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355)
러스트 [RUST]-355
차량형 자주포의 생산의뢰는 여러 안건이 엮인 일이었다.
“이대로 계속 손을 놓고 있는 다면, 남부가 서부를 장악할 겁니다.”
“서부를 완전히 놓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을 어느 정도 무장시켜야, 스스로 지킬 수 있을 겁니다.”
“무상 원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서부와 교류하는 방식이라면 반드시 해야 합니다.”
“설비를 해체해 간 것을 돌려달라고 하고 있는데, 되겠습니까?”
“고장 난 설비를 고칠 인력도 없고, 고쳤다고 해도 전력은 어쩌겠답니까? 설비 돌릴 원자재는요?”
“그렇다고 해도 서부를 포기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연방의 부활. 미합중국의 재건을 위해서라면 서부를 버릴 수 없었다.
“항구를 사용하는 대가로 무기를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런 조건이라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우리도 화력을 채워야 하니, 그쪽으로 진행해 보도록 합시다.”
이번 무기 생산의뢰는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국토안보국이 노력했지만,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었다.
부시장을 비롯한 식인병자들이 행정권을 장악하는 것을 막았고, 마찬가지로 라이저 제약을 중심으로 식인병자들이 경제계를 장악하지 못하도록 방지했다.
뉴욕경찰국과 연방수사국 그리고 법원과 뉴욕 의회에서 식인병자들을 제거해 정상적으로 업무가 돌아가도록 했다.
이를 바탕으로 뉴욕 시에서 뉴욕주로, 뉴욕 주에서 동부 인접 주로, 순조롭게 영향력을 확대한 것까지는 계획대로였다.
거기에 덴 브라운 국장의 사촌인 길버트 브라운 해병대 장군이 뉴욕 시 외곽에서 진지를 꾸리고 있어, 방어 문제도 없었으니까.
문제는 다른 곳에서 시작됐다.
“연락이 끊기는 부대가 늘고 있습니다.”
“보급하고 있는 비행선을 탈취하려는 시도가 이번 달에만 벌써 2차례입니다.”
길버트 브라운 장군이 지휘하고 있는 부대는 식인병자들을 솎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그렇지 못한 부대가 있었던 것.
연방정부의 행정력이 무너지고 감염자 웨이브, 변종의 등장에 핵전쟁, 중국전을 거치면서 너덜너덜해진 지휘통제력으로는 식인병자들이 영관급 장교들에게 퍼지는 걸 전부 막지 못했기 때문.
그렇게 영관급 장교가 식인병자가 된 부대는 서서히 독립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기미를 알아차린 국토안보국이 다양한 방법으로 식인병자들을 색출, 제거했지만,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었다.
말 그대로 변종이나 변이 괴수와 교전 중인 부대에, 전원 식인병 검사를 하고 식인병에 걸린 자들을 처분하라는 명령을 내린다고 해서 즉시 실현되긴 불가능했다. 그리고 식인귀들은 그런 틈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
“지능적이군.”
“식인귀가 됐어도 지능과 기억은 그대로니까요.”
그 결과 동부 국립공원 인근을 방어하고 있던 소대, 중대, 대대 병력이 도시나 마을을 장악하고 군벌화되는 일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감염자와 변종, 변이 괴수들이 넘쳐 일상적으로 교전이 일어나는 지역을 중심적으로.
“문제는 시민을 방패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놈들을 전부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방어선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예비대까지 가용 가능한 병력을 전부 그쪽으로 빼야 합니다.”
“그러면 다른 주로 진출하는 게 어려워지겠군.”
국토안보국의 염원인 미합중국의 재건이 오래 걸린다는 뜻.
시간을 주면 줄수록 연방으로의 복귀보다 탈퇴의 목소리가 커질 것을 생각해본다면, 빠른 진출이 중요한 상황인데 발목이 잡힌 격.
“어차피 중대 병력이나 대대 병력이라면 지휘부만 도려내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블라디마루 칼린이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을 해결하는데 최고의 카드입니다.”
일반 보병과 시가전 상황이라면 보병의 숫자가 얼마건, 홀로 정리할 수 있는 존재가 블라디마루 칼린이었다.
“전처럼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렇습니다. 빌딩 하나 정도의 세력이었다면 용병으로 쓸 수 있지만, 이제는 한 세력의 수장이 됐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확실히 그렇군.”
소령, 중령, 대령이야 전투기에 태워 보낼 수 있다 치지만, 장군이나 사령관을 전투기에 태워 보내는 경우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블라디마루 칼린은 이제 명실상부한 디트로이트의 실질적인 지배자였고 구심점이었다. 전처럼 단순한 용병으로 접근하다가 혹시라도 틀어지면 여러모로 위험했다.
“세력을 형성했으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줘야 한다는 건가···.”
“석탄으로 화력발전을 시작해, 모듈 원전의 가치도 예전처럼 크지 않게 됐습니다.”
