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384)
러스트 [RUST]-384
“가스다!”
“뒤로 빠져!”
“함정이다!”
“신경가스야.”
처절한 절규가 지하수로를 먹먹히 채웠다.
“그러니까 말 해보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쥐 새끼들이 유인한 거였어.”
회의하려고 모인 자들이 전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가스 지대로 우릴 유인한 거라고?”
“유인이거나 몰이거나 상관없는 상황이다.”
“통로는 셋인데, 하나는 가스 나머지 두 곳은 각각 쥐와 바퀴벌레라.”
“국토안보국의 짓일까?”
그러고 보니 지하수로에서 방역작업을 한다면서 엄청난 양의 무언가를 가지고 들어간 용병들이 있었다. 전부 신형 엑소슈트로 무장했던 자들.
“그놈들이 한 짓이겠지?”
“노리고 있었군. 그전부터.”
“그래서 피해는 어떻지?”
“세이드, 리센, 다이어 쪽은 소식이 끊겼다.”
지하수로에서 모이기로 한, 일곱 대가문 가운데 셋과 연결이 끊겼다는 말.
“VX 가스인가?”
“잔류성이 높을 거로 봐서는 그쪽 계열이 확실하다는 분석이야.”
크흐흐흐흣
뉴욕 지하수로에 독가스를 뿌려 놓고서는 시민을 위한다?
이런 가스가 밖으로 새면 대량 살상 사태가 터질 텐데?
목적을 위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는 모습에, 국토안보국 덴 브라운이 가게 될 길이 보였다.
“양치기 목동으로 만족하려나?”
“애국심 사료 먹이면서 키운다고 해봐야 어차피 축산업자지 뭘.”
따지고 보면 자신들도 사육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게 어때서?
사육이 나쁜 뜻은 아니지 않나? 대상이 동물에서 인간이 됐을 뿐. 변한 건 없었다. 소, 돼지, 닭처럼 행복하게 살다가 출하되는 삶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니 모든 건 오해였다.
죽고 싶다는 것들과 총기 사고로 죽는 것들만 합해도 일 년이면 8만 명이 넘었다. 그들만 정리하는 거로 해도 공존이 가능했을 텐데.
“공존? 웃기는 소리.”
“포식자가 피식자랑 공존하는 거 봤나?”
“그렇지. 적당히 출하하는 거라면 몰라도.”
“벙커버스터가 무서웠구먼.”
여유롭게 낄낄거리며 잡담을 하고 있어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후퇴는 불가능. 하려고 하면 하겠지만, 가 봐야 벙커버스터에 두들겨 맞을 뿐이었다.
“독가스 지대를 뚫는 방법밖에 없겠군.”
“난 반대야. 산소가 떨어지거나, 필터가 막히면 끝인데 그건 위험해.”
“그럼 쥐새끼나 바퀴벌레를 뚫고 가자고?”
“차라리 그게 낫지 않겠나?”
“쥐 새끼들이 얼마나 영악한지 못 봤군.”
“우리가 여기에 모인 것 자체가 쥐 새끼들의 작업이다. 그냥 쥐 새끼로 생각하다가 이 꼴이 된 거라고.”
“그렇다면 여기까지군.”
“행운을 빌지.”
네 가문은 깔끔하게 갈라졌다.
하나는 쥐를 뚫고 가기로 했고, 다른 하나는 바퀴벌레가 있는 곳을 선택했다. 그리고 두 개의 가문이 가스 지대를 건넜다.
그렇게 각기 흩어졌고
지금. 바퀴벌레가 있는 곳으로 향했던 가문이 생사를 결정지을 선택을 하고 있었다.
사사사사삭-
“가주님!”
“쏘지 마!”
“으아아악! 살려줘!”
앞장세운 미끼 하나가 10인치(25cm)는 훌쩍 넘어 보이는 바퀴벌레에 휩싸여 삽시간에 분해됐다.
