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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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 [RUST]-374
뽀그르르륵-
뇌둥둥 생체 단말기 모니터에 떠오른 영상 속에는 이곳에서 보관하고 있는 핵무기가 있었다.
공군이 사용하는 핵무기 보관소. 공군 핵무기 센터(Air Force Nuclear Weapons Center)에 고이 모셔져 있는 핵미사일의 영롱한 자태에 김 양은 활짝 웃었다.
이제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해맑은 미소에 마루는 고개를 돌렸다. 돈을 봤을 때보다, 금을 봤을 때보다 더 빛나는 웃음.
그렇게나 좋을까?
그나저나 무슨 공군이 따로 핵을 관리하냐?
아무리 미합중국이라고 해도 이건 선 넘는 거 아닌가?
공군이 핵 따로 갖고 있다는데. 그럼 육군은?
당연히 핵 따로지.
뭐라?
육군이 따로 핵을 갖고 있다고? 그러면 해군은?
핵잠수함은 소속이 어디라고 생각하는 건데?
그러니까 해군도 핵 따로.
해병대는···. 이하 생략한다.
다른 나라는 삼군을 통틀어서 핵 하나 가지고 이리저리 전전긍긍할 때, 미국은 그냥 육해공군이 각자 핵을 들고 있다는 사실.
거기에 미합중국은 우주를 포함해 세계를 7개의 권역으로 나눠 사령부를 운영하고 있었다. 각 사령부에는 핵이 없을까? 우주군은 모르겠지만 6개 권역 사령부는 모를 일이었다.
핵전쟁 대비하는 전략사령부까지 생각하면 핵과 관련되거나 핵을 보유한 군사집단만 손가락 숫자를 넘는 게 미국이었다. 어쩌면 발가락까지 포함해야 할지도.
핵전쟁 여파로 미국의 핵시설과 군사시설이 여럿 날아갔음에도. 미합중국 산하에는 아직도 많은 핵이 남아있었다.
중국전에 핵을 모조리 쏟아붓지 않은 이유?
그걸 전부 쓰면 러시아는? 북한은? 이상한 놈들은?
핵전쟁은 처음 시작하기 어렵지, 한 번 터지고 나면 다음은 더 쉽기 마련이었다.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다량의 핵을 유지해야 했다.
그런 이유로 보관하고 있던 핵을 식인귀들이 폐기하거나 회수에 들어갔다는 정보가 추출된 것.
‘이거 참. 여기만 그런 것도 아니고, 군부대를 장악한 식인귀들은 무조건 핵을 폐기하거나 장악하려고 했군.’
현재 인류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 가운데 하나가 핵이었다.
그러니 식인귀 놈들이 핵을 먼저 처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 식인귀들은 핵만 없애면 자신들이 지배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시간 끌지 않고 온 게 다행이었네.’
이것들이 여기서 몇 년을 비비면서 세력을 확장했다면, 거기에 핵까지 보유하고 있는 식인귀 세력이라니 끔찍했다.
[언제 내려감?] [정보 확인한 뒤에.]핵을 빨리 보고 싶은지 김 양이 재촉했다.
[그건 나중에 집에 가서 보면 안 됨?] [생체 단말로 뽑아서 안 돼. 중요 정보 놓치면 나중에 다시 찾기도 힘들어.]사이코메트리로 보면 10초 언저리에 끝날 일이 최소 2시간은 걸리게 생기자, 김 양이 통신기를 쪼았다.
[통신기. 사이코 쟤 어떻게 해볼 수 없겠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당분간은 힘들어요. 강제로 그러다 큰일 난다고요.]쥴리아는 암탉이 병아리를 지키는 것처럼 김 양의 앞을 막아섰다.
마루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중요한 곳을 장악한 놈이라 그런지 정보가 많기는 많네.’
