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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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 [RUST]-439
제독과 장군들이 탄 설상차가 4~5m 두께로 쌓인 얼음과 눈 뒤를 달렸다.
“국토안보국의 행패를 이대로 둘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해군 지휘부를 오라 가라. 이게 무슨 경우입니까?”
다들 엉망이었다. 그건 로메인 리갈 제독 자신도 마찬가지였고.
사실 그는 별 하나짜리 장군이었다. 본래 대령으로 예편하리라 생각했던 것이 운이 좋게 풀려 별까지 달게 됐다.
그래. 별 하나라도 그게 어딘가? 그랬던 자신의 어깨엔 별 넷이 떠올랐다. 중국과의 전쟁과 국제분쟁에 휩쓸려 사라진 별들을 꿰차고 올라간 이 자리였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과를 내고 싶었다.
저렇게 주장을 굽히지 않고 핏발 세워 떠드는 자들도 권력을 채우기 위함이리라, 자신이 그렇듯.
그리고 이제 그 이야기가 나오겠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저들이 생각하지 않을 리 없을 테니.
“정보 다룬다는 것들치고 속이 검지 않은 것들이 없다더니, 덴 브라운 국장도 딱 그렇더군요.”
“책임 회피하는 것 좀 보십시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이지스 구축함이 가진 의미를 알면서 그렇게 발을 빼요?”
“그냥 두면 안 됩니다. 최소한 덴 브라운 국장은 쳐야 합니다.”
“동의합니다. 덴 브라운 국장이 자리를 지키면, 해병대를 길버트 브라운을 쳐낼 수 없어요.”
해병대가 뭔가?
해군이 상륙작전하려고 만든 병종 아니던가?
해병대가 독립된 작전권을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본질은 해군에서 키운 상륙전 전문 병종이었다.
그런 병종을 덴 브라운의 사촌인 길버트 브라운이 지휘하고 있었다. 해군이 해병대를 장악하려면 그 두 사람을 한 번에 치워야 했다.
목표는 구축함을 확보하고 해병대를 장악한다. 그래야 잃어버린 병력과 함선을 벌충하고 집중된 해군력을 투사할 수 있다는 말.
험악해지기 전에 알아서 포기하고 내려갔으면 좋겠는데, 덴 브라운이 하는 짓을 보니 그럴 가능성이 없었다. 어떤 의미로든 대단하다고 할까?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권력자들이 멍청한 소리를 한다고 멍청한 게 아니었다. 그 멍청한 행동에서도 의미를 만들 수 있어야 권력자였다.
로메인 리갈이 유치하게 어르고 달래고, 장군들이 그렇게 대놓고 말한 것도 그 일환이었던 것처럼.
“국토안보국은 정치적으로 고립됐다. 이제 어떻게 하는 게 좋겠나?”
로메인 리갈 제독의 한 마디에 소란스러웠던 설상차가 조용해졌다.
정치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도 자리를 지키겠다고 버티고 있는 덴 브라운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제독은 자기가 원하는 대답을 직접 말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말할 테니까.
“잠수함 발사 순항 미사일(Submarine-launched cruise missile : SLCM)을 쓰면 어떨까요? 국토안보국 회의실에 마킹은 해뒀습니다.”
“이지스함이 없는 상황을 틈타, 남부 연맹에서 공격했다고 해도 되고, 국토안보국과 정보전을 펼치고 있는 버지니아 랭리의 공격으로 할 수도 있으니까 괜찮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지스함의 필요성을 강조할 수 있겠지. 이지스 구축함이 있어야 뉴욕을 지킬 수 있다는 여론을 만들고, 그걸 바탕으로 블라디마루 칼린에게 압박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머리를 잃은 국토안보국 요원들에게도 블라디마루 칼린이 이지스 구축함을 넘겼으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었다고 하면서 분노를 분산시킬 수도 있고.
“뉴욕을 적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숙이겠지요.”
“핵이 있다고 도발한 놈입니다.”
“협박용 아니겠습니까? 뉴욕에 있는 수많은 무고한 시민을 핵으로 몰살하겠다는 미친놈은 아닐 테니 그쪽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건 너무 낙관적인 생각입니다. 지금 이지스함을 가진 건 놈입니다. 놈이 무슨 미사일을 쏘든 우리는 막을 수가 없어요. 우리가 대응하려고 해도 이지스 구축함으로 막을 겁니다.”
“······.”
“······.”
설마 진짜 미친놈일까?
별 넷짜리 제독에게도 들이받는 새낀걸 보면 정상은 아닌 것 같은데?
“정리들 하지.”
로메인 리갈 제독의 말에, 상황을 정리하는 장군들이었다.
“덴 브라운 국장은 적의 공격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하지요.”
“동의합니다.”
“그렇게 합시다.”
장군들이 동의했다.
“블라디마루 칼린에 대해서는 협상하는 것으로 합시다.”
이지스 구축함 1척과 핵잠수함 5척을 바꾸자고?
그렇게 바꿔주면 핵잠수함 5척을 운용할 수는 있고?
어차피 이쪽에서 잠수함 운영법을 배워야 했다.
