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364)
러스트 [RUST]-364
뉴욕에서 돌아온 비행선에서 후드가 내렸다.
“예정보다 일찍 오셨군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근처에 있던 PD가 후드를 맞이하며 물었다.
“아? 일이 잘 풀려서요.”
후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했지만, 자기가 왜 그렇게 태연한 척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행입니다. 그분께서는 밖에 하실 일이 있다고 하셨으니, 돌아오시면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예. 기다릴게요.”
그녀는 컴퓨터 프로그램 전문가이자 인공지능 전문가 그리고 해커였다. 여러 차례 목숨이 위험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주변을 살피고 신원을 확인하는 건 그녀에게 있어 자연스러운 습관이었다.
마이클 뉴먼 PD는 학력도 그렇고 경력도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 가십 방송이나 하며 업계에서 몰락하고 있던 왓츠업 TV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마이클 뉴먼 PD의 기획력과 프로그램을 보는 선구안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대부분.
중고교 월반 졸업. 명문대 입학, 조기졸업과 2개의 석사까지 생각하고 실적까지 고려한다면 그는 분명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뛰어난 사람이, 광신도 같은 행동을 한다? 심지어 조금 전 행동을 보라. 마치 블라디마루 칼린의 개인 집사라도 된 것처럼 곁에서 직접 스케쥴을 관리하고 있었다.
‘이유가 뭘까?’
후드의 호기심이 발동됐다. 대충 알려진 것은 목숨을 구해줬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공식적인 정보에는 나오지 않았다.
클릭-
[디트로이트의 갱단 이대로 괜찮은가? 방송국 PD를 납치 태워 죽이려고 시도.] [치명적인 화상을 입은 PD 극적인 호전, 기적인가? 아니면 의학의 발달인가?]아마도 목숨이 구해졌다는 건 이쯤 벌어진 일일 것이다. 치료는···. 자신의 하얗고 깨끗한 두 팔을 바라본 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 신비로운 치료제를 이용했겠지.
그렇다면 갱단에게서 살려준 것. 그리고 화상을 치료해 준 것 때문에 광신도가 됐다고?
월반에 월반을 거듭해 명문대학에 진학하고 조기졸업과 우수 졸업자, 석사 학위만도 2개를 가진 남자가 광신? 그것도 언론방송 분야에서 실무로 잔뼈가 굵은 사람이?
분명 구해졌을 때는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몇 개월이나 지난 지금까지 그러고 있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었다.
블라디마루 칼린은 결코 신이 아니었다.
자기도 아는 사실을 PD가 모를까? 알면서도 그를 신격화, 강림한 존재, 구원자 같은 것으로 만드는 이유가 뭘까?
‘자기 암시?’
‘정신적인 문제? 그러니까 PTSD 때문?’
‘···정치적인 문제?’
‘블라디마루 칼린을 이용?’
슥슥- 이런저런 생각을 낙서하던 그녀가 뚝 펜을 멈췄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꾸깃- 종이를 구겨 쓰레기통에 던진 후드가 샤워하러 화장실로 들어가자, 위잉- 자동청소로봇이 쓰레기통을 비웠다.
붉게 노을이 질 무렵, 호출이 들어왔다.
샤워를 마치고 자료를 정리 중이던 후드는 창밖을 보곤 다시 한 번 시계를 확인했다. 저녁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
그러니까 저녁 먹기 전에 보고를 받겠다는 뜻. 예전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어쩐지 싱숭생숭 느낌이 이상했다.
‘이번 자료면 충분한 공적이야.’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생각해야 할 건 얼굴을 치료받는 것. 노트북과 자료를 챙긴 후드가 회의실로 향했다.
잠시 뒤, 회의실 모니터에 파일 하나가 올라왔다.
[ U+ ]유 이사의 난자를 채취해 클론과 2세를 만드는 프로그램.
“아시겠지만 이건 매우 위험한 실험입니다. 실험을 막거나, 최소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어째서 그렇죠? 이미 복제인간이나 시험관 아기, 유전자 재조합 아기(모자이크 베이비) 같은 건 비밀리에 연구되고 있던 일들인데 말입니다.”
후드의 주장에 PD가 반문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그렇겠지요. 다음 자료를 살펴봐 주십시오.”
변종과 식인병자 모두 변이 바이러스를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 식인병 바이러슨 변이 바이러스가 다시 변이를 일으킨 결과. 그래서 본래대로라면 변종은 식인병에 잘 걸리지 않았다.
블러디 아크 타워 초기 감염자 웨이브가 터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식인병자들이 변종과 감염자들을 물어 감염시키려고 했지만, 제대로 퍼지지 않았었다.
당시를 기억한 마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웨이브 후미에 있던 변종과 식인귀들을 처분했었기에 후드가 가져온 정보가 사실임을 알았다.
“지금까지 여러 실험실에서 연구한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변이 바이러스는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디자인된 바이러스다.