현재 결과만 본다면 남부지역과 동부 일부 지역을 제외한 핵 보관소는 대부분 처리된 것 같았다. 심지어 뉴욕에서는 알 수 없었던, 남부지역에 대한 정보까지 있었다.
남부는 연방 탈퇴를 선언한 뒤, 권역에 있는 핵기지를 완벽하게 장악해버렸다. 그 사실을 제대로 모른 채 감찰단을 자칭하고 들어간 식인귀도 그렇고 근처에서 핵을 노리던 식인귀들도 전부 일망타진 당했다.
이후 남부지역은 식인귀를 적극적으로 색출해서 죽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블라디 아크 타운에서 생산하고 있는 종이컵 진단키트를 잘라서 쓰고 있었다.
‘하? 그게 거기까지 갔네.’
뉴욕에 판 물자가 남부까지 흘러들어 간 듯했다.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일단 남부지역도 예비 우량 고객으로 등록해야 하나?
어쨌든 남부가 자체적으로 식인귀를 처리한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뉴욕이 식인귀들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둘로 쪼개지게 생긴 상황임을 생각해보면 확실히 그랬다.
모니터에는 이런저런 정보가 두서없이 흘러나오는 도중, 드디어 기다리던 정보가 나오기 시작했다. 8층과 그 아래층의 장면이 떠오른 것. 각 층의 보안 방식, 지하 터널로 연결된 실험실 그리고 번식장까지.
[······.] [······.]상상을 초월하는 참혹한 광경에, 기분이 좋았던 김 양의 얼굴도 딱딱하게 굳었다. 텔레파시와 사이코메트리는 거리 두고 부들부들 떨어댔고.
식인귀들이 사람을 사냥하는 것을 봤던 마루도 덤덤하게 있기 힘들었다. 감염되기 전까지 같은 사람이었건만, 몇 개월 지나지 않았는데 이럴 수 있을까?
‘하- 씨발- 뉴욕에 있는 식인귀들도 이러고 있으면, 그쪽도 답이 없겠는데?’
그러고 보니 뉴욕이 엉망이 된 이유는 식인귀들이 장악한 언론이 다수였기 때문이었다.
‘이거 잘하면 뉴욕 식인귀 새끼들에게 엿을 먹일 수 있겠는데?’
마루는 일단 해당 부분의 영상을 따로 USB에 보관한 뒤, 텔레파시와 사이코메트리를 바라봤다. 처음 계획대로라면 전부 같이 내려가려고 했었는데, 하는 짓을 보면 힘들어 보였다.
사이코메트리는 능력사용분은 전부 소모한 채 발작을 하고 있었고, 지하 통신이 끊긴 상황에서 활약해야 할 텔레파시도 어쩐지 제대로 움직이기 힘든 상태.
‘혼자 내려갔다 오는 게 빠르겠군. 김 양은 여기서 거점 잡고 있으라고 하고.’
리퍼 슈트의 배터리를 교체하는 걸 본 김 양이 자신도 내려가겠다고 선언했다.
[나도 감.] [쟤들은 어떻게 하고?] [까마귀들 있으니 괜찮음. 비행선에 태워도 되고.] [그건 안 돼.]비행선에 나나에와 저들을 같이 둔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정말 유용한 능력을 지닌 두 사람인데, 이렇게 신경 써야 할 게 많아지면 곤란했다.
‘계륵도 아니고.’
후- 마루는 간호사에게 연락했다.
[두 사람은 여기에 이대로 두고, 김 양과 나만 내려갔다가 올 테니, 까마귀들로 두 사람 잘 관찰해.] [에엣? 지하라서 통신이 끊길 텐데, 텔레파시 쥴리아 스핀 상 데려가지 않으시면, 통신은요?] [1시간에 한 번씩 텔레파시를 써서 김 양에게 연락하라고 하고.] [···오래 걸릴까요?] [8층부터 10층까지 훑으려고 해. 이왕 내려가는 김에 싹 치우려고 하니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아- 예-]마루가 묵직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더했다.
