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36)
러스트 [RUST]-36
김 실장은 영등포 여성 전용 고시텔 현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깔끔하게 터져버린 관리실, 잠근 문을 열겠다고 수류탄을 깐 흔적이 역력했다. 처리팀이 터진 부분을 뜯어 즉시 보수하고 있었다.
“햐- 이년 이거 그냥 화려하게 질러 버렸네. 씨발년. 아주 좋다고 신났네, 신났어.”
이쯤 되면 엿이나 먹으라는 거였다. 현장 정리하느라 회사에서 똥이 새도록 뒤처리를 해야 할 판이니, 너희들 계속 쫓아오면 같이 사이좋게 좆된다. 이런 메시지일까?
이런다고 회사에서 추적 포기하지 않을 걸 알만한 년이 이랬다는 건. 그냥 좆 되라는 의미였다.
복도를 따라 걷자, 아직 치우지 못한 흔적이 붉게 남아 있었다. 김 양이 있던 객실 앞에 유난히 모여있는 혈흔. 객실 안으로 들어간 김 실장이 사방을 휙 둘러봤다.
옆으로 엎어진 매트리스 앞엔 합판과 석고 파편이 박혀있었다. 커다랗게 뚫린 오른쪽 벽 그리고 복도에 있는 혈흔. 김 실장은 상황을 대충 해석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김 실장은 입맛이 썼다. 김 양인지 확인하겠다는 애들을 말렸어야 하나 싶다가도, 얘들이 확인하러 올라갔기에 여기 있던 년이 김 양이라는 걸 확실하게 증명했으니,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다만, 이렇게 간 김에 이 실장 애들도 좀 데려갔으면 좋았을 것을···.
“햐- 이거 이기영이도 많이 컸네, 많이 컸어. 김 양 던져주면 좋다고 달려들어 개년이랑 오순도순 피바다 만들고 있을 줄 알았더니 말이지.”
애들 다 죽고 난 뒤, 어기적어기적 왔다가 최 전무에게 조크 먹고 똥 치우러 갔다. 아주 김 양을 잡겠다고 눈깔이 돌았다던데 어쩌나?
훗-
이기영의 똥 씹은 얼굴을 상상하자 조금 기분이 풀렸다. 어쨌든 이렇게 직속 애들이 죽었으니, 김 양 작전에 대한 명분은 확실히 챙겼다. 이 실장이 아무리 발악해도 김 양에 대한 건, 이제 자기 소관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생포가 아니라 사살을 하고 싶은데, 위에서는 김 양의 생포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 김 양을 사로잡아 확실한 증언과 증거를 확보하면, 그걸로 뭔가 협상을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러니까 뭔 도청기니 위치추적기니 그런 걸 박았으면 깔끔하게 조용한 곳에 있을 때 정리를 했어야지, 뭔 뒷배를 알면 어쩌겠다고? 증거 잡아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고? 회사가 법원이야 경찰이야? 아가리 배틀하다가 마지막에 피 볼 거면서 똑똑한 척하는 것들은···.”
샬롯은 일본계 회사, 크리스털은 중국계 회사. 이 둘이 붙어먹었다는 게 확실하다면, 2011년의 개판이 다시 벌어질 게 뻔했다.
김 실장의 눈에 저쪽 구석에서 아가씨 몇을 구석에 앉히고 뭔가를 말하는 녀석이 보였다.
“야- 거기 너.- 그래 너 말이야 너. 첨 본다? 어디 누구냐?”
“예? 전 이기영 실장님 소속 4팀 도민욱입니다.”
“아- 이기영이네 소속이야. 이리 와 봐 이리. 아가씨들은 거기 그대로 좀 있으시라고 하고, 너만 잠깐 와봐.”