블라디마루 칼린의 부하들에게 맨투맨으로 밀착해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서 서서히 중독시킨다면, 넘겨준 5척도 금방 회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저런 의견을 뒤엎는 것처럼 폭발음이 들렸다.
쿵-
장갑 설상차의 상판에 느껴지는 둔중한 충격.
능동 방어 장갑이 터지면서 생긴 충격이었다.
“공격?”
“하늘입니다!”
“폭격이다!!!”
쿠웅- 쿵-
능동 방어 장갑으로 덕지덕지 바른 상판이 벗겨지고 있었다.
“폭격이라고?”
“공군인가?”
“그럴 리 없잖아!”
“그럼 뭔데?”
그럼 이건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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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안보국 회의실 창문 밖 저 멀리 천 단위 까마귀들이 보였다. 까악거리는 소리도 없이, 조용하게 선회하는 까마귀들이 일순 수직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마치 급강하 폭격기처럼 아래로 내려꽂히는 까마귀들.
위이이이잉-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둔탁한 폭음과 함께 도청기가 소란스러워졌다.
[공격이다!] [제독님! 탈출하셔야 합니다.] [포위됐다. 포위됐어. 아아악!]콰콰콰콰쾅-
빗발처럼 쏟아지는 폭격.
[빌어먹을 이게 뭐야!] [어디야? 어디서 공격하는 거야?] [하늘! 하늘에서!] [까마귀?] [으아아악! 고개 숙여!] [뚫린다. 장갑이 뚫렸어!] [피해!]쿵-쿠궁-쿠구구구-
콰아아아앙!
[삐이이이이—] [···치이이익—]도청 장치에서 터져 나온 절규와 폭음이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설상차를 개조한 구급 차량이 내뱉는 사이렌 소리가 허공을 채웠다.
“잠수함 전단 사령관에게 전달해.”
[연결했습니다.]“로메인 리갈 제독을 비롯한 해군 장성들, 남부 연맹의 기습 공격에 전원 사망. 비상경계 태세 필요.”
[전달했습니다.]창문 밖 까마귀들은 치솟아 오르는 검은 연기와 함께 표표히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덴 브라운 국장은 독한 위스키를 잔에 따르곤 하늘을 향해 작게 건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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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와 인근 휴대폰에 찍힌 자료 전부 삭제했습니다.]“그냥 둬도 되는데 말이야.”
후드의 보고에 마루가 태연하게 말했다.
이쪽에서 지우지 않더라도 국토안보국 쪽에서 지우든 말든 하게 그냥 뒀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지만 마루는 후드를 탓하거나 그러지 않았다.
[괜찮으시겠습니까?]“괜찮지 않을 건 뭐야.”
마루는 구축함 함교에 앉아 멀리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봤다.
국토안보국이 한 짓을 생각해 보면 까마귀로 조지는 게 답이었다.
해군 좌표 알려줘. 해군 장성들 타고 가는 장갑 설상차에 도청기 박아서 상황 알려줘. 그것도 모자라 설상차에 폭격 유도 마크 박아서 미사일 표적으로 만들어줘.
알아서 죽이라고 해놓고 안 괜찮다고? 뒤지려고?
“그나저나 어이없군.”
[뭐가?]김 양의 반문에 마루가 도청 파일에 담긴 내용을 되짚으며 말했다.
“장군이라고 하나같이 병신 짓을 해서, 뭔 지적장애인가 했었는데. 그게 이유가 있었다는 게 어이없지.”
[?]병신 짓거리도 다 계획이 있었다는 게 황당했다.
어쨌든 이제는 핵과 이지스가 있으니, 휘둘릴 일 없었다.
[근데 국토안보국에서 미사일 유도 장치도 해줬는데, 미사일을 안 쏘고. 왜?]미사일이 더 효과적이지 않음?
제독이고 장군이고 순항 미사일 맞고 뒈지면.
‘이지스함이 진짜 필요하구나.’ 하면서 제발 핵잠수함과 이지스함을 교환해 달라고 할 테고. 순항 미사일 쏜 게 남부 연맹이나 버지니아라고 몰아가기도 좋지 않나?
김 양이 갸웃했다.
[까마귀 폭격 지운다고 해도 사람들 소문은 날 거 아님?]“소문이 어떻게 나겠냐? 날 수도 있겠지만, 인터넷에 올리면 싹 지워버릴 텐데···. 시간 지나면 잠잠해지지.”
[이렇게 복잡하게 하는 이유가 궁금함.]그렇잖음? 순항 미사일로 날려버렸으면 서버 지우니, 해킹으로 이러니 그런 거 안 해도 될 텐데? 이렇게 지워버리고 치우고 하면 남부 연맹이나 버지니아 핑계 대기 어려워지는 거 아님?
“그러라고 까마귀 동원한 거다.”
[?]“순항 미사일이나 지대지 미사일이 아니라, 까마귀 폭격으로 쓸어 버렸다는 걸. 국토안보국에서 감추고 감춰도 버지니아 랭리나 군부는 알아차릴 거다.”
마루의 말에 김 양은 눈을 깜박거렸다.
