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354)
러스트 [RUST]-353
슬금슬금 가면서도 힐끗힐끗 1호기를 훔쳐보는 모습.
‘이것이 감히···.’
김 양은 흑마를 혹독하게 조련하기로 했다.
말 새끼가 좋다고 엉기더니 3분도 지나지 않아 헤벌쭉 간호사에게 눈독을 들여? 사람이고 말이고 그냥 눈 돌아가는 걸 보니 배알이 꼴렸다.
“야. 이리와.”
까딱까딱- 총을 흔들자 다그닥다그닥-
김 양의 기분이 좋지 않은 걸 알아채기라도 한 듯 눈치 보는 흑마였다.
‘난 몰라요. 응애. 착한 흑마입니다.’
말도 표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런 표정을 짓는 가증스러운 흑마였다. 안타깝게도 김 양은 그런 불쌍한 표정이 1mm도 박힐 여자가 아니었을 뿐.
“앉아.”
모른척하려고 했던 흑마는 진짜 총을 겨누는 걸 보곤 재빨리 앉았다.
좋은 말이고 나쁜 말이고 말귀를 못 알아듣는 말은 착해질 뿐. 김 양은 아니다 싶으면 말고기로 잔치하겠다고 생각하고 흑마를 굴리기 시작했다.
“엎드려, 좌로 굴러.”
히이이이이잉-
흑마는 억울했다. 신체 구조 모르나? 아니, 말 보고 어떻게 구르라···.
철컥-
“굴러.”
말도 구를 수 있었다. 물론 제자리 점프도 할 수 있었고.
그렇게 흑마는 김 양의 관리하에 들어갔다.
“이거 식인병자를 귀신같이 찾는데?”
흑마에 탄 김 양이 ‘버러지도 구르는 재주가 있구나?’하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특유한 체취라도 구별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흑마는 일정 근처에 식인병자가 있다 싶으면 맹렬하게 달려가 공격을 시작했다.
쿠직- 쿠직-
푸르르륵!
나무 뒤에 숨어있는 식인병자를 찾아 납작한 떡갈비로 만든 흑마가 투레질하는 모습에 마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머리도 좋은 것 같고.”
까마귀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흑마 정도면 상당히 똘똘한 편이었다. 그래서 김 양을 태우고 있는 흑마를 보면 기분이 묘하기는 했다.
똑똑한 놈이니 유 이사를 자신과 김 양이 죽였다는 것을 알 법도 한데, 잘 따르는 것을 보면 뭔가 싶기도 하고.
거의 한 달 가까이 비행선을 따라다닌 것을 생각해보면 전 주인인 유 이사에게 복수하겠다고 따라온 거 아닐까? 그래서 무시하고 있었는데, 냉큼 김 양에게 친근하게 달라붙은 걸 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김 양에게 달라붙나 싶더니 틈만 나면 간호사에게 다가가 히이이힝-하면서 좋다고 잇몸 드러내는 걸 보면 그냥 변태 말 같기도 하고.
식인병자 흔적만 찾았다 싶으면 악귀처럼 달려가 싸우는 걸 보면 복수심이나 투쟁심이 없는 것 같지는 않은데, 유 이사 죽인 자신과 김 양을 대하는 걸 보면 또···.
“그냥 변태 말 새끼라서 그럼.”
푸르르륵-
김 양의 평가에 흑마가 아니라는 듯 투레질했다.
“아니긴 새끼야. 지금도 힐끗힐끗 눈깔 돌렸지? 맞지?”
······
흑마의 목덜미를 찰싹 때린 김 양이 씩 웃었다. 정신 빠진 놈 정신 개조는 고난의 행군이 특효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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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안보국과의 거래는 깔끔해서 좋았다.
깔끔하다 못해 따지고 보면 후한 경우가 더 많았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3기라니 이거 너무 후하게 주셨는데요?”
“2기면 원하셨던 발전 용량보다 조금 부족해서 말이죠.”
마루가 원했던 용량을 200이라고 했을 때, 2기에 180 정도 밖에 나오지 않아서 3기 270을 넘겨줬다는 것.
“덕분에 당분간 전력 걱정 없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하하- 부디 주변 시민 분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마루의 감사 인사를 덴 브라운은 인근 사람들을 잘 부탁한다는 말로 받았다. 미합중국 시민들을 잘 돌봐달라는 소리.
뭘 믿고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마루는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싶어,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허허허- 웃은 덴 브라운은 마루와 덕담을 나누고 헤어졌다.
서서히 고도를 높이는 국토안보국 비행선. 수천 마리 까마귀가 호위하듯 비행선 주위를 맴돌았다.
“장관이군.”
“그렇습니다.”
까마귀들의 배웅이라니, 두렵고 호사스러운 느낌.
“까마귀들에게 우리를 배웅하라고 명령하거나, 신호 보내거나 그런 모습 본 사람 있나?”
“보지 못했습니다.”
“···어이없군.”