신입생 딱지를 떼었을까 아니면 갓 고등학교를 졸업했을까 싶은 청년이 딱딱한 걸음으로 김 실장 앞으로 왔다. 김 실장은 무척 반가운 표정으로 청년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어깨동무에 움찔 굳는 모습이 귀여웠는지 김 실장이 낄낄 웃었다.
“이야 이렇게 보기 힘든 이기영 실장네 직원을 보니 정말 반갑네. 막내?”
김 실장의 낮고 괴기한 미소에 막내가 파랗게 질렸다. 김 실장과 이기영 실장님과 사이가 안 좋다는 소문을 듣기는 했지만, 이건 사이가 좋지 않을 것을 넘어 견원지간으로 보였다.
“네? 넵,”
“그래서 솜털 보송보송한 너 하나 남기고 이 실장은 어딜 갔고? 오랜만에 얼굴도 좀 보고, 같은 회사인데 설마 죽기 살기로 싸우겠어? 좀 틀어진 부분이 있으면 남자답게 1:1로 깨끗하게 한 번 붙기도 하고 그게 사람 사는 정 아니야? 근데 이 실장은 정이 없어요. 정이. 안 그러냐?”
“······,”
김 실장이 어깨동무한 팔로 막내의 승모근을 살살 마사지하며 말했다.
“어유 우리 막내 어깨 굳은 것 봐. 막내라고 이것저것 뺑이 돌리니까 힘들지? 이거 뒤처리는 막내 혼자 하는 거고?”
“아니, 예. 제가 인수인계해드리고 가는 거로···.”
“뒤처리? 인수인계야 지금 내가 있으니까 됐고, 뒤처리는 무슨 뒤처리인데? 우리 막내가 힘든 거 이 형이 다 해줄게.”
김 실장이 형이라고 하면서 친근하게 대하자 막내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꼼지락거렸다.
“괜찮아. 사내자식이 뭐가 그렇게 패기가 없어? 형이 먼저 손을 내밀었으면 ‘형님.’ 하고 그러는 맛이 있어야지. 우리가 남이냐? 같은 회사잖아. 형 그렇게 꼬인 사람 아니다? 형은 정이 살아 숨 쉬는 사람이에요. 정으로 뭉친 김 실장팀. 못 들어봤어?”
정은 고사하고 팔다리 꺾였다는 소문만 흉흉한 김 실장 팀이었다. 막내가 침을 꿀꺽 삼키고 눈알을 굴리자. 김 실장이 하하- 호탕하게 웃으며 막내의 어깨를 쳤다.
“야- 이거 정말 너무 굳었네. 그래 이 형이 기분이다. 막내 일이나 도와줘야겠다.”
“어이 거기 아가씨들 이리로. 이리로 오세요.”
김 실장이 아가씨들을 향해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짧은 머리, 눈썹에 흉터가 있지만 그래도 마스크 깔끔한 김 실장이었다. 여자들 5명이 쭈뼛쭈뼛 다가왔다.
“그래서 막내야. 이 실장이 어떻게 정리하라고 하든?”
침을 꿀꺽 삼킨 막내가, 다가오는 여자들을 보며 말했다.
“업소에 다니는 아가씨들은 우리 업장으로 옮기고, 아닌 아가씨들 가운데 입이 가볍다 싶은 아가씨들은 지방으로 돌리고, 영 아니다 싶은 아가씨는 해외로 보내라고.”
김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실장의 일 처리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게 그렇게 해버리면 저 아가씨들 인생이 얼마나 불행해지겠냐? 정이 없어요. 정이. 아가씨들 사정도 좀 봐주면서, 좀 부드럽게 해결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아. 이 형이 시범을 보여 줄 테니까 잘 보고 배워봐.”
김 실장이 막내의 어깨를 톡톡 두들기며 아가씨들 앞으로 향했다.
“업소에 계시는 분들은 이쪽으로 오시고요. 여기 분위기 보면 딱 느낌이 올 텐데, 바로 그겁니다. 괜히 거짓말하고 입 잘못 놀리다 걸리면 아시죠?”
