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411)
러스트 [RUST]-411
세 여자를 굴리기 시작한 마루는 파밍을 시작했다.
피츠버그에 온 이유는 원료가 될 약품들을 구하기 위해서였지만, 지금은 대규모 실험실이라는 먹음직스러운 먹잇감까지 생긴 상황.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식인귀들이 하나씩 돌아다니고 있는데 괜찮겠음?] [사람들도 실전 경험 쌓아야 하니까 차라리 잘됐지.]대규모 실험실에 있던 식인귀들은 몰살당했다. 남은 것은 여기저기 흩어진 것들인데, 정신계 능력자가 죽으면서 통제가 풀린 상황.
정신 지배가 풀렸으니, 지능을 회복되고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마치 감염자들이 팔팔하게 날뛰다가 점차 치매 걸린 듯이 행동장애 일으킨 것과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지독하네요. 장기간 정신계 능력에 당해서 저렇게 된 건가요?] [그건 자료 찾는 사람이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 [······.] [실험 보고서 가운데 식인귀 상태와 관련된 내용이 있을 테니까 잘 찾아.]다른 거 신경 쓸 정신이 있니? 후딱 일하렴.
[칙- A-1 구역 클리어.] [삐익. A-2 구역 클리어.] [중계기 설치와 회수 잊지 말고 3인 1조 유지한다.] [통신상태 확인.] [통신상태 양호.]갑주형 엑소슈트로 무장한 친위대와 기사단이 3인 1조로 수색하기 시작했다.
[원료 확보했습니다.] [특수강 찾았습니다.]외곽지역에 제철제강, 석유화학 관련 기업들 창고가 있어 물자를 넉넉하게 챙길 수 있었다.
[수송대는 언제쯤 도착하나?] [한 시간 안쪽에 도착할 예정입니다.]블라디 아크 타운에서 추가로 설상차와 눈썰매를 보냈지만, 막대한 양의 원자재를 챙겨가려면 여러 번 왕복해야 했다.
‘비행선. 아니, 하다못해 철도라도 쓸 수 있었으면 좋았겠는데.’
폭설이 내리지 않고, 기온도 영하 40도 정도여서 다행이었다. 눈보라가 쳤거나, 영하 50도 이하로 떨어졌다면, 물자 수송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었으니까.
‘최악의 상황은 피해서 그나마 다행이군.’
투입된 인원만 200명이 넘는 대규모 수송작전이 며칠 동안 계속됐다.
김 양은 잠깐의 휴식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 내내 저격 토템으로 살았고, 후드는 고카페인에 찌들어 자료 정리에 파묻혔다.
간호사는?
[오늘도 다들 수고했어요. 특식 받아가세요. 아- 맞다. 날씨도 그런데 뜨뜻한 물로 목욕 좀 할까요?]까각?
까아아악–
그랬다.
[머리를 쏴] [머리랑 심장을 맞추기 힘들면 최대한 하체를 노려.]정신 지배 후유증에 시달리는 식인귀를 상대로 실전경험을 쌓아가는 사람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이제는 알아서 척척 한다고 할까?
[C-12 구역 식인귀 발견.] [거리 확보. 찰리팀 지원.] [교전 시작한다.]낮게 억눌린 총성을 시작으로 공격이 시작됐다.
[클리어. 여기는 알파. D-1구역으로 이동한다.] [확인. 브라보가 지원하겠다.]좋은 시간도 잠시, 식인귀들의 반응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놈들의 움직임이 변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은폐, 엄폐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소수지만 무기를 사용하는 놈들이 생겼습니다.]정신 장악 여파로 손상된 뇌 기능이 점차 회복되고 있다는 정황 증거가 여기저기 나타났다. 함정을 피한다거나, 무리를 짓기 시작하는 등. 놈들은 이성을 되찾고 있었다.
[연구자료에 따르면 식인귀들은 대체로 3주 정도면 정신 지배 부작용에서 회복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식인귀들이라. 일반인들은 회복되지 않고?] [예. 일반인들은 정신 지배에서 풀린다고 하더라도 뇌에 반영구적인 손상을 입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식인귀는 재생력 때문인가?] [그렇습니다.] [기억도 그래?] [식인귀는 대부분 되찾는다고 합니다.] [좋지 않군.]수송작전을 시작한 지 보름이 지났으니, 식인귀들이 정신 지배 부작용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할 시점이었다.
