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38)
러스트 [RUST]-38
보안팀장은 지나가던 길에서 금덩이를 줍는 기분이었다.
본사에서 쫓는 여자가 부산으로 왔고, 다행히 여자를 찾아서 추격 중이었다. 심지어 본사에서 오고 있는 김 실장이 잡을 수 있으면 잡으라고 허가까지 해줬다.
그러니까 잡기만 한다면 대박이었다. 생포라서 좀 힘들기야 하겠지만, 쪽수를 어찌 감당하겠나? 잡기만 하면 승진할지도? 승진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억대 보너스는 확실해 보였다.
[팀장님]“뭔데?”
[3호 차가 추격하고 있던 서울 여자 말입니다.]“그게 왜?”
[그 지금 3호 차가 확인했는데, 금마가 실수했다 캅니다.]“뭐? 그게 무슨 소리야.”
[자세한 건 저도 모르고요. 3호 차 금마가 팀장님에게 직접 얘기한다고 켔습니다.]“에이- 됐다. 끊어.”
기분이 팍 잡쳤다. 김 양이 아니라면 소득도 없이 뺑이만 친 게 아닌가?
“팀장님 3호 차 비상 신호 떴습니다.”
“뭐? 비상 신호?”
비상 신호는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자동발화 장치가 작동했을 때 뜨는 신호였다. 아니 왜? 보안팀장이 무전기를 들며 말했다.
“3호 차 연결해.”
“연결했습니다.”
“3호 차?”
“······.”
삐이이이왜이이
“야- 3호 차?”
“······.”
치이이이외이잉
“3호 차!”
“······.”
치지지지직이이
보안팀장의 얼굴이 기쁘다는 건지, 아니면 뭔가 이상하게 걸렸다는 건지 모르게 변했다.
“야- 3호 차 신호 마지막으로 잡힌 곳을 기준으로 애들 둘로 나눠, 위아래에서 동시에 들어간다.”
“10명을 위로 보내고 이쪽에서 올라가는 애들 12명, 이렇게 나누면 되겠습니까?”
“그래 그렇게 하고, 도로 통제부터 시작해. 위에 연락해서, 도로공사로 차단한다고, 차량 우회시켜.”
“그··· 괜찮겠습니까?”
안 괜찮으면 어쩌란 말인가? 몸으로 비벼야지.
“여자라고 무시하지 마라, 본사에서 쫓는 년이야. 그냥 팔다리는 잘라 버린다고 생각하고 해, 여차하면 뒈져도 좋다고 생각하고, 뒤처리 생각하지 말고 그냥 조지라고 해.”
“예.”
보안팀장은 편하게 생각했다. 끌고 가는 애들만 22명에 자기까지 합하면 23명이었다. 23명이 여자랑 운전사 꼴랑 2명 잡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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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저년 잡아.”
퉁! 퉁!
낮은 총격 음과 함께 옆에 있던 직원의 무릎과 골반에 총알이 박혔다. 팔로 머리를 막자, 바로 하반신 그것도 관절 부위만 노리는 년이었다. 사망자는 없지만, 기동력을 상실한 직원만 벌써 5명이었다.
“위로 올라간 새끼들은 언제 내려오는 거냐? 연락해봐 빨리.”
위아래 양쪽에서 덮치기로 했는데, 위쪽에서 반응이 없었다.
“신호는 가는데 받지 않습니다.”
“이 새끼들이 빠져서.”
12명 가운데 5명이 이동 불능에 빠졌으니 7명. 팀장인 자기까지 합해 8명이었다. 아웃 된 애들 빼고서라도 8명이면 총 들고 설치는 여자쯤 5분 안쪽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퉁! 퉁! 퉁!
끄악!
또 하나가 당했다. 이제 6명.
그냥 총 좀 쏘는 여자, 홍 과장의 경호원으로 붙어있던 여자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그런 년이 아니었다. 본사에서 그 지랄을 떨었다는 건, 그럴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어야 했다. 몸을 사렸어야 했다.
“씨발. 흩어진 애들 모아. 따로 떨어져 있으면 각개격파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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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양은 질렸다. 12~13명이랑 숨바꼭질한 지 4~5분 정도나 됐을까? 백정이 뒤통수가 근질거린다면서 반대편 좀 살펴보고 오겠다고 한 게 딱 4분 지났다.
어느 순간 슬며시 풍기는 피 냄새에 화들짝 총구를 뒤로 돌렸더니, 양쪽 팔에 피 칠한 백정이 자신의 뒤에 있었다.
진짜 자기니까 안 쐈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놀라서 쐈을 거다. 당연히 결과는 푹! 찍! 엔딩이었을 거고, 장하다. 나, 사랑스럽다. 방아쇠 안 누른 손가락.
김 양은 묘하게 자신이 뿌듯했다. 저걸 보고도 쏘지 않았다니. 진짜. 나 많이 성장했구나. 김 양이 슬쩍 올렸던 총구를 내리자 마루가 김 양 건너편으로 시선을 옮겼다.
