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415)
러스트 [RUST]-415
[동물 세뇌가 성공한 겁니까?]돌고래나 까마귀처럼 지능이 높은 동물과 텔레파시로 의사소통 가능하다는 가설이 있었지만, 그것도 의사소통 가능성일 뿐 세뇌는 아니었다.
[정신계 능력자라고 해도 동물을 즉각적으로 지배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나지 않았습니까?] [일본에서 좋은 재료를 찾을 수 있어서 말이죠.]박사의 중성적인 목소리가 유독 거슬리기 시작한 팀장이 다시 확인했다.
[영상을 보셨으니 아시겠지만, 저건 괴물입니다. 저걸 생포하라는 말입니까?] [예. 되도록 많이 생포해 오세요.]이런 미친.
[저건 괴물입니다. 단순한 쥐새끼가 아닙니다.] [그래서 좋은 겁니다.]돌아버리겠네.
[현장 책임자로서 명확하게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저 쥐새끼들은 지금 당장.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말살해야 할 것들입니다.] [말씀 잘하셨네요. 당신 같은 전문가가 봐도 끔찍하다면 적들도 마찬가지겠죠.] [···적이 문제가 아닙니다.] [아니요. 적이 문제죠. 언제나 적이 문제였고, 적대 세력이 문제였습니다. 세뇌하든 훈련 시키든 그건 이쪽이 할 일이고, 이쪽의 요청에 따라 쥐를 잡아와야 할 건 그쪽이 할 일이죠.]팀장은 무전기를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어쿠스틱 키티 프로그램도 아니었다. 일렉트로닉 키티 프로그램으로 강화한 고양이를 사냥해버린 쥐였다. 그 영상을 보고도 저딴 소리를 하다니.
[팀장님 놈들이 밖으로 나왔습니다.] [어? 드론이 걸린 것 같습니다.] [뭐?] [드론의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습니다.]쥐가 드론이 뭔지 안다고? 그럴 리가 없잖아.
[움직여봐. 계속 경계하고 있나?] [예. 그리고 드론을 경계하는 숫자가 더 늘고 있습니다.]드론이 찍은 영상 속에는 지붕 위로 올라와 미어캣처럼 몸을 세우고 드론을 노려보는 쥐새끼들이 있었다.
[드론으로 유인 가능할까?] [경계만 하지 접근하지 않고 있어서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이가 없군.]일반 고양이도 아닌, 일렉트로닉 키티 프로그램으로 강화한 고양이를 사냥한 것도 황당한데. 경계병까지 운용한다고?
[드론에 수면가스탄 장비해서 다시 보낸다. 후퇴시켜.] [알겠습니다.]위이이잉-
베이스캠프를 향해 돌아가는 드론 방향.
하얀 눈밭을 따라 길게 이어진 흔적이 생기기 시작했다.
쥐들이 강화 고양이를 사냥하는 영상을 돌려보고 또 돌려보던 박사의 눈빛은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박사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가?”
“피츠버그 연구소로 향했던 직원들이 전부 사망했습니다.”
“샘플은? 실험체는 어떻게 됐습니까?”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추가로 직원을 파견해서 실험체를 확보해야지요. 실적이 좋은 팀이···.”
실적이 제일 좋은 팀은 텍사스 북부 페리톤에서 중요한 실험 샘플을 확보하고 있었다.
“어렵군요. 어려워.”
박사의 원대한 계획이 시작부터 불안해졌다. 일본에서 어렵사리 확보한 샘플과 피츠버그에 있는 그 실험체를 이용해 페리톤에서 발견한 특별한 쥐들을 세뇌하겠다는 계획.
“피츠버그 실험실은 어떻게 한다고 합니까.”
“3팀과 4팀을 묶어 보낸다고 합니다.”
혹한 때문에 대규모로 움직이는 것은 어려웠다.
“다른 건 다 포기해도, 연구일지와 실험체는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드론은 부지런히 왕복하며 페리톤을 감시했다. 쥐새끼들이 얼마나 영악한지, 드론이 건물 내부를 확인하기 위해 창가로 접근하지 못하게 막았다.
[허! 빨랫줄이라니.] [고도 높입니다.]쥐새끼들이 빨랫줄로 드론은 견제한 것.
건물 안에 수면 가스를 던져 넣고 잡으려 했는데, 그게 전부 막혔다.
[배터리 잔량 급속히 떨어집니다.] [제길. 얼마나 더 버틸 수 있겠어?] [길어봐야 10분입니다.] [퇴각한다.]혹한 때문인지 배터리 효율이 극악이었다.
완충한 뒤 1시간 넘게 거뜬했던 드론이 이제는 고작 30분을 버티기도 아슬아슬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나.
변죽만 울렸을 뿐 생포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드론이 내려앉았다. 배터리를 갈기 위해 정비 요원이 드론을 향해 발걸음을 디딘 순간, 요원의 다리가 아래로 쑥- 빠졌다.
어?
처음에는 한 발만 빠졌다고 생각해서, 반대편 다리에 힘을 줬는데 마찬가지로 쑥 아래로 빠져버렸다. 양쪽 다리가 모두 파묻혀 버린 모습.
