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413)
러스트 [RUST]-413
구조 요청이 왔다고?
“연락이 끊겼다고 바로 실종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실종됐다고 판단한 근거가 뭔지 있을 거고. 긴급신호까지 보내서 구조 요청을 했다면 이유가 있지 않겠어?”
[통신기록 파일을 재생하겠습니다.]디아나는 직접 들어보라는 듯, 녹음된 파일을 재생했다.
[삐이이익- 광산으로 들어간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끊겼습니다.] [*^&^%^*%&-구#$%^조.구^%%$조.살%^%7려.살%&^*려&^%&$^%#)]이건···.
“광산마을과 연결해.”
[연결 중입니다.] [연결 중입니다.]···
[연락을 받지 않습니다.] [연결이 끊긴 것으로 보입니다.]“거기 전부 유선 케이블도 깔지 않았음?”
“맞습니다. 무선 통신에 문제가 생길 때를 대비해서 케이블을 깔았었죠.”
김 양이 고개를 갸웃하자, 후드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광산마을 자료를 확인했다.
한쪽에 음성 파일을 반복해서 듣던 마루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전파장애를 대비해서 중계기를 촘촘하게 박아 넣었는데도 무선 통신이 끊겼다. 거기에 비상시를 대비해서 유선 케이블도 깔았는데 그것도 끊겼고.
한쪽만 문제라면 모를까 양쪽 모두 동시에 그렇다는 건, 누군가 의도적으로 통신망을 끊었다는 의미였다.
“디아나. 다른 위성 마을에도 전부 비상경보 울려.”
[비상경보 울렸습니다.]“다른 광산도 전부 통제한다. 채광중지하고 대피시켜, 지금부터 광산진입은 금지한다.”
“그리고 외부인과 접촉 금지 및 외부 물자 반입 금지도 같이 진행해.”
[전달했습니다. 1급 비상사태를 선포하시겠습니까?]“선포해.”
비상사태를 선포한 마루는 곧바로 블라디 아크 타워에 있는 화학연구실에 연락해 VX 가스의 대량합성을 요구했다.
[일반 신경가스는 금방 가능하지만, 전에 쓰던 신경가스는 시간이 걸립니다.]VX 가스면 VX 가스지 무슨 소리? 피츠버그에서 잔여 가스를 전부 소진했으니 뭐가 됐든 물량이 필요했다. 그것도 당장.
“빨리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최대한 많이 부탁합니다.”
신경가스 제조를 의뢰한 마루는 다시 녹음파일을 재생해 반복해서 듣기 시작했다.
“···? 뭐임?”
“여기 배경에 들리는 소리 있지?”
“뒤쪽 잡음?”
“그래. 그 잡음. 디아나, 잡음 따로 떼어서 재생해.”
[재생합니다.]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소리. 사각사각 갉아대는 소리가 겹쳐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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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국토안보국은 비상이었다. 공식적인 발표에서는 부국장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고 했지만, 눈치가 빠른 요원들은 다르게 생각했다.
“결국에는 그렇게 된 건가?”
“국장이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 텐데 왜 그랬을까?”
부국장을 비롯해 제법 많은 숫자가 사망자 명단에 올랐거니와, 그 면면을 살펴보면 이른바 강경파에 속하는 자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잡음이 생겼다.
‘부국장이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실패했다.’
‘강경파를 처분하기 위해 국장이 함정을 판 거다.’
‘세뇌된 요원들이 있다더라.’
‘누군가 국토안보국을 노리고 있다.’
여러 소문이 가라앉기도 전, 대규모 작전이 시작됐다.
“브루클린 남부와 퀸스 남부면 항만이 있는 곳 아닙니까?”
바다와 접한 지역에서 다수의 실종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여러모로 수상했다. 식인귀들의 탈출로가 있는 지역과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식인귀들인가?”
“한파 때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파로 전기와 통신이 끊겨 실종 처리된 것이라면, 집에서 동사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연방수사국에서는?”
“통신 케이블과 전선이 끊긴 흔적이 이상하다고 합니다.”
깔끔하게 잘린 곳도 있었고, 너덜너덜 끊긴 곳도 있었다. 흔적이 일정하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자연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것. 인위적으로 전기와 통신을 끊었다면 누가 그랬을까?
“한파 속에서 식인귀들이 숫자를 불렸군.”
