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35)
러스트 [RUST]-35
마약 2과, 나 과장이 책상을 내리쳤다.
쾅!
책상에 있던 물건들이 떨렸다.
쾅!
두 번 연달아 책상을 내리친 나 과장이 한 형사에게 소리쳤다.
“당신 형사라는 사람이 대체 뭘 하고 있던 거야?”
“······.”
“2과와 3과가 공조해서 좋게 처리한 사건이 많아서 마약반 내에서는 정치질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잘못 생각했나?”
“······.”
“안 형사를 배제하고 단독으로 작전을 짜더니 결과가 이게 뭐야!”
“······.”
한 형사는 침묵했다.
그놈의 정치질을 누가 했는데?
좋게 처리한 사건? 3과가 수사하던 걸 전부 빼돌려서 개판쳐놓고?
안 형사를 배제하지 않을 수가, 화장실에서 참고인 배에 올라타 협박이나 하는 사람을 배제하지 않으면 누굴 배제해야 하지?
“결과가 이게 뭐냐고! 혼자 공적 쌓겠다고 단독작전 돌렸으면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냐!”
“······.”
왜 단독작전을 했냐고? 그걸 몰라서 묻나?
안 형사가 왜 하마루에게 협박을 했는지, 어째서 하마루 뒤를 미행했는지, 왜 조직원으로 보이는 자들 십여 명을 지휘하는 것처럼 보였는지, 어째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순찰차를 그냥 보냈는지. 그런 상황이 생길지 몰랐지만, 그런 상황이 생겨도 대비할 수 있게 하려고 했다.
“안 형사가 죽었어, 그것도 조폭 새끼들이 한 총질로. 감히 경찰을 건드린 새끼들을 잡아 족쳐야 하지 않겠냐고! 근데 그 새끼는 어따 빼돌렸는데? 하마루 그 새끼를 잡겠다고 안 형사 몰래 도청장치고, 위치주적기, 감시카메라까지 달았다더니, 그 자료는 왜 공개하지 않고 있나? 하마루 그 새끼는 왜 잡아넣지 않고 있냐고!”
“······.”
2과 나 과장이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교묘하다.
총질한 게 야쿠자일지 삼합회일지 조직일지 하다못해 정부일지 아무런 근거가 없었다. 거기에 하마루의 알리바이가 확실한 것을 알면서 마치 유력 용의자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심지어 몰래 도청기와 위치추적기를 사용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듣게 소리치는 걸 뭐라고 해야 할까?
도청 자료를 공개한다면? 하마루를 지켜주겠다고 해놓고는 손 놓고 있었던 정황이 드러날 것이다. 그럼 그걸 꼬투리 잡겠지.
공개하지 않는다면? 중요한 정보를 독식하기 위해 같은 식구인 안 형사가 죽도록 내버려 둔 놈으로 찍히겠지.
하마루를 잡으면?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는 참고인을 유력 용의자로 누명을 씌워 잡았다고 그럴 테고, 잡지 않으면 지금처럼 유력 용의자인 것처럼 프레임을 씌워 말리겠지.
아주 더러운 화법을 쓰는 나 과장이었다. 그리고 끝까지 한 형사는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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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형사와 이 순경이 자판기 커피와 담배를 들고 앉았다. 담배를 거의 태우지 않는 이 순경도 지금만큼은 참을 수 없었는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담배를 피웠다.
“아- 진짜 미치겠네. 아니 한 형사님. 나 과장 그 새끼, 말도 안 되는 개소릴 하던데, 그걸 어떻게 참고 그냥 듣고 계셨어요? 나 같으면 그냥 콱 받아 버렸을 텐데 말이죠.”
담배를 깊게 빤 한 형사는 뭘 생각하는지 말이 없었다.
“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그리고 안 형사 진짜 이상하잖아요. 형사니까 조직에 정보원 한둘 정도 심어 놓는 거야 그렇다고 치지만, 무슨 조직 중간 간부라도 되는 것처럼 15명이 뭡니까? 15명이. 그건 정상이랍니까?”
후-우- 한 형사가 길게 연기를 뿜었다. 이 순경이 곁에서 쫑알쫑알 참새처럼 말하는 것을 배경음 삼아서 생각에 빠진 한 형사였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한 형사는 확인하고 싶었다. 하마루가 월드의 조직원인지. 그래서 월드 축산 지하 창고에 대해 제보한 사람이었는지.
