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399)
러스트 [RUST]-399
“그래서 살아남은 사람은 두 사람뿐입니까?”
“······.”
“···모르겠습니다.”
화물칸에서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비명과 총성이 들려 상자 안으로 숨었다는 두 사람의 말이었다.
‘눈이 맞으면 바로라는 이야기를 듣고 설마 했는데.’
실제로 이런 시국에 그러는 사람들을 직접 보니 기분이 싱숭생숭해진 마루였다. 성인 둘이서 한다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밖에서 총소리 들리고 그러면 ‘뭐가 문제인지 확인해야겠다.’ 그런 생각 들지 않나?
“그러다가 위험한 경우가 많아서요.”
[경험입니까?]”“···그렇잖아요. 가지 말라고 하는데 가면 꼭 무슨 일이 생기는 거.”
“그렇습니다. 밖에서 비명 들려서 나가면 위험한 거죠.”
‘SNS에 목숨 걸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말을 하던 두 사람이 덧붙였다.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이는 법입니다.”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이죠.”
말하는 걸 들어보니 서로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이었다.
근데 국토안보국, 연방수사국 그쪽 아니었어?
[소속이 어딥니까?]“뉴욕 경찰국 대외협력부 소속입니다.”
“전 뉴욕 시 행정청 감찰부에서 일하고 있어요.”
경찰국이야 그렇다지만 감찰부는 왜?
마루는 일단 두 사람을 다시 상자에 넣고, 화물칸을 살폈다. 생존자는 더 없었다.
밀물처럼 밀려들었다가 우수수 죽고 난 뒤, 썰물처럼 사라진 쥐떼는 동작감지센서와 생체탐색기 범위 밖으로 빠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상 없나?] [이상 없습니다.] [쥐들이 눈을 파고 올라갈 수 있으니, 아래도 경계하도록.] [알겠습니다.]확실히 사람들은 직접 눈으로 봐야 했다. 쥐새끼 한 마리에 혼비백산하고 난 뒤에야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딕과 듀이였다.
그리고 한나절이 지나도록 추가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오늘 하루는 비행선에서 묵어야겠다.] [괜찮겠습니까?]딕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비행선으로 돌아왔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수백 마리는 될 법한 쥐떼들이 복도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은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곧 해가 떨어져.] [···알겠습니다.]영하 50도의 날씨였지만, 눈 속에 파묻힌 탓인지 비행선 선실과 화물칸은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이글루처럼 보온효과를 낸 것 같았다.
가볍게 저녁을 먹은 뒤, 마루는 생존자들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뉴욕은 어떻습니까?]“폭설 때문에 교통이 마비됐고, 상하수도가 모두 엉망이 됐습니다.”
“실종자가 폭증했고요.”
지금까지 뉴욕의 최저기온은 영하 20도 안팎. 바다를 접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춥지는 않았다. 문제는 적설량. 삽시간에 쌓이고 얼어붙기를 반복해 무려 5m 가까이 쌓인 눈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눈보라가 몰아쳐 교통사고가 나기 시작한 게 문제였습니다.”
갑작스러운 폭설로 사고 수습이 늦어지자 순식간에 엉망으로 변했다.
눈은 계속 쌓이고 기온은 떨어지고 도로가 연쇄적으로 막히기 시작했다. 그렇게 제설작업과 사고 수습이 멈추는 순간, 교통이 끝장나 버린 것.
“교통도 문제였지만, 상하수도 문제도 한꺼번에 터졌어요.”
배관이 얼어붙으면서 사방에서 난리가 난 것.
“물이야 밖에 쌓인 눈을 녹여서 먹고 대소변이야 싸서 버린다고 치지만, 전기와 가스가 끊기기 시작하자 손을 쓸 수 없게 됐습니다.”
어느 순간 전기와 가스가 끊겨버렸다. 난방을 전기와 가스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그게 끊긴다는 건 정말 위험했다.
“통신도 끊기는 곳이 생겼어요.”