[만약 저들이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한다거나, 통신기를 사용하지 않고 텔레파시를 시도하면 그대로 소리 질러. 그러면 디아나가 알아서 할 거야.] [에엣? 디아나요?]인공지능 디아나가 알아서 한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그래. 디아나가 알아서 할 테니까 다른 걱정하지 말고. 텔레파시 알지? 머리 간질간질해지는 느낌. 그거 느껴지면 그냥 소리를 질러. 팔을 휘젓거나.] [···그만하라고 그런 거 없이요?]경고는 이미 목줄로 했다. 적으로 만났지만, 서로 이해할 수 있다면 조금씩 풀어주려고 했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 간호사에게 수작을 부린다면 그건···.
[이야긴 충분히 했어. 여기서 너에게 수작을 부린다면 끝내는 게 맞아.] [그 에리카 버튼 상은요?] [일 마치고 올라와서 봐야지.] [알겠어요.]마루가 다짐하듯 확인했다.
[텔레파시 느낌이 들면 바로 반응해야 해. 너만 위험한 게 아니라, 우리 모두, 타운 사람들과 까마귀들까지 위험해 질 수 있어.] [···예.] [지금 USB 올려보낼 테니까. 디아나에게 자료 전송해.] [그럴게요.]나중에 보내줄까 싶었는데, 보내주려면 한시라도 빨리 주는 게 나았다.
[좋아. 믿고 간다.] [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마루와 김 양이 지하로 내려간 뒤, 사이코메트리 에리카는 조금 진정했다. 이건 아니었다. 정말 아니었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맨 처음 능력이 알려져 라이저 제약에서 스카웃 제의가 왔을 때는 단순히 산업스파이나 색출하면 된다고 했었다.
이후 능력이 조금씩 강해지고 잔류사념을 읽는 감도가 좋아지자, 보안팀에서 라이저 제약 산하 PMC로 옮기는 게 어떻냐는 제안이 왔다.
하는 일은 비슷하다고 했고, 월급은 3배, 수당은 5배. 라이저 그룹 소속이라는 말도 그렇고, PMC라니 뭔가 느낌이 있어 보이지 않나? 걸 크러쉬 느낌도 나서 옮겼다. 거절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돈. 거기에 딸린 혜택이 좋았으니까.
행복한 직장 생활도 잠시, 세상이 엉망으로 변했다. 하는 일은 점차 피 냄새나는 일들로 변해버렸다. 탈주한 실험체 추적, 연구원들 단속, 적대적 무력집단과의 교전, 사람 먹는 괴물들과 그리고 지금까지.
진정됐던 몸이 다시 덜덜덜 떨렸다.
지하로 끌려갔으면 또 뭘 겪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그런 자신의 손을 꼭 잡는 쥴리아는 엑소슈트의 헬멧을 벗고 있었다.
[통신기 끄고 헬멧 벗어.]왜? 라는 질문에 앞서 쥴리아의 텔레파시가 들어왔다.
[이걸 풀 방법을 찾아야 해.]목걸이. 아마도 좋지 않은 목걸이. 배신하지 못하도록 채운 것 같았다. 에리카는 쥴리아가 시키는 대로 통신기를 끄고 헬멧을 벗었다.
[능력 돌아왔지? 몇 번이나 쓸 수 있어?] [···2번?]블라디마루 칼린과 야니아 킴이 지하로 내려가고, 2시간 남짓. 생각보다 능력 회복 속도가 빠른 것에 쥴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목걸이를 풀 방법이 있는지 봐줄래?]조심스럽게 쥴리아의 목에 걸린 목걸이에 손은 댄 에리카가 고개를 저었다.
에리카는 쥴리아가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유.