옷이 찢기고 살이 파이고 내장이 쏟아지기가 무섭게 삽시간에 뼈다귀로 변하는 끔찍한 광경. 오래 지나지 않아 그 뼛조각마저도 사라져버렸다.
“너희는 뒤로 물러서. 서서히.”
“가주님! 위험합니다!”
휘릭휘릭- 촉수처럼 흔들리는 더듬이들 사이로 다가서는 베이든 가문의 가주, 브렛 베이든의 가슴은 떨림으로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가까이 갈수록 알 수 있었다.
무언가.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지만, 바퀴벌레와 자기 사이에는 어떤 연결점이 있었다.
사라라락-
사라라락-
신인류와 바퀴벌레가 연결점이 있다고?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웃기는 소리지만, 지금 느껴지는 감각은 분명 이성을 넘어선 무엇이 있다는 걸 의미했다.
뒤에서 긴장한 사람들을 보아하니, 이런 느낌을 받는 건 자신이 유일한 듯싶었다.
사라라라락- 사라라라락-
바글바글 모이기 시작한 바퀴벌레들도 미끼를 물어뜯었을 때와는 달리 얌전한 모습. 꿈틀거리는 다갈색 덩어리 앞에서 브렛 베이든이 파랗게 타오르는 눈빛으로 말했다.
“길을 열어다오.”
흔들리는 더듬이, 다갈색 키틴질이 비벼지며 내는 소리.
“길을 열어.”
차라라락-차라라라락
뭉치고 얽힌 바퀴벌레들이 양쪽으로 갈라서기 시작했다.
“오. 맙소사.”
“이럴 수가.”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가주님. 바퀴벌레들이 지금 길을 연 겁니까?”
“조용히. 자극하지 말고 조심이 건너간다.
베이든 가문 사람들이 지하수로를 빠져나가는 동안, 쥐 떼를 뚫고 가기로 한쪽은 다시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쥐새끼들.”
머리에 뿌옇게 내려앉은 분진이 그들이 겪은 일을 말해주고 있었다.
“피해는?”
“지하수로 천장이 무너지면서 대부분 깔렸습니다.”
끔찍했다. 고작 쥐새끼들이 지하수를 이용해 매복과 기습을 했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무너지지 않게 천장 일부만 무너뜨려 공격하리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었겠나?
“FUCK···.”
“······.”
돌무더기에 깔린 게 문제가 아니었다. 시간만 있다면 헤치고 나올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쥐들은 그 시간을 주지 않았다.
총을 쓸 수 없고 화염방사기도 매몰 된 상황에서, 돌에 깔려 두 손 두 발까지 묶인 행렬은 산채로 파먹혔다.
“개 같은···.”
“피하셔야 합니다.”
피할 곳은 가스 지대였다. 가스 지대와 이어진 공간에는 쥐도 바퀴벌레도 오지 않았으니까.
“다행히 필터는 넉넉하겠군.”
죽은 자들이 남긴 선물이었다.
그렇게 들어간 가스 지대엔 쥐와 바퀴벌레의 잔해가 널려있었다.
바그작-
쿠직-
바퀴벌레 껍질이 부서지고, 채 썩지 못한 쥐의 가죽이 뭉개지는 소리.
후우우욱- 후우우욱-
가스가 얼마나 퍼졌는지 거의 10분 정도 걷고 나서야 가스 지대를 넘어올 수 있었다.
[산개.] [전방주시.] [여타 흔적 없음.] [안전합니다.] [그럼 저건 뭔가?]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가스 지대를 선택해 먼저 떠난 두 가문 사람들의 시체였다. 총에 맞은 게 분명한 흔적이 남아있는 시체들.
