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412)
러스트 [RUST]-412
블라디마루 칼린과 버지니아 회사 놈들과 붙었다면, 앞으로 더러워질 게 분명했다. 특히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랬다.
‘양쪽 모두 극단적인 집단이야.’
마루가 알았으면 펄쩍 뛸 평가였지만, 덴 브라운이 보기엔 그랬다. 바퀴벌레 잡겠다고 VX 가스를 까더니 식인귀 잡겠다고 또 그러는 걸 보면 똑같다고 할까?
버지니아 회사도 마찬가지, 국익을 위해서라면서 MK 울트라 하더니 또 그러고 있는 걸 보라. 효과적으로 목표를 이루는 게 목적이지, 후폭풍 따위는 모르겠다는 짓거리를 쌍으로 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적당히 하란 말이다.’
감염자, 변종, 변이 괴수까지 위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새로 개발한 신경가스를 생산한 뒤 VX 라벨을 붙였던 게 문제였다.
그러니까 VX 가스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개량된 신경가스를 생산했던 것.
말이 VX 가스지 알맹이는 더 흉악한 놈. 러시아의 노비촉도 이 VX 계열인 것을 생각해 보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블라디마루 칼린과 야니아 킴이 뿌려대는 게 VX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
실제로 VX 계열이기도 했으니까. 게다가 미합중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 금지 어쩌고 하면서 뒷구멍으로 더 끔찍한 독가스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하겠나?
‘그거 알려진 VX 가스보다 한 100배는 더 더러운 가스니까 그만 써라.’
이러면 더 좋다고 쓰겠지. 눈에 선했다.
‘이쯤 썼으면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알아서 그만 써야 하는 거 아닌가?’
야니아 킴과 블라디마루 칼린이 이렇게 눈치가 없을 줄이야.
덴 브라운 국장은 조사단의 보고서를 덮었다.
블라디마루 칼린과 그 세력에 대한 흉험한 평가로 도배된 보고서는 악의가 느껴질 정도였다.
20명의 조사단이 피츠버그로 향해서 돌아온 자는 고작 7명.
7명 가운데 3명은 심각한 동상으로 손가락과 발가락 일부를 잃게 됐다.
모두 13명이 죽었는데, 3명은 얼어 죽었고 10명이 독가스로 죽었다. 조사단 20명 가운데 10명이 독가스로 죽었으니, 그렇지 않아도 블라디 아크 타운에 불만이 많았던 자들이 목소리를 높일 게 분명했다.
‘세뇌 사건을 공론화하는 게 좋겠군.’
부담되는 일이지만, 블라디마루 칼린과 국토안보국이 척지는 것보다는 나았다.
“버지니아 랭리에서 우리 요원들을 작업했는데 그들이 적이 아니라면 뭐가 적입니까?”
“세뇌입니다. 폐기한다고 했던 MK 울트라를 자기들 멋대로 다시 시작했다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아니. 이해해야 하는 일입니까?”
“그쪽은 언제나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저 국익을 위해서 손을 더럽혔을 뿐입니다.”
“뭐요? 국익을 위해 손을 더럽혔을 뿐이라고? 당신 제정신입니까?”
“세뇌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이번에 죽은 사람들 대부분이 강경론자 들이었습니다. 설마 국장님의 정책에 반대했다는 이유만으로 세뇌당했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겠지요?
“부국장이 그렇게 된 건 안타까운 사고라고 국장님이 직접 말씀하셨는데, 그게 거짓말이란 말입니까?”
뚜렷한 증거를 찾기 위해서 피츠버그에 조사단을 보낸 건데, 일이 이렇게 되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심증은 있었다. 버지니아 랭리가 국토안보국을 작업했다는 심증. 하지만 국토안보국 부장, 과장의 절반 이상이 그럴 리 없다고 ‘부정’하고 있었다.
버지니아 랭리가 미합중국의 국익을 위하는 것처럼, 국토안보국은 미합중국의 안보를 위한다는 대전제가 깨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버지니아 놈들이 남부연합에 붙었습니다. 놈들은 미합중국을 배신한 겁니다.”
버지니아 회사도 연방정부의 직속 기관이었다. 국토안보국, 연방수사국, 마약단속국이 그렇듯. 그런데 연방탈퇴를 주장한 텍사스를 중심으로 뭉친 남부연합에 붙었다는 건. 누가 뭐라고 해도 배신 아닌가?
“아닙니다. 컴퍼니가 남부연합의 중심으로 스며들기 위해 고육책을 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를 가지고 고육책을 썼다는 소립니까?”
