데. 간나 새끼들.
누가 오는지 복도를 보면서 순식간에 파밍을 마친 김 양이 관리실로 향했다. 뭔가 터지는 소리에 관리인인지 총무인지 하는 여자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문 열어!”
시원하게 깽판을 쳤다고 하더라도 CCTV는 처리하는 게 맞았다. CCTV만 없어도 인상착의 특정하긴 힘드니까. 김 양의 문 열라는 말에, 관리인 여자가 고개를 도리도리 돌렸다.
그러면 이거 던진다?
“문 열라고'”
영화에서나 볼 법한 수류탄을 보자 관리인의 눈동자가 커졌다. 동그랗게 커진 눈을 한 관리인이 고개를 필사적으로 도리도리했다.
“진짜 안 열어?”
김 양의 말을 무시하고, 전화기를 찾아 문자판을 두들기는 관리인을 본 김 양이 쿨하게 수류탄을 깠다.
팅!
핀을 날린 김 양이 수류탄을 들고 중얼거렸다.
하나
둘
셋
휙-
꺄아아아악!
수류탄이 관리실 안으로 들어가자 관리인이 높은 소리를 냈다.
쾅!
비명이 끊기기도 전에 터진 수류탄.
김 양은 뽀얗게 퍼진 먼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관리실로 들어갔다. 사방으로 흩어진 관리인의 흔적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박살 난 CCTV 기계에서 메모리 카드를 뽑고, 컴퓨터 하드도 뽑아낸 김 양의 시선이 엘리베이터를 향했다.
15층 건물에서, 14~15층을 사용하는 고시텔. 관리실은 14층에 있었다. 15층을 가려면 14층 관리실 앞을 지나 계단으로 15층을 향하는 구조.
고시텔 전용 엘리베이터라 중간에 멈추는 일 없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9층- 10층- 11층-
엘리베이터 올라오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김 양이 수류탄을 까고는, 까닥까닥 리듬을 맞췄다.
12층- 13층-
팅- 핀이 날아가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하나, 둘, 셋, 김 양의 목소리.
살짝 열린 문틈으로 쏙 집어 던진 수류탄. 문이 조금 더 열리자, 수류탄을 발로 걷어내려고 버둥거리는 직원이 폭발음과 함께 사라졌다.
전용 엘리베이터가 터졌으니, 13층까지 일반 엘리베이터로 와서 비상계단을 이용해 올라와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올라온다고 바로 14층으로 진입하는 건 불가능했다.
여성 전용 고시텔이라 13층에서 14층으로 연결된 계단에 차단벽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일단 시간을 충분히 벌었다는 것. 이 틈에 챙길 걸 챙겨야 했다.
김 양은 방으로 돌아가 이것저것 바리바리 짐 싸기 시작했다.
‘아- 개 무거워.’
그래도 포기할 수 없지,
고시텔 위치가 털렸다는 건, 다른 토끼굴도 털렸을지 모른다는 걸 의미였다. 그러니 여기에 짱 박아둔 총이랑 탄약. 폭탄은 챙길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챙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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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 BMW가 출렁거렸다.
“개 좆 같은 김 실장 개새끼가, 지가 싼 똥을 나한테 던져? 개 씹새끼가 진짜!”
이 실장이 분을 참지 못하고 차 문을 뻥 열고 나가 주먹으로 가로수를 두들겨 댔다.
뻑! 뻑! 뻑!
얼마나 두들겼을까, 조금 진정한 이 실장이 넥타이를 풀고 와이셔츠 단추도 연달아 풀며 심호흡했다.
“하- 씨발. 그러니까 김 양을 찾았는데, 김 실장네 팀이 기어 올라가서 뒈지고 김 양은 놓쳤다? 그런데 김 양이 지랄한 뒤처리를 우리가 하고, 김 양을 추적해라? 마루인지 머루인지 그놈도 찾고?”
“······.”