2) 여러 장기에 작용하지만 주로 전두엽을 비롯한 뇌 신경계에 작용한다.
3) 분노조절 장애를 비롯해 인지능력 저하, 이후 치매증세와 비슷한 증세로 발전한다.
4) 감염된 환자는 DNA가 변이될 확률이 있다. 변종이 생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여기서 유 이사의 시신이 문제가 됩니다.”
지금 이 설명과 유 이사가 문제라니?
후드가 느릿하게 모니터 화면에 표시했다.
“유 이사는 회춘이라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이 능력이 변이 바이러스 감염의 결과로 생긴 것이라면, 그녀는 식인병에 감염되지 않았을 겁니다. 있더라도 아주 낮은 확률이었겠지요.”
“그래서?”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묻는 마루의 모습에 후드는 마스크로 가려진 입술을 살짝 깨물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 낮은 확률을 뚫고 유 이사는 식인귀 상위 개체로 변이를 일으켰습니다. 다시 말해 유 이사를 연구하다 보면 변이 바이러스를 극복해 면역력을 획득한 사람도 식인병에 감염시킬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그리고 식인병에 감염된다는 것은 상위 개체 또는 하위 개체가 된다는 의미였고 대부분 하위 개체로 지배당하는 삶, 인육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이 시작된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유 이사의 난자로 만들어진 클론과 2세 그 자체도 문제가 됩니다.”
난자가 식인병에 오염되어 회춘의 특성을 가진 식인귀가 나온다고 생각해 보라.
회춘의 특성이 만약 긴 수명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면? 끔찍하게 긴 수명을 가진 식인귀의 탄생이었다.
“이 사실을 식인귀들이 안다면 U+ 프로그램을 이용해, 유 이사의 클론을 양산 그것을 주요 식량으로 삼을 경우도 있겠네요.”
식인귀들이 인육을 노리는 이유는 인간을 섭취하면서 존재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식인귀들이 유 이사의 클론이나 2세를 먹고 회춘을 흡수하게 된다면?
지금 지배층들은 회춘을 위해서 너도나도 식인병에 걸리려고 할 게 분명했다. 유 이사의 클론을 갈아 마셔 회춘을 이룩하자.
하? 작게 조소한 마루가 본론을 물었다.
“그래서?”
어떡하자고?
“실험을 막아야 합니다. 원인이 되는 유 이사의 시체를 처분해야 하고. 난자도요.”
후드는 범죄조직과 정부기관의 비리를 털다, 친구를 잃었고, 가족을 잃었다. 화상을 입은 뒤엔 그녀의 인생까지도.
목줄을 달고 굴려지며 공공선이라는 말을 버린 지 오래였지만, 그래도 그녀의 호기심과 행동에는 아직 그런 것이 남아있었다.
마루는 고글 너머로 기대하는 눈빛을 보내는 후드를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
“우리는 정당한 대가를 받고 그쪽에 넘겼고, 그쪽에서 무슨 일을 하든 끔찍한 일이 터지든 그건 그쪽 일이야. 없애니. 마니 우리가 할 일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후드가 말하려는 것을 손을 들어 제지한 마루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유 이사의 시체를 태우지 않기로 한 이유를 설명했다.
“태웠다고 해도 회춘을 노리던 놈들이 믿을까?”
아무도 믿지 않고 계속 밀려들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어그로를 다른 곳으로 보내려고 한 것.
그 딴에는 의미 없는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역시 블라디마루 칼린은 자기 자신과 주변만 생각하는 보통 사람이었다.
이 와중에도 어이없는 건 블라디마루 칼린의 어쩌면 이기적으로 보이는 이유에도 PD의 눈에 담긴 신뢰와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
‘어째서 저렇게 믿는 거지? 방금 이야기를 들었으면서? 이유를 들었으면서도 믿는다는 건가?’
“···우리도 이런 생각을 하는데 국토안보국 국장이 그걸 모르겠습니까? 그럼 알면서도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린데, 그럼 그랬겠습니까?”
“유인이겠군요.”
PD의 말에 마루가 살짝 눈짓으로 끄덕였다.
덴 브라운 국장은 U+ 프로그램을 통해 덫을 놓은 것이다.
회춘이니, 식인귀를 보고 진화니, 하는 놈들을 꾀어낼 먹음직한 미끼로 유 이사의 시신을 사용했을 것이다. 이 예측이 사실이라면, 절대 개입하지 말아야 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제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그게 원칙이었다. 주고받고 거래했으면 그걸로 끝. 양아치도 아니고 거래를 하지 않았으면 않았지 해 놓고 깽판 치는 건 적성에 맞지 않는 마루였다.
식인병자가 창궐한다고? 보이는 족족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 예상외의 문제가 터지면, 덴 브라운 국장이 똥을 싸던지 어떡하든 해결하겠지. 못하겠으면 의뢰하거나.
“다만 방역대책은 지금보다 더 철저하게 하겠습니다. 대기오염 검사 항목에 바이러스 항목을 신설하고, 시간마다 측정하도록 하지요.”