반지하 하마루의 집에서 발견된 최 실장과 백 실장의 시체를 만든 살인범은 아닌지,
그도 아니면 4번 작업실에서 대량 살상한 범인이거나 그 사건과 연관 있는 건 아닌지. 그걸 확인하고 싶었다.
하마루의 알리바이는 완벽했다. 하지만 한 형사의 감은 뭔가 있다고 찔러왔다. 너무 완벽한 알리바이, 마치 영화나 드라마의 각본처럼 완벽한 알리바이는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이질감이 느껴졌었다.
처음 만날 때는 쓰지 않고 있던 안경을 쓰고 있었다든지···.
하마루는 게임을 할 때 쓰는 보안경이라고 대답했지만, 일상생활에서 쓰지 않던 안경을 게임을 할 때 꼬박꼬박 챙겨 쓰는 사람이 그렇게 많을까?
심지어 오전에 자기 엄마가 마약을 한다고 신고해 놓고, 스트레스 푼다고 종일 PC방에서 게임 하면서 ‘내 눈은 소중하니까 보안경을 끼고 게임 함.’
이게 일반적인 사람인가? 많이 양보해서, 눈 건강에 예민해 그렇다고 치자.
그럼 게임이 끝난 뒤엔 당연히 안경을 벗고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집에서 최 실장과 백 실장의 시체를 발견했다며 신고했을 때, 안경을 끼고 신고했다. 집이 PC방도 아닌데 안경을 끼고 있었다.
그리고 경찰서에 와서 진술할 때도 안경을 끼고 있었다. 모자까지 쓰고. 그건 마치 PC방 CCTV에 찍힌 모습과 같아요. 똑같은 모습입니다. 그렇게 어필하는 것만 같았다.
논리로는 완벽한 알리바이. 하지만 감은 아니라고 하는 상황. 한 형사는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위기 상황이 발생한다면 하마루는 어떻게 대응할까?
돕는다고 안심시켜 놓은 상황에서. 진짜로 위기 상황이 닥친다면?
안 형사든 월드파든 하마루를 죽이려고 생각했다면 많은 인원을 투입하지 않았으리라 한 형사는 생각했다. 만약 하마루를 죽이려고 한다면, 동남아나 중국 킬러를 고용하든, 조직에서 제일 어린 막내를 보내 조용하게 쑤시든 그랬을 거다.
여러 생각 끝에, 한 형사는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하마루를 안 형사가 뒤따랐고, 놀랍게도 안 형사는 14명이나 되는 조직원들로 하마루를 압박했다.
[안 형사님, 살려주십쇼!] [사람 살려!] [안 형사님 전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 [살려 주세요!]도청기에서 수신되는 살려달라는 소리, 카메라에 찍힌 모습들을 보면서 한 형사는 기다렸다.
[누가 경찰에 신고 좀 해주세요.] [119라도 불러주세요.] [납치다. 사람 살려!]덩치들에게 둘러싸여 두들겨 맞는 것 같은 소리, 옷이 찢기는 소리, 도와달라고 외치는 소리에도 한 형사는 기다렸다.
[한 형사님! 위험해지면 온다면서요!] [안 형사님. 전 정말 모릅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살려주십쇼. 안 형사님. 그냥 살려만 주세요.]한 형사는 더 기다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개입하려는 찰나.
안 형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 이어서 쏟아지는 총격. 10초~12초? 그 짧은 시간에 15명이 총탄에 맞아 숨졌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은 조폭들이 주변을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일반 시민들이 멀찍이 돌아가서 일반인 사상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었다. 안 형사를 제외하곤.
한 형사는 그것도 의심스러웠다.
왜 하필 안 형사를 제일 먼저 쐈을까? 안 형사에 대해 의심스러운 정황이 없지 않았지만 뚜렷한 증거나 명백한 결과 없이, 이렇게 죽음으로 한 사람을 보냈을 땐 언제나 뒤끝이 좋지 않았다.
다시 엉키기 시작했다.
이번 총격으로 하마루가 아무런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는 정황이 됐다.
그리고 사과나 해명을 하기 전, 하마루는 딱 잘라 말했다.
더는 경찰과 엮이기 싫다.
원하는 게 있으면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랑 이야기해라.
귀찮게 하면 다 까발리겠다.
이젠 참고인 소환을 하려면 변호사랑 이야기해야 할 판이 됐다. 심지어 증인을 보호해 주겠다고 해놓고 방치한 증거를 가진 참고인이었다. 사실상 부르지 말라는 소리.