아니 씨발. 정상적으로 하려면, 김 양 위치 찾았을 때 미리 연락해서 같이 포위하든, 매복해서 기다렸다가 밖으로 나온 걸 잡든 하면 될 일 아닌가?
그것도 울화가 터지는데, 김 실장 새끼들이 올라가서 개판 내기 직전에 연락하면 놓친 책임은 누가 지라고? 연락했는데, 늦게 가서 놓친 거다? 아니면 능력이 없어서 제대로 연계하지 못해 놓쳤다?
놓치기 전에 넘기든가,
지랄을 하기 전에 말하든가,
똥은 있는 대로 싸지르고 내 핑계를 대?
아주-
이 실장이 다시 터지는 울분을 꾹 눌렀다.
“야- 일단 사건 현장 덮어. 일단 가스폭발 사고로 덮고, 우리만 가지고 뒤처리 어려우니까 본사에 연락해서 전문 처리반 보내달라고 하고···.”
“14층 객실에 있던 여자들은 어떻게 할까요?”
15층은 가스 터졌다고 하면 될 거고, 혹시나 목격자가 있을지 모르는 14층이 문제였다.
이 실장이 후- 숨을 내쉬었다.
손목시계를 힐끗 본 이 실장이 다시 BMW에 타, 서류철을 집어 들었다.
“시간 보니까. 오전 9시 왔다 갔다 해서 지랄났더만, 그 시간까지 출근하지 않고 있는 여자가 몇이나 되겠어? 있다고 하더라도 보통 직업 가진 여자들이겠어?”
“······.”
“업소 다니는 애들은 업장 파악해서 우리 쪽으로 넘겨받아 입에 지퍼 채우고, 분위기 파악 못 하는 년들은 잡아서 지방으로 보내. 몇 년 굴리면 입 닫겠지. 영 아닌 년은 해외로 보내.”
“예,”
이 실장이 눈을 감고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어차피 좆된거. 그래 김 양을 잡자.
하마룬지 개마룬지는 일단 뒤로하고. 김 양부터 잡자.
김 실장 개새끼 물 먹일 방법은 김 양을 잡는 거다.
뚜링띠링땅♬
뚜링띠링땅♬
“예. 최 전무님, 이기영입니다.”
[그래, 김 양을 놓쳤다고?]이 실장의 이마에 혈관이 빠직 솟았다.
“연락받았을 때, 이미 상황이 끝난 뒤였습니다.”
[유 이사 이야기는 다르던데?]“김 실장 애들이 먼저 올라가 일을 벌인 뒤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개 씨발.
“죄송합니다.”
[그래서, 대책은 있나?]“일단 현장 관리 중입니다. 가스폭발 사고로 돌려놓고, 본사 처리팀과 협력해서 119쪽과 혹시 모를 증인들은 깨끗하게 정리할 계획입니다.”
[알겠네. 하- 최 실장과 백 실장이 있었으면 좀 여유가 있으련만, 지금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중이야. 김 실장이 제주도에서 샬롯이 김 양과 연결된 게 아닌가 하는 심증을 가져왔어.]“샬롯 그룹 말씀이십니까? 우리 회사와 나쁜 관계는 아니지 않았습니까?”
[관계는 변하는 거니까. 우리 회사의 BH를 나눠 먹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닌가? 그렇게 보고 있지. 아니면 일본 대지진 여파로 생긴 야쿠자 조직들을 흡수해서 한국 음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는 거라거나, 둘 다 동시에 진행하는 걸 수도 있겠지.]BH, 신약을 나눠 먹자고 달려드는 놈들은 넘치고 넘쳤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과 러시아까지 한가락 한다는 조직이 있는 나라들은 전부 달려들고 있는 판이었다.
약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되는 BH였다. 행간에는 이 약 때문에 전쟁이 발발할지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특히 일본과 중국은 각기 야쿠자와 삼합회를 이용해 한국 음지에 침투 난장판을 만들기 직전까지 갔었다.
