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344)
러스트 [RUST]-344
“아파도 참아라.”
짐승의 발톱처럼 생긴 나이프를 뽑은 유 이사가 흑마의 총상을 헤집었다. 푸르르릉-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고통을 견디는 흑마.
괴수 고양이 발톱으로 만든 카림빗 끝, 탄환이 걸리는 느낌에 그녀가 나이프를 헤집었다. 툭- 뽑혀 나온 굵직한 탄환은 흑마의 근육을 파고들지 못한 채 뭉개져 있었다.
형체가 망가진 탄두만으로도 유 이사는 탄의 종류를 알 수 있었다. 30-06 스프링필드. 7.62x63mm 라이플 탄환. 이건 주로 괴수와 싸울 때 사용하는 총탄.
미국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총탄으로, 멧돼지와 곰을 사냥할 때 사용하는 탄이었다. 이걸 흑마가 맞았다는 건···.
그녀는 생각을 멈추고 총탄을 뽑아낸 상처에 미군 신형 지혈제를 발라줬다. 반투명한 막이 즉시 자리 잡으면서 즉시 출혈이 멎는 모습. 확실히 대단한 약이었다.
히히히힝-
총알을 다 뽑아서 시원한 건지 시원하게 몸을 흔드는 흑마였다. 그런 흑마의 목을 툭툭 두들기며 잘 참았다고 치하한 유 이사가 문득 고개를 숙여 땅을 움켜쥐었다.
장갑의 틈 사이로 주르륵 빠져나가는 마른 흙. 무언가를 잡으려고 하면 이렇게 빠져 나가버리는···.
여러 생각과 기억이 교차 됐다. 어디서 문제였지? 샌프란시스코와 그 일대를 정리하기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할 수 있었다.
이후 LA까지 남하했을 때도 문제는 크지 않았다. LA의 갱단과 카르텔 세력이 몰살된 사건 덕분에 사실상 남아있는 거대 조직이 없었으니까.
‘식인병에 대한 경고는 충분히 했다.’
숫자가 부족했나? 식인병자에게 무너질 숫자는 아니었는데?
LA를 방어하던 자경대도 있었고 거기에 직속으로 다니던 애들 절반을 더했음에도 전멸이라니. 부대장이었던 빌리는 그 모양으로 돌아왔고.
유 이사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캘리포니아 해안 지방은 그녀의 영역. 주변에 있는 범죄조직들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장악한 LA를 공격해? 누가 그랬을까?
공격받으면 반드시 철저하게 복수를 했으니, 범죄조직이라면 더러워서라도 마찰을 피했을 텐데.
‘어떤 놈들이지?’
근처에 있는 놈들을 전부 족친지라 짐작되는 바가 없었다.
게다가 샌프란시스코에 있던 흑마가 총상을 입은 채 여기까지 찾아온 것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주변을 싹 밀었는데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세력이 갑자기 튀어나와 자신의 본진인 샌프란시스코를 공격했다는 소리였으니까.
‘범죄조직은 정리했어. 식인병자들도 전부 색출했고.’
슥슥- 괴수 발톱 나이프로 땅바닥에 상황을 정리하고 있던 풍경이, 이라크 사막에서 군용 대검으로 변했다.
‘아니 그냥 생각하지 말라니까요.’
‘계획은 무슨 계획. 하던 대로 하세요. 좀.’
‘뭔 함정 깨는 게 취밉니까? 함정 같다고 말하면서 들어가는 건 뭡니까?’
‘···취미?’
대수, 상혁이, 민식이 그리고 말없이 죽상인 병덕이가 말했던 기억.
북북 땅바닥을 긁어대던 대검이 자갈 섞인 황무지를 헤집기 시작했다. 아프간의 고원 어느 마을. 불꽃에 피어오르는 마을에서 유 이사는 피 흘리고 있었다.
‘이 새끼들 지원 온다고 하더니!’
‘폭격? 우리 있는 거 뻔히 알면서.’
‘왜 혼자 들어갑니까. 거길 왜 혼자 가냐고요.’
