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367)
러스트 [RUST]-367
대규모 테러.
그것도 독가스 테러가 터졌다는 뉴스에 뉴욕은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난리 났다.
911테러를 당한 도시가 뉴욕인지라 테러에 깊은 트라우마가 있는 곳인데, 다시 또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었다.
방송국에서는 테러 뉴스를 상시 올렸고, 신문사는 지면을 테러 특집으로 도배했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와중에 한 방송국에서 냅다 기름을 뿌렸다.
[단독 제보 영상 보시겠습니다.] [이 영상은 독가스 테러가 일어나기 전, 시 외곽 지하수로에서 있었던 사건입니다.]뉴욕 외곽 지하수로 근처. 911 응급구조대와 경찰특공대(SWAT) 생화학 테러 전담팀이 전신 방호복을 입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
들것에 실려 나오는 희생자들은 하얀 천에 덮여 있었다. 사이렌 소리 끝으로 지하수도 입구에서 들리는 소리.
끼융끼융.
위이잉-칙. 위이잉-칙.
기계음과 함께 인간형 병기가 지하수로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을 향해 우르르 몰려가는 기자들, 사람들이 휴대폰을 꺼내 찍는 모습들이 담긴 영상.
[저기다! 나온다!] [로봇이다!] [안에 사람 있는 거 같은데?] [엑소슈트? 파워드 아머?]일반인들이 숙덕이는 소리에 더해, 카메라를 든 기자들은 더욱 노골적이었다.
[지하수도에서 불이 났습니까?] [불을 질렀습니까?]기체 여기저기 그을음이 묻은 모습에 기자들이 물었다. 상대방은 묵묵부답 발걸음을 옮겼다. 이어 뉴욕 경찰들이 기자들이 따라붙지 못하게 통제를 하기 시작했다. 기자들은 진입금지선 끝에 매달려 크게 외쳤다.
[왜 그랬습니까?] [하수도 악어 때문입니까?] [이번 실종 사건과 관계있습니까?]정체불명의 병기를 태운 승합차가 떠나는 것을 끝으로, 영상을 잠시 멈춘 앵커가 전문가에게 물었다.
[지금 보신 저 로봇 같은 게 무엇입니까?] [군에서 개발하고 있던 엑소슈트와 비슷해 보입니다.] [군이라고 하셨습니까?] [저들이 군 소속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일단 부대 마크가 없는 것도 그렇고, 연방군과 관계된 표식이 없으니까요.] [그럼 민간에서 저런 걸 다루고 있다는 말씀입니까?] [엑소슈트에 대해서는 아직 관련법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이어진 영상. 지하수로에서 사망한 시신을 부검한 부검의가 나왔다.
[희생자들이 사망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연기에 의한 질식사라고 하는 의견이 있던데요. 그게 맞습니까?] [···노코멘트하겠습니다.] [부검의들이 인터뷰를 거절하는 가운데, 익명의 제보자가 부검소견서를 보내주셨습니다.]영상에 떠오른 서류. 사인은 독가스에 의한 중독사로 추정.
‘독가스’에 방점을 찍은 뉴스는 1차 대전 독가스를 시작으로 2차 대전 독가스, 유대인 학살을 다시 되짚는가 싶더니, 중국과 러시아의 생화학 무기와 북한의 독가스, 이란의 독가스, 중동의 독가스를 한 바퀴 찍고 다시 테러 현장으로 갔다.
100명이 훌쩍 넘는 사망자가 한꺼번에 터져서 여러 병원으로 분산된 상황. 기자들이 끈질기게 사인을 묻고 다니는 장면과 거절 받는 장면 끝에, 익명의 인터뷰에 성공했다.
[···지하수로에서 5명이 사망한 사고 현장과 시신에서 검출된 독가스는 VX 계열로 보입니다.] [그리고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현장과 지금껏 확인된 사망자들의 흔적을 보면 같은 VX 계열로 보입니다.]그러니까 지하수로 사망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VX 가스, 테러에 사용된 VX 가스가 같다는 추정. 방송국 서버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다.