급기야 통신까지 끊기는 지역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폭설로 인해 발생한 일시적이고 지엽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고 넘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점점 사고 발생빈도가 높아졌다.
전기와 통신을 수리하러 간 직원은 며칠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고, 연락이 끊긴 지역이 조금씩 늘어났다.
그렇게 전기, 통신 수리기사를 시작으로 실종자가 급증했다. 더해 실종자를 찾으려고 간 사람들, 경찰들이 줄줄이 사라졌고 이제는 블록 단위로 문제가 터지고 있었다.
“국토안보국에서는 쥐들이 전기와 통신을 끊고 있는 것일 수 있다면서 이번에 모병한 군대를 동원해야 한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시 정부와 의회에서는 확실한 증거가 없이 군대를 동원한다는 건 반대인 입장이어서요.”
[확실한 증거 말입니까?]“커다란 시궁쥐 몇 마리를 증거라고 하긴 그렇잖아요. 뉴욕에는 본래 큰 쥐와 바퀴벌레가 많았었고요.”
“쥐가 전력과 가스 심지어 인터넷 케이블까지 끊고 사람들을 사냥한다는 걸 어떻게 믿겠습니까? 국토안보국에서 군사력까지 손에 쥐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게 더 현실성 있지요.”
[······.]뉴욕의 시궁쥐는 덩치가 크기로 유명했다. 전선과 케이블을 끊는 건 자주 있는 일이었고.
“쥐를 전문적으로 잡는 업체에 외주를 맡기면 되는 일인데. 쥐 때문에 군대를 동원해야 한다는 건 좀 그렇잖아요.”
“8만 명이 넘는 병력을 동원해서 쥐를 잡겠다니. 그걸 누가 이해하겠습니까?”
‘자료가 있었을 텐데.’
국토안보국 본청에서 뉴욕으로 탈출해오면서 자료를 가져오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니까 증거가 없다고 그러겠지.
[뉴욕에서 발견된 쥐가 이 정도 크기였습니까?]마루가 복도에 널브러진 쥐떼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니요. 국토안보국에서 제시한 증거는 이것보다는 작았어요.”
[비행선은 어쩌다 추락했습니까?]“전력계통 이상이 생겨서 비상착륙을 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눈보라가 몰아치는 바람에 추락했습니다.”
전력계통 이상이라. 갑작스러운 저온으로 모터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지만, 쥐가 원인일 가능성이 컸다.
‘수백 마리가 비행선에 숨어있지는 않았을 테니. 이놈들은 이 근방에 있는 놈들이군.’
비행선에 들어올 때 봤던 구멍들. 눈 속에 여기저기 뚫려있던 페트병 지름 크기의 구멍이 떠올랐다.
뉴욕에서 숨어 탄 쥐새끼가 비행선의 전력계통을 절단 냈고 그렇게 추락한 비행선을 캐나다의 쥐가 습격했을 가능성이 컸다.
마루는 일단 생존자들과의 이야기를 마쳤다.
쥐새끼들이 난리를 치고 있는데 증거 타령을 하고 있으니 답답했을 거다. 아마도 사이코메트리를 데려가 확실한 증언을 확보하려고 비행선을 보낸 것 같았다. 화물칸에 가득 실린 물자는 선금이고.
그렇다면 뉴욕 경찰과 행정청 감찰부는 왜 왔을까? 경찰은 그렇다고 쳐도 감찰부 소속이라는 여자는 의심스러웠다.
[늑대 가죽을 벗겨둬.] [네이드와 칼루는 어떻게 할까요?] [시신은 선실에 따로 안치하고.] [옛.]일행은 날이 밝자마자 디트로이트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마루는 떠나기 전, 최루탄을 터트려 비행선 안을 가득 채웠다. 이걸로 쥐떼가 늑대 가죽이나 시신을 건드리지는 못하리라.
