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346)
러스트 [RUST]-346
[뽀그르르륵-]뇌둥둥 생체 단말 모니터를 보는 유 이사.
무얼 봤는지 입꼬리가 점점 길어지는 것 같은 것도 잠시.
타앙!
그녀가 쏜 총탄에 한쪽 눈알이 폭발한 식인귀 하나가 나무에서 떨어졌다. 부르르 사지를 떠는 모습. 기다렸다는 듯 달려든 거대한 흑마가 뼈있는 함박스테이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히이이이잉-
콰직콰직 콰드득-
말발굽에 무언가 다져지는 끔찍한 소리를 배경음 삼아 유 이사의 목소리가 솟아올랐다.
“그러니까- 한 마리씩 기어들어 오지 말고 하려면 한꺼번에 하라니까 그러네.”
“······.”
“······.”
“아. 그건가? 총알을 소모하게 하겠다?”
“······.”
“······.”
한 마리씩 간을 봤다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뽑고 있는 기스 라이저를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머리를 이렇게 쓰나?’
방금 하나 뒈졌는데도 슬금슬금 사각을 향해 가는 놈이 있는 걸 보면, 대놓고 총알 소모를 노리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었다.
총알만 없으면 비벼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나?
‘그나저나 이놈 대가리에 뭔 쓰레기 같은 것까지 꽉꽉 들어차 있는지.’
유 이사는 다양한 정보를 뱉어내는 기스 라이저의 머리통을 바라봤다.
조그만 대가리에 뭘 그렇게 많이 쟁여놔서, 영상이고 문자고 몇 배속으로 뽑아 돌려도 끝나려면 오래 걸릴 판.
그냥 대충 뽑고 죽이고 싶어 손가락이 근질근질했지만, 기분대로 죽이고 나면 개판이 될 게 확실했다.
놈을 죽이는 순간, 녀석이 지배하고 있던 하위 개체들의 식욕 억제가 풀리면서 삽시간에 난장판이 된다는 협박이 사실이었으니까.
‘뉴욕도 지휘 개체가 죽으면서 난장판이 됐어.’
기스 라이저의 기억에 강한 인상을 남겼는지, 뉴욕에서 마루가 했던 척살 작업이 우수수 문자로 떠올랐다.
‘비행선이라.’
비행선은 정말 탐났다. 뉴욕을 휩쓸 수 있었던 것도 비행선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뉴욕에서 서부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비행선 때문이었으니까.
‘비행선만 있으면 그 새끼들 전부 쓸어 버릴 수 있을 텐데 말이야.’
회춘을 노렸던 늙은이들이 있는 곳까지 가려면 이동수단이 필수였다. 가능하면 전신 갑옷형 엑소슈트도 있으면 좋고.
‘야니아 킴? 이름 하고는.’
유 이사는 마루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있던 김 양이 생각나, 픽-하고 웃었다. 회사에 있을 때 많이 귀여워 해줬는데 배신한 년.
그나저나 젖비린내나던 꼬맹이 둘이 많이 컸다. 일본에서 봤을 때만 해도 귀여운 것들이었는데 싱싱한 정보를 보니, 이젠 함부로 엉덩이 두들겨 주긴 어려울 듯싶었다.
‘많이 컸네. 비행선도 있고 말이지.’
일본에서 마주쳤던 일을 생각하자, 그 정제되지 않은 거친 살기가 떠올랐다. 전신이 난도질 될 것만 같은 응축된 살기. 한 20년만 젊었어도 끌고 다니면서 쓸만하게 만들었을 텐데···.
씁—
휘릭- 탕!
보지도 않고 쏜 총에 사각으로 기어오던 놈이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히이이이힣-
이제는 소리마저 기괴해진 흑마가 부지런히 뼈있는 동그랑땡을 빚기 시작했다.
“야- 올 거면 빨리 와라. 넉넉하니까 총알 걱정은 하지 말고.”
들어와.
일단 전부 들어와 보라니까.
단체 손님은 언제나 환영이야.
서비스 끝내주게 해줄 테니, 일단 한 번 와보라니까.
유 이사의 도발에도 한 명씩만 들어가는 식인귀들 사이로, 흑마의 말발굽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던 검은 새가 낮게 울었다.
까아아악-
그리고 조용히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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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샌프란시스코.
가늘게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사이로 10~20여 마리씩 뭉쳐 다니는 까마귀들을 피해 건물 속으로 숨은 식인귀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젠장.”
“저 씨발 새들은 뭐야?”
그나마 몸을 숨긴 자들은 다행이었다.
첫 식욕을 채웠으니까 망정이지, 식욕을 제어하지 못해 휘둘린 자들은 까마귀 밥이 됐거나 이상한 엑소슈트에게 당했으니까.
“빌어먹을 엑소슈트는 뭐고?”
“군은 아니다.”
군 소속은 확실히 아니었다.
그냥 대놓고 기관총을 긁어대는 무식한 짓을 보면 확실히 그랬다. 게다가 항복도 받지 않고, 도주도 허용하지 않는 모습.