눈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에 주변 사람들이 쿡쿡- 웃었다. 눈 속에 빠진 요원이 비명을 질러대기 전까지는···.
끄아아아악!
몸부림치며 끔찍한 비명을 지르던 요원의 입에서 핏줄기가 흐르더니 덜컥 고개가 꺾였다.
[뭐야?] [끌어내. 빨리.]모든 사람의 신경이 붉게 물들어가는 구덩이로 향했다.
[저쪽 잡아.] [하나, 둘.]늘어진 팔을 붙잡고 끌어 올리려는 순간, 두 사람이 딛고 있던 눈이 아래로 꺼졌다. 허겁지겁 밖으로 나오려고 허우적거리던 둘이 합창이라도 부르는 것처럼 소리를 높였다.
[아아악! 다리- 다리가!] [끄아아악! 살려줘!]쿠드득- 눈 씹히는 소리와 함께 구덩이에 빠진 요원 셋이 사라졌다.
씨발?
[정신 차려!] [바위나 나무 위로 올라가!]외치는 팀장의 눈에 들어온 것 부하의 아킬레스건을 물어뜯고선 눈 속으로 도망치는 쥐새끼였다.
[악! 발목!] [발목이-] [팀장님. 쥡니다. 쥐떼의 습격입니다.] [나무 위로 올라가서 대응 사격해.]투다다다닥!
[수류탄 던져] [탄이 떨어졌습니다.]소복하게 내린 눈으로 하얗던 캠프에 붉은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산개. 전부 흩어져. 퇴각한···.]팀장은 말을 잇지 못했다. 뒤에서 접근한 쥐새끼가 등판을 타고 올라 팀장의 오른쪽 경동맥을 물어뜯고 내려온 것.
아킬레스건.
눈.
경동맥.
급소만 물어뜯고 조여오는 쥐새끼들은 지독한 암살자들이었다.
울컥 흘러나온 피를 손으로 막아봤지만, 소용없었다.
퇴각하라는 명령에 따라,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부하들의 뒷모습이 흐릿해졌다.
‘미친 새끼. 이걸 생포하라고?’
눈송이가 날리기 시작하는 흐린 하늘을 향한 팀장의 시선. 두 눈에 동공이 서서히 풀렸다.
이윽고 수백 마리의 쥐떼가 팀장의 시체를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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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는 마루의 말을 되새김질하고 또 했다.
중요한 것은 안전과 생존이라는 말.
이렇게 빌딩을 만들고 위성 마을까지 돌린 사람. 칼 한 자루로 이 모든 것을 이룩한 블라디마루 칼린이 아직도 안전과 생존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만다. 그렇게 위험한 상황인가?”
[급격한 기후변화만 고려해도 상당히 위험한 건 사실이야.]도덕적 가치라든지, 그런 것보다 생존과 안전을 우선시할 정도로?
“인류 전체 말고. 우리. 여기 말이야.”
[최상위 안전등급이지.]이보다 더 안전할 수는 없다는 사만다의 말에 후드가 창밖을 바라봤다.
[광산마을을 공격한 것은 쥐떼로 판별됐어.]중계기를 박아가며 광산마을로 향한지라, 전술 카메라 영상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이쪽으로 보내지고 있었다.
“알았어. 처음부터 돌려줘. 배속은 4배속으로.”
모니터에 영상이 떠올랐다.
흰 눈에 깊게 파묻힌 마을에 VX 가스를 뿌려대는 모습. 무색, 무취, 무미의 독가스가 광산마을을 삼키는 것 같았다.
이어 갑주형 엑소슈트로 무장한 친위대와 김 양이 집집 마다 돌아다니면서 창문을 깨고 Vx 가스탄을 던져 넣는 모습이 이어졌다.
“사만다. 저기 영상에서 나온 Vx 가스탄 말이야. 저렇게 써도 되는 거야?”
맹독성 독가스를 마을에 뿌리고, 집에 뿌리는 것도 모자라, 2층 1층 지하실까지 가스탄을 터트리다니. 명백히 과잉 대응으로 보였다.
[정확한 실험은 없었지만, 지금 던져 넣은 가스탄 하나만도 축구장 1개 면적에 있는 사람들을 모조리 사살할 수 있는 위력이 있다고 해.]“독성 잔류 기간이 길잖아. 그러니까 그거 변수 넣어서 시뮬레이션 좀 돌려줘”
안전을 위해서 독가스탄을 쓰고 생존을 위해 가스탄을 썼다? 그럴 수 있다.
사만다는 다량의 독가스 살포시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을 시뮬레이팅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생각보다 참혹했다.
“블라디마루 칼린과 연결해줘. 가스탄 남용을 막아 해. 시뮬레이션도 전송하려고 하니까 정리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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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괴물 쥐가 산다는 농담이 현실이 된다면? 웃을 수 있을까?
“신경가스는 안 돼.”
[국장님!]현장 요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속에 담긴 절박함에도 덴 브라운은 흔들리지 않았다.
