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427)
러스트 [RUST]-427
샬롯이 보낸 좌표와 요원이 가진 정보를 비교해, 한 번에 제대로 타격할 곳을 고르기로 했다.
“쉽지 않네요. 이놈들 실험실도 그렇고 거점을 마치 점조직처럼 뿌려 놨어요.”
역시 버지니아 컴퍼니는 만만치 않았다.
“대가리를 조지면 되는 거 아님?”
김 양이 갸웃하곤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러니까 본사부터 시밤 쾅! 해버리고 팔다리는 약한 불로 천천히 태워버리면 끝나는 거.”
“본사 정보가 있지만, 사방에서 접근하기 좋은 곳에 있어요.”
“그럼 좋은 거 아님?”
“버지니아 랭리, 그 악명 높은 컴퍼니에서 접근성만 생각해서 본사를 뒀을까요? 아마 위장 본사일 겁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마루가 입을 열었다.
“접근성 좋은 곳에 대놓고 본사를 둔 건, 공격받아도 상관없으니까 그렇겠지?”
“그렇겠죠. 애초에 중국에서 떨군 핵을 맞았어도 제일 팔팔하게 돌아다니는 게 버지니아 랭리니까요.”
본사가 공격받는 순간, 역으로 추적에 들어갈 게 분명했다. 테러당했다는 명분도 있으니 거침없이 나가겠지.
“그럼 본사는 두고, 샬롯이 보낸 좌표와 요원 뇌에서 찾은 정보가 일치하는 곳을 우선 타격 목표로 삼는 게 좋겠네요.”
“지금 바로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후드가 순식간에 정보를 통합하기 시작했다.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 이 정보대로라면 뉴욕이 위험할 것 같습니다.”
요원이 가진 정보를 꼼꼼하게 살펴본 PD가 상황판을 확인하면서 말했다.
“뉴욕은 그냥 둬도 제 살 깎아 먹을 상황이라 힘이 빠지게 그냥 두지 않을까요?”
자료를 정리하느라 쳐다보지 않은 채 후드가 말했다.
얍삽한 버니지아 랭리가 하는 짓을 생각해 보면 뉴욕 국토안보국의 힘을 뺀 뒤 작업 들어가지, 굳이 생생한 지금 아웅다웅할 리 없었다.
“일반적이라면 그랬겠지만, 남부연합과 버지니아 랭리도 예상 밖으로 피해가 커서 말입니다.”
“아···.”
“그쪽도 여유가 없겠군요.”
다들 PD의 말을 알아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놈들이 신경 바짝 쓰고 있던 피츠버그 비밀 연구소에 있던 실험체가 나가리 됐고, 시애틀에서 실전 실험 중인 여왕과 에스텔 리만도 잃었다.
뉴욕에 시간을 준다고 해서 버지니아에서 유리할 것이 없어진 상황이었으니, 저쪽에서 어떻게 나올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정보에 따르면 뉴욕을 비롯한 동부와 중부 대도시는 거의 전쟁상태라고 합니다.”
“에에엣- 전쟁이요? 어디와 전쟁이요? 날씨도 이렇게 추운데요?”
중국군이 뭣도 모르고 미국 본토에 들어왔다면 모조리 얼어 죽었을 것이다. 추위에 죽지 않더라도, 변이 괴수나 쥐새끼를 버티지 못했을 게 분명했다.
깜짝 놀란 간호사에게 PD가 부연 설명했다.
“단순한 전쟁이 아닌, 쥐와 싸우고 있다고 합니다.”
“설마 공물 쥐 같은 애들이 다른 대도시에도 있음?”
“그건 아니겠지. 우리도 겪어 봤지만, 일반 쥐들이 신을 믿고 그러지 않았으니까.”
보통 일반적인 쥐들은 마루의 살기를 맞고 즉석에서 착해지면 도망치기 시작했다. 거기에 공물을 바친 공물 쥐가 이상한 것.
“맞음. 공물 보낸 건 걔네뿐임.”
“약과 네이팜 크로스백을 이용해 폭발신앙으로 발전한 것도 그렇습니다. 다른 쥐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봐야 합니다.”
마루의 말에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가 됐다.
이상한 기운을 뿌려서 광역으로 콱 죽이는 게 가능한 사람이 또 있다면 모를까, 공물 쥐같이 폭발신앙 가진 쥐들이 생길 확률은 없었으니까 당연했다.
설령 신을 믿는 쥐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약과 네이팜 폭탄이 없으면 그냥 머리 좋은 쥐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공물 쥐들이 적은 숫자로도 디트로이트 남쪽 지역으로 조금씩 영역을 넓히는 데 성공한 것이고.
“대도시에서 쥐들이 창궐해서 전쟁터가 됐다면, 중소 도시나 마을도 비슷하다고 봐야 합니다.”
