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437)
러스트 [RUST]-437
해군 사령부 좌표를 준다고?
중국과의 전쟁, 식인귀의 난동을 거쳤기에 모든 중요기관 시설에 대한 보안은 철통 같았다. 그 가운데서도 지휘부의 거처가 있는 사령부의 위치는 1급 비밀이었다.
국토안보국과 마찬가지로 해군도 겉으로 보이는 사령부가 있고, 주요 인물들이 기거하는 벙커 사령부는 따로 있었다.
덴 브라운 국장이 준다는 사령부 좌표는 1급 기밀에 해당하는 벙커 사령부였고. 그래서 마루는 당황스러웠다.
자신이 길길이 날뛰면 그걸 달래면서 보상이 좀 증가하고 그런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전혀 달랐다. 죽든 죽이든 너희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사실만 전달하고 있었다.
이 아저씨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얼음물을 쏟아부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입니까?”
[글쎄요. 그건 생각하기 나름 아니겠습니다. 다만 해군에서 경고한 내용이 있습니다. 구축함을 가지고 영내를 벗어나려고 한다면, 침몰시키겠다고 하더군요.]남의 일처럼 말하는 덴 브라운의 목소리에 마루는 헛웃음이 나왔다. 이 아저씨 뭔가 끊어진 것 같다고 느껴졌는데, 진짜 끊어진 것 같았다.
비행선으로 블라디 아크 타워에 다녀온 후드가 정보를 보내왔다.
[해군 현재 상황 확인했습니다.]뉴욕시는 인터넷이 살아있어 후드가 자료를 뺄 수 있었다.
“덴 브라운 국장님. 제가 다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급한 연락이 와서.”
[그러시지요.]급한 연락이 왔다고 했음에도 덴 브라운의 목소리에서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아쉬움도 없었고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의지도 없었다. 무상한 목소리를 끝으로 덴 브라운과의 통신이 끝나자, 후드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항만에 있는 해군 함정이 쥐떼에게 장악된 것으로 보입니다.]“쥐떼에게? 어쩌다가?”
시작부터 점입가경이었다. 세상에 아무리 항만 일부가 얼어붙었다고 하더라도 쥐떼가 군함을 장악하는 걸 못 막았다고?
[간략한 설명만 있어 정확하지는 않으나, 함선에서 지원 공격을 했었다고 합니다.]VX 가스를 피해 지하수로 입구로 도망쳐 나오는 쥐떼에게 미사일을 박아버리고, 5인치 함포와 25mm 기관포를 쏟아부었다는 것.
그에 쥐떼들이 함선의 위험성을 알아챘는지. 폭설과 눈보라를 틈타, 십만 단위 어쩌면 백만 단위의 쥐떼가 몰려들어 배에 올라탔다고 했다.
십만? 백만?
그렇게 몰려들었다면 방어하기 쉽지 않았을 거다. 기습이었으면 더욱 그랬다. VX 가스나 네이팜 같은 걸 미리 준비하고 있지 않은 이상, 사실상 막기 어려운 물량이긴 했다.
“백만 단위 물량이 덮쳤어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네. 그러니까 괴물 쥐새끼들이 철근 콘크리트를 갉을 수 있다고 해도 군함의 장갑판을 갉아먹을 정도는 솔직히 아니잖아? 그냥 함교랑 선실에서 버티면서 외부에다 구조요청 하면 됐을 텐데. 그걸 못해서 뺏겼다고?”
[괴물 쥐들이 환기구와 배기구를 이용해서 침투했습니다.]환풍구? 미쳤네.
마루는 헛웃음 지었다.
“하- 참- 좋아. 근데 환기구로 들어갔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생존자가 있었나?”
[쥐떼가 함교를 공격할 때, 그 상황을 인터넷에 올린 승조원이 있었습니다. 함교 내부 CCTV 영상도 있고요.]“대단하네. 설마 쥐들이 함선을 조종해서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른다거나 그러지는 않겠지?”