“그게 무슨 병신 같은 논리입니까? 고육책은 자기들 팔다리를 잘라야지 남의 팔다리 자르고 고육책이요?”
“고육책이 될 수 있죠. 남부와 같이 가겠다는 증거로 동부의 핵심 기관인 국토안보국을 쳤다고 한다면 말이죠.”
덴 브라운 국장이 논란을 정리했다.
“다들 그만. 우리 애들을 세뇌하고 국토안보국을 암중에서 장악하려고 한 게, 고육책인지 아닌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설령 고육책이라고 하더라도 변하는 건 없었다.
“중요한 것은 버지니아 회사가 국토안보국을 작업했다는 사실이다.”
“정황만 있지, 증거가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피츠버그에 조사단을 보냈던 건데, 블라디마루 칼린 세력이 휩쓸고 간 뒤였다. 그 말은 블라디 아크 타운에 피츠버그 연구소 자료가 있다는 뜻.
“증거는 블라디 아크 타운에 있다. 날이 풀리면 디트로이트에 가서 가져오면 된다.”
지금은 1월, 이런 강추위가 언제 풀릴지는 모르겠지만, 3월이면 되겠지. 최소한 두 달이라는 시간을 번 덴 브라운 국장이 묵직하게 정리했다.
“지금 중요한 건 국토안보국 요원이 세뇌됐다는 사실이다.”
누가 했든 어디서 했든 당했다는 게 중요했다.
인터폰 소리가 날카롭게 벼려진 분위기를 환기했다.
[국장님. 연방수사국과 경찰에서 긴급 지원 요청이 들어왔습니다.]“무슨 일인가?”
[부루클린 남부와 퀸스 남부를 중심으로 대규모 실종 사태가 벌어지고 있답니다.]“대규모 실종?”
[예. 전력과 통신이 끊겨 실종사건을 알아차리는 데 오래 걸렸다고 합니다.]“다들 들었나? 엑소슈트 부대로 지원하도록. 그리고 버지니아 랭리 이야기는 날이 풀리면 다시 하지.”
“알겠습니다.”
날이 풀리기만 해봐라.
증거만 나오면 가만두지 않으리라. 국토안보국 요원들이 이를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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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뇌한 끄나풀을 이용해 국토안보국을 흔들고, 권력 투쟁을 격화시켜 동부가 뭉치는 것을 막으려고 했는데 국토안보국 덴 브라운 국장이 예상보다 빨리 알아챘다.
게다가 끄나풀을 역으로 이용해 강경파 수장인 부국장까지 정리해 버리는 수완을 발휘했다. 너무 깔끔하게 당해버려 능욕 받은 느낌?
“뉴욕에서 마지막으로 올라온 보고가 언제였지?”
“한파로 교통과 통신이 끊기기 전에 올라온 보고가 마지막이었습니다.”
당연히 플랜 B와 플랜 C를 준비하고 있었다. 바로 작전을 시작하려면 이런저런 조정이 필요한데, 연락이 끊겨 버린 것.
텍사스도 혹한을 피할 수는 없었다.
10월 말까지 따뜻했던 기후가 돌변했기에 피해가 더 막심했다. 갑작스러운 한파와 폭설이 덮쳐 도시가 마비됐다. 단수, 정전이 속출했고 동사자가 넘쳐났다.
“어렵군. 쉬운 일이 어렵게 돌아가고 있어.”
텍사스에서 뉴욕까지 육로로 이동하던 중에 들이닥친 한파로 연락이 끊긴지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다음 단계를 진행해야 했다.
다양한 변수를 대비했지만, 텍사스 기온이 영하 15~20도를 찍는 변수는 없었다. 혹한 때문에 추가 파견이 불가능하다니 이 무슨 어이없는 일이···.
“연락이 끊기면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로 했지?”
“그렇습니다.”
“조정하지 않고 그대로 가도 국토안보국과 연방수사국의 눈을 피할 수 있겠나?”
“쉽지 않아 보입니다.”
국토안보국을 찔렀으니 다음은 연방수사국, 마약단속국 그리고 뉴욕 외곽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대였는데 헛심을 쓰는 건 아닌지.
“날이 빨리 풀려야 할 텐데.”
“그러게 말입니다.”
겨우내 뿌린 씨앗이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까지 맺는다면 그 또한 좋은 풍경일 테니.
“피츠버그로 보낸 요원들과 연락이 끊겼습니다.”