[싸운 게 아닐까요?] [그 두 가문이?]대대로 혈연으로 묶인 그 두 가문이 서로 총질을 했다고? 국토안보국의 정신계 능력자가 매복하고 있었던 걸까? 국토안보국에 그런 능력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모두 마스크 벗지 마.] [방호복도.]고민하는 가운데, 선행 정찰을 나간 팀이 돌아왔다.
[앞에 가스 지대가 또 있습니다.]뭐?
이쪽은 쥐떼의 매복에 인원을 많이 잃어, 방호복과 마스크, 필터의 여분이 넘쳤다. 하지만 아무런 피해가 없었던 저들은 어땠을까?
가스 지대를 건너왔더니 또 다른 가스 지대가 있었다면? 선행 정찰을 보낸 자들이 돌아오지 못했다면? 남은 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필터를 두고 싸운 건가? 아니면 처분했을 수도 있겠군.’
죽은 것들이 전부 하위 개체거나 도시락들인 것을 보면, 처분했을 수도 있었다. 정확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이랬어야 할 정도로 앞이 만만치는 않다는 뜻이었다.
[필터 교체하고 이동한다.]길고도 긴 가스 지대를 2번이나 더 지나서야 브루클린 항만으로 이어진 지하수도에 닿을 수 있었다.
“이게 전부인가?”
“우리 쪽은 그래.”
“하- 베이든 쪽은 그대로인 것 같은데?”
가스 지대를 돌파한 두 가문과 쥐떼에게 호되게 당하고 가스 지대를 넘어온 가문의 생존자를 모두 합해도, 바퀴벌레를 뚫고 온 베이든 가문의 1/4 이하였다.
브렛 베이든은 어떻게 아무런 희생 없이 나왔는지 묻는 사람들 앞에 상자를 하나 내밀었다. 폴리카보네이트 재질로 된 투명한 방탄 상자 속에 들어있는 것은 커다란 바퀴벌레였다.
“그래. 이런 바퀴벌레가 우글거리는 걸 어떻게 뚫었나?”
“하긴 바퀴벌레는 매복이나 함정을 깔지는 않았을 테니.”
“바퀴벌레 기피제 같은 거라도 가지고 있던 건가? 그렇다면 정말 실망인데.”
“그런 게 아니라니까.”
브렛 베이든이 턱짓으로 신호를 보내자, 다른 가문 사람들을 향하는 식구들. 자연스럽게 겹겹이 둘러싸는 모습이었지만, 안전지대로 나와서 긴장이 풀린 자들은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한 번 보지.”
“뭘 보라는 건가?”
“아무것도 느껴지는 게 없나?”
“느껴지긴 뭐가 느껴진다고 그래?”
“···잠깐만. 뭔가 느껴지는 거 같은데?”
“뭐가?”
셋 가운데 한 명이 뭔가 느끼는 것 같았다.
“말하기가 미묘한데.”
주저주저하던 남자가 지배력을 끌어올렸다. 파랗게 빛나는 눈빛에 옆에 있던 가주 두 사람이 얼굴을 찡그렸다.
상위 개체라고 하더라도 다른 상위 개체가 코앞에서 지배력을 뿌려대는 건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기 때문.
“뭐하는 짓이야?”
“옆으로-”
짜증 내는 다른 사람들을 무시한 채, 파랗게 빛나는 눈으로 투명한 상자 속 바퀴벌레를 보며 말하는 사람.
“오른쪽. 옆으로.”
스륵- 스르륵!
“봤나? 지금 봤어?”
“뭘?”
“바퀴벌레가 움직이는 거.”
“걔는 계속 움직이고 있었어.”
“똑바로 보라고. 지금 바퀴벌레가 내 말을 들었어.”
“그게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그러니까 보라고. 지금. 왼쪽으로-”
스르르륵-
“!”
“?”
“왼쪽으로 한 바퀴 돌아.”
스륵-스륵-
“맙소사.”
“지금 바퀴벌레를 조종한 건가?”