[그건 아닙니다. 다만 국토안보국 쪽에서는 쥐들이 함선의 화력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무력화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죽은 승조원이 올린 영상과 CCTV 화면자료가 모니터에 떠올랐다.
함교에 있던 사람들이 산채로 잡아먹히는 모습. 팔뚝 크기의 쥐새끼들이 함교에 있는 장비들을 모조리 갉아대는 장면과 함께 CCTV가 꺼지는 영상이었다.
[사실상 함선의 전선과 전자장비를 모조리 갉아먹었다고 보입니다. 해군에서도 사실상 수리 불가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저렇게 갉아버리면 고치기도 어렵지.”
고치려면 내부를 전부 분해해서 새로 정비해야 할 테니, 새로 건조하는 만큼이나 시간이 걸릴 터.
그 와중에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 3척에 유류 보급함이 제 발로 왔다? 그건 못 참지.
해군이 참을 리 없었다.
그게 블라디마루 칼린의 전리품이든 뭐든.
“좋아. 결과만 보자고. 쥐떼에게 함선이 모조리 털려버렸으니, 여기 해군에서 가용할 수 있는 군함은 없다는 건가?”
[국토안보국 자료로는 그렇습니다.]뭐야 이거?
해군 놈들이 뻥-카를 친 건가?
구축함 안 주고 그냥 가면 격침하겠다고?
뭔 수로? 죄다 쥐떼에게 털려 놓고서는.
협박?
감히?
그냥 확 덴 브라운이 불러준 좌표에 미사일을 꽂아 버릴까?
GPS 먹통이라서 명중률은 바닥이겠지만, 그만큼 더 많이 쏘면 그만.
그런 생각을 하던 마루의 눈에 둥그런 장비가 하나 들어왔다.
영화에서 가끔 보던 장비였다. 헤드폰이 달린 센서 장치.
소나(Sonar – SOund Navigation And Ranging.) 그러니까 수중음파탐지기.
···잠깐.
배는 쥐한테 털렸다지만 잠수함은?
머릿속에든 정보들이 착착 결합 됐다.
그런가.
그런 건가?
처음에 구축함 2척과 핵잠수함 1척을 교환하자고 했었을 때, 덴 브라운 국장은 그러고 싶다는 기미를 보이면서도 그럴 수 없다고 했다.
해군이 잠수함을 내줄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애초에 격침하니 어쩌니 날로 먹으려고 하는 해군이 쿨 거래를 할 리도 없었고.
‘함선이 전부 털린 해군이 거래의 주체라는 건 아직 힘이 있다는 뜻.’
해군에 잠수함도 없었다면, 남부 연맹 측에 붙은 해군이 뉴욕을 공격하러 올라왔겠지. 그러니 핵잠수함이 있는 건 확실했다. 그것도 복수로.
“여기 해군에 잠수함이 몇 척이나 있는지 알 수 있나?”
[잠시만요.]잠수함 보유 숫자는 나름대로 기밀이었던 듯했다.
이런 저런 자료에도 잠수함 숫자가 나오지 않아도 후드는 태연했다. 기밀이든 뭐든 먹고 싸는 걸 파면?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엉망인 상황에서 보급까지 보안에 신경 쓸까?
후드는 재빨리 보급 목록을 확인했다. 구축함과 순양함, 해안 순시함을 지나자, 역시나 추가로 공급한 물량 자료가 있었다. 보급품을 역으로 환산하자면 대략 7척 분량.
[보급 상황을 보면 잠수함 숫자는 6~7척입니다. 보급이 효율적으로 됐다는 가정하에 7척이 예상됩니다.]“많네.”
생각보다 많았다. 하긴 핵잠수함이 6~7척 정도는 있어야 했다. 그래야 쥐에게 구축함, 순양함 날렸어도 해군이 목소리 내가며 버틸 수 있었을 터.