[늑대 소리가 들리지 않는데요?] [그래.]늑대들 사이에 소문이 돌았는지, 한참을 걸었어도 조용했다.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만 흘리는 가운데 하룻밤 묵었던 등대에 도착했다.
[근처에 뭐가 왔다 간 것 같습니다.] [주변을 꼼꼼히 살펴.]등대 주변에는 부산한 흔적들이 넘쳤다.
엄지손가락 크기의 작은 발자국이 여기저기 찍힌 모습.
[이거 쥐 발자국 아닙니까?] [그런 것 같은데?] [근데 쥐가 이렇게 커?]앞발과 뒷발 간격을 보면 몸통이 15~16인치(38~40cm)는 될 법했다.
[등대 안쪽에도 흔적이 있습니다.] [문은 멀쩡한데?] [벽을 타고 올라왔겠지.] [하- 비상용으로 두고 갔던 식료품 전부 털렸습니다.]쥐새끼들이 등대를 확인하고 간 게 분명했다.
[앞에 눈 쌓인 거 치우고, 동작감지기 박아. 거기 두 사람도 돕고.]“예?”
“네?”
[눈 치우라고.]“아-”
“······.”
등대 주변에 쌓인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 신체능력 강화가 껌은 아닌지라, 딕과 듀이의 삽질은 파괴적이었다.
[여기 쥐구멍 있습니다.] [이쪽도 있습니다.] [멀리 비켜.] [?]마루는 바로 작은 V의 x탄을 까서 쥐구멍에 쑤셔 넣고는 구멍을 틀어막았다. 얼음으로 구멍을 막은 것이나 다름없으니, 가스가 샐 일은 없어 보였다.
나중에 눈이 녹고 나면 난리 나겠지만, 인근에는 인기척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으니 상관없었다. VX 가스와 최루탄을 구멍마다 터트린 마루가 일찍부터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불침번은 교대로 한다.]커플은 따로 떼기로 했다. 남자는 듀이와 여자는 딕과 조를 짜서 돌렸다. 듀이는 딕과 자리를 바꾸자고 했지만, 마루의 눈치를 본 딕이 고개를 저었다.
[야 좀 참아라. 애인 있는 여자한테 왜 그러는데?]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냐?] [미친. 지금 분위기 보면 모르겠냐?] [분위기가 미치는 게 아니라, 이러다가는 내가 미치겠다. 씨발.]걱정과는 달리 별문제 없이 밤이 지나갔다.
마루는 등대에도 최루탄을 터트려 냄새를 지우고 얼어붙은 호수로 나갔다. 맨 뒤에서 흔적을 지우며 걷기를 다시 한나절.
해가 떨어지기 전 블라디 아크 타운으로 복귀에 성공한 일행이었다.
======
======
김 양은 샘플로 하나 가져온 늑대 가죽을 보곤 눈을 빛냈다.
“오- 이거 좋다.”
영하 50도가 넘는데도 버틴 늑대의 털가죽이니 뭐가 달라도 달랐다. 단박에 그걸 알아본 김 양이 늑대 가죽을 탐냈다.
“비행선에 6개 더 있으니까 그건 내려놔.”
“6개나 더 있으니까 이거 하나는 나 주면 안 됨?”
“연구원들에게 맡기려고 가져온 거다.”
“저번에 내가 잡은 코요테랑 늑대도 이렇지 않았는데, 이건 왜 이렇게 다름?”
“날씨 때문이겠지.”
“날씨?”
영하 50도를 넘나드는 이상기후에도 적응할 정도로 변이 괴수들은 대단했다.
마루의 설명을 듣던 김 양이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까마귀들은 왜 그럼?”
쟤들도 변이 한 애들 아니었음?
김 양의 질문에 사람들의 시선이 한쪽 구석에 앉아있는 까마귀에게 향했다.
복슬복슬 토실토실 부풀어 오른 까마귀의 모습. 겨울 참새가 통통하게 변하는 것처럼 까마귀도 날렵했던 모습은 어디 가고 동글동글했다.