“쥐구멍마다 신경가스를 넣을 생각인가? 한 발만 하더라도 축구장 면적을 살상할 수 있는 신경가스를 쥐구멍마다 넣으면? 날이 풀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 줄 알고 그러나?”
살기 위해서 싸우는 거지, 죽기 위해 싸우는 건 아니지 않나?
야니아 킴을 미친년이라고 했던 이유가 뭐였나, 뒤를 보지 않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그랬기 때문이 아니던가?
[방법이 없습니다. 이대로 가면 지하철도 쥐새끼들이 이동하는 통로가 될 겁니다.]“그래도 쥐구멍마다 VX 가스를 밀어 넣겠다는 건 안 돼.”
[놈들이 퍼지면 그 방법도 쓰지 못하게 될 겁니다.]“뉴욕 시를 버리자는 이야긴가?”
[어차피 지킬 수 없습니다. 여긴 이미 지옥입니다.]“···방법을 찾아보지.”
침묵이 가라앉은 회의실.
신경을 긁는 기침 소리를 배경으로 상황도가 펼쳐졌다.
“보다시피 브루클린 남부, 퀸스 남부 케네디 공항 주변은 쥐떼에게 점령됐다.”
혹한과 폭설로 교통, 통신, 전기가 끊긴 틈을 탄 것.
그렇게 10만 명 넘게 잡아먹고 숫자를 불린 쥐떼는 최소 500만 마리 이상으로 늘어났으리라 추정되고 있었다. 최소 500만. 그것도 남부 일부 지역만.
쥐떼를 막을 기회가 있었다.
야니아 킴과 친위대를 불러 방역했을 때, 그들이 작업을 끝냈다면?
식인귀를 몰아내고 놈들이 지하수로에 숨겨둔 물자에만 정신 팔리지 않고 지하수로를 싹 정리했었다면?
겨울 혹한을 피해 지하수로에 자리를 잡은 노숙자와 난민들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흘려넘기지 않았다면?
최소한 500만 단위의 쥐떼가 창궐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당장 쥐떼를 막지 못한다면 2개월 안쪽에 1,000만 단위로 늘어난 쥐떼를 보게 것이고 4개월 뒤에는 5,000만이 넘는 쥐떼를 감당해야 할 상황이었다.
“국장님.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
동부의 중심 도시이자 미합중국 재건의 상징. 잠들지 않는 도시(The City that Never Sleeps)
핵과 EMP를 피했고 식인귀들의 준동까지 이겨낸 빅 애플(Big Apple)
위대한 도시 뉴욕이 고작 쥐떼에게 무너지게 생겼다.
“좋아. VX 가스를 쓰면? 그 뒤는? 시민들은 어디로 대피시킬 건가?”
“······.”
영하 20~30도의 혹한에서 가스를 피해 어디로 간다는 거지?
그나마 바닷가를 끼고 있는 뉴욕이니까 –20~30도지, 내륙으로 들어가면 영하 40~50도를 가볍게 찍고 있었다. 하룻밤을 버티는 건 고사하고 반나절도 버티지 못할 텐데?
“당장은 가스를 생산한다고 해도 원료가 부족합니다.”
“피츠버그에 있는 원자재는 블라디마루 칼린 쪽에서 가져간 것으로 보이니 그쪽에서 가져오면 어떨까요?”
“저번에 보낸 비행선도 실종됐는데 비행선을 또 보내자는 겁니까?”
“혹한을 뚫고 간다는 보장이 없는 데 비행선만 낭비할 따름이죠.”
“아무것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전을 찾습니까? 지금은 확률이 문제가 아니라 무조건 해야 할 땝니다.”
“다들 조용. 대량으로 VX 가스를 사용한다면, 뒤가 없다는 건 다들 이해했나?”
“···가스를 사용하고, 바로 제독(除毒)에 들어가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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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비밀 연구소.
“박사님. 샘플 생포 임무를 맡은 1팀이 전멸입니다.”
“뭐라고요?”
“정기 연락이 끊겨, 수색대를 파견했는데 핏자국만 남았다고 합니다.”
“시체가 없다는 말입니까?”
박사의 뇌리에 괴물이라고 말한 팀장이 떠올랐다.
“예. 흔적도 찾을 수 없다고 합니다.”
“쥐의 흔적은? 쥐떼가 움직인 흔적은 없답니까?”
“예. 그저 혈흔만 남았다고 합니다.”
“수색대에게 1팀의 임무를 이어서 하라고 하세요.”
“1팀의 임무요?”
“샘플의 확보 말입니다. 페리톤에 바글바글하게 있다고 했으니, 그쪽에서 확보한다고 하면 됩니다. 어서 전달하세요.”
“예-”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1팀을 찾으러 떠난 수색대와 연락이 끊겼다는 소식이 들렸다. 박사는 바로 회장실로 호출됐다.
“대체 뭘 가져오라고 한 겁니까? 아니, 거기에 대체 뭐가 있는 겁니까.”
죠셉 마이어 회장의 차가운 눈빛을 받은 박사가 한마디로 답했다.
“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