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361)
러스트 [RUST]-361
밀려오는 반질반질 키틴질을 향해 시뻘건 화염이 뿜어졌다.
시뻘겋게 타오르는 네이팜 화염에도 바퀴벌레들은 앞으로 밀려들었다.
[멈추지 말고 계속 쏴!]네이팜 특유의 냄새가 하수도를 채우기 시작했다. 이어 점점 짙어지는 검은 연기. 처음에는 불꽃이 컸는데, 점차 시커먼 연기만 짙어지기 시작했다.
[킴 대장님!]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예비 필터 2개 남았습니다.]자동으로 교체되는 필터도 검은 연기에 금방 소진됐다. 필터가 다 떨어지면 예비 산소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었다.
[교대로 후퇴.]지하수로에서 나오자, 주변은 소란스러웠다. 갑작스럽게 하수도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기 때문.
뉴욕 경찰이 주변을 통제하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하수도를 촬영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저기다!”
“로봇이다!”
“안에 사람 있는 거 같은데?”
“지하수도에 방화했습니까? 맞습니까?”
“왜 그랬습니까?”
“하수도 악어 때문입니까?”
“이번 실종 사건과 관계있습니까?”
여기저기 그을려 거뭇거뭇해진 엑소슈트들을 찍으며 질문하는 사람들과 기자들.
다양한 인프라가 살아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활기찬 모습이었지만, 김 양은 어쩐지 거슬렸다.
작전구역이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지 않다니 개판 아닌가? 그렇게 몰려드는 인파와 그걸 막는 경찰을 사이로 김 양과 친위대는 말없이 자리를 피했다.
신경이 예민한 이유는 또 있었다.
그냥 밀고 들어가서 새우를 구워버리면 끝날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랐다. 우선 불꽃. 처음에는 강하게 타오르던 화력이 점차 약해졌다.
다음은 연기. 검은 연기가 시야를 막아 앞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당연히 열영상도 먹통. 화염방사기를 썼으니, 열영상이나 적외선 감지기는 의미 없었다.
계속 자리를 지키려고 하다가 바퀴벌레들이 밀고 나왔을 수도 있었다. 전원 갑주형 엑소슈트를 장착하고 있어 바퀴벌레 입질 따위야 걱정 없었지만, 혹시 몰랐다.
[디아나. 영상 보낼 테니까 상황 분석 바람.] [영상 전송받았습니다. 분석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잠시 뒤 디아나의 분석이 나왔다. 내용인즉 문제는 산소 부족과 불완전연소였다. 지하수도에서 바퀴벌레를 태우기 시작하자, 급격히 산소가 줄어들어 불완전연소가 됐다는 가설. 화력이 약해진 것과 검은 연기 모두를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이었다.
[바퀴벌레들이 타죽으면서도 계속 밀고 들어온 이유가 그거임?]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결과만 본다면 그렇습니다.]‘골치 아프네.’
김 양은 일종의 클리너였다. 어린 시절부터 총을 잡고 쐈을 뿐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 뭔가 배웠다면 잠시 속성으로 유 이사에게 구르면서 터득한 게 전부.
가진 재능을 이용하고 감각에 의존해서 총질하던 터라,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차라리 사람하고 싸우는 게 낫지. 이런 거 싫은데.’
그냥 조용히 옆자리만 지키고 백업이나 하고 그러고 싶은데, 부하들까지 지휘하고 이러는 거 많이 힘들었다.
‘전에 새우 새끼 구웠을 때랑 뭐가 다른 거지?’
일본에서 바퀴벌레를 만났을 때와 확연히 다른 환경. 당시에는 탁 트인 벌판이었고 지금은 미로 같은 지하수로.
한 번 생각하자, 따져봐야 할 게 너무 많았다.
‘오래 자리를 비울 수는 없어.’
자신이 ‘아크 혁명 친위대’를 만든 것처럼 PD는 ‘신성 아크 기사단’을 만들고자 했다. 오래 비워두면 ‘신성 아크 기사단’의 규모가 계속 커질 게 분명했다.
급 다운된 김 양. 바싹해서 이삼일이면 길어봐야 사오일 안쪽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이런 식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반복 작업하면 언제 끝날지 몰랐다.
[킴 대장님.] [뭔데?] [이대로 가면 예비로 가져온 필터와 화염방사기 연료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비행선에 적재한 보급품 내리고, 추가 보급 요청해.]김 양이 고르고 골라 뽑은 친위대원들도 마찬가지, 열의가 있고 의리도 있고 재능도 있었지만 이런 쪽 경험은 전혀 없었다.
훈련받은 자들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국토안보국 출신이라든지, 다른 여타 부서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 지난번 사태로 위성 마을로 쫓겨났다.
그렇지 않은 자들도 그쪽과 연이 있다면 불순분자로 분류해 친위대에 뽑지 않았기 때문.