그렇다는 건 예전에 했던 명령을 까마귀들이 기억하고 따른다는 소리거나, 명령이 없더라도 까마귀들이 알아서 융통성 있게 배웅했다는 건데, 어느 쪽이든 놀라웠다.
“까마귀를 이용해 정찰하는 게 분명합니다.”
“이 정도로 훈련된 까마귀라면 정찰과 공격 모두 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동물을 전쟁에 이용하려는 시도는 많았다.
탄약 수송 전문 당나귀, 참호를 이용해 침투하는 개, 적의 잠수함이나 함정을 감시하는 돌고래, 정찰하는 매 같은 것들.
하지만 지금 보고 있는 광경은 근본이 달랐다. 훈련이 성공했다고 해도 한두 마리, 많아야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지, 이렇게 만 단위를 움직이는 건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블라디마루 칼린에게 까마귀를 길들인 방법을 넌지시 물어봤지만, 그도 딱히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니면 길들이는 방법을 감추는 건지 모르겠지만, 만 단위는 될 법한 까마귀를 움직일 수 있다는 건 사실상 제공권을 장악했다고 봐야 했다.
“후- 사실상 공중항모로군.”
“그렇습니다. 폭탄을 들고 날아가다 떨어뜨리면 그게 폭격이니까요.”
까마귀들은 멀리 따라오지 않았다. 덴 브라운 국장과 부하들은 블라디 아크 타운으로 돌아가는 까마귀들이 아쉬웠다.
“혹시, 동물을 길들이는 능력 같은 게 있지 않을까요?”
“그럴 가능성도 있지.”
이제는 능력자가 농담이 아닌, 현실인 시대였다.
미국에서도 능력자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대부분 신체능력 강화 관련된 능력이지만, 특이한 사례도 가끔 보고됐다. 재생이라든지, 염력이나 텔레파시 같은 초능력 계열.
그래서 확신할 수 있었다. 덴 브라운 자신을 공격한 세력이 있다는 것을.
‘그놈. 분명히 정신계 능력자였어.’
국토안보국에 침입해 태연하게 환영을 사용해 정신 공격한 놈. 끈질긴 추적 끝에 라이저 제약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의 뒤를 봐주는 PMC와 연결된 것을 찾았다. 뉴욕 식인병자 세력을 축출하는 과정에서 놈들도 자취를 감춰 버려 안타까울 뿐.
“이상 현상에 대한 제보가 있다면, 장난 전화로 생각하지 말고 전부 확인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흉기를 알 수 없는 살인사건이나, 특이한 흔적이 남은 실종 사건 같은 것도 놓치지 말고.”
“연방수사국과 공조하고 있습니다.”
블라디마루 칼린도 일종의 능력자였다. 대인 살상력에 특화된 능력자. 하나가 생겼는데 둘이라고 생기지 않을까. 운이 좋아 그런 쪽 능력자를 확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확실히 확장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건축 자재를 산더미같이 쌓아 놓은 것을 보면, 추가로 더 확장할 생각이 분명합니다.”
예상대로 블라디마루 칼린은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이번에 교환한 모듈 원전 3기라면 확장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겠지.
중북부 지역을 확보하고 재건하는 비용으로 모듈 원전 3개를 썼다고 생각하면 남는 장사 아닌가?
“장악한 면적에 비해, 사람이 부족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무인 방어 시스템을 적극적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피난민들을 가려서 받는 것 같습니다.”
“나쁘지 않군. 오히려 좋은 일이고.”
블라디 아크 타워에서 타운으로 수십 배 넓어진 구역은 인공지능이 관리하는 무인 자동 포탑으로 방어되고 있었다. 이건 좋았다. 사이가 틀어진다고 해도 희생자 없이 EMP로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생각보다 효율적인 방법이야. 동부 관리하는 데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방법을 찾아봐.”
조금씩 확장하면서, 나중에는 외곽에 위성 마을을 만드는 방법. 어떻게 보면 중세와 비슷한 방법이었지만, 효과가 좋아 보였다.
미합중국을 재건하는데 예전과 같은 방식은 어려웠다. 감염자, 변종, 식인병자 그리고 변이 괴수의 공격을 외딴 마을이 버텨내긴 힘들었으니까.
그렇다면, 지금 블라디 아크 타운이 하는 것처럼 해보는 건 어떨까?
중앙에 강력한 방어 거점을 만들고 그 주변에 위성 마을을 만들어 평상시에는 서로 필요한 것을 교환하고, 위기 시에는 중앙으로 이동해 방어하는 것.
“우리도 도입해 보도록 하지.”
“국장님. 유 이사의 시신 기본 검사가 끝났습니다.”
“상태는 어떤가?”
“보존 상태가 좋았습니다. 정밀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가능성 있습니다.”
덴 브라운 국장의 눈동자에 불길이 일었다.
블라디마루 칼린을 확인한 것도
블라디 아크 타운의 확장 방식을 파악한 것도
상태가 좋은 시신을 직접 회수한 것까지.
모든 것은 성공적이었다.