“···그래서 말인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안 형사 총 맞아 죽은걸, 이렇게까지 숨길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뉴스에도 영화 촬영인가 그걸로 나오고. 이거 정말 이상합니다.”
그래. 그것도 이상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그걸 숨기는 이유도 이해는 됐다. 경찰이 조폭과 같이 한 사람을 두들겨 패서 납치하려다 총에 맞았다. 그대로 까발려진다면? 경찰과 조폭이 한통속이라는 이야기가 퍼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찰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한 이때, 상부는 그걸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거기에 서울 한복판에서 총으로 사람이 죽었다는 이야기까지 퍼진다면?
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모르니, 일단 봉합하기로 위쪽에서 결정 난 것이리라.
“···안 형사 그 사람 진짜 짜증 나게 하는 인간이었지만, 그래도 같은 경찰 아닙니까. 근데 월드 쪽 애들 지휘하다 총 맞은 걸 보면, 크리스털 애들이 작업한 거 아니겠습니까?···”
“······.”
“···저번에 크리스털 산하 조직으로 보이는 애들이 중국산 약 유통하는 걸 먹였으니, 크리스털 애들이 그렇지 않아도 이를 갈고 있었는데 딱 알고 보니 안 형사가 월드랑 붙어먹고 있었네? 경고성으로 날려 버리면서, 밥그릇 건드리면 깽판 친다? 이렇게 지랄을 떤 거죠···”
“······.”
한 형사의 머릿속에서는 여러 사건이 조합되고 분해됐다. 자잘한 조직들이 사라지고 기업화된 조직들이 생겼다. 그렇게 된 이유가 있었을 터, 놓친 것은 무엇이지? 아니,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결과부터 역추적해야 했다. 월드 축산. 신형 마약. 월드 축산 화재. 하마루 반지하 살인사건. 최 실장과 백 실장. 저격 사건.
주르륵-
“···한 형사님! 한 형사님! 괜찮으십니까? 지금 코에서 피나요. 아니, 한 형사님 코피가 줄줄 흐른다니까요.”
한 형사가 흐릿해진 초점을 잡기 위해 고개를 저었다. 코피가 심하게 나고 있었다.
이 순경이 신고 있던 양말을 벗어 한 형사의 코피를 막았다.
“아-(야)- 너 무조(좀) 잉(있)따 밍셔(면서)”
“됐고요. 일단 코 좀 틀어막고요. 뭔 놈의 코피가···. 배에 사시미 틀어박혔다 뽑힌 것처럼 흘립니까. 와 진짜 깜짝 놀랐네.”
“무조이라여(무좀이라며)”
“그러니까 좀 잠도 자면서 하자니까 왜 이렇게 그럽니까?”
한 형사의 작은 외침을 외면하는 이 순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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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여성 전용 고시텔 가스 폭파사고 속보에 마루는 잠이 확 깼다. 바로 문자를 보냈다.
[야 뭐야? 너야?] [?]아니 이년이 모르는 척?
아니지 진정···. 앞뒤 너무 잘랐다.
마루는 다시 심호흡하고 터치패드를 꾹꾹 눌렀다.
[영등포 고시텔 가스 폭파 너임?] [아님.]즉시 답이 왔다. 단호한 느낌.
아니라고? 내가 실수했나? 마루는 뭔가 좀 미묘한 느낌이었지만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
[몇 시 기차?] [버스 타고 기차역 가고 있음. 개 무거움.]아? 총이랑 총알 폭약 같은 거 챙긴다고 했었지.
[도착하면 로열 마리나로] [개 무거움.] [부산역에서 버스 타고 좀 도니까···] [개 무겁다고!]마루가 뭐라고 답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그새를 참지 못하고 또 문자가 왔다.
[개 무거움. 진짜임]흐허허허허.
아니 진짜. 어·쩌·라·고? 이렇게 적어야 하나?
마루는 머리가 묵직해지는 느낌이었다.
이년 뭔가 이상해. 일단 좌표랑 시간부터 챙겨야 했다.
[열차 타고 출발시간. 도착시간.] [ㅇㅇ]“다음 정차할 역은 부산역, 부산역입니다. 이 열차의 마지막 종착역입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숨을 고른 마루가 노트북에 집중하고 있는 기순을 툭-치며 말했다.
“야- 부산이래. 부산. 다 왔다. 다 왔어. 슬슬 정리해야지.”
노트북에서 시선을 뗀 기순의 얼굴엔 짙은 피로가 가득했다.
계의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