덴 브라운 국장이 권한만 있다면 원하는 데로 구축함 2척과 유류 보급함을 잠수함 1척과 교환해주고 싶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도 이해됐고. 해군에서 대놓고 구축함 내놓지 않으면 격침하겠다며 강짜를 부리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마루의 이야기에 후드와 김 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제정신 아닌 해군 날려버리면 됨?]“덴 브라운 국장이 자세히 말하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해군과의 알력 때문이겠지. 덴 브라운 국장이 그러는 걸 보니, 마음고생이 심했나 봐.”
미합중국 재건하겠다고 사서 고생하겠다는 걸 어쩌겠나?
“그건 그렇다고 치고. 쥐들이 얼마나 극성인데 해군이 털릴 정도야?”
모니터에 뉴욕시 지도가 떠올랐다.
해군이 털렸다고 해서 20%~30%가 장악됐다 했더니, 그건 아니었다. 면적으로 따지자면 한 3~4% 이하? 항구와 지하수도 입구 그리고 빈민가에 찍힌 붉은 점들.
“생각보다 면적이 넓지 않은 데?”
[절대 면적인 넓지 않지만, 쥐들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이 문제입니다. 남동쪽 항구를 비롯해 동쪽에 있는 존 F. 케네디 공항이 쥐의 영역입니다.]“항구 지역과 공항이 넘어갔다? 거기만 노린 건가? 어이없네”
[국토안보국에 있는 자료를 보면 그렇습니다. 쥐들이 의도적으로 노렸다고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항만을 장악했다는 건 사실상 해상운송을 막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비행장은 어차피 새떼 때문에 쓰지 못한다고···.
아니지, 지금 같은 혹한기를 새떼가 버틴다는 보장도 없고, 철새처럼 다른 곳으로 떠났다면? 만약 날씨가 풀리고 미친 새떼가 없어졌다면 항공기 운항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쥐가 공항을 장악했다?
마루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이제까지 텅 빈 공항이었으니 언제나 장악할 수 있었음에도 안 그러다가 지금? 하필 겨울이 끝나갈 무렵 그랬다고?
느낌이 좋지 않았다. 마루는 일단 자료부터 검증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본 자료들 신빙성은 있고? 우리 보라고 의도적으로 고친 자료를 올렸을 수도 있잖아?”
이렇게 빨리 보안을 뚫을 수 있다는 건. 보라고 열어준 거나 마찬가지 아닐까?
[보안 패턴이 저번과 비슷해서 금방 뚫었지, 보안시스템 자체의 신뢰도가 낮은 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파일에 남은 잔흔을 보면, 고치거나 며칠 사이에 손을 본 파일은 아닙니다.]파일도 고치면 흔적이 남나? 어쨌든 전문가인 후드가 믿을 만한 정보라고 하고 나서야 의심이 조금 풀렸지만, 기분이 그대로였다.
“그래도 느낌이 싸한데?”
지금까지 확인한 자료가 전부 사실이라고 해도 싸늘한 느낌이 가시지 않아? 그럼 뭐가 문제지? 마루는 이 느낌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 [?]마루는 처음부터 다시 생각했다.
‘해군 사령부를 날려버린다고 가정하면···.’
덴 브라운 국장의 말대로 해군 비밀 사령부 좌표에 미사일을 꽂았다고 치자, 바로 구축함에서 미사일을 쐈다고 알아챌 것이다.
지금 뉴욕에서 해군의 비밀 사령부를 날려 버릴 정도의 화력이 있는 건 2곳뿐이었다. 해군의 핵잠수함과 마루가 이끌고 온 구축함.
잠수함이 해군 사령부를 날릴 리 없으니 남은 건 구축함뿐. 바로 7척의 핵잠수함과 치고받아야 하는데, 승조원도 없고 대잠헬기도 띄우지 못하는 상태로 싸운다?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그럼 미사일을 쏘지 않고, 직접 가서 정리한다면? 대놓고 미사일 쏘는 것보다는 나았다. 칼자국이라거나 흔적이야 남겠지만, 폭파해 버리면 증거인멸도 불가능하지는 않고.