“······.”
“그러니까 좋게 대화로 풀어나갈 때, 대화로 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업소에 다니시는 분들은 이쪽으로, 얘기 끝나면 바로 보내드릴 테니까 솔직하게 나오세요.”
“······.”
여자 3명이 눈치를 살피며 김 실장이 손짓하는 곳으로 섰다. 김 실장의 푸근한 미소를 본 여자들은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음- 일단 톡-뱅크 다 하고 있죠? 계좌 이 번호로 보내요.”
김 실장이 대포폰을 하나 꺼냈다. 여자들이 톡을 보내자 김 실장이 바로 천만 원씩 쐈다.
“오늘 뭘 봤든? 알죠?”
입을 지퍼로 채우는 시늉을 하자 세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손 보고 싶은 곳 손도 좀 보고, 며칠 쉬고, 업장에서 뭐라고 하면 이쪽으로 연락하면 깨끗하게 처리해 줄 테니까. 그렇게 알면 됐습니다. 방송이나 SNS에서 물어보면 알죠? 가스폭발. 따로 뭔가 본 거 있다? 없다?”
여자들이 작게 ‘없다.’라고 대답하는 걸 들은 김 실장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우리 이렇게 웃고 헤어집시다. 다시 보지 않게 잘들 해요.”
그렇게 세 명의 맹렬하게 고개를 끄덕인 여자들이 팔에 돋은 닭살을 문지르며 허겁지겁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자 그럼 두 분은 하시는 일들이 뭔가요?”
한 여자는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여자였고, 다른 하나는 지방에서 올라와 센터에서 일하다 지금은 재택근무를 하는 여자였다.
김 실장은 그 이야기를 듣고 손뼉 쳤다.
“이야. 진짜 요즘 FM대로 인생을 개척하려는 사람 만나기 정말 드문데, 이렇게 보네요. 기분이다. 야- 거기 차에서 계약서 있지, 그거 좀 가져와라. 2명분.”
두 여자는 어떻게 해야 할 줄 모르고 웅크려 섰다. 잠시 뒤, 직원이 계약서를 들고 왔다. 김 실장은 계약서를 쭉 보다가 몇 군데 볼펜으로 고치더니 여자들에게 내밀며 말했다.
“앞에서 봤죠? 우리 그렇게 경우 없는 사람들 아닙니다.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도 다 음지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사람들입니다.”
“······.”
“생각해 보세요. 가스폭발이 아니고 뭔가 다른 폭발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테러인가? 뭐가 터진 거지? 폭발물이 유실됐나? 군대 있는 애들은 전수 조사한다고 고생하고 경찰들은 불심검문 한다고 고생하고 그렇게 치안이 불안해지고 하고, 주가는 떨어지고, 그냥 하나하나가 힘들어져요. 배운 만큼 배우신 분들이니까 아실 거 아닙니까?”
“······.”
“일단 톡 뱅크로 2천만 원씩 쐈습니다. 이거 나쁜 돈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사회의 평안을 위한 누군가의 도네다. 아- 후원이다. 그렇게 생각해 주세요. 공부하시는 분은 그걸로 공부하시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콜 센터에서 일하시는 분, 그 돈으로 생활에 좀 여유가 생기셨으면 합니다.”
“······.”
여자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시원하게 여기 뒷장에 서명해 주시고, 방으로 가시면 됩니다.”
“······.”
“다른 거 없습니다. 업소분들이야 입을 잘못 놀리면 저희 쪽에서 바로 조처를 하겠지만, 열심히 사는 여러분들을 그렇게 하기는 좀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계약금 조로 돈을 보냈다 하는 내용입니다.”
“······.”
“여러분들이 지금 이야기한 대로 조용히, 해주시면 별일 없겠지만, 혹시라도 술자리라던가 잠자리라던가 객기 부리고 싶다든가 해서 딴소리가 나오면, 그냥 위약금 물고 몇 년 회사가 운영하는 업장에서 몸으로 갚는다는 내용입니다. 시원하게 서명하시고 각자 좋게 헤어지면 어떻겠습니까?”