“찾아본 놈들은 알겠지, 개 짓거리하다가 날아간다는 걸. 미사일로 해버리면 내가 그랬다는 걸 모르잖아.”
[어- 그러니까 우리가 때렸다는 걸 여기저기 알리기 위해 까마귀 폭격했다는 것임?]“덴 브라운 국장에게 제대로 하자는 의미에서 그런 거고.”
둘이서 알아서 해라?
그래놓고 미사일 유도 장치에, 실시간 도청 파일까지?
안 하던 짓 하면 재미없어진다는 경고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나?
이제까지 좋게 잘 지냈었지만, 덴 브라운의 성향이 바뀐 것 같으니 확인할 필요도 있었다. 까마귀 폭격에 대한 반응을 보면 알겠지.
[?]“슬슬 연락이 올 때가 지났는데. 어쩌려나.”
해군 수뇌부가 증발했으니, 이지스함 교환 문제에 대해서든 아니면 까마귀 폭격에 대해서든 연락이 올 때가 지났는데.
“확실히 변하긴 했어.”
[국장?]“그래.”
상관없겠지, 핵잠수함과 교환하지 않더라도 문제없었다.
“비행선으로 라이저 그룹에서 숨겨 놓은 코쿤 수색해.”
[구축함은?]“내가 타고 있는 거 빼고 2척 다 데려가고 유류 운반선도 같이. 그리고 후드랑 친위대는 두고 가라.”
[알겠음.]후드와 친위대가 내려오고, 비행선과 구축함 2대 유류 운반선이 떠나자.
“잠수함 전대 사령관이라는데요.”
“우리는 국토안보국과만 연락한다고 해.”
잠수함 전대 사령관이라는 작자에게서 연락이 왔지만 씹어버리는 마루였다.
“구축함을 빼돌리는 걸 좌시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자신 있으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해. 뒈지겠다는 걸 어떻게 말려.”
히드라도 아니고 뭐가 이렇게 자꾸 돋아?
해군 대가리를 정리했더니, 잠수함 전대 사령관이 대가리 짓을 하네.
비행선과 구축함 2척이 북동부 해역으로 빠져나가고 나서야. 덴 브라운 국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잠수함 전대 사령관이 구축함 양도와 관련해 화상회의를 요구했습니다.]“양도요? 누가 양도한다고 하던가요? 거 참. 국장님. 한 번 했으면 됐지 또 하겠습니까?”
마루가 고개를 저으며 넉살을 부렸다.
“그럼 이지스함은 필요 없는 거로 알고 가겠습니다.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쪽으로 온 게 실수였네요. 이지스함 없이도 잘살고 있었는데, 괜히 가져와서 와서 분란만 일으킨 것 같습니다.”
마루의 넉살에 덴 브라운 국장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강과 호수가 얼어붙어 세인트 클레어 호나 휴런 호까지 가지 못할 텐데요?]“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만, 녹을 때까지 기다리다 들어가면 되는 일이라서 괜찮습니다.”
덴 브라운 국장의 화면 저쪽 누군가 목소리 높였다. 아마도 잠수함 전대 사령관이라는 자의 목소리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루는 통신을 끊었다.
“자 슬슬 우리도 갈 준비합시다.”
“정말 이대로 가려고요?”
후드가 깜짝 놀랐다.
그럼 진짜로 가지 가짜로 갈까. 마루가 고개를 좌우로 꺾으며 스트레칭했다.
“가자고. 어서.”
“예? 예.”
구축함이 서서히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뉴욕이 서서히 멀어져갔다.
“잠수함에서 경고입니다. 당장 멈추지 않으면 공격한다고···.”
“누구 마음대로 멈추라 마라야. 핵 처맞고도 행복하게 살 자신 있으면 쏘라고 해.”
미련을 버리지 못한 잠수함이 마루가 탄 구축함을 뒤쫓았지만, 대잠헬기가 뜨는 순간 추격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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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 브라운 국장의 딱딱한 얼굴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정말 가버렸군.’
정치적인 위험성, 여론의 악화, 앞으로의 관계는 고사하고 잠수함이 공격하겠다고 협박했다는데 그것도 통하지 않았다는 이야기.
‘신호는 알아차린 것 같았는데···.’
전부 깔끔하게 전부 무시해 버리고 떠나 버린 블라디마루 칼린이었다. 핵잠수함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딴 거 다 필요 없다는 듯이.
그럴 수 있다고 예측하는 것 그리고 이미 그래 버린 것과는 천지 차이었다. 미래와 과거의 차이었으니까.
잠수함 전대 사령관이라고 하는 놈까지 정리됐으면 일이 쉬워졌는데, 블라디마루 칼린이 빠져버렸다.
그쪽에서도 나쁜 조건은 아니었을 텐데.
‘휘둘리지 않겠다는 건가?’
관계란 그런 거 아니던가? 휘두르고 휘둘리고.
왔다고 시작이 아니고, 떠난다고 끝이 아니었다.
그게 현실.
[국장님. 잠수함 전대 사령관님이 오고 계십니다.]그렇지. 눈앞에서 이지스함을 놓쳤으니 직접 올 수밖에 없겠지.
“작전 시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