[물자 수송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하고, 병력을 최대한 모아 온다.]블라디 아크 타운의 병력을 피츠버그로 데려와 식인귀를 싹 쓸어 버릴 계획을 잡은 마루였다.
[놈들이 제정신 차리기 전 끝낸다.]수송작전이 대규모 토벌작전으로 변했고 이어서 새해를 축하하는 총성이 피츠버그를 가득 채웠다.
신년에는 여러모로 풍족한 한 해가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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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의 추위가 뉴욕을 강타했다.
바다를 끼고 있기에 아무리 추워도 영하 10도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았던 뉴욕 기온이 영하 20~30도를 넘나들기 시작했다.
국토안보국에서 만약을 대비해 꾸준하게 난방용 석탄과 난로를 비축해서 다행이었지만, 이런 대책도 있는 사람들에게나 혜택이 돌아갔을 뿐이었다.
뉴욕 주 정부와 뉴욕 시 행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대책을 세웠지만, 혹한이라는 자연재해 앞에서는 무력했다.
“눈이 쌓여 얼음이 됐습니다. 제설 작업이 불가능합니다.”
“겨울이 끝날 때까지는 인력으로 생필품 보급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비상용 발전기로 엘리베이터를 돌리는 것도 몇 주지, 원인을 알 수 없는 정전 사태가 한 달쯤 이어지자 비상 발전기로 엘리베이터를 돌릴 수 있는 고층 건물은 전체의 30%도 되지 않았다.
40~50층을 계단으로 오르내려야 하는 것도 끔찍한데 상수도까지 얼어붙어 버려 식수까지 계단으로 옮겨야 했다. 그렇게 조금씩 고층 빌딩과 맨션은 지옥으로 변했다.
“전기와 통신이 끊기는 구역이 늘고 있습니다.”
“뉴욕 경찰과 연방수사국이 합동으로 조사하고 있지만, 수사에 진척이 없다고 합니다.”
갑작스러운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지하수로에 들어가 추위를 피하던 노숙자들과 난민들이 대규모로 실종된 사건까지 연이어 터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할 국토안보국은 혼란에 빠져있었다. 부국장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가 덴 브라운 국장을 축출하려고 한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었다.
덴 브라운 국장은 부국장과 강경파의 움직임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채고 함정을 역으로 이용해 강경파와 부국장을 정리했지만, 여파가 컸다.
“놈들의 개입이 확실한가?”
“정황은 확실한데, 뚜렷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버지니아 랭리가 작심하고 설계에 들어갔으면 증거를 찾긴 어렵겠지.
“제일 이상한 점은 이렇게 많은 요원이 동시에 반기를 들었다는 겁니다.”
“그래 비정상적인 판단과 행동을 보면 세뇌된 것으로 보여. 그렇기는 한데, 여러 가지 의문점이 생기지.”
EMP 여파로 생산 시설들이 많이 상했다. 세뇌와 관련된 향정신성 약물을 생산하는 시설도 그 여파를 피하지 못했던 것을 보면, 약물로 세뇌했다고 단정하고 넘어가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이렇게 많은 요원을 단시간에 세뇌했다는 것만 따져봐도 그랬다.
대규모 인원을 약물을 사용해 세뇌했다면 시간이 오래 걸렸을 것이고, 그렇게 대규모 세뇌에 따른 이상징후를 발견하지 못했을 리 없었다.
그러니까 약이 아닌 다른 걸 써서 세뇌했다는 이야기. 그게 무엇이든 인체실험을 했을 테니, 대규모 물자가 이동한 실험을 찾으면 꼬리를 잡을 수 있으리라.
덴 브라운 국장은 그렇게 생각했다.
“찾아보라는 건 어떻게 됐지?”
“피츠버그에 있는 실험실에 다량의 물자가 들어간 것이 확인됐습니다.”
무려 수천 명이 먹을 식료품을 정기적으로 넣은 곳이 있었다.
“수천 명?”
“연구소에서?”
“······.”
“어디와 이어졌지?”
“군산복합체에서 대량의 식료품 발주를 한 흔적이 나와 그걸 역추적했습니다.”
덴 브라운 국장의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 버지니아 랭리와 군산복합체가 손을 잡은 흔적이 나왔다는 건, 군부도 엮여있다고 생각해야 했다.