말 그대로 눈에 띄면 갈아버리는 미친 엑소슈트가 군 소속? 절대 아니었다. 그럼 대체 저건 뭘까? 정체는 됐고, 살아나가려면 저걸 잡아야 했다.
인내심이 없는 자들이 달려들어 봤지만, 결과는 구멍 숭숭 뚫린 시체가 차곡차곡 쌓일 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잡을 수 있겠냐?”
“친척이 특수부대라 아는 데 그쪽도 파워 로더형을 쓰지. 저딴 통짜 깡통은 아니었어.”
파워 로더 형식도 힘든데 전신 깡통인지라 그냥 총으로는 힘들었다. 수류탄도 소용없었고.
“대전차 무기가 필요해.”
“이 상황에서 뭔 대전차 무기.”
이런저런 말소리가 갑자기 뚝 끊겼다.
!?
순간 뇌리에 직접 꽂히는 감각. 치솟는 불안함, 가야만 한다는 강력한 본능이 고개 들었다.
“야- 지금- 느꼈어?”
“이게 뭐지?”
“너도? 씨발.”
미친 까마귀와 엑소슈트를 피해 기껏 숨었는데, 갑자기 인근 계곡. 그러니까 시애틀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내려오는 도로 수풀 지역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전부. 동시에.
그건 피할 수 없는 강제력이었다. 이성적으로는 계속 숨어있어야 한다고 했지만, 본능은 가야만 한다고 하는 상황. 마치 첫 식욕만큼이나 견딜 수 없었다.
그렇게 숨어있던 곳에서 하나둘 나오기 시작한 식인귀들을 향해 김 양은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봤음? 이것들 미쳤는데?]두더지 게임도 아니고 숨어있던 놈들이 알아서 머리를 내밀잖아?
[···식인병자들 확실한 거냐?] [보셈. 총으로 대가리 터뜨리는 데도 좀비처럼 꾸역꾸역 나오는 거.]식인병자인지 아닌지 몰라도 저게 정상은 아니잖음?
멀쩡한 사람이면 앞사람 머리통 날아가면 ‘끼에에엑’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도망치겠지, 저렇게 나란히 ‘죽여줍쇼.’ 하고 나오겠음?
[에- 다리 건너편 능선 수풀에서 이상한 걸 발견했다고 해요.]중간에 간호사가 끼어들었다.
[기스 라이저로 보이는 인간을 인질로 삼고 있는 암컷···사람이 있고, (에엣- 말? 말이요? 그러니까 히이이잉-하는 우마요? 까악-) 엄청나게 큰 말도 있는데, 식인귀들이 포위하고 있다고 해요.]간호사가 무슨 소리를 하거나 말거나, 식인귀들이 보이는 족족 머리통을 날려버리는 김 양을 마루가 제지했다.
마루는 비서의 뇌에서 뽑은 영상이 떠올랐다. 어쩌면 저건 그 현상일지 몰랐다. 정찰 까마귀가 봤다는 상황과 지금 정신없이 이동하는 자들이 식인병자라면 어쩌면 기회였다.
[···잠깐 쏘지 말아봐.] [왜?]철컥- 팅-
[저놈들 어디로 가는지 보게.]굳이 그걸 알아서 뭐하게 싶었지만, 일단 김 양은 마루의 말대로 잠시 대기했다. 식인귀 수십이 점점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쪽으로 이동하는 모습.
[어? 진짜?] [저쪽 방향 맞지?] [거기 그쪽에서 본 거 맞죠? (까악!) 네. 그렇다네요.] [기스 라이저로 의심된다고 하는 놈을 잡을 기회다, 가서 확실하게 확인하고 처리하는 게 좋겠지. 우리도 간다. 김 양은 놈들의 뒤를 잡고 숫자 줄여. 까마귀들은 일단 복귀시키고.] [알겠음.] [네.]거대한 비행선이 느릿하게 방향을 틀었다. 그 주위를 프라이팬과 양수 냄비를 움켜쥔 까마귀들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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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숲을 깨우는 한 발의 총성.
탕!
수풀을 꿰뚫는 총성과 함께, 한 마리 식인귀가 고기 파이로 변했다. 유 이사가 쏘고 흑마가 다지고. 반복되는 상황에서 점차 늘어나는 식인병자들.
유 이사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오냐오냐했더니,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흔드는 느낌이랄까?
총알이 충분하다고 했지만, 사실 그렇게 많은 건 아니었다. 12.7mm 탄이라 부피가 커 많이 들고 다니기 곤란했다.
그러니까 대충 50발 남짓 가지고 있었는데, 이미 탄보다 모인 놈들이 더 많았다. 그마저도 저쪽은 계속 숫자가 늘고 있는 상황. 이대로 가면 나이프 들고 춤추게 생겼다.
‘기스 라이저 말고 지휘하는 놈이 또 있는 건가?’