“감염성이 낮아졌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초기 식인병은 비말 감염으로 퍼졌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체액 감염으로 감염성이 낮아졌고 나중에는 어지간한 접촉으로는 전염되지 않았다. 감염성이 극도로 낮아진 것.
“많이 줄었으니, 놈들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숫자를 불렸겠지. 검사키트는?”
“적어도 10만 단위로 검사해야 하는데, 턱없이 부족합니다.”
쯧-
현장에서 식인귀와 일반인을 구별하는데 필수적인 검사키트 재고가 없다니.
“종이컵을 잘라서 시험지로 만들죠. 남부에서는 그렇게 쓴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지.”
15피트(4.5m) 가까이 쌓인 눈더미를 헤치고 가는 것도 일이었다.
썰매에 장비를 싣고 스노모빌로 끌어가며 도착한 현장에는 연방수사국 요원들과 뉴욕 경찰국 경찰에 SWAT팀까지 모두 모여있었다.
“상황은 어떻습니까?”
“브루클린과 퀸스 해안 방향으로 향한 정찰대와 연락이 끊겼습니다.”
벨트 파크웨이는 뉴욕 시 남부 해안을 타고 가는 도로였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도로 남쪽은 정찰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
“새들이 공격했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존 F. 케네디 공항 쪽에 자리를 잡은 새떼는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우선 벨트 파크웨이를 경계로 삼고, 북쪽부터 정리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럽시다.”
“그러죠.”
국토안보국과 연방수사국 요원들이 건물 내부를 정리하는 동안 뉴욕 경찰국과 SWAT팀은 경계를 섰다.
[여기 이상합니다.] [어떻게 이상한가?] [전기가 끊기면 자동으로 비상용 발전기가 돌아가서 엘리베이터를 쓸 수 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비상용 발전기는 돌아가는데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먹통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당장!] [어?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뜯어버리고 나와.]하지만 너무 늦어버린 걸까?
팅. 팅.
엘리베이터 추락방지 장치가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추락해 버렸다.
“단순한 사고가 아니야. 놈들이 엘리베이터에 수작을 부렸어.”
다른 빌딩을 수색하던 요원들이 즉시 엘리베이터를 확인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건물이 갑자기 무너졌습니다.”
갑자기 추락하는 엘리베이터만 문제가 아니었다. 멀쩡한 건물이 무너지면서 수십 명이 한 번에 몰살되기도 했다.
이런저런 사고가 터지는 악조건 속에서도 국토안보국과 연방수사국 요원들은 핏자국이 선명한 현장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여기 이쪽입니다.”
브루클린과 퀸스 남부 오래된 건물 지하실에서 발견된 통로.
“이건. 지하수로와 연결된 건가?”
지하실 한쪽 구석에는 찢긴 옷가지가 널브러진 광경. 옷조각마다 피가 흥건하게 묻어있었다.
“놈들이 산채로 뜯어 먹었나 보군.”
우욱-
비위가 약한 요원들 몇 명이 속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식인귀다.
지하수로에 숨어있던 식인귀가 사람을 잡아먹은 게 분명했다.
“지하수로와 연결된 통로가 좀 이상합니다. 성인이 드나들기에는 너무 작은 것 같은데요?”
“······.”
지하수로 방향으로 뚫린 터널. 감정을 가라앉히고 다시 보니 확실히 좁아 보였다.
“여기 남은 흔적도 이상합니다. 식인귀들이 뼈까지 먹습니까?”
“······.”
“······.”
여기서 사람을 도축해서 가져갔을까? 굳이?
설마.
식인귀가 아니다?
그럼?
팀장이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 긴급한 무전이 쏟아졌다.
[스노모빌이 눈 속에 빠졌습니다.] [썰매. 썰매도 통째로 빨려 들어가고 있습니다.]‘거기! 야- 배터리. 배터리부터 챙겨!’
‘탄약. 탄약도!’
‘아아악- 살려줘!’
무전기에서 들리는 소리. 처음에는 사고인 것처럼 보였지만, 이어서 총성과 비명 소리가 뒤섞이기 시작했다.
“적이 뭔가? 어떻게 된 건가?”
무전기에 다들 신경이 쏠린 틈을 타, 그것들이 요원들을 포위했다.
삑-삑삑- 삑삑삑-
“팀장님!”