여차하면 썰 기운을 풍기고 있던 마루가 평온한 음성으로 김 양에게 말했다.
“다 정리했고?”
‘미친 종간나 새끼가. 이 꼬라지를 만들어 놓고 뭐가 어드래?’ 라고 소리치고 싶은 김 양은 분노 조절 잘해 전문가였다. ‘아니 선생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표정으로 마루에게 답했다.
“어제랑 오늘 무리해서, 반쯤 남았는데, 이쁘게 한 곳에 잘 몰아놓기는 했어.”
13명에서 6명 행동 불능 만들었으면 반쯤이 맞다. 그렇게 난 백정을 위해 밥상을 차려놓은 것이다. 다 정리하지 못한 건 백정 때문이다. 팔 결딴난 것도 백정 탓. 무거운 거 들고 뺑뺑이 시켜 기운 빠진 것도 백정 탓. 김 양은 마인드 컨트롤 했다.
마루는 그런 김 양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건너편에 뭔가 기운들이 뭉치고 있는 느낌이었다.
간질간질한 것 같기도 하고, 이걸 살기라고 해야 하나? 월드 축산 4번 작업장에서 처음 느꼈던 감각이 좀 더 예민해진 것 같았다.
공간감지력이라고 하기엔 거창했고, 단순히 감이 좋다고 느끼기엔 좀 더 자세한 느낌. 김 양과 처음 접전했을 때 초가 수십으로 분해된 것 같은 그것보다는 훨씬 못하고.
마루는 호흡을 골랐다. 손에 쥔 사시미를 살짝 풀어 쥐었다가 꽉 눌러 잡았다. 이질적인 감각이 점차 진정됐다. 피로 묵직해진 쟈켓을 벗자, 흰 와이셔츠가 드러났다. 땀 한 방울,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깨끗한 와이셔츠.
“뒤에서 쏘지 마라.”
마루의 말에, 김 양이 ‘이를 말씀이십니까.’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쏠 거면 저쪽 옆으로 가서, 방해되지 않게 옆으로 쏴.”
“응.”
마루는 그 말을 끝으로 시골길 옆에 있는 잡목과 비닐하우스가 듬성듬성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실 나가는 것 같은 태연한 발걸음에 김 양은 소름이 돋았다.
‘홍 과장. 대체 뭔. 저게 저런 건 줄 알고 그런 거야?’
김 양은 팔뚝에 돋은 소름이 좀 가라앉을 때까지 쉬기로 했다. 백정이 놓치면 그건 정리해야지, 그것도 안 했다가는 뭔 소리를 들을지 모를 테니까.
눈치 빠른 김 양이라서 알았다. 마루놈 묘하게 자기를 껄끄러워하고 있었다. 또 껄끄러워하는 것치고는 자기를 팽하지 않고, 묘하게 챙기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기도 하고.
최소한 2번은 자길 버릴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마루는 그 2번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자길 버리지 않았다. 추적기 박고 다녔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랬다. 아마 택시랑 엮인 걸 아는 눈치였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한 번이라면 우연이라고 지나가겠지만 두 번은 아니었다.
‘복잡한 새끼.’
이럴 때 담배가 땡긴다고 하는 걸까? 담배 태우다 위치 걸려서 뒈진 년을 본 뒤로, 담배 아웃파인 김 양이 입맛을 다셨다.
소름도 좀 가라앉았으니 옆으로 위치를 옮겨야지, 총은 자리를 잘 잡는 게 반이었다. 어디로 가야 잘 갔다는 소리를 들을까?
흐읏
열기가 식어 살짝 굳으려는 몸을 푼 김 양이 잔탄과 총기 상태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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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득!
뻐극!
두개골이 뚫리는 소리. 세상에. 머리뼈를 뚫는 소리를 들을 수 있나? 내가 뭘 본 거지? 뭘 들은 거지? 사람 뼈에 사시미가 박히면 소리가 났었나?
이 업종에 10년 넘게 있었지만, 이런 소리를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직원들도 상식을 벗어난 상황에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버렸다.
보안팀장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소리 질렀다.
“개 씨발. 쏴. 쏘라고!”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 있을 때는 총을 쏘다 오발 사고가 날 위험이 있었다. 위험 좆까라 그래. 그래서 어쩌라고 씨발!
보안팀장이 소리를 지르는 순간. 그놈이 움직였다. 10m 정도는 거리가 있었는데, 뭐야 저건.
현실과 유리된. 뭔. 씨발. 뭔.
눈 깜박하는 찰나, 총을 뽑겠다고 허리춤으로 손을 옮긴 직원의 목이 날아갔다. 말 그대로 목이 썰려 머리통이 하늘을 날았다. 잘린 뒤에 머리를 잃은 몸이 피를 울컥 뱉어냈다.
사람 목이 저렇게 잘린다고? 잘릴 수 있다고? 사시미잖아. 꼴랑 회칼이잖아. 그걸로 저렇게 자를 수 있다고? 보안팀장은 자기도 모르게 발걸음을 뒤로하고 있었다.