김 실장이 살기를 살짝 뿌렸다. 두 여자가 화들짝 문서에 서명했다.
“하하하. 좋습니다. 우리 이렇게 웃고 헤어졌으니, 다시 보지 않고 서로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가보라는 손짓에 여자들이 자기 방으로 사라졌다.
“어이 막내야? 감상이 어떠냐?”
“······.”
“이게 3명에 3천, 2명에게 2천씩- 4천, 합해서 7천. 많다면 많은 돈이고 적다면 적은 돈인데 왜 줬을까 궁금하지 않냐?”
“······.”
“우리라고 언제까지 흔적 완벽하게 지우고 그럴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흔적이 남았을 때, 지금 돈 받은 여자들은 이렇게 생각할 거다. 그렇게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약속을 지키면 문제없는데, 이렇게 말이지.”
“······.”
“그게 모이고 모여서 회사가 운신하기 편해지는 거다. 이 실장처럼 쌍팔년도 유행했던 스타일로 애들 잡아서 팔아먹는 거로 언제까지 가겠냐? 그러니까 너도 잘 배워서 나중에 내 위치쯤 올라오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해라.”
“······.”
김 실장이, 명함을 꺼내 막내의 주머니에 넣었다.
“진짜, 네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아무도 돕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 마지막이라고 생각되면 이 번호로 전화해라. 형이 딱 한 번. 도와주마. 어디에 흘리고 다니지 말고, 전화기에 저장하지 말고 외워서 머릿속에 넣어둬라. 이 실장이 김 양 추적한 자료나, 그런 거 하나도 남기지 않았지?”
막내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다 라인이 다르고 그래서 그런 거다. 인수·인계받았으니까 막내는 어서 가봐라. 이 실장이 또 잡을라.”
귓불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막내가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하곤 내려갔다.
허허로웠던 김 실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성질을 꾹 참은 반동이 샐 듯 말 듯 했다.
“에이 썅-. 그 양반 진짜 대단하네. 얼굴에 철판을 깔았나? 어떻게 하고 다녔지? 씨발 미쳐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네.”
홍 과장을 흉내 낸다고 짜증을 참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은 김 실장이었다.
썅년들 살고 싶으면 닥치라고 싸대기를 날려버리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김 실장은 반쯤 폭발 직전이었다. 도네라니···. 존나 빡도네······.
“씨발- 막내야. 제발 무럭무럭 자라라. 응-”
후-
팡-
김 실장이 숨을 깊게 쉬며, 매트리스를 향해 로우킥을 때리고 또 때렸다.
매트리스를 두들겨 뽀얗게 먼지가 피어오르는 방으로 직원이 들어오며 말했다.
“실장님. 김 양의 흔적을 찾은 거 같습니다.”
쾅!
로우킥에 맞은 매트리스가 벽에 튕겨 올랐다.
김 실장의 얼굴에 기괴한 미소가 지어졌다.
“어디래? 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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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양은 무거웠다. 그냥 무거운 것도 아니고 개 무거웠다.
택시 타면 편한데 택시는 타지 말라고 한다. 종간나 새끼. 똥개 훈련 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냥 몰래 택시 탈까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버리지 않고 팔에 추적기 떼어준 것도 있고, 틈틈이 봉투 가득 현찰도 주고 해서, 하라는 대로 하기는 했지만···. 개 무거운 건 어쩔 수 없었다.
택시 타면 10분이면 충분할 시간인데, 버스로 가니 빙 돌아서 가야 했다. 미리 생각해둔 탈출 루트로 탈출하긴 했는데 영 불안하고 불편했다.
두드드드드
두드드드드
아. 백정 놈에게 문자 왔다.