피범벅인 본토를 떠나 알래스카나 하와이 아니면 캐나다 한적한 곳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
[협상해볼까?]인질을 잡고 목숨을 맞교환하자는 뜻. 에리카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 끔찍한 식인귀들을 순식간에 토막 낸 사람이랑, 어딘가 이상한 여자랑 싸운다고? 인질? 그딴 게 먹힐 것 같지 않았다.
먹힌다고 해도, 반드시 복수할 자들이었다. 언뜻언뜻 남긴 흔적을 읽었을 때, 남자는 어쩐지 제대로 읽히지도 않았고, 여자는 그냥 무슨 생각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생각뿐이라 불길했다.
[그러지 말고. 그냥 있자. 그래도 억지로 끌고 가려고 하지는 않았잖아.] [언제까지 그럴까? 너랑 나랑 필요한 때가 오면 안 쓸까? 총구를 들이밀어서라도 쓰려고 할걸.]초췌한 쥴리아였지만, 자유에 대한 열망은 단단했다.
[···그리고 그 남자. 속을 알 수 없어. 너도 잔류사념을 읽기 어렵다고 했지? 나도 그래. 접속하기도 힘들어. 그런 사람에게 내 목숨을 맡겨 둘 수 없어.] [어떻게 하려고?]쥴리아의 눈이 비행선을 향했다. 비행선에는 까마귀를 통제하는 여자와 김 양의 친위대가 있었다. 에리카가 도와준다면, 친위대에게 사념을 전달해 혼란을 일으키고 그 틈을 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에리카가 땅바닥에 능력을 쓰는 걸 본 쥴리아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내 마음을 봤으면서 지금 능력을 그렇게 써? 지하로 내려갔던 자들이 올라오면 다시 끌려다녀야 하는데?
[너. 정말. 이러기야?] [···아. 아니. 그게 아니라.]블라디마루라는 무서운 사람이 한자리에 오래 서 있던 게 떠올랐다. 비행선을 바라보고 서 있던 모습.
그러니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이라면, 그 사람의 생각은 몰라도 목소리로 이야기한 통신 내용은 어떻게 알 수 없을까 해서 해봤다는 것.
[···화내서 미안해.] [아니야. 괜찮아.] [그래서 읽히는 게 있었어?] [그 사람 생각은 읽히지 않았지만, 뭐라고 했는지는 약간 남았어.] [뭔데? 내가 직접 봐도 돼?] [응.]텔레파시로 에리카가 읽은 사념을 확인한 쥴리아의 초췌한 얼굴이 일그러졌다. 텔레파시를 썼다면 목이 날아갈 뻔했으니까.
망연자실함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이 휘몰아쳤다. 그런 쥴리아를 향해 까마귀가 날아들었다.
까아아악!
쥴리아의 머리통을 살짝 때리고 빙글빙글 돌던 까마귀가 에리카의 머리통에 앉았다.
?까아아악!
까마귀의 목에 걸려있는 카메라. 카메라만 있는 줄 알았더니 작은 스피커까지 있었다.
[에- 또- 쥴리아 스핀 씨. 킴 씨에게 텔레파시 연결한 시간 됐어요.]뿌득-
까악?
“연결할게요.”
[네 수고하세요. 근데 통신기는 왜 꺼 놓으신 건가요?]천연스러운 질문에 쥴리아는 대답했다.
“둘이 사적인 이야기를 좀 하고 있었어요.”
[에? 두 분은 그냥 손잡고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아니면 텔레파시로 하시든지?]텔레파시로 하다가 에리카가 말을 해버리는 실수를 할까 싶어, 방지하고자 그랬던 것을 파고드는 순수한 목소리.
대체 무슨 생각일지 읽어보고 싶었지만, 건드렸다가는 그냥 끝이라니. 울화통이 터지는 쥴리아였다.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싶어서요.”
[아-예- 그렇구나. 그럼 텔레파시 하시고 연락 주세요. 통신기로요. 잊지 마시고요.]푸드덕
까마귀가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