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337)
러스트 [RUST]-337
기스 라이저? 그걸 왜 잡겠다고 난리?
갑자기 마루가 예민하게 구는 걸 이해하기 어려웠다. 3호기 예비가 날아간 분노 때문인가? 그래도 분위기 딱 보면 쏘는 게 맞았는데.
‘그년 이상했다고 진짜.’
혹시 잘못했나 싶은 생각에 으쓱으쓱하던 것을 잠시 겸손하게 한 김 양이었다.
‘다리를 쐈어야 했나.’
아닌데.
뭔지 모르겠지만, 후딱 쏘는 게 맞는데.
[비서년 때문에?]“어. 그래.”
아씨. 진짜 죽이는 거 아니었어? 슬슬 눈치를 살피는 김 양에게 마루가 말했다.
“잘했어. 혹시라도 놓쳤으면 개판 될 뻔했다.”
[그렇지? 후후후]다시 싱싱해진 김 양이었다. 좋은 기분으로 시키지도 않았는데, 끼융끼융 난장판을 정리하기 시작하는 김 양을 보며 마루는 잠시 눈을 감았다.
“디아나.”
[예.]“제13 실험실에서 일어난 일 전부 녹화됐지.”
[전부 저장됐습니다.]“그거 PD하고 간호사에게 전달해서 확인하라고 하고. 저녁 식사 후 회의 소집해.”
[알겠습니다. HOLY 교도 대표들은 부르지 않으십니까?]HOLY 교도들이라. 분명 잘 따르고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이런 이야기를 터놓고 할 정도로 친밀하게 생각되지는 않았다.
“우리끼리 먼저 이야기를 해보고.”
[알겠습니다.]결국, 최악의 상황에서 방어는 자동 포탑을 기본으로 해야 할지도 몰랐다. 인공지능들이 중요해진다는 이야기지만 마루는 솔직히 껄끄러웠다.
“트리아는 어때?”
[···반응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연산능력이 많이 불안정해졌습니다.]정리해야 하나? 연산능력이 떨어졌다고 해도 슈퍼컴퓨터 유닛의 1/3을 차지한 인공지능이었다. 지금도 개판인데 인공지능까지 지랄이면 피곤했다.
[트리아도 그렇지만 사만다도 잘 지켜봐.] [네.]마루가 갑자기 폐쇄 보안 회선을 이용해 이야기하자, 즉답하는 디아나였다.
“둘이 서로 좋지 않았잖아. 애초에 한쪽이 잡아먹겠다고 했던 거고.”
[그렇습니다.]“한쪽이 확연하게 약해진 상황이니까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몰라. 거기까지 가면 다 털어버릴 생각이니까.”
[···그러지는 않을 겁니다.]“좋아. 나도 그렇게 되는 건 바라지 않아.”
[확인하겠습니다.]마루가 복잡한 듯 머리를 흔들었다.
“그래도 진짜 그럴 생각이 있는지는 알아야겠으니까. 일이 터지면 균형만 유지하고 있어. 적극적 개입하지는 말고.”
[알겠습니다.]마루는 비서의 아우라에 노출된 것으로 보이는 연구원들을 별도의 관리대상에 넣었다. 수석 연구원을 비롯해 총 연구원 가운데 20%.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검사결과 식인병 감염자는 추가되지 않았습니다.]“잠복기가 있을지 모르니까 최소한 보름 정도는 격리하도록 하고. CCTV 영상 확인했지? 분석결과는 어때?”
[CCTV와 센서에서 확인된 이상 현상은 없습니다. 연구원들의 행동을 강제할 만한 무엇은 없었습니다.]“···그렇군.”
마지막에 살겠다고 발악했을 때 뿌려진 것은 호르몬이라든지 그런 화학적인 작용이 아니었다는 의미.
그럼 살기 같은 건가?
개별 면담 결과도 미묘했다. 연구원들은 비서를 돕는 행동을 했으면서도 그런 행동을 한 이유에 대해서 말하길.
‘명령이나 세뇌 그런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실험체를 그렇게 죽이는 게 옳다는 말입니까?’
‘귀한 실험체인데, 그렇게 없앨 것까지는···.’
그러니까 비서에게 세뇌당한 것이 아닌,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막아야 했기에 그랬다는 것이다.
“정신오염이라고 해야 하나?”
연구원들 가운데 신실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그나마 괜찮았다. 13 연구실에서 중립을 지킨 연구원들은 전부 강한 종교적 신념이 있는 자들이었다. 그 외에는 마루를 말리겠다고 달라붙었고.
“어? 그러고 보니 그놈은 어딨지?”
직접접촉으로 감염되는지, 자기 몸으로 실험하겠다고 한 놈. 주섬주섬 옷을 입고 뻘쭘하게 서 있던 그놈.
검사해서 색출한 식인병자 셋이 비서를 살리겠다고 몸을 던졌을 때, 놈은··· 그 녀석은 자리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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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가운을 입은 젊은 연구원이 태연하게 밖으로 나왔다.