‘국토안보국에 도움을 요청할까?’
생각해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이런 일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옆자리에 대한 신뢰가 약해질 것. 그리고 그건 자신을 대장으로 삼아 보낸 최고 존엄인 마루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이고.
그러고 보면 이런 일이 생겼을 때 마루는 척척 해결했었다.
좋은 방법이든 나쁜 방법이든 바로 무언가 해답을 내놓았다.
주로 썬다든지, 썬다거나, 써는 것으로.
응?
썰어?
문득 구호가 떠올랐다.
생각하고 쏘자.
여차하면 쏴라.
그럼 난 쏘는 것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
고민하던 김 양의 머리 위에 느낌표가 떠올랐다.
화염방사기로 접근만 잠시 저지하고, 총알로 쓸어버리면?
[소모품 보급 요청 때, 7.62mm 미니건도 같이 달라고 해.] [미니건 수량은 어떻게 할까요?] [예비까지 열다섯.] [알겠습니다.]갑주형 엑소슈트의 좋은 점은 인간형이라는 것이었다. 인간이 갈 수 있는 곳은 거의 다 갈 수 있었고, 인간이 쓸 수 있는 이동수단도 거의 다 탈 수 있었으니 움직이기 편했다.
[전부 탑승. 다음 목표로 이동한다.]김 양과 친위대는 바로 자리를 옮겨 다른 지하수로에 돌입했다. 이번에는 미니건+화염방사기 조합이었다.
상황은 비슷하게 진행됐다. VX 가스에 몰린 바퀴벌레들이 밀려 나왔고 김 양은 바로 화염방사기와 미니건을 발사했다.
위이이이잉
투다다다닥
푸화아아악
미니건의 모터 소리. 탄피 주머니로 쏟아지는 탄피. 그리고 네이팜의 불꽃까지.
길게 뻗은 지하수로를 가득 채운, 암갈색 반들거림이 삽시간에 분쇄되고 구워졌다.
툭-
후두둑-
천장에서 떨어지는 벽돌 조각들. 미니건의 화력을 감당하지 못한 결과.
[천장 쏘지 마.]벽돌로 된 구간에서, 미니건의 화력이 주춤하는 것을 알아챘는지 바퀴벌레의 대응은 기민했다. 구조적으로 약해 보이는 천장이나 벽 쪽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하는 바퀴벌레.
‘새우 새끼들 진짜로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마루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쥐새끼들처럼 바퀴벌레도 지휘 개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아니면 일종의 군집지능 같은 게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했던 말.
[화염방사기! 천장!] [오른쪽 벽!]필터나 산소 같은 보급도 작정하고 넉넉하게 가지고 들어온지라, 바퀴벌레와 엑소슈트의 줄다리기는 30분이 넘게 이어졌다.
[아래. 물입니다!] [하수 속으로 잠수해서 빠지고 있습니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아!]혹시 몰라 후방에 대기시켜둔 2기에서 화염방사기와 미니건이 불을 뿜었다.
[하수 쪽으로 계속 밀려오고 있습니다!]김 양은 재빨랐다. 마루와 다니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초기에 조져야 한다는 것.
[가스!]VX 가스탄을 꺼낸 김 양이 외치자, 대원들이 따라 외쳤다.
[가스!] [가스!]펑- 푸화아아아악
동시에 터진 VX 가스. 무색무취의 죽음이 지하수로를 채우기 시작했다.
[통신기. VX 가스 썼으니, 입구 쪽이랑 근처에 사람들 대피시키라고 해.]김 양이 쥴리아를 호출하자, 머릿속이 간질거리는 느낌과 함께 텔레파시로 응답이 왔다.
40분 넘게 걸려 밖으로 나오자, 밖이 어수선했다. 전신 방호복을 입은 구급대원들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
[무슨 일임?] [VX 가스가 누출돼서 근처에 있던 노숙자들과 피난민들 가운데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복잡하게 이어진 인근 하수도 전부 동시에 대피할 수 없었기에 벌어진 사태. 밖에 있던 쥴리아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묻고 듣는 도중, 국토안보국 요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급하게 다가왔다.
“친위대 지휘관님. 맞으십니까?”
[거기 스톱. 이쪽 VX 가스 위험.]김 양의 말에 막 달려오던 요원이 딱 굳었다.
푸쉬쉬쉬쉭-
제염액이 엑소슈트를 여러 차례 훑고 지나간 뒤에야, 요원이 다가섰다.
“국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김 양은 선선히 요원의 뒤를 따랐다.
덴 브라운 국장은 머리가 아팠다. 블러디마루 칼린의 일 처리는 과격했지만, 2차 피해는 거의 없었다.