“게다가 군벌화된 식인병자들과 접촉하게 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영향을 받아 군벌화를 하려고 할지 모른다?”
덴 브라운 국장의 말을 한 요원이 받았다.
“예. 그가 지금까지 보인 움직임은 중앙을 중심으로 위성 마을을 만들어 확장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군벌화를 진행 중인 식인병자를 토벌하면서 군벌에 관심을 보이게 된다면? 그게 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능성 있군.”
“앞으로 결정적일 때 쓰려면 지금 그를 동원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식인귀들이 군벌화하는 걸 용납할 수는 없어.”
식인귀들이 마을과 도시를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해 군벌이 되는 걸 그냥 두는 순간, 식인귀가 아닌 자들도 그렇게 하려고 할지 몰랐다. 그러니 그럴 여지를 둘 수 없었다.
“당장 가용 가능한 병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중국 전선에서 빠진 병력을 데려오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중국 전선에서 한국으로 후퇴한 병력 말인가?”
“예.”
7개로 분열된 중국이 서로 견제하고 있고 사실상 휴전이나 마찬가지 상태였지만, 미군이 한국에서 완전히 발을 빼면 어떻게 나올지 몰랐다.
“한국에서 예비 병력을 소집 충원했으니, 300만에 가깝습니다. 중국이 미쳐서 단체로 분열했다지만, 즉시 투입될 수 있는 300만 병력이 있는 한국을 건드릴 생각은 못 할 겁니다.”
“그렇습니다. 한국군 전력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건 그들도 경험했으니까요.”
중국전쟁에 참전한 병력과 주한 미군 가운데 부상병을 빼고 모조리 데려오면 3만 전후. 그 정도면 식인귀들이 소규모 부대를 장악해 분탕질하는 걸 처리하는 데 충분한 병력이었다. 그것도 중국전쟁을 겪은 베테랑 군인이 3만 명대라면 더욱. 문제는 수송 방법.
“남중국해를 이용해 인도양과 대서양을 건너는 건 어렵습니다.”
제대로 된 호위함도 없이 남중국해를 거치는 것도 위험했지만, 간다고 쳐도 문제였다.
인도양, 대서양을 돌아 올라오다가 남부 연합에 붙은 해군에게 걸리면? 그 병력이 고스란히 남부 놈들에게 떨어진다는 소리였으니까.
“서부 지역 항만으로 옮기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한국군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수송함에 최대한 병력을 싣고 이동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었다.
“한국 정부를 설득해야겠군.”
“그렇습니다. 한국 정부가 설득되지 않더라도, 오진 그룹이나 샬롯 그룹을 설득하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빌어먹을.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병력을 데려오도록.”
“알겠습니다.”
무기 생산 시기와 한국에서 병력을 후송할 시기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서부 지역에 무기를 주고 항구를 쓴다는 선택지가 생겨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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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을 미 본토로 송환하는데 도와달라는 요청에,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폭탄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화들짝 놀랐다.
미군이 본국으로 빠지고 나면, 7 중국의 압박을 한국 홀로 견뎌야 한다는 것도 있었지만, 더 큰 문제는 슬슬 통제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부대를 압박할 방법이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불가합니다. 지금 미군이 빠지고 나면 우리의 안보가 위험해 집니다.”
“절대로 반대합니다. 미군이 빠지면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모릅니다.”
조금씩 통제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군부가 문제였지만, 일단 전설의 핑계는 중국이었다.
지독한 가뭄과 폭우로 농사가 날아가 버린 상황. 작황은 바닥이었다. 군대에서 비축하고 있던 물자도 중국전쟁과 우크라이나 지원, 일본 지원으로 바닥을 보이는 현실.
예비 병력을 확충해 그쪽에 들어가는 물자도 천문학적이었다. 이런 막대한 물자를 감당하고 있는 게 대기업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군부가 오진 그룹이나 샬롯 그룹 같은 회사를 건드리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 현실적으로 건드릴 수 없는 대상이 있다면, 한편이 되는 게 좋지 않을까?
일부 지휘관은 그렇게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했다.
“엄살 부리지 맙시다. 솔직히 7개로 쪼개진 중국이 어쩌겠습니까?”
“현실적으로 미군에 들어가는 물자도 대기 힘든 상황 아닙니까?”
미군에게 치료제와 물자를 제공하는 건 오진 그룹이었다. 그러니 미군을 움직여 오진 그룹을 압박한다는 선택지는 진작 사라진 상황.
“이대로 오진 그룹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군대에 사적으로 물자를 제공한다면, 사병화가 이뤄질 겁니다. 막아야 합니다.”
“막고 나면? 야 이 새끼야. 저번에도 가만히 있는 오진 그룹 건드려서 이 꼴을 내놓고 뭐가 어째?”
“오진 그룹이 문제가 아니지. 오진은 가만히 있는데 다른 새끼들이 뛰는 게 문제지.”