중국은 공산당 당내 권력투쟁이 격렬해지면서 그 아래 엮여있는 삼합회 계파 갈등으로 번져 멈췄고, 일본은 대지진 여파로 야쿠자들이 일시 정지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김 실장이 제주도 샬롯 호텔에서 일본 야쿠자들과 만나면서, 샬롯 그룹이 한국에 야쿠자를 들여오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어쨌든 김 양을 잡아야 샬롯과의 관계든 일본 야쿠자와의 관계든 확인할 수 있겠군요. 그런데 김 양을 생포하려면 장비가 필요합니다. 방탄복과 방탄모, 방탄 안면 가리개 같은 방탄용품과 저격총을 비롯한 총화기류, 감시-정찰용 드론, 오토바이와 승합차 같은 장비가 필요합니다.”
[···알다시피 홍 과장이 운영하던 업장이 정리되면서 대량의 장비가 같이 유실됐네, 서울에 있는 장비들은 이미 분배가 된 상황이라, 여유가 없어.]“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장비 없이는 직원들 희생이 큽니다. 김 실장이 올려보낸 팀이 4명인데, 상황을 보면 제대로 된 저항도 못 해보고 당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최 전무님도 아시다시피, 시가전에 준하는 상황에서 김 양을 잡으려면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거나, 특수부대 출신들이 필요합니다.”
[특수부대? 그쪽 라인에게 손을 내밀면 그 뒤는 어떻게 될지 모르나?]“그만큼 김 양을 생포하기 쉽지 않다는 걸 말씀드리는 겁니다.”
[자네 오늘 정말 실망스럽군, 장비가 없으면 김 양을 포획하지 못한다? 자네 판단이 그렇고 자네 상황이 그런 상황이라면, 자네는 손을 떼게. 다시 김 실장에게 김 양을 맡기는 수밖에 없겠어.]“최 전무님!”
이 실장이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높였다.
[허어! 이 실장 자네 마음을 내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 결정에 토를 달겠다는 건가?]이 실장은 속에 열불이 났다.
[김 실장은 이미 장비를 거의 다 갖췄다고 하더군, 제주도에서 야쿠자들 정리하면서 샬롯과의 관계를 밝힌 공로도 있고, 본래 김 실장이 추격하던 김 양이지 않은가? 자네가 조금 빨리 움직여서 김 양을 잡았다면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김 양에 대한 정보가 있음에도 놓친 건 자네 아닌가?]하아- 이 씨발 좆같은
[현장 정리하고, 김 실장에게 인수인계해. 김 양 자료 있으면 바로 올려보내도록 하고. 나도 아쉽지만, 이런 일은 순리대로 하는 게 좋아. 그리고 자네가 추적하기로 한 그 사람 찾는 것도 위에서 관심 있게 생각하는 일이야. 그러니 실망하지 말고 그 사람을 빨리 찾도록 해. 알아들었나?]어금니를 꽉 깨문 이 실장이 낮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좋아. 이번에는 기대하겠네.]기대하기는 개뿔이. 이 실장은 이를 갈았다.
홍 과장이 살았으면, 그래서 홍 부장이 됐다면, 홍 과장 자리에 자기가 들어가고, 홍 부장 라인이 됐을 것이다. 좆같은 최 전무 밑에서 구르느니 홍 과장이 훨씬 나았다.
‘홍 과장. 그 사람 그렇게 가면 안 되는 사람이었는데.’
자료를 김 실장에게 넘기라고? 지랄.
이 실장이 서류철에서 서류를 빼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뺑이를 치든, 좆을 까든 김 실장 씹새끼.
이 실장이 현장 정리하는 직원들에게 소리쳤다.
“야- 대충 정리했으면 인수인계하게 한 명만 남고 가자. 누가 남을래? 없어? 그럼 그냥 막내가 남아라.”
“김 양 흔적 계속 추적합니까?”
“흔적은 무슨, 됐다. 우린 김 양에서 손 떼고, 이름 좆같은 새끼나 찾으란다.”
계의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