“좋은 생각이십니다. 상수도 쪽도 오염 관리를 더 자세하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마루와 PD가 주거니 받거니 으쌰으쌰 했다. 후드는 마스크로 가려진 입술을 자기도 모르게 깨물었다. 빳빳하게 수분기 없는 입술이 이내 살짝 찢어졌다.
블라디마루 칼린의 말을 해석해 보자면, 이 정보를 구할 수 있었던 것도 국토안보국의 작전을 위해 넘겨진 기만 자료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해킹 쪽으로 경험이 많은 후드인지라, 그 말의 뜻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함정.’ 그리고 ‘더미 파일’ 가능성이 떠오르자, 그녀는 패닉에 빠졌다.
‘공적이 아니라는 건가?’
안 돼.
아니야.
이번에 치료를 받아야 했다. 국토안보국의 작전이든 아니든 숨겨둔 웜을 써버렸으니, 다음은 없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인공지능의 방화벽을 뚫기 어려웠다. 뚫는다고 하더라도 들키지 않기란 불가능에 가까웠고.
어떡하든 이번에, 지금 얼굴을 치료받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져온 정보들이 쓸모 많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했다.
후드는 [U+] 파일 말고도 다른 자료들 확인했다.
블라디마루와 마이클 뉴먼 PD의 이야기가 끝나기 전, 찾아야 했다.
고글 속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던 눈동자가, 일순 멈췄다.
‘있다.’
[능력자들을 이용한 슈퍼 솔저 프로그램 연구]잘하면 끝내기 안타가 될지 모르는 내용들. 그리고 [이스라엘의 삼손 프로토콜 저지 방안]과 마지막으로 [능력자들이 가장 많이 발현된 곳, 일본 도쿄의 특이점 연구]까지.
‘가능해.’
이 셋이면 충분히 중요한 정보였다. 이 가운데 하나만 걸려도 공적이 되겠지. 자기도 모르게 피범벅 입술을 잘근잘근 씹던 후드가 진정했다.
“가장 시급한 건 영구적으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후드의 작은 목소리가 단단하게 뭉쳤다.
“다음 자료를 살펴보시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자료를 읽던 마루와 PD의 눈살이 순간적으로 작게 찌푸려졌다 펴졌다. 귓가에 김 양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린 것 같아서였다.
‘이걸 보면 바로 핵 이야기를 하겠네.’
‘그러니까 핵이 있어야 한다고 하겠군요.’
자기도 모르게 김 양을 떠올린 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쳤다. 무언의 긍정과 이해가 찰나의 순간 스치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날 후드는 얼굴을 치료받았다.
···
반쪽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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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의 하수도 역사는 제법 길었다. 1857년 브루클린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개축과 신규 증축을 반복한 뉴욕의 하수도는 미로 같았다.
여기에 폐지하철 구간, 버려진 대피로와 2차 대전 기간에 급조한 것으로 보이는 방공시설까지. 말 그대로 던전이나 마찬가지였다.
김 양은 나름 효과적으로 박멸을 시작했다. 투 팀으로 나눠 망치와 모루 비슷한 작전을 펼치기도 했고.
몰아넣고 작은 독가스를 던져 넣기도 했다. VX는 안 쓴다고 했으니까 다른 거. V의 x나, V에 x 같은 거. 밖으로만 안 새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러니까 조그만 거로. 응.
양심의 가책?
VX는 아니라니까.
김 양은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다.
푸화아아아악-
[화염방사 그만. 쏴]위이이이잉- 전기모터 소리와 함께 7.62mm 탄이 뿌려졌다. 분당 2천 발이 넘는 화력에 바퀴벌레들은 삽시간에 수북한 흔적으로 변했다.
김 양은 가스 소리 없이 매운맛 V에 x를 살짝 던져넣었다.
퐁소리와 함께 포오오오오옹- 작게 가스가 새는 소리. 이제 이쪽으로 들어오는 바퀴벌레는 알아서 자동으로 뒈질 것이다.
이걸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그냥 죽이고 이동하면 나면 바퀴벌레 잔해가 깔끔하게 어디론가 사라졌기 때문.
일본에서 경험한 바로는 바퀴벌레들은 자기들 동료의 시체와 먹잇감의 시체를 어디론가 끌고 갔다.
시체를 가져가 단백질 보충을 하든, 아니면 뭔 짓을 하든 간에. 그냥 두는 건 바퀴벌레에게 이롭다는 뜻. 그 꼴을 어떻게 보나? 김 양은 V에 x를 슬쩍 까 넣었다.
[B-23 구역 클리어]11명 가운데 6명을 묶어 보낸 팀에서 텔레파시로 보고가 들어왔다.
[오늘은 여기까지.]보람찬 하루를 끝마친 김 양의 뇌리에 약간 다급한 텔레파시가 들어왔다.
[브라보 팀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바퀴가 아니라 쥐입니다.]뭐?
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