‘···취미?’
부욱- 길게 그어지던 대검이 잿빛 눈 위를 그었다.
‘민간인들을 무장시켜서 바리케이드에 밀어 넣으시겠다고? 진심이십니까?’
‘어차피 여기 뚫리면 다 죽어.’
‘하- 이사님. 다 좋은데, 사자가 새끼를 절벽에서 어쩐다. 그런 소리는 아니죠?’
‘그 소리지 뭐. 살아남아야 큰다고 생각하는 양반이잖아.’
‘틀린 소리는 아니잖냐? 언제까지 우리가 지켜줄 수도 없는 거고. 일이 터진다면 지금 터지는 게 좋아.’
‘···취미?’
북북- 회색 눈발을 헤집던 대검이 다시 괴수 발톱 나이프로 변했다.
민식이가 만들어준 괴수 고양이 발톱으로 만든 나이프는 시간이 지날수록 날이 빠지기는커녕 점점 예리해졌다. 베고 찢고 가르고 피와 생명을 먹을수록 더욱.
“씨발.”
까득- 어금니 가는 소리가 낮게 울렸다.
히이이잉-
푸르르륵-
흑마의 투레질에 유 이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괜찮아. 쉬고 있어.”
지금 바로 간다고 해서 바뀔 건 없었다.
시애틀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의 거리는 810마일(1,300km) 흑마와 같이 간다고 하면 이틀에서 사흘은 잡아야 할 거리였다.
흑마가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도 이틀은 걸렸을 것. 지금 당장 출발한다고 해도 샌프란시스코가 털렸다면 이미 오래 지난 뒤라는 뜻.
끓어오르던 분노가 서서히 싸늘하게 식어갔다.
자경단이 전멸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몇 개월 안 된 부하들이었지만, 복수는 해줘야겠지. 만약 살아남은 자들이 있다면 더욱 강해졌으리라. 그 녀석들도 그랬었으니까.
‘가보면 알겠지. 가보면.’
어떤 놈들이 건드린 건지, 어떻게 된 건지.
흔적은 어디 가지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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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랜딩으로 강하한 김 양이 눈을 번뜩였다.
그대로 밥상을 엎어버렸더니, 식인병자들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
투앙!
그런 식인병자들에게 12.7mm 철갑탄을 먹여주는 김 양.
‘어라? 이 새끼들 좀 이상한데?’
착실하게 대가리에 구멍을 뚫던 김 양이 고개를 갸웃했다.
[봤음?] [···그래.]식인병자들 머리 쓰는 새끼들 아니었나? 근데 무슨 못 먹어서 환장한 새끼들처럼···. 그런 김 양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마루가 말했다.
[이것들 감염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다.]아. 식인병 처음 발병하면 순간적으로 식욕 억제하지 못해서 눈 돌아가는 거? 근데 그건 중국 식자재 먹고 눈 돌아간 애들 이야기 아니었나? 초기 식인병 터졌을 때 이야기.
일단 한 번 먹고 나면 좀 진정이 되는지, 다음부터는 식욕 채우기 위해 머리 쓰고 그래서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인데.
[그러니까 이상하다고. 자연적인 감염 확산이 아닌 것 같다.]누군가 노리고 동시에 퍼뜨렸을 가능성이 있었다. 하필 샌프란시스코에 오니 이런 일이 터졌다는 건.
비행선의 격납고에서 까마귀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회장님.”
“그래 봤다. 바로 잠수정을 퇴각시켜.”
잠수정의 흔적을 보면, 놈들은 자신이 떠났다고 착각할 것이다.
‘이제 다 왔다.’
씨앗은 충분히 뿌려졌다. 거기에 블라디마루 칼린이 자기 발로 진창에 들어왔으니, 성공 확률은 더욱 올라갔다.
이제 조각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것만 모으면···.
어두운 뒷골목을 달리는 기스 라이저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까아아악!
[잠수정 흔적을 발견했다고 해요!]“어디래?”