두근두근
무언가 억누르는 기분이 들었지만, 금방 풀렸다. 그녀가 죽은 뒤 해방감 같은 게 들었으니까.
야니아 킴이 그녀를 사살하고 안으로 들어왔을 때, 그는 슬쩍 가운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천장에 있는 CCTV에는 연구실을 담당하는 인공지능 트리아가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붉은 불빛이 꺼져있었다.
그러니까. 죽이 되는 밥이 되든 도망쳐야 했다. 지휘 개체를 사살했다는 건, 좋지 않은 징조였으니까.
문득문득 풍기는 향기로운 냄새에 저절로 고개가 돌아갔다. 입안 가득 고이는 침을 꿀꺽 삼키며 폭주하려는 식욕을 억지로 눌렀지만,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한 입만. 딱 한 입만.’
‘참아. 참으라고.’
식육의 본능과 이성이 팽팽하게 줄다리기했다.
스쳐 지나가는 여자마다 야들야들하게 보였고 남자들은 쫄깃해 보였다. 눈을 질끈 감았지만, 냄새는 막을 수 없었다.
후- 하-
그는 자기도 모르게 어느 곳으로 와버렸다. 연구하면서 한 번도 오지 않았던 곳. 처음 오는 장소였다.
어쩐지 높은 천장이 있는 곳.
천장이 높고 창문이 활짝 열린 공간.
저쪽에 보이는 수영장.
‘몇 층이지? 어디지? 여기로 왜 왔지?’
밖으로 도망쳐야 하는데, 도망칠 루트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참고, 참고 또 참으면서 허겁지겁 온 곳이 여기였다.
그리고 그는 봤다.
하얗고 뽀얀 것을.
짙은 향기.
극상의 맛이 여기에 있다.
주르르륵-
저거다.
저걸 먹으면.
뭔가. 채워진다.
극상의 진미가 풍기는 기운에 그의 이성은 날아가 버렸다.
크아아아!
“에? 에엣?”
득달같이 달려드는 사내를 본 간호사가 수영복을 입은 채 엉거주춤했다. 포식자의 날카로운 손과 발이 가녀린 사냥감을 덮치려는 순간, 새까만 소리가 들렸다.
까악! (비상!)
까아아악-(침입자다-)
처음에는 한 마리가 이윽고 두 마리, 세 마리 점차 늘어나는 까마귀들이 사내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비켜 비키라고!)
까아아악! (이 새끼 죽여!)
열린 창문으로 수십 마리의 까마귀들이 밀려들었다.
사내의 뻗은 팔이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에 찢어졌다. 순식간에 두 눈이 쪼아졌고. 머리와 어깨 팔에 달라붙은 까마귀들이 남자를 강제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추락.
끄아아아악!
퍼석-
낙하한 잔해 위로 까마귀들이 내려앉았다.
까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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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나 이놈이 빠져나가는 걸 왜 경고하지 않았지?”
[연구 섹터의 모든 권한은 트리아에게 있습니다. 저는 마루 님이 계신 장소에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후-
연구와 관련된 분야는 박사와 트리아가 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트리아의 상태가 이상해진 상태.
“연구실 통제 권한 위임 받을 수 있나?”
[···잭 니스 박사의 허락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잭 니스 박사는 뉴욕으로 떠났다고. 뉴욕으로 떠나서 그렇게 됐는데 어떻게 하라는 거지?”
[······.]마루는 인공지능이 답답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좋아. 연구 섹터에서는 그렇다고 쳐. 그럼 그놈이 위로 올라갔을 때는 왜 막지 않았지?”
[보안 관련 지침대로 했습니다.]“보안 관련 지침?”
[예. 처음 보안 관련 지시를 내리셨던 것입니다.]마루는 인공지능에 모든 것을 맡길 수 없다는 쪽이었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인공지능이라고 하더라도 예상외의 상황이 벌어질 위험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해킹이라든가, 전원에 문제가 생긴다면? 사만다와 트리아 두 인공지능 모두 중요한 것은 자기 주인이었지, 마루의 명령이 아니었다.
그런 애들이 도사리고 있는데 인공지능에 보안을 맡긴다고?
이것들을 믿고 방어 시스템을 완전 자율로 풀어둔다? 마루는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볼 수 없는 구간도 만들었고. CCTV와 센서로 위험요소를 감시하고 위험요소가 있을 때만 방어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했다.
“사적인 장소에서 감시 금지 이런 규칙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애초에 사적인 장소에는 CCTV와 센서를 설치하지 않은 마루였다.
처음 블라디 타워를 건설했을 때의 위험요소는 다른 기관의 요원들, 특수부대의 침입, 감염자들의 공격 같은 부분이었다.
그러니까 무장한 자들이라든가, 비이성적인 행동을 뚜렷하게 하는 사람 같은 자들이 위험요소였다는 이야기.
지금처럼 비무장한 사람 한 명이 사적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으라는 명령은 없었다는 말.
“식인병자가 밖으로 나온 것은 알고 있었나?”