[국장님. 시애틀로 향한 2호선에서 연락이 왔습니다.]서부 지역에 있는 여러 설비를 회수하기 위해 보낸 비행선에서 온 연락.
“연결하도록.”
[시애틀 인근에 있는 부품 공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주변이 전부 폐허입니다.]그럴 리가?
데브리(우주쓰레기)에 의해 인공위성이 먹통이 되기 전에 확인했을 때는 문제 없었다. 파괴된 흔적도 없고 멀쩡하니까 회수하러 보낸 것 아닌가?
“폐허가 됐다고? 무너졌으면 잔해를 치워봐. 기계 설비가 고장 났어도 수리하면 되니까.”
[몇 군데 잔해를 치워봤지만, 남은 게 없습니다.]···이게 무슨 소리야?
결국, 목표치의 절반 정도만 구할 수 있었던 국토안보국이었다.
주요 설비를 회수하면서 서부 지역에 영향력을 투사할 수 있게 됐지만, 그렇게 확보한 서부 지역은 순식간에 통제에서 벗어나 버렸다.
대표적으로 LA가 그랬다. 블라디마루 칼린이 있을 때는 까마귀 때문이라도 설치지 못했던 갱단과 카르텔 놈들이 순식간에 도시를 점령해 버린 것.
식인병도 문제였다. 블라디마루 칼린도 그렇고 국토안보국에서도 그렇게 경고하고 걸리면 즉시 잡아 죽였건만,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갱단과 카르텔을 중심으로 다시 퍼지기 시작했다.
갱단과 카르텔과 맞서 싸워야 할 자경단도 싸우기 위해서는 진화를 해야 한다며 식인병에 자발적으로 노출되는 상황이니, 방법이 없었다.
국토안보국은 답이 없는 LA를 포기하고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방어선을 만들려고 했으나,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LA처럼 버리는 것 아니냐?’, ‘믿을 수 없다.’, ‘일단 무기와 식량을 달라.’ 그래서 무기와 식량을 지원하면 그게 어디로 갔는지 사라졌다.
블라디마루 칼린의 비행선은 까마귀들의 호위가 있어 자유롭게 이동 가능했지만, 국토안보국의 비행선은 그렇지 않았다.
새떼를 피해 고고도로 이동해야 했고, 주로 야간에 이착륙해야 했다. 그렇게 어렵게 물자를 수송했지만,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동부에서 효과를 보고 있는 블라디 아크 타운 방식의 거점 방어전략도 무용지물이었다. 중심을 잡고 강력하게 추진할 주체가 없기 때문.
국토안보국에서 중심 역할을 하려고 해도 지역 세력이 그걸 반대했다. 그렇다고 뉴욕에 있는 주력을 전부 끌고 와서 강제로 정리할 수도 없었으니, 그저 계속 구멍만 커질 뿐이었다.
그렇게 국토안보국은 서부 지역에서 발을 뺄 수밖에 없었다. 지원이 끊긴다는 소리에 서부 지역은 ‘우리도 남부처럼 연방에서 탈퇴한다,’며 협박했지만, 어쩌겠는가?
낙엽처럼 흩날리기 시작한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빗는 덴 브라운 국장에게 희소식이 들어왔다.
“국장님. 성공했습니다. 가능하답니다.”
“그래?”
급속 냉동된 시신에서 난자 채취와 복원이 성공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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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 아크 타운은 확실히 자리가 잡혔다.
추가로 확보한 모듈 원전이 생산하는 풍부한 전력을 바탕으로 서부에서 알토란 같이 뜯어온 설비들을 굴리기 시작하자, 블라디 아크 타운과 인근이 작은 군수 산업단지가 됐다.
“위성 마을에 공급하는 전기를 모듈 원전에서 생산하는 전기로 공급하기는 아깝습니다.”
상황을 보고하는 PD의 말에 마루도 동의했다. 전력 공급을 통해 위성 마을을 유지하고 있는 게 사실이고, 위성 마을을 통해 여러 가지 장비를 교환할 수 있었지만, 그로 인해 위성 마을의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한 번은 미쳤는지, 폭동이랍시고 한 마을을 장악한 놈들이 블라디 아크 타운의 외벽을 넘으려고 시도해 깔끔하게 갈아버린 적도 있었다.
“확실히 그렇기는 하군요. 방법이 없습니까?”
“조금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광산을 다시 열면 어떨까요?”
“광산이요?”
“예. 아직 살아있는 철광과 탄광이 있습니다.”
PD의 의견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운송이 문제였다.
트럭을 사용한다? 공사를 위해 덤프트럭과 트레일러트럭을 몇 대 수리해 놓은 게 있지만, 본격적으로 철광과 탄광을 굴리기엔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다.
“숫자도 그렇지만, 연료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광산까지 선로를 깔고 증기기관차를 돌리면 어떻겠습니까?”
어? 그게 된다고?
“가능합니다. 박물관에 전시된 기차도 있고 설계도도 있습니다. 당장 쓸 수 있는 걸 일단 쓰고 단계를 밟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