[남쪽으로 향했다고 하는데요?]역시, 이 개판의 원인은 기스 라이저인가? 그러니까 안전하게 퇴각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 이런 개판을 만들었다는 거?
“빌어먹을 새끼가.”
[기스 라이저?]눈치 빠른 김 양이 재깍 알아챘다.
“그래.”
[그럼 바로 추격?]남쪽으로 도망친 잠수정을 추격한다고 딱히 잡을 방법이 없었다. 기뢰라든지, 폭뢰라든지 잠수함을 공격할 때 필요한 무기가 없었기 때문.
수류탄을 바다에 뿌린다고 해도 잡을 확률이 낮았다. 그렇게 뿌릴 만큼 수류탄이 넉넉한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샌프란시스코와 인근에 창궐한 식인병자들을 그냥 두고 갈 수 없었다. 그냥 둬 시간이 지나면 놈들 가운데 지휘 개체, 상위 개체가 생길 테니.
“아니. 싹 청소하고 간다.”
[알겠음.]어차피 기스 라이저가 갈 곳은 정해져 있었다.
대도시.
LA든 아니면 더 아래로 내려가 멕시코로 가든. 도시로 가겠지. 놈은 어디로 가든 세력을 모으려고 할 테니,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까마귀 정찰대 남쪽으로 보내고. 나머지는 주변 식인병자들 처리하라고 해.”
[들으셨죠? 정찰대는 잠수정 추적하고요. 식인병자들 정리하세요. 민간인 공격하지 않게 주의 부탁해요.]까아아아악!
깍!
사방으로 흩어진 까마귀들이 화답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창궐한 식인병자들 태반은 첫 식욕에 정신이 팔린 사이 정리됐다. 하지만 조금 먼저 정신을 차린 식인병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어떻게 된 건지 아는 사람?”
“모르겠어.”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 보니, 식인병자가 됐고. 갑자기 솟구치는 식욕에 때문이라지만 동료를 공격했다.
그렇게 동료를 잡아먹었어도 후회되지 않는다는 것. 양심에 가책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조금 이상했지만 그뿐.
“그럼. 저 새끼들은 뭐야?”
“엑소슈트와 비행선이라니. 군대인가?”
“군대는 아니다.”
“라디오에서도 괴물 까마귀를 다루는 부대 이야긴 없었어.”
“그런 부대가 있었다면 진작 선전했겠지.”
식욕에서 정신을 차려보니, 무차별 공격받고 있었다. 사람을 공격하는 순간, 득달같이 달려드는 까마귀들. 그걸 알아챈 자들만 살아남았다.
“저 새끼들 우리 같은 사람만 죽이는 거 같은데?”
“어떻게 알고?”
식인병자와 일반인은 외형적으로는 구분 불가능했다.
“일반인을 공격하는지 본 거다.”
“까마귀가 그걸 구분한다고?”
“구분하니까 이 꼴이 된 거잖아.”
“어이없네.”
“까마귀도 문제지만 엑소슈트 입은 것들도 그래.”
식인병에 걸렸어도 말이 통했다. 당장 애원하고 항복하고 그러면 죽이기 껄끄러운 게 당연하지 않나? 말이 안 통하는 전장에서도 적군이 항복하고 애원하면 사살하기 주저되지 않던가?
사실 따지고 보면 그냥 병이었다. 치료제가 없는 것도 아닌, 약이 있는 병. 그러니까 식인병자도 일종의 병에 걸린 환자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냥 쏴버린다고?
“청소가 목적인 특수부대?”
“동부는 아니야.”
“그럼 남부 자유 연합인지 연맹인지 그쪽?”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놈들의 행동이었다. 놈들은 식인병자를 죽이는 게 목적인 것처럼 죽이고 다녔다.
“대장도 식인병자들 처분했잖아.”
“우리도 대장한테 죽을 거야.”
저 새끼들에게서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대장이 돌아오면 살아남기 힘들었다. 이유야 어떻든 동료를 잡아먹었으니 그걸 용서할 유 이사가 아니었다. 무조건 이곳에서 도망쳐야 했다. 그렇다면 어디로?