브렛 베이든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끄떡-
베이든 가문 사람들이 조용히 총을 꺼내 들었다. 동시에 품에서 45구경 데저트 이글을 뽑은 브렛 베이든이. 열심히 바퀴벌레를 조종하는 남자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쾅!
그것을 시작으로 지하수로가 총성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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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 브라운 과장은 보고를 받고 현장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놈들이 서로 싸웠을 리 없는데.’
이익이 된다면 서로 똘똘 뭉쳐 로비하는 것도 모자라, 경제 파탄까지 일으키는 것들이 서로 싸웠다고?
어째서?
지금은 전쟁 중이었다. 그것도 일방적으로 놈들이 밀리는 전쟁. 당연히 힘을 합쳐 대항해도 될까, 말까 한 전황인데 내분? 심지어 가문 셋이 몰살당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현장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국장님. 조금 이상합니다.”
“그래···. 이건 확실히 그렇군.”
가주 셋이 죽은 현장은 기이했다.
한 명은 상황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머리가 날아갔고,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깜짝 놀라기도 전에 다음 사람이 당했다.
물 흐르듯이 이어진 동선을 보면 확실히 노리고 작업했다는 뜻이었다. 마지막 남은 자가 도망치려고 일어섰지만, 뒤로 돌아서는 순간 뒤통수가 날아가 버렸다.
“여기에 없는 가문은, 세이드, 리센, 다이어, 베이든입니다.”
“네 가문이 여기서 세 가문을 척살했다? 난감하군. 그럴 이유가 없어.”
대체 무엇 때문이지?
“골치 아프군.”
한탄 섞인 중얼거림이 끝나기도 전, 긴급보고가 올라왔다.
“국장님! U+ 프로젝트 연구소가 습격당해 프로젝트 일부를 잃었다고 합니다!”
“뭐?”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곳은 놈들을 노린 덫이었다. 식인귀 놈들을 잡기 위해 SWAT 팀을 비롯한 국토안보국의 정계 요원들이 매복하고 있는 곳인데 거기가 뚫려?
“놈들이 몰려왔나?”
“식인귀가 아니라 능력자로 보입니다. 그래서 민병대의 검문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능력자라고? 그렇다면 진단키트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비밀연구실에 어떻게 들어갔지?
“능력자들이 어째서? 어떻게···. 빌어먹을 놈들이다.”
“예?”
“식인귀 놈들이야. 놈들이 능력자를 동원했다.”
식인귀 놈들이 한 짓이 분명했다. U+ 프로젝트라면, 놈들이 오매불망 원했던 ‘회춘’이 들어간 프로젝트였으니까.
‘설마?’
덴 브라운이 주변을 둘러봤다. 식인귀들끼리 학살한 현장.
‘회춘을 독점하기 위해서 싸운 건가?’
어쩌면 그랬을지도.
‘좋지 않아.’
처음 함정 작전을 짰을 때,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었다.
프로젝트를 뺏긴다고 하더라도 결국엔 놈들을 끝장낼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작전을 실행한 것이었다.
가져간 회춘을 두고 서로 견제하면서 시간을 잡아먹을 테니, 시간적 여유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거기에 만에 하나도 대비하고 있었다. GPS 추적장치를 부착했으니, 놈들의 비밀 아지트를 알아낼 기회가 될 뿐이었다.
그런데 그 두 가지가 전부 날아가 버렸다.
이곳에서 벌어진 분쟁이, 회춘을 독점하려고 한 결과라면? 서로서로 견제하면서 시간 끌 일이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추적장치도 전파수신 불량으로 작동되지 않는 상황이 됐고, 잘못하면 미끼로 삼은 U+ 프로젝트만 날아갈 판이 된 것.
치이익- 삐이이익-
연속으로 끊기기 시작한 무전기 소리를 배경으로, 덴 브라운 국장의 미간에 깊은 고랑이 파였다.
사이코메트리가 필요하군.
장거리 광역 텔레파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