너무 깔끔하게 처리해서 만만하게 보고, 너도나도 해보겠다고 덤벼들었다가 피똥 싼 애들이 넘칠 지경이었으니까.
그에 반해, 지금 야니아 킴의 일 처리는··· 솔직히 답이 없었다. VX 가스를 쓴다고 예고한 것도 아니고, 갑자기 써버리면 어쩌라는 건가? 심지어 여차하면 가스를 쓰겠다는 언질도 없었다.
VX 가스의 무서움은 그 맹독성과 함께 무색무취라는 특성 때문. 어? 이상하네? 하는 순간 이미 바닥에 엎어져 죽어갔다.
그런 걸 즉흥적으로 쓴다는 것 자체가 너무 위험한 판단이었다.
애초에 VX 가스로 처리하기 곤란해서 지원을 요청했던 것 아닌가?
그런데 대놓고 VX 가스를 까버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래서 덴 브라운 국장은 야니야 킴과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했다.
블라디마루 칼린과는 수차례 이야기하면서 상대방이 어떤 생각인지 이해도 하고 최소한 배려도 하는 쪽이었지만, 야니아 킴과는 그렇지 못했으니까.
일반적 엑소슈트와는 전혀 다른 독특한 기동음과 함께 김 양이 들어섰다. 칙- 안면 가리개를 열고 들어온 김 양이 끼융 인사하는 모습.
만나자는데 완전 무장 한 상태로 왔다고? 잠깐 당황했지만 덴 브라운 국장은 태연하게 대응했다.
“반갑습니다. 덴 브라운 국장입니다.”
“···야니아 킴입니다.”
별로 반갑지 않은지라, 이후 입을 다문 김 양. 이리저리 이야기를 해봐도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직설적으로 묻는 수밖에 없었다.
“···VX 가스를 쓴 이유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바퀴벌레들이 하수 속으로 잠수해서 빠져나가려고···]김 양은 담백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바퀴벌레의 확산 방지라고 판단했음.]“그렇습니까. 그럼 다음에도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VX 가스를 쓰겠군요.”
덴 브라운의 질문에 냉큼 고개를 끄덕하는 김 양.
일말의 주저함도 없는 그 모습에 덴 브라운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김 양과 덴 브라운의 뫼비우스적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후드의 손가락은 경쾌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타다다다닥-
노트북 건반을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순식간에 넘어가고 이어지고 창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지난번 식인귀 색출 작전 당시 이곳저곳에 뿌려둔 웜이 명령을 받아, 지금껏 저장해 놓은 다양한 자료들을 은밀하게 전송하기 시작했다.
‘이건 뭐지?’
다양한 극비 프로젝트 가운데 너무 간결해 눈에 띄는 제목.
[U+]유 플러스 프로젝트.
‘아 궁금하네.’
호기심을 내리누르고 작업을 계속했지만, 뇌리에 계속 떠오르는 프로젝트명이었다. 꼼지락 꼼지락 몸을 뒤틀어 가면서 참던 후드가 결국 견디지 못하고 파일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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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아크 타운
마루는 김 양을 보내 놓고도 태연했다.
불안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게 김 양 아니던가?
변이 바이러스 후유증도 어느 정도 회복된 것 같으니. 그녀도 성장해야 했다. 그리고 성장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안타깝게도 구름이었고.
자신도 그랬다. 깨지고 굴러보니 되는 건 되는 거고, 안 되는 건 안 됐다.
‘잘하고 있겠지?’
덴 브라운 국장에게는 좀 미안하기는 한데. 김 양을 굴려보기에 제일 좋은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
가칭 ‘아크 혁명 친위대’를 만든 김 양이 과연 제대로 지휘할 수는 있는지, 돌발적인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니까 불발탄일지 폭탄일지 뉴욕에서 까보기로 한 것.
지금까지 올라오는 보고 대로라면 합격선이었다. 통신보안을 생각해서 텔레파시로 문의한 것도 그랬고, 시간 끌지 않고 작전에 돌입하는 것도 그랬다.
후드가 자료를 털다 걸리면 처분하겠다는 생각을 감추지 않은 부분은 좀 그렇기는 한데, 그래도 예상 안쪽에 있는 반응이었다.
단지 사이코메트리 능력자가 있다는 걸 안 김 양이 무리하게 욕심을 내지 않을까 싶은 점이 좀 그랬다.
‘괜히 국토안보국과 삐끗하지 않게 작전이나 똑바로 하라고 하긴 했는데.’
안 그러다가도 한 번 꽂히면 집요하게 노리는 경향이 있는 김 양인지라. 살짝 불안했다.
살살 두피가 간지러운 느낌. 마루는 처음처럼 무시하지 않고 살짝 관대한 마음을 먹었다. 이어 뇌리에 직접 전달되는 목소리.
[제니아 로든의 긴급 전언입니다.]후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