1초~2초 초침이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무거운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느낌. 직원들이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썰리고 있었다. 저건 괴물이었다.
‘도망쳐!’
‘다 도망가!’
말이 입속에서 맴돌았다. 소리를 지르는 순간 저게 자신을 쫓을 것만 같았다.
어머니,
속 썩이는 자식새끼들이 순간 떠올랐다.
직원들은 호랑이를 처음 마주친 들개처럼 제자리에서 바들바들 떨면서 죽임당하고 있었다. 이건 싸움도 아니고, 살인도 아니었다. 도살? 그냥 놈의 선택 순서대로 죽어가는 직원들.
콰직-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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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는 평온했다. 그래서 더 기분이 더러웠다. 사람을 죽였는데, 불편하지 않다니.
내가 사이코패스였나? 사람 죽이면서 쾌감 같은 건 없었다. 오히려 기분이 더러우면 더러웠지, 그러니까 그건 아니었다. 그럼 소시오패스? 막 이익을 위해서라면 사람쯤은 토막 내도 괜찮나?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럼 난 뭐지?
‘씨발- 홍 과장이 뭔가 알고 있는 분위기였는데.’
죽이지 말 걸 그랬나?
잠시 생각해봤지만 살려두기엔 너무 위험한 인물이었다. 이런 찝찝한 기분을 계속 겪으면서 살기 싫었다. 회사가 손을 떼게 하려면 몇 명을 죽여야지? 몇 번이나 이런 더러운 기분을 느껴야지?
마루는 손에 쥔 사시미에 힘을 실었다. 건드리면 좆 된다는 걸 보여주자. 저 새끼는 그냥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는 걸 알려주자. 그럼 좀 변할까? 아니었다. ‘저런 인재가 있다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잡아라.’ 그럴 새끼들이겠지.
후- 깊게 숨을 쉰 마루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직원들에게 다가갔다. 사람이 혼자, 천천히 다가가는 걸 봐서인지, 직원 가운데 한 사람이 마루를 제지하겠다고 앞으로 나섰다.
“어이 거기 이쪼···.”
마루의 오른팔이 쭉 뻗으며 사시미를 쏘아냈다.
콰득-기괴한 소리를 내며 손잡이 끝까지 틀어박힌 사시미, 오른팔로 사시미를 던진 반동을 더한 힘으로 왼손에 쥐고 있던 사시미도 날아갔다. 뻐극! 머리통을 꿰뚫은 칼에 또 한 명의 직원이 무너져 내렸다.
“개 씨발. 쏴 쏘라고!”
흐읍- 한 숨을 들이쉰 순간. 발을 박찼다. 10m 안쪽 거리가 일순 좁혀졌다. 막 쓰러지는 직원의 머리통에 박힌 사시미 손잡이를 잡아챘다. 두개골이 터지듯 갈라지며 사시미가 뽑혀 나왔다.
마루의 눈이 사방을 훑었다. 그건 사방을 동시에 본다는 느낌과는 또 다른 감각이었다. 주변에서 뭘 하는지 움직임이 느껴진다고 할까?
직원들의 감각? 감정도 미약하게 느껴졌다. 경악과 공포.
후- 호흡을 약간 내쉬며 제일 가까이 있는 직원을 향했다. 허리춤으로 손을 뻗는 직원이었다.
파악-
살짝 녹은 버터를 자른 것만 같은 감촉이 사시미 끝에서 느껴졌다. 허공으로 떠오르는 머리통.
테이저건이 이쪽으로 향했다. 슬쩍 걸치게 한 걸음 내닫고 칼을 흔들었다. 팔을 깨끗하게 자른 칼날이 제비처럼 날아 직원의 목을 쳤다.
마치 3D 입체화면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 자신의 위치와 상대방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뇌에 때려 박히는 감각.
총구가 마루 쪽으로 향하는 순간, 마루는 이미 총을 쥔 상대방의 팔을 날려버리고 있었다. 아래에서 위로 올려 친 칼날은 팔뚝을 자르고 직원의 목을 스쳐 지나갔다.
총구가 겨눠진 느낌. 살기.
마루는 바로 반 바퀴 몸을 틀며 칼을 던졌다.
탕!
소리와 동시에 머리통에 칼이 꽂힌 채 방아쇠를 계속 당기는 직원.
탕! 탕! 탕!
악!
옆에 있던 직원이 유탄을 다리에 맞고 주저앉았다.
탕! 탕! 탕!
유탄에 맞아 주저앉은 직원 머리에 총알이 틀어박혔다.
탕! 크릭-
사시미를 머리통에 꽂은 채, 사방으로 휘적거리며 방아쇠를 당기던 몸뚱이가 부르르 떨다 침묵했다.
이제 끝인가?
마루는 허리춤에서 마지막 3번째 사시미를 뽑아 들었다.
마루가 칼을 뽑아 들고 다가감에도 바들바들 떨고 있을 뿐, 꼼짝달싹 못 하는 보안팀장이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바지를 축축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계의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