완전히 차단된 격리병동.
쿨럭-
기침 소리와 함께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숨소리가 길게 샜다.
시이이익-
새에에엑-
덴 브라운 국장은 TV를 보다 혈압으로 숨이 넘어갈 뻔했다. 언론, 방송 쪽을 그쪽이 거의 장악하다시피 한 상황인지라, 지금 방송은 놈들이 앞으로 찌르겠다며 대놓고 간을 보고 있는 내용이었다.
“국장님 진정하십시오. 아직 위험합니다.”
“···빌어먹을. 어떻게 됐어?”
“연방수사국과 뉴욕 경찰은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일단 시늉이라도 구속해야 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습니다.”
“젠장. 지금 연락하긴 어렵겠지?”
“놈들도 독이 오를 대로 오른 상황이라 어렵습니다.”
아마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다.
처음 계획은 기어들어 온 대가리를 치면, 몸통들이 서로 대가리가 되겠다고 싸우리라 생각했었는데. 노인의 말대로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가주 경쟁에서는 진실을 밝히고 원흉을 찾아 복수하는 자가 가문을 계승한다는 조건을 걸어버린 곳도 다수 나왔고.
마찬가지로 주요 임직원이 사망하면 서로 적대적 합병을 하리라 생각했던 기업들도 손에 손을 잡고 사태 파악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지금.
놈들은 자신들이 장악한 언론, 방송을 이용해 그물을 치기 시작했다.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사안이었지만, 의식을 잃었던 시간이 너무 길었다.
해독제를 맞았어도, 응급처치와 제독이 늦었다면 정말 죽었을 정도로 위급했던 건 사실이었고 의식을 잃었다 깨어난 것만도 천운이었으니, 아쉬워할 건 아니었다.
‘죽음으로 위장하는 게 나았을까? 아니야. 더 위험했을 거야.’
처음에는 죽은 것으로 위장하려고 했으나, 죽음을 위장하는 순간 양지는 포기해야 했다. 그건 불안요소가 너무 많았다.
무엇보다 부국장과의 관계가 그랬다. 부국장이 국장 자리에 앉을 텐데, 그는 강경론자였다. 블라디마루 칼린과의 관계에도 불만을 표출하는데, 그가 공식적으로 국장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신뢰를 쌓는 데는 오랜 시간 동안 믿음과 정성이 들지만, 그렇게 쌓은 신뢰를 무너뜨리는 데는 한 번의 배신이면 충분했다.
부국장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블라디마루 칼린을 속이는 것에 거리낌 없을 것이고, 블라디 마루 칼린이 그걸 아는 순간, 결과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시이이이익-
“후- 텔레파시가 있었다면 이런 상황에서 쉽게 이야기를 나눴을 텐데 말이지.”
블라디마루 칼린이 확보했다던 텔레파시 능력자가 아쉬운 덴 브라운 국장이었다.
뉴욕에서 놈들의 뿌리는 깊고도 깊었다. 오래된 요원들이야 괜찮아도, 뉴욕에 자리 잡고 신규로 뽑은 요원들은 어쩔지 몰랐다.
그래서 사이코메트리 능력자를 써먹을 구석이 많았는데 이대로는 이쪽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었다.
“사이코메트리 능력자는 아직 격리 중인가?”
“예.”
아쉽지만 지금은 넘기는 게 좋았다.
“연방수사국이나 뉴욕 경찰국에서 빼가기 전에. 블라디마루 칼린에게 보내도록 해.”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래. 희귀한 능력자라 아쉽지만, 놈들에게 넘어갈 위험이 있는 것보다는 나아.”
“알겠습니다.”
“야니아 킴이 작업하는 지하수로는 어떻게 됐나?”