까악?
아무것도 몰라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깃을 고르기 시작하는 까마귀였다.
“루팡?”
“······.”
“······.”
까악?
그게 뭔가요?
이것들 춥다고 안 나가는 거였어?
“눈보라 치는 날 빼고 전부 경계태세 해”
“예엣. 영하 50도인데요?”
“늑대들도 잘만 돌아다니고, 쥐새끼들도 빨빨거리는데 쟤들이라고 못하겠어?”
!!!
모르는 척 깃을 고르던 까마귀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야. 잘 먹었으면 일 똑바로 해.”
마루의 단호한 목소리에 화들짝 머리를 조아리는 까마귀였다.
“캐나다도 그렇고 뉴욕도 난리가 난 것 같으니까. 경계 똑바로 해.”
까아아- 까아악
“그- 추우니까 자주 교대하면 어떨까요? 그럼 괜찮을 거예요.”
간호사의 위로가 이어졌지만, 머리를 박았던 까마귀는 이 소식을 전하러 몽실몽실 날아올랐다. 안락한 겨울 휴가의 끝이었다.
까마귀를 내보낸 마루가 화면을 띄웠다. 영상 속에는 추락한 비행선이 있었다.
“확실한 건 에리카의 능력을 써봐야 알겠지만, 여기 흔적을 보면 뉴욕에서 출발할 때 쥐새끼 몇 마리가 타고 있었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놈들이 비행선의 전력계통을 고장 내 추락한 것 같습니다.”
PD와 후드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좋지 않군요.”
“···위험하네요.”
“······.”
“마을 공격한 쥐새끼들이 전력 끊고 함정 팠던 거 생각하면 당연한 거 아닌가?”
그게 이렇게 호들갑 떨 일? 네이팜과 포격으로 싹 치웠었는데?
날이 풀리면 한 번 싹 몰이해서 폭격으로 치우면 될 일 아닌가?
“전기와 인터넷을 끊고 마을을 고립시킨 사건도 그렇지만, 지금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됩니다.”
PD의 이야기를 후드가 이어받아 설명했다.
“쥐들이 비행선이라는 걸 인지했다는 것도 그렇고. 이 비행선이 도움을 요청하러 간다는 것까지 알아서 추락시킨 것이라면 어떨까요?”
마을 습격 당시에도 전력과 통신을 마비시켰었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라면? 비행선이 뭔지 알고, 고의로 추락시킨 것이라면?
“더 곤란한 건 캐나다의 쥐들이 추락한 비행선을 공격했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알고 공격했을까? 하늘에서 떨어졌으니 알아채기 어려웠을 텐데. 마치 어디에 떨어질 줄 아는 것처럼 인근에 대기하고 있던 것처럼 말이다.
그 말의 의미를 알아챈 김 양의 표정이 변했다.
“뉴욕에 있는 쥐새끼와 캐나다 쥐새끼들이 서로 호응했다?”
“확실한 건 없지만, 결과는 보시다시피. 저러니까요.”
비행선 내부의 모습. 핏자국 선명한 조종실과 복도 선실.
“쥐는 에너지 대사가 활발해 많이 먹어야 합니다. 비행선에 탄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먹었으니 먹잇감을 찾아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매복하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건···.”
그쪽으로도 변이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
“일단, 생존자들을 봅시다. 에리카. 두 사람을 분석해줘.”
눈을 동그랗게 뜬 에리카를 나나에가 토닥토닥 달랬다.
“예? 네.”
생존자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럼 다들 인사부터 하죠.”
사람들이 서로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에리카의 차례 에리카가 여자의 손을 잡는 순간. 에리카의 팔을 잡아 비틀며 볼펜을 에리카의 목에 박아 넣으려는 여자.
까아아-
에리카의 비명이 채 터지기도 전.
서걱-
볼펜을 쥔 여자의 팔이 잘렸고.
탕- 김 양이 뽑은 권총에서 총성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