그쪽이 더 위험했다. 사람들은 눈에 파묻혀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쥐들이 그걸 그냥 둘까?
“지금까지는 자연스럽게 유도했는데, 이제는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적극적으로 쥐를 이용하자는 의견에 김 양이 그래도 되나 싶은 표정을 지었다.
“다 좋은데, 쥐들은 세대교체가 빠르고 번식도 빠르잖음? 폭발신앙 가진 쥐들이 번식하고 세대교체 하다가 갑자기 특이점 와서. ‘신은 죽었다.’ 해버리면?”
‘잣 되는 거 아님?’
김 양의 눈빛에 PD가 결연한 목소리로 답했다.
“신앙은 특이점이 아닙니다. 존재에 대한 것이죠.”
“아니 뭐. 유럽에서 교회고 성당이고 전부 텅텅 비어서 망하고 있는데, 쥐들이 계속 똑똑해지고 세대 지나고 그러다 보면 삐끗할 수도 있는 거지.”
“에-또- 유럽에서 알라님 쪽은 번창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그러니까 이쪽 쥐들은 누가 봐도 그쪽이랑 비슷하지 않냐는 간호사의 말에 김 양이 뒤통수를 긁었다.
“아- 그게 아니라···.”
“거기까지. 일단 공물 쥐를 이용해서 방어선 형성하고 이이제이((以夷制夷)하기로 했었으니까 그대로 갑니다. 쥐에게 종교 시스템 넘기는 건 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루가 상황을 정리했다.
“알겠습니다. 조심스럽게 하겠습니다.”
“더 중요한 건, 변이 쥐들이 진화하거나 특성을 유전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혓바닥 이상하고 똑똑한 쥐들은 전멸시켰지만, 다른 쪽으로 변이를 일으킨 쥐들이 생긴다면 끔찍했다.
“확실히 그렇게 되면 위험하군요. 지금 공물 쥐만으로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위협은 종교나 지능발달 같은 게 아닙니다. 만약에 쥐들 가운데 각성을 한다거나, 식인병에 걸린 쥐가 나온다거나 하는 겁니다.”
짐승들이 식인귀 시체를 먹고 변이를 일으킨 사례는 아직 없었지만, 어딘 가에서 생기고 있다면 어떻게 할 건가?
마루가 유 이사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본래 각성자는 식인병에 면역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주 다량의 병소를 흡수하지 않는 이상 걸리기 어려웠다.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이 유 이사에게 일어났었다. 그렇다면 각성자가 식인병에 걸리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하긴 어렵지 않을까?
당시 이야기를 알고 있던 후드도 동의했다.
“가능성 있습니다. 쥐 새끼들 가운데 각성하는 놈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보이네요. 거기에 식인병에 걸린 놈이 나온다면 위험합니다. 인간만 먹으려고 할 테니까요.”
이야기 도중 문득 바퀴벌레를 조종하던 식인귀가 떠오른 마루였다.
“식인병의 처음 발생 원인이 중국 식료품 마트에서 새우 맛 어쩌고 때문이라고 했었죠?”
“예.”
“그리고 그 새우 어쩌고에 대해서 바퀴벌레를 이용한 식품이라는 소리도 있었고요.”
“설마···.”
마루의 예상대로라면 언제 어떻게 일이 터질지 몰랐다.
김 양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동동 떠올랐다.
“무슨 소리임?”
“식인귀를 먹은 쥐들 가운데 바퀴벌레를 조종하는 쥐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이야.”
아-
에에엣?
감탄하던 김 양이 고개를 갸웃했다.
쥐가 바퀴벌레를 어떻게 한다고? 걔들 서로 영역 다툼하는 애들 아니었나? 뉴욕 지하수로 정리할 때, 서로 엿 먹이려고 했던 거 같은데.
“뉴욕 지하수로에서는 걔들 서로 싸우는 것 같던데?”
“그것과는 다릅니다. 테이밍? 길들이는 것과 비슷하게 갈 수 있습니다. 가축 길들이듯이 말이죠.”
PD의 말은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된 이야기였지만, 김 양은 간단하게 받아들였다.
“응- 그러니까 간호사가 까마귀 다루는 것처럼?”
“예.”
마루는 복잡해졌다.
‘쥐가 그렇다면 식인귀는?’
자신들을 신인류라고 하는 식인귀들 말대로라면 현생 인류는 가축으로 전락했다. 그런 식인귀들로 개 짓거리하는 것들은 처음부터 같은 인간을 잡아먹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놈들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놈들이 식인귀를 콕 집어 연구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버지니아 랭리의 연구 주제와 과정을 보면 제정신이 아닌 게 확실했다.