“어제까지는 작업했지만, 방송이 나간 직후부터는 경찰과 연방수사국이 숙소에서 나오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아마 빠르면 새벽에라도 들이닥칠 것 같습니다.”
사법부 쪽도 오래된 것들의 힘이 닿아있는 만큼. 수색 영장은 수월하게 발급될 것이다. 그리고 수색에 들어간다면 VX가 나오는 건 당연하겠지.
‘쓰지 않기로 했다지만, 그렇다고 가지고 온 VX 가스를 처분했을 리는 없어.’
‘야니아 킴에게 바퀴벌레 구제 작전은 잠시 보류. 사이코메트리 능력자를 데리고 일단 디트로이트로 돌아가라고 해야 하는데.’
사람을 보내야 하나?
그건 아니었다. 국토안보국 요원이 접촉한 것을 안다면, 놈들이 확신할 테니까.
지금 당장은 방법이 없었다.
뉴스를 봤을 테니. 저쪽에서 이쪽으로 텔레파시를 보내기를 바랄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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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양은 심기가 불편했다.
지금 얘들이 왜 이러는 거지?
무슨 테러가 났다느니, 독가스가 어쩌고 뉴스에서 떠들더니. 오늘은 갑자기 경찰이 출입 통제를 시작했다.
“통제에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긴급사태입니다. 통제에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도 긴급사태 해결하러 온 건데?]쓰지 않기로 한 VX는 쓰지 않고, 작고 귀여운 V의 x를 간간이 사용해 가면서 바퀴벌레와 쥐새끼 구제를 하고 있었다.
이것들이 동맹을 맺었는지, 아니면 빈자리를 차지하겠다고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싹 죽이면서 기분 좋게 처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뭔 지랄?
출입을 막은 경찰을 향해 김 양이 발작 시동 걸려는 찰나. 숙소에 있던 ‘아크 혁명 친위대’의 통신이 들어왔다.
[지금 뉴스를 보셔야겠습니다.] [뉴스?]일단 경찰 너 얼굴 기억해 뒀어. 너희 전부.
국토안보국 새끼들은 사람 불러다 일 시키면서 이런 것도 똑바로 못하나?
미간을 찡긋한 김 양이 끼융. 숙소로 들어갔다.
TV에는 커다란 글씨가 떠올라 있었다.
[긴급 단독 보도. 정체불명의 무장단체. 지하수로에서 독가스를 사용한 정황 밝혀져.]배경화면으로는 전에 노숙자랑, 피난민 죽었던 지하수로에서 나올 때 영상이 붙어 있었다.
[이게 무슨 짓거리?]김 양은 어이없지만, 킬러의 경험이 경고를 울리고 있었다.
설마 지금 이거. 지금 독가스 테러를 우리한테 덮어씌우려는 거?
[통신기. 지금 바로 연락.] [뉴욕에서 이상 징후 발생. 뉴스 속보 확인 바람. 교전 가능성 있음.]텔레파시로 마루에게 바로 보고하곤, 대답을 듣기도 전 즉시 행동에 들어가는 김 양.
[바리케이드와 부비트랩 준비하고. 짐 싸. 옥상으로 간다. 비행선은 어디 있어?] [유통단지에서 거래하고 있습니다.]비행선은 디트로이트에서 만든 것을 가져와 팔고, 그쪽에서 구하기 힘든 것들을 챙겨 나르고 있었다.
[빨리 정리하고, 오라고 해.] [전달했습니다.]이런 쪽으로 훈련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김 양의 명령에 따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부비트랩이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누가? 우리가?]뉴욕에서 좋게 일 잘하고 있다가, 영문도 모른 채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 확실히 훈련받지 못한 티가 많이 났다.
허둥지둥 움직이는 ‘아크 혁명 수비대.’의 모습에 김 양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이제 조금 새우잡이 흉내 내고 쥐포 좀 굽나 했더니, 이런 쪽으로는 답답해 보였다. 하긴 일반인들 뽑아다가 며칠 굴렸다고 정예가 되는 건 아니었으니까.