“동의합니다. 지금 제일 위험한 곳은 부산, 경남을 장악한 샬롯 그룹입니다. 여기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부산, 경남권이 사실상 치외법권이 될 상황입니다.”
“지금도 그쪽 아들이 일본에서 넘어오는 난민들 받아들이고 있다 카더라.”
“부산 시장을 비롯해 부산시 의회도 샬롯 그룹과 연결된 자들로 사실상, 해당 지역은 중앙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났다고 본다면 이미 늦었습니다.”
“미치겠군. 일본 난민들 가운데 능력자들이 있다면···.”
“가정이 아니라 있을 겁니다. 있으니까 멋대로 받는 거겠죠.”
“······.”
“······.”
“오진 그룹이나 다른 대기업들은 본사가 서울에 있고, 이렇든 저렇든 접촉할 수 있지만, 샬롯 그룹은 기습적으로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의 자산을 전부 매각하고 원하는 직원과 가족들까지 모조리 부산으로 이동했다고 합니다.”
이야기할수록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여차하면 피를 보게 생겼으니까.
“그렇다고 이대로 그냥 두는 것도 어렵습니다. 샬롯의 흉내를 내는 기업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다들 눈치만 봤다. 300만의 병력이 있으니 부산, 경남을 싹 쓸어버리는 건 언제든 가능했다. 다만 누가 그걸 하겠는가? 그렇다고 이대로 계속 시간이 지나면 모아 놓은 병력도 조금씩 녹아내릴 텐데. 진퇴양난.
“우선 일본 난민들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사람을 보냅시다.”
“좋은 생각이군요. 그쪽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 볼 수 있겠네요.”
현지 상황을 직접 확인한 뒤, 능력자들을 넘기라고 해보면 샬롯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겠지.
항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일본 난민들을 무제한으로 받아, 일본 자치구를 만들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상관없이 독립자치구를 노리는 건지.
살롯이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했다.
“샬롯이 자치구를 원하는 거라면?”
“능력자들을 전부 중앙 정부와 의회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면, 문제 있겠습니까?”
능력자들만 움켜쥘 수 있으면 다른 건 충분히 넘어갈 수 있었다.
자치권? 위로 보내는 것만 충분하다면 넘겨줄 수 있었다. 상투만 잡으려고 하지 않는다면.
“거부한다면. 다른 기업들과 이야기를 해봐야겠죠.”
기업들의 힘을 빼면서, 샬롯까지 처분할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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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 그룹.
[···정부와 정치권에서 반대하고 있지만, 나 회장이라면 방법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미국국토안보국 부장급 인사가 나주연에게 미군의 철수를 도와달라며 부탁했다.
“예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대가로는 약혼자를 받겠다고 했었는데요.”
[블라디마루 칼린은 이제 우리 손에서 벗어난 사람입니다. 국토안보국 요원이 강제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걸 조건으로 단다면 요청을 거절하겠다는 의사입니까?]나주연은 대답 대신 영상 속 인물을 가만히 바라봤다. 미국은 미국이었다. 인터넷이 끊기고 데브리(우주쓰레기)로 인공위성 통신이 끊긴 상황에서도 영상 통화라니.
‘성층권 비행선인가?’
어쩌면 풍선일 가능성도 있겠지, 어쨌든 미국에서 한국까지 영상 통화가 가능하게 통신만을 복구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블라디마루 칼린의 최근 정황을 자료로 보내드리죠. 그리고 라이저 제약의 정보와 제약 특허도 일부 공개할 생각입니다.]“긍정적으로 생각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나주연은 바로 태세를 전환한 뒤 최신 자료를 내려받았다.
자료를 읽는 그녀의 입꼬리가 슬쩍슬쩍 위로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역시 그는 대단한 사람이었다. 종말 대비 빌딩을 만든 것도 대단한데, 그 범위가 커다란 마을 규모로 이제는 디트로이트 전역을 장악하고 있었다.
씰룩씰룩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그녀를 향한 비아냥 가득한 남자의 목소리.
“뭔데 그렇게 좋아 죽냐?”
“이것 좀 보시죠? 그 사람이 미국에서 주 지사급이 됐으니까요.”
“무슨 개소리야.”
휘리리릭-
이제는 자연스럽게 늘어난 촉수가 나주연이 들고 있던 태블릿 PC를 낚아챘다. 잠시간의 고요 끝에. 남자의 헛웃음과 감탄사가 나왔다.
“미친 새끼.”
그래도 잘살고 있네. 그런 사내를 향해, 나주연이 고개를 까딱였다.
“그래서 미군을 본국으로 보내야겠어요. 수송선으로 쓸 수 있는 배가 필요한데. 그런 배는 부산항에 대부분 있는 것 아시죠? 그러니까 당신이 내려가서 샬롯 심 회장과 협상했으면 합니다. ”
당연하다는 듯한 나주연의 요청에 기순이 낄낄 웃었다.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