“아니. 도망치면 진짜 죽는다.”
“대장이 놓치겠냐?”
“그럼 어쩌라고?”
“살려달라고 빌어야지.”
가능할까?
동료 잡아먹었는데?
안 걸리면 되지.
우리가 그런 게 아니라고 잡아떼야지.
식인병자들 대가리에 총알 박는 거 못 봤어?
의견이 분분했지만, 도망치는 건 위험하다는 데 동의했다. 대장의 성격이라면 지구 끝까지 추격해서 반드시 죽일 테니까.
“무조건 식인병 때문에 정신이 나갔었다고 해야 해.”
“그렇지.”
“다들 알다시피 대장은 거칠지만 바로 죽이지는 않을 거다.”
“총 맞지 않을 자신은 있고?”
“그래. 빌리 새끼 살리겠다고 약 찾으러 간 거 보면 모르겠냐?”
“그래서 어떻게 하자고?”
“약을 달라고 해야지.”
“우리 감염시킨 새끼가 누군지 모르지만, 그 새끼한테 복수하게 해달라고. 죽어도 싸우다 죽겠다고. 그렇게 달라붙어야지.”
그렇게 이야기가 오가는 사이, 문득 한 놈이 말했다.
“그냥 대장이 우리처럼 되는 게 낫지 않겠어?”
“······.”
“······.”
잠시간의 침묵을 깨는 손뼉소리.
짝짝짝-
식인병 걸린 부하들이 화들짝 뒤를 돌아보자, 늘씬한 미녀를 양옆에 대동한 사내가 웃으며 말했다.
“바로 그겁니다.”
낮은 목소리와 함께 기스 라이저의 지배력이 이제 갓 진화한 유 이사의 부하들을 옭아맸다.
이렇게 단기간에 연으로 몰린 경험이 있었던가? 없었다.
뉴욕, 서부 연안, 그리고 이곳 샌프란시스코까지. 블라디마루 칼린에게 3번이나 연속으로 죽을 뻔했다.
기스 라이저는 어이없었다.
잠수정의 흔적을 발견하면 뼈다귀 쫓는 개처럼 헐떡일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샌프란시스코에 죽치고 앉아, 신인류를 쓸어 버리기 시작했다.
사사건건 예상을 벗어나는 블라디마루 칼린 새끼였다.
뉴욕에 갑자기 등장한 것도 그렇고 서부까지 따라온 것도 그랬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 그나마 다행인 건 전부 썰려버리기 전, 마지막 조각을 찾을 수 있었다는 거.
신인류가 된 유 이사의 부하들이 바로 그것.
‘조커는 내가 잡았다.’
기스 라이저는 그들을 쉽게 장악할 수 있었다.
그에게 상위 개체 특유의 지배력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들과 뜻이 같았기 때문.
[회장님. 샌프란시스코로 접근하는 흑마가 발견됐습니다.]쥴리아의 텔레파시가 기스 라이저에게 닿았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다들 알아들었습니까?”
“예.”
막이 올랐다. 인생을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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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이이잉-
두두두두-
말발굽 소리를 내며 내달리던 흑마가 갑자기 푸르릉- 속도를 줄였다.
그와 동시에 유 이사의 감각이 날카롭게 세워졌다. 흑마가 속도를 줄였다는 건, 근처에 뭔가가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부스럭-
철컥-
수풀이 작게 흔들리는 것과 동시에 Rsh-12의 총구가 겨눠졌다.
“대장님. 접니다!”
“저희입니다.”
푸르르릉- 흑마의 작은 울음소리와 함께 이어진 유 이사의 차가운 목소리.
“거기 스톱.”
부하들은 자기들 얼굴을 확인했음에도 계속 겨눠진 총구에 당황했다.
“대. 대장?”
“무섭습니다.”
갑자기 왜 이러시냐는 듯 억울하다는 반응에도 눈 하나 깜짝이지 않은 유 이사가 싸늘하게 말했다.
“왜 그랬지?”
“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유 이사는 자신의 감각과 흑마의 반응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녀석들.
인간을 벗어버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