간질거리는 느낌과 함께 마루의 연락이 텔레파시를 통해 들어왔다.
[덴 브라운 국장과 연락했다. 그쪽에서 문제가 생긴 모양이야.]‘아니 그쪽에서 문제가 생겼으면 생긴 거지 왜 우리한테 이럼?’ 김 양은 생각만 했지만, 지금은 텔레파시로 중계되는 상황. 그 생각이 고스란히 마루에게 전달됐다.
[···뉴욕은 뉴욕대로 정리가 끝나지 않은 모양이야.]‘아 짜증.’ 김 양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마루가 반응했다.
[짜증 나도 좀 참아. 나도 마찬가지니까. 대신이라고 할 건 아니겠지만, 네가 원하던 사이코메트리 능력자는 이쪽으로 보내기로 했어.]마루의 말에 바로 태세를 전환하는 김 양이었다. ‘그렇다면야.’
[경찰들이 계속 증원되고 있습니다.] [경찰특공대(SWAT) 차량과 장갑차 이쪽으로 오는 것 같습니다.]이상한데? 장갑차까지 온다고?
[얘들 여차하면 우리 칠 것 같은데. 쏴도 됨?] [···쏘기 전에 나와. 교전하게 될 것 같으면. 연막탄 사용하고 겁줘서 떨쳐내. 그래도 계속 붙으면 팔다리부터.] [알겠음. 근데 사이코메트리는 누가 데려옴? 지금 여기 숙소 외부와 차단된 상황인데.] [피자 배달원으로 들어간다고 하니까. 들어오면 바로 출발해.]나오지 못하게 통제할 뿐 피자 배달을 막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알겠음.]마루와 연락을 끊은 김 양이 기다린 것도 잠시.
[피자 배달이 왔습니다. 시키셨습니까? 호텔 직원 보고 가져오라고 할까요?] [아니. 배달원이 직접 가지고 올라오라고 해.]생각보다 금방 온 사이코메트리 능력자였지만, 그거로 위장한 놈이면 어떡함?
[통신기. 사이코메트리랑 연결됐음? 지금 온 피자 배달부 사이코메트리 맞음?] [···맞습니다.]좋았어.
[전부 준비 끝났으면 옥상으로 이동. 비행선은 왔음?] [도착했습니다.]커다란 피자를 8판이나 들고 들어온 어리바리한 여자 배달부를 냉큼 끌고 올라간 김 양. 인사고 뭐고 할 것 없이 보쌈하듯 비행선에 태운 뒤 바로 출발을 외치는 김 양이었다.
갑작스럽게 돌아온 비행선이 옥상에서 용의자들을 태우고 가려고 하자, 출입 통제를 하던 경찰들 사이로 소란이 일었다.
“어떻게 합니까?”
“연락해. 놈들이 떠난다고.”
“무조건 막으라는데요?”
“비행선을 뭐로 막으라고?”
위이이이잉-
경찰특공대 장갑차에서 파워로더형 엑소슈트로 무장한 SWAT팀이 내렸다.
“늦었군요.”
“눈치가 빠른 놈들입니다.”
“어차피 디트로이트가 근거지인 놈들이니까 디트로이트로 가는 거겠죠.”
저 멀리 고도를 높이고 있는 비행선이 작아지고 있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작별인사는 해야 하지 않겠어?”
“어? 미사일은 안됩니다.”
“생포하라고 하지···.”
“멈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푸화학- 재블린 미사일이 발사됐다.
멀어지는 비행선을 향해 쏘아진 미사일이 맹렬하게 날아갔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 들어온 광경.
까아아악-
까악
주변을 떠돌던 까마귀들이 대용량 참치캔을 던져 재블린 탄두와 충돌시키는 장면이었다.
What T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