‘대규모 생체 실험에 군부까지 엮여있다니.’
좋지 않았다.
거기서 연구한 게 무엇이든 그걸 국토안보국 요원에게 썼다는 건데, 그건 군부까지 국토안보국의 약화를 원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 확실히 좋지 않았다.
덴 브라운 국장은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대규모 실험실이 있는 피츠버그로 조사단을 파견했다.
피츠버그에 도착한 조사단이 본 것은 여기저기 흩뿌려진 교전 흔적이었다. 다수가 소수를 사냥하듯 죽인 흔적들.
“엑소슈트 기동 흔적입니다.”
중무장한 병력이 투입됐다는 이야기.
“벽에 난 탄흔을 보면 12.7mm 철갑탄입니다.”
“주변에 탄피는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 깊게 파인 구덩이 속에 가득 들어찬 숯덩이들은 인간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맙소사.”
“학살이군.”
산전수전 다 겪은 국토안보국 조사대였지만, 아프리카나 중동에서나 볼 법한 잔혹한 흔적에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전부 촬영했으면 샘플 확보해.”
“알겠습니다.”
며칠 간의 수색 끝에 대규모 실험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하 실험실을 찾아 지하 1층으로 들어가는 순간, 앞장선 몇 명이 신경가스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
“가스! 가스!”
“미친! VX 가스다.”
“해독제! 해독제는?”
“이것뿐이야.”
조사단은 허무하게 동료를 잃고 말았다.
“어떤 새끼들이야.”
“가스를 뿌려 놓고 경고 표시도 안 붙여 놔?”
VX 가스를 서슴없이 사용하는 세력을 떠올리자 하나만 생각났다. 뉴욕 지하수로에 VX를 뿌려댄 자들.
시체를 모조리 구덩이에 몰아넣고 불태워 버린 놈들은 뭐지?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토막 난 시체들은 누가 그랬을까?
“블라디마루 칼린···?”
“······.”
“아마도.”
“개새끼들.”
허무하게 동료를 잃은 조사단원들이 욕설을 뱉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구멍이 뻥 뚫린 빌딩을 시작으로 옆구리가 찢어진 빌딩들이 곳곳에 있었다. 여기저기 썰린 흔적 가득한 건물들을 보며 조사단원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저걸 그 인간이 그랬다는 거지?”
“이게 뭐야···.”
“저거 칼자국이지? 맞지?”
“······.”
“···칼로 건물을 잘라?”
이게 진짜 사람 새끼 맞나?
시체와 건물에 남긴 흔적을 보면 블라디마루 칼린과 그의 세력이 피츠버그를 훑고 지나간 게 분명했다. 그렇게 인구 30만의 도시 피츠버그는 거대한 무덤이 됐을 뿐.
“돌아간다.”
조사단이 뉴욕으로 발걸음을 돌리자, 조금 떨어진 수풀 속에서 사람들이 불쑥불쑥 솟아올랐다.
“국토안보국 새끼들 눈치가 빠르군.”
“아직도 이렇게 파견할 인력이 남았다니. 아무래도 작업이 실패한 것 같습니다.”
“바로 연구소로 들어간다.”
뉴욕으로 돌아가는 놈들의 짐을 보니, 연구실을 찾지 못한 것 같았다. 만약 찾았다면 이런저런 중요한 부품과 자료를 그냥 두고 돌아가지 않았을 테니까.
“국토안보국 개새끼들이 멀쩡하게 돌아다닌 것을 보면 정신계 능력자는 아직 통제되고 있을 가능성 있다.”
“제일 중요한 건 정신계 능력자다. 다음으로 핵심 부품과 약품을 회수한다. 알았나?”
“옛!”
“진입.”
국토안보국 조사단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 자들이 죽음의 흔적만 남은 도시에 스며들었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곧바로 대규모 실험실이 있는 빌딩을 향한 자들이 지하 1층에 닿았다.
“크어어억! 신경가스?”
“가스! 가아스-”
“컥. 들어오지 마.”
들어오지 말라고 하기엔 너무 깊숙이 들어가 버렸다. 쭉쭉 내디뎠던 발걸음이 그대로 죽음의 발걸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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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 브라운 국장은 조사단의 보고를 받고 두통약을 씹어 삼켰다.
‘대량 학살이 의심된다?’
그것도 블라디마루 칼린의 흔적이 있다고?
설마 한 판 붙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