[확인하지 못했습니다.]확인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알았으면서도 명령받지 않은 사항이라 경고하지 않았다면 화났을 테니까.
“좋아. 앞으로는 여기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접근하는 자들이 나오면 경고하고, 경고를 듣지 않으면 즉시 배제하도록.”
[알겠습니다.]“확실히. 지금 같은 상황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긴 합니다.”
PD가 입을 열었다.
“이쪽으로는 보안 전문가와 시스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마루도 동의했다.
“일단, 일부 연구실은 타워 밖으로 이전하도록 하지요.”
넓은 부지를 확보했으니, 계획대로 타워에 있던 연구시설 가운데 일부를 밖으로 옮기기로 했다.
“생명공학 분야부터 옮기기로 합시다.”
지금처럼 바이오 해저드 위험이 있는 곳부터 옮기기로 했다. 여차하면 소각 처분할 수 있도록 보안 규칙도 바꾸고 해당 분야 연구원 숙소까지 전부 통으로 옮기기로 했다.
[현재 격리 중인 연구원들은 어떻게 할까요?]“문제없으면 새로 만드는 숙소에 배정하도록.”
보안과 연구실 이전 문제를 끝낸 마루가 화제를 전환했다.
“이건 비서의 기억 영상입니다.”
비서의 뇌에서 추출한 영상자료를 공개했다. 기술의 한계 때문인지 오래된 기억은 확인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시각적인 자료. 비서가 눈으로 본 기억만 영상화 가능했다.
“국토안보국 요원들이 잡혔군요.”
“저거 뭐임? 뇌 둥둥?”
“에엣? 에-”
“···뇌를 이용해 생체 단말을 만든 건가요?”
그리고 계속되는 영상. 라이저 제약에서 식인병자들이 다양한 실험을 한 내용이었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다양한 실험들이 무얼 의미하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기스 라이저는 식인병이 가진 문제점을 해결하라고 하고 있었다.
“엣- 에에에엣- 우욱-”
사람을 갈아서 셰이크로 만드는 장면을 견디지 못한 간호사가 밖으로 나갔다. PD는 차갑게 분노했고, 김 양은 그런가? 죽일 놈들이네. 정도였지만, 후드는 반응이 달랐다.
후드가 하얀 두 팔을 내밀었다.
“기스 라이저를 빨리 잡아야겠군요.”
오른팔에 이어 왼팔도 깨끗해진 모습이었지만, 기계음은 날카로웠다. 뉴욕에서 열심히 일했다며 치료해줬는데 왼팔이었다.
얼굴을 해달라니까 달랑 팔을 치료해준 블라디마루. 치료제가 있다는 것도 알았고 열심히 하면 치료해준다는 것도 알았지만, 얼굴이 우선이지.
여자인데 얼굴부터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팔 치료 해줬으니, 더 열심히 일하라는 건가? 그래서 지금도 먼저 나서는 후드 제니아 로든이었다.
“기스 라이저가 가진 자료들이 다른 식인병자들에게 공유된다면, 식인병자들은 하나의 완전한 세력으로 뭉칠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단순히 식인병자 색출과 토벌, 식인병자들의 인간 사냥이라는 문제가 아니라, 종의 문제가 됐다.
“식인병자가 아니라, 새로운 식인종의 탄생이라고 봐야 하니까요.”
식인병자는 모조리 쓸어버리겠다고 작심한 마루를 살살 긁어주는 발언. 마루의 생각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모르겠지만, 후드는 매우 열정적으로 주장했다.
“라이저 제약 산하 PMC에 능력자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연구가 계속되면 식인병자들도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될지 모릅니다. 그 전에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PD도 후드의 말에 동의했다.
뇌 영상에 나온 식인병자들은 불경한 것들이었고 악이었다.
치료제를 연구해서 식인 욕구를 자제하는 방향으로 연구하는 것이 아닌, 신체능력을 더 강화하기 위해 사람을 갈아 마시는 쪽으로 연구하는 것들을 뭐라고 해야 할까?
악이 있다면 그놈들이었다.
그리고 역시 HOLY님은 그런 악을 멸하기 위해,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강림하신 분이라는 믿음이 더욱 강해지는 PD였다.
한바탕 하고 들어온 간호사도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을 산채로 갈아서 마시는 것에게 자비는 없다는 얼굴. 치료제가 있음에도 치료를 거부하고 인육을 탐하는 것에게 간호사는 연민을 느낄 수 없었다.
김 양은 솔직히 조금 귀찮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뒀다가는 더 귀찮아질 각이 느껴졌으니까.
무엇보다 비서년이 보여줬던 그 요염함이 재수 없었다. 그것이 3호기가 됐다면? 그래서 백정이 흔들리기라도 했다면?
근데 뇌 영상에는 그런 년들이 열나 많았다. 당장이야 전부 잡아 죽이겠다고 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더듬이 내밀기 전에 싹 쓸어버리는 게 맞았다.
만장일치.
블라디 아크 타운이 전시체계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