식인귀가 중심이 되는 사회와 체계를 만들기 위한 과정을 보면, 놈들은 약점이 없는 식인귀가 되어 세상을 지배하려고 하는 게 분명했다.
‘시애틀 여왕, 에스텔 리만 그리고 만약 유 플러스 프로그램까지 더해진다면.’
유혹하고 지배하며, 다른 상위 개체로부터 자유로운 데다 식육하지 않고 혈액만으로 식인욕구를 해소할 수 있으며, 늙지 않는 존재.
포식자와 피식자
지배자, 피지배자
상위 개체, 하위 개체.
식인귀를 상상력을 이용해 연구하면 무엇이 나올까.
어떤 연구든 목표가 있어야 했다. 식인귀를 이용해 추구하고 싶은 목표는 무엇일까?
진정한 지배종족. 현생 인류를 가축 취급할 수 있는 그런 종족으로 진화하겠다는 목표를 위해 무엇을 벤치마킹했을까?
처음에는 불분명했었지만, 시애틀 여왕과 에스텔 리만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놈들은 식인귀를 이용해 뱀파이어(Vampire)와 같은 존재를 만들고 있었다.
“태양을 두려워하지 않는 흡혈귀.”
마루의 혼잣말을 들은 후드가 반쪽 얼굴이 일그러졌다. 후드의 영민한 머리는 마루가 뱉은 한 문을 유추하고 해석하는 데 성공했다.
“차라리 핵을 쓰면 어떨까요?”
“어려워.”
정확한 좌표를 알아야 했고, 최소한 대략적인 깊이를 알아야 했다. 파고 들어가다 말고 터지면 그게 무슨 꼴인가?
“비행선으로 반대편이나 적들이 생각지도 않은 방향에서 발사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거 좋은 생각 같음. 전술핵이면 울던 애도 조용해지니까, 아무리 개 짓거리해도 잠잠해 짐.”
후드의 전술 핵탄두 사용의견에 김 양은 제깍 찬성했다.
“비행선을 보유하고 있는 세력은 우리와 국토안보국 그리고 버지니아 정도. 군부도 가지고 있겠지만···. 그쪽이 버지니아를 노리고 전술핵까지 쓸 이유가 없으니, 범인으로 우리가 지목될 게 분명해.”
“그렇습니다. 핵으로 선제 타격이라니 그건 안 됩니다. 설령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선택해서는 안 됩니다.”
마루의 핵 사용 반대에 PD가 동의했다.
“놈들이 뭔 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대충 알았으니 대비해야겠습니다.”
“확실히. 식인귀로 진화시켜 주겠다는 게 제일 효과적일 테니까요.”
성인 남성 2~3배 이상의 운동능력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도 지금처럼 험한 세상에서 질병 저항력을 비롯해 추위, 더위 같은 환경적 재앙에서 버틸 수 있는 신인류 귀족으로 만들어 준다고 한다면?
늙고 힘이 빠져나간 사람에게 젊었을 때 이상으로 건강해지는 신인류 귀족이 될 기회를 준다고 유혹하면?
그것도 모자라, 놈들은 에스텔 리만처럼 고기가 아닌 피만 먹어도 된다고 하면서 식육에 빠진 식인귀가 아니라 신인류 귀족의 세계에 초대한다고 하면?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었다.
“내성 안쪽 블라디 아크 타워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무조건 사이코메트리로 검증하기로 합니다. 진단키트 확인 절차도 같이.”
놈들이 본격적으로 유혹하기 시작한다면 위험했다.
최근 영화나 소설에서 그렇게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존재가 될 기회를 주겠다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넘어갈지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위성 마을과 외성 블라디 아크 타운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불시 점검하는 것으로 하죠.”
위성 마을과 아크 타운 외성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매주 식인귀 간이 검사를 하기로 했다.
‘이걸로는 부족해.’
뉴욕에서 국토안보국, 연방수사국, 경찰국이 중무장하고 식인귀들을 척살하고 다녔어도 사람들이 지지한 이유가 있었다.
식인귀들이 사람들을 납치해 번식장을 만들고, 가축처럼 취급해 잡아먹는다는 게 공개됐기 때문이었다. 잔혹한 식인귀의 민낯을 봤기 때문이었다.
섹시하고 잘생긴 흡혈귀가 우아하게 손짓으로 와인잔에 담긴 피를 마시는 데 분노할 사람? 얼마나 있을까?
오히려 너도나도 밤의 귀족 타령을 하며, 인류를 넘어선 존재가 되겠다고 하지 않을까?
“HOLLY 방송에서 흡혈귀에 대해 경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세요.”
HOLLY교의 신앙이 아니라면 그런 유혹을 견디기 힘들 테니 어쩔 수 없었다.
“우리는 처음 계획대로 갑니다.”
놈들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몰아치기로 했다.
“여기부터 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