[야 뭐야? 너야?]갑자기 뜬금없는 문자였다. 뭐지? 이건?
김 양은 고개를 갸웃하다, 물음표 하나를 보냈다.
[?]뭔가를 고민하는지 잠시 뒤, 다시 문자가 왔다.
[영등포 고시텔 가스폭발 너임?]뭔 소리래? 가스폭발?
[아님.]사람을 뭐로 보고. 가스폭발이라니 그게 얼마나 짜증 나는 건데. 그냥 시원하게 C4로 날리거나 쿨하게 수류탄을 까고 말지. 왜 짜증 나게 가스폭발을 하고 앉아있나? 가스 밸브 열어서 가스 채워야지, 문틈 막아야지, 가스 냄새 맡고 사람들이 알아채면 그것도 짜증이었다.
가스 그거 생각 보다 냄새났다. 거기에 재수 없으면 견적 범위 밖으로 터지거나 견적 범위도 터뜨리지 못하고 애매하게 될 경우도 많았다. 가스폭발로 하려면 계획부터 해서 생각할 게 많았다. 가스폭발 그거 쉬운 거 아니었다.
근데 영등포에 있는 고시텔에서 가스폭발? 회사에서 날 찾으려고 작업하다 엉뚱한 고시텔 하나 날려버렸나? 김 양은 더 조심해야겠다 생각했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몇 시 기차?]버스 타고 역으로 가라고 했으면서, 이 새끼는 생각이란 게 없는 건가?
[버스 타고 영등포역 가고 있음. 개 무거움.]진짜 정말 무거웠다. 등이랑 허리 휘고 팔 빠질 정도로 무거운데 짜증 나게 계속 문자질했다.
[도착하면 로열 마리나로]아니? 뭐라고? 이 양심 모친 없는 새끼 보소, 무거워 죽겠는데 간나 새끼가. 이걸 들고 또 어디까지 오라고? 무겁다니까.
[개 무거움.]백정 새끼, 이 새끼 공감 능력이나 뇌, 전두엽? 그런 게 없는 새낀가? 부모랑 동생, 친구 생각하는 거 보면 그것도 아닌 거 같은데, 날 물 먹이는 건가? 김 양은 슬슬 빡치기 시작했다.
[부산역에서 버스 타고 좀 도니까···]무겁다고 했는데도 또 버스 타고 돌라고? 이걸 들고? 위치추적기 뺐는데? 택시 아니고 또 버스?
[개 무겁다고!]김 양은 속이 터졌다. 근데 또 답이 없다.
진짜? 정말? 이 무거운 걸 바리바리 싸 들고 또 버스 타고 돌라고? 아니, 해도 너무했다. 지가 작살 낸 오른팔이 아직 병신이었다. 거기에 왼쪽도 견갑골 부분에 구멍 뚫어 놓고, 무거운 짐을 들고 뺑이 치라고?
열이 확 올라 -개 종간나 씨발! 니가 사람 새끼니? 사람 새끼야?···- 라고 적던 김 양이 순간 진정했다.
화난다고 성질대로 들이받았다가, 백정 놈이 친구랑만 배 타고 먼저 가버리면 자기만 낙동강 오리알이 됐다. 깊게 숨을 들이쉰 김 양이 고민 끝에 문자를 보냈다.
[개 무거움. 진짜임]조마조마. 백정 놈이 뭔 소리를 할까? 그냥 먼저 간다고 하지는 않을까?
[열차 타고 출발시간 도착시간]어···?
음?
어? 응···??
뭐지? 이건?
문자를 읽은 김 양의 동공이 흔들렸다. 백정 새끼 갑자기 이건 뭐지?
출발시간하고 도착시간 보내주면 어쩌겠다는 거지?
뭐라고 대답해야지? 빨리 대답해야 하는데?
[ㅇㅇ]김 양은 재빨리 문자를 보냈다. 역시, 개 무거웠다.
계의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