“왜? 씨발. 응답하라. 응답해! 어떻게 된 거야.”
팀장이 무전기를 붙잡고 소리를 지르는 순간, 후두둑- 낡은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국토안보국 상황실 분위기는 무거웠다.
“···스노모빌과 썰매를 전부 잃었다고?”
“그렇습니다.”
“사상자는?”
“···집계할 수 없었습니다.”
“어째서?”
“스노모빌과 썰매가 눈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는 보고를 끝으로 통신이 끊겼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추락하고 건물이 무너지는 것도 모자라, 눈 속으로 빨려 들어가?
“경찰은? 그쪽에는 SWAT팀이 있잖나? 거기서 뭔가 알아낸 것은 있나?”
“없습니다.”
덴 브라운 국장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러니까 건물을 수색한 국토안보국 요원들은 실종됐는데 멀리서 경계를 선 경찰은 아무런 피해가 없고 알아낸 것도 없다?
창밖엔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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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X 가스가 생각보다 빨리 뽑혔다.
[전에 쓰던 것보다는 위력이 약할 겁니다.]“수고하셨습니다.”
양이 좀 부족해서 아쉽기는 한데, 생산 속도가 빨라 중간중간 보급하면서 쓰면 될 것 같았다.
“그렇게나 많이 필요한가요? 광산에 가스를 가득 채울 생각인 건 아니죠?”
후드의 질문에 대답 대신 묵묵히 가스탄을 챙기는 마루.
전용 엑소슈트에 가스탄을 채워 넣던 김 양이 대신 대답했다.
“아까 소리 못 들었음?”
“무슨 소리 말인가요?”
“구조 신호에 깔린 소리.”
“잡음이 이것과 무슨 상관이죠?”
“다시 잘 들어보면 갉아대는 소리가 들릴 거야.”
“그래서 광산을 가스로 채워버릴 거라는 건가요? 여기 광산 구조도를 보면, 대피소를 비롯해 안전구역이 여러 곳 있습니다. 최소한 그곳은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요?”
묵묵히 가스탄을 챙기던 마루가 입을 열었다.
“갉는 소리는 쥐떼가 있다는 뜻일 수 있어.”
“······.”
무거운 분위기에 후드가 조용해졌다. 그런 조용함을 마루의 음성이 내리눌렀다.
“아니면 쥐떼가 있는 것처럼 무언가 속이는 것일 수도 있고.”
“······.”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통신을 끊을 수 있는 게 광산마을에 있다는 거지.”
“무슨 의미죠?”
“구조 요청에서는 광산에 들어간 사람들과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그러니까 놈들이 무엇이든 통신을 끊을 수 있다는 소리지.”
이상하지 않아?
통신을 끊을 줄 아는 놈들이 광산에서는 통신을 끊어 놓고, 마을에서 외부로 구조 요청하도록 그냥 뒀다는 소린데? 거기에 딱 아슬아슬하게 구조 요청하고 난 뒤, 통신을 끊은 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마루의 설명에 후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함정이란 뜻인가요?”
“그래.”
“쥐떼라면 굳이 독가스를 쓸 필요는 없잖아요. 최루탄을 쓰더라도 충분할 텐데요?”
“최루 가스로는 정리하기 어려워.”
그게 쥐라면 더욱 그랬다. 금방 숫자가 불어날 테니까.
“대량의 신경가스를 살포하면 철광산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독가스 성분이 지하수를 타고 흘러가 수원지까지 오염시킬 수도 있고요.”
후드의 말도 일리 있지만, 마루의 생각은 달랐다.
“철광산이 중요하고 수원지가 중요한 이유가 뭐지?”
“예?”
“지금 상황에서 그걸 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지?”
광산과 광부들을 포기하니 마니, 이익이 어떻고 오염이 저렇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언제나 제일 중요한 건. 안전과 생존이다. 그 말을 끝으로 마루가 출발했다.
광산마을에 도착한 마루와 김 양은 생존자들이 있으면 나오라는 방송을 몇 차례 한 뒤, 바로 신경가스를 풀었다.
푸화아아악-
찌이이익-
찍-
[■■■■-■■-■■-■■■■■■-■■-■■-■■■]뇌를 간질거리는 무언가에 마루와 김 양이 눈빛을 교환했다.
‘이거 정신파지?’
‘맞음.’
이상한 쥐새끼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