“뭐? 중계기 문제인가?”
“통신장애에 한파까지 겹친 걸 고려해서 중계기를 설치했기 때문에 그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눈에 파묻혀서 오작동이 났을 수도 있으니, 다시 확인해 보도록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블라디 아크 타운에 보낸 요원들은 어떻게 됐나?”
“그쪽도 연락이 끊겼습니다.”
“직접 관여했어야 했나?”
“보안이 심상치 않습니다. 블라디마루 칼린을 추종하는 자들이 있어 이쪽이 노출됐을 겁니다.”
“그렇겠지.”
뭘 어떻게 하든 우선 날이 풀려야 했다.
“블라디마루 칼린의 세력을 크게 잡아도 5만이 되지 않습니다. 그쪽보다는···.”
“지금은 뉴욕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뉴욕 주(州)의회와 시(市)의회를 작업해 분열을 유도하는 하는 건 어떻게 됐습니까?”
앞으로 어떻게 작업할지 회의하던 도중 인터폰이 울렸다.
[페리톤에서 구조 신호가 뜬 뒤 연락이 끊겼다고 합니다.]페리톤은 텍사스 주 최북단에 있는 소도시였다. 오클라호마와의 경계선에 있는 작은 도시.
“긴급구조 신호를 보냈다고?”
[네.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횡설수설한 뒤 연락이 끊겼다고 합니다.]버지니아 랭리가 실종자 수색 센터도 아니고 여기에?
[텍사스 주 정부에서 직접 도움을 요청했습니다.]주 정부가 직접 요청했다? 뭔가 냄새가 났다.
“흠- 변이 괴수인가?”
“한파 때문에 굶주린 괴수들이 페리톤을 덮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단순한 사건이었다면 텍사스 주 정부에서 아쉬운 소리 해가며 볶아대진 않았겠지.
“이번에 모집한 남부군을 동원하지 않고 이쪽으로 연락했다는 건 우리 실력을 보고 싶다는 뜻이겠지?”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엑소슈트는 개량은 어떻게 됐나?”
“경량화에 성공해 작전시간이 늘었습니다.”
“좋아. 개량 엑소슈트의 실전 검증을 해봅시다.”
“알겠습니다.”
신형 엑소슈트로 무장한 요원들을 투입하면 소도시 하나 정리는 금방이었다.
‘덴 브라운, 블라디마루 칼린 지금까지는 잘도 설쳤다만···.“
날이 풀리면 끝장을 보리라. 날만 풀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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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블라디 아크 타운.
피츠버그 연구소에서 찾은 자료들을 앞에 놓고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버지니아 새끼들이 우리를 물 먹이려고 한 게 맞네요.”
자료 분석과 정리로 날밤을 팬 후드가 목소리를 높였다. 버지니아 랭리와 예전부터 악연인 후드였다.
“새로 편입한 위성 마을 사람들을 전수 조사해야 합니다.”
“아니 기존에 있던 사람들도 전부 확인해야 합니다.”
위성 마을을 흔든 것도 그렇고, 외성에도 세뇌된 자들을 밀어 넣는 작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정신계 능력자를 이용한 세뇌가 무서운 것은 세뇌된 당사자가 자신이 세뇌됐다는 걸 전혀 모른다는 점이었다.
자기가 세뇌당했는지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본래대로라면 어려운 일이었지만, 이쪽에는 사이코메트리가 있었다.
“에리카의 능력이라면 금방 잡아낼 수 있어서 그런가?”
“그렇습니다. 지금 같은 상황이야말로 그 능력이 필요할 때라고 봅니다.”
마루의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 대답한 후드였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 에리카가 아직 많이 힘들어해서요.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능력을 쓰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
마루와 김 양의 눈썹이 꿈틀 위로 치솟았다.
“암살시도 지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그러고 있음?”
“에- 그러니까 능력을 쓰면 또 암살자가 올 것 같다고 무섭다고 그래서.”
“장난함? 애도 아니고?”
“······.”
“일단. 안전한 곳에서 사람들이 세뇌됐는지만 확인하면 된다고 해봐. 그것도 거부하면 데려오고.”
“에-엣. 네.”
사이코메트리 활용을 이야기하는 도중, 디아나의 보고가 올라왔다.
[남부 광산마을에서 긴급신호가 들어왔습니다. 구조 요청입니다.]“구조 요청? 어쩌다가 그런 건데? 자세히 말해봐.”
[광산에 들어간 광부들이 실종됐다고 합니다.]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