뇌둥둥 생체 단말에서 뽑은 정보를 보자면, 지휘 개체의 명령을 우선한다고 했는데.
‘이걸 보면 믿을 수가 있어야지.’
상위 개체가 위험에 빠지면, 하위 개체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지휘 개체를 보호하기 위해 움직인다고 했는데, 지금처럼 이렇게 총알 소모 강제하는 전술이 본능이라고?
아무리 봐도 단순한 본능적인 움직임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정보와 현실이 일치하지 않았다. 머리에 구멍 뚫린 기스 라이저 말고 다른 놈이 이것들을 지휘하고 있다는 소리였으니까.
“새끼들아. 간만 보지 말고 그만 들어오라니까?”
“······.”
포위망을 풀기 위해 기스 라이저를 끌고 이리저리 살짝 이동해봤지만 까다로웠다. 꼭 뛰어난 지휘관이 현장 지휘를 하는 것처럼 대응이 빨랐다.
‘지휘관이든 오퍼레이터든 있다는 소린데.’
아직까지 기스 라이저의 뇌에서는 그에 대한 정보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봐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화학식이라든지, 무슨 생체 단말 기술과 관련된 내용에 인공지능 개발 어쩌고 그런 것들만 한참 동안 뽑히고 있었다.
뽀그르르륵-
이거 무슨 박사의 뇌로 만든 단말기라고 했던가?
설마 이 새끼가 지 좋아하는 정보부터 뽑는 거 아니야?
유 이사의 눈이 뇌둥둥 생체 단말기를 노려보자,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왔다.
얼굴을 보면 딱 감을 잡을 수 있을 텐데, 주름 잡힌 뇌만 둥둥 떠 있으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야- 적당히 하고 지금 필요한 것부터 뽑아봐. 상황 돌아가는 거 모르겠냐?”
최첨단 생체 단말기라고 했으니, 음성인식 기능 같은 게 있겠지. 유 이사가 뇌둥둥에게 말을 걸었다.
뽀르르르륵-
‘쯧- 내가 미쳤지. 이딴 게 뭔 소릴 알아듣는다고.’
생체 단말기가 모니터에 출력하는 이상한 자료에서 눈을 돌려 바닥에 널려있는 생고기 패티를 바라보는 유 이사였다.
뒈지는 걸 알면서도 달려들다니. 이 새끼들 벌레 같았다. 생명력이 질기기는 바퀴벌레 같고 하는 짓은 개미 같은 군집곤충 같다고 해야 할까?
죽음의 공포를 알면서도 이런 짓이 가능하다니, 지배력이 얼마나 강하면 이딴 게 가능한 건지.
‘도핑한 새끼들보다 낫네.’
약 빨고 눈 돌아가서 달려들던 새끼들도 만만치 않았는데, 이 새끼들은 또 다른 맛이었다.
‘나한테 비행선만 있었으면 이 새끼들 모조리 쓸어 버리고 그 개새끼들 진작 묻어 버렸을 텐데.’
비행선만 있었으면 복수는 진작 끝났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회사고 뭐고 가루로 만들었을 거다. 젠장 어디 하늘에서 비행선 하나 뚝 떨어지지 않나?
문득 고개를 들자, 커다란 검은색 물체가 하늘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씨발.”
비행선이었다. 그래 비행선.
저게 왜 여기로 왔을까? 내 비행선이니까 왔겠지.
유 이사의 눈동자가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저걸 어떻게 착륙시키지? 유 이사의 마음속에서 저 비행선의 주인은 그녀였다.
비행선 주위를 알짱거리는 까마귀들은 새똥 묻으니까 치워버리고, 저걸 타고 바로 뉴욕으로 가서··· 회춘 찾는 새끼들 후장에 총알을 박아 버릴 생각만 해도 찌릿찌릿 달아올랐다.
그런 비행선을 향해, 푸쉬식- 기다란 연기를 꼬리에 달고 날아가는 RPG 탄두와 재블린 미사일.
“안 돼! 내 비행선!”
어떤 새끼야?
어떤 새끼가!
안 돼.
내 비행선!
유 이사의 절규가 무심하게 비행선을 향해 치솟는 RPG 탄두 앞을 프라이팬이 가로막았다.
콰아아아앙!
프라이팬을 때려 공중에서 폭발한 RPG 탄두.
어?
이어서 재블린 미사일이 양손 냄비 안으로 쏙 들어가 폭발했다.
까아아악!
까악깍깍!
“······.”
내가 지금 뭘 본거지?
잠시 생각이 멈춘 유 이사의 머리 위, 비행선 격납고가 열리며 천 단위의 까마귀들이 쏟아져 나오는 모습.
그 압도적인 광경에 유 이사의 몸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 느낌은 까마귀 따위가 아니었다. 비행선에서 느껴지는 존재감.
크-
그래.
너였구나.
너희들이었어.
찌릿찌릿한 이유가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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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병자들을 뒤에서부터 지우며 추격하던 김 양이 우뚝 멈췄다.
[저거 봤음?]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