“그걸 노린 건가? 직접 해군 사령부를 치도록 하는 거?”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구축함으로 미사일 공격을 하는 건 어떻게 생각해도 아니니까요.]그래도 느낌이 그대론데?
“그 남자 옆에 있지?”
중앙통제실, 경비실장인지 통제실장인지 하던 그 사내.
[네. 옆에 있습니다.]같이 있던 포로 2명은 따로 격리 수용했고, 그 사내는 후드와 같이 왔다.
“지금 상황. 어떻게 생각하나?”
마루의 질문에 사내가 답했다.
[외통수입니다.]“자세히.”
[국토안보국 국장이 해군 사령부 좌표를 준 순간. 상황은 결정됐습니다. 이쪽이 선택해야 할 건, 구축함 3척과 유류 보급함을 해군에게 넘겨주고 떠나느냐? 아니면 해군 사령부를 정리하느냐 그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했습니다.]“그렇다고 덴 브라운 국장을 탓하기도 어렵겠군.”
[그렇습니다. 덴 브라운 국장이 해군 사령부 좌표를 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상황은 변함없습니다, 해군은 잠수함을 이용해 강제로 뺏으려고 했을 테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해군 사령부 좌표를 넘긴 건. 정말···.]사내는 덴 브라운 국장의 수를 생각할수록 식은땀이 났다.
해군 사령부를 공격할지 말지는 이쪽 선택이었다. 뺏기거나 죽이거나.
[직접 공격한다면, 흔적이 남을 겁니다. 깨끗하게 지우려면 이쪽 숫자가 적기에 곤란해 국토안보국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빚을 지운다는 건가?”
후드가 자료를 올렸다.
[현재 국토안보국은 전방위적인 견제를 받고 있습니다. 2차 식인귀 토벌작전 때 국토안보국이 모병한 8만 명에 대한 지휘권이 박탈됐고, 국토안보법에 따른 비상권한도 회수됐습니다.]“그게 가능한가?”
[뉴욕 주의회와 시의회에서 국토안보국의 모병 지휘권 회수와 비상권한 회수를 결의했습니다.]“하- 미쳤나?”
[견제와 균형을 명분으로 삼은 것으로 보입니다.]주의회와 시의회의 결의안을 거부하면, ‘너 독재.’
받아드리면 ‘국토안보법 비상권한 회수, 모병한 육군 지휘권도 회수.’
가드 불가도 아니고.
“아니. 비상권한 없었으면 식인귀 토벌도 못 했을 거고, 혹한 대비도 못 했고, 우리랑 거래도 못 했을 거 아니야? 거기 전부 미친 거 아니야?”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쥐한테 언제 털릴지 모르는 상황인데, 거기에 버지니아 랭리도 난리인데? 무엇보다 덴 브라운 국장이 초법적으로 뭘 어떻게 하는 타입은 아니었잖아. 그 사람이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난리가 났어도 진작 났을 텐데. 거기는 다들 정신 나갔나?”
후드 옆에 있던 사내가 설명을 보탰다.
[권력과 권한 때문일 겁니다. 국토안보국이 지금 같은 권한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사실상 뉴욕을 지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판단했을 겁니다.]“그래서 제대로 빡 친 덴 브라운 국장이 해군 사령부 좌표를 넘겼다?”
해군이고 의회고 전부 사이좋게 좆 돼보라고?
그래도 싸한 게 가시지 않는데?
이야기를 들으면서 갸웃- 또 갸웃하던 김 양이 말했다.
[그거 해군 사령부. 괜히 피곤하게 가지 말고 그냥 미사일 쏘면 안 됨?]“잠수함과 교전하게 된다니까. 그렇게 충돌하면 뉴욕과 전쟁하게 될지도 모르고.”
[그게 뭐 어떰? 우리에겐 핵이 있는 걸.]김 양이 왜? 뭘?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