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460)
러스트 [RUST]-460
웰랜드 운하(Welland Canal)에 알 박으려던 놈들의 숫자는 제법 많았다.
세 곳으로 나뉜 것을 합하면 무려 1,300명이 넘는 숫자. 숫자도 이상하리만치 많았지만, 더 중요한 건 놈들의 무장상태였다.
“경량 엑소슈트와 초기 리퍼 슈트까지 있다?”
[현장 정리 자료로는 그렇습니다.]전파장애로 작전 종료 8시간이 지나서야 정보가 도착했다. 디아나의 전황 보고에 마루는 즉시 회의를 소집하고 확인에 들어갔다.
“전술 카메라 영상부터 올려.”
김 양 시점의 전투 영상이 시작됐다.
폭격과 강습 그리고 시가전이 주를 이루는 영상. 신성 까마귀 부대의 활약도 대단했고 김 양과 친위대의 공격력도 상당했다.
부비트랩을 폭파해 해체한 부분은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었지만, 결과는 좋았다.
‘부비트랩을 무력화해 적들이 대비하기 전에 돌입했다?’
‘전용 엑소슈트의 방탄방폭 성능을 믿고 밀어댔겠지만···. 대단한데?’
아무리 성능이 좋다고 해도 현장에서 크레모아나 수류탄, C4와 같은 폭발물로 만든 부비트랩을 터트리고 진입하는 건 보통 깡으로는 힘들었다.
그 영상의 끝에 등장한 늑대 무리는 특이했다.
숲에 녹지 않은 눈더미를 이용해 매복했을 뿐 아니라 초기형이라고 해도 리퍼 슈트의 은신을 완벽히 파악해 공격했다.
‘발자국을 확인한 건가? 아니면 후각으로?’
어쨌든 리퍼 슈트의 은신을 간파했다는 건 놀라웠다.
“이건···.”
“···무섭네요.”
엑소슈트를 무력화한 장면은 더 대단했다. 경량 엑소슈트라고 해도 300~400kg 정도는 거뜬히 옮길 힘이 있는데, 영악하게도 머리를 단숨에 물고 비틀어 목뼈를 꺾는 늑대였다.
“엑소슈트의 약점을 파악했군요. 정확하게 공격한 것을 보면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갯과 동물이 목을 노리는 경향이 있지만, 저런 공격은 처음 봅니다.”
PD가 영상을 보곤 깜짝 놀랐다.
일반적인 갯과 동물들이 사냥할 때 쓰는 방식. 먹잇감의 목덜미를 물어뜯고 늘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영상 속 늑대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앞에서 시선을 끈 뒤, 옆과 뒤에서 급습하는 모습. 헬멧을 쓴 머리통을 물고 몸을 비틀어 엑소슈트 조종사의 목뼈를 부러뜨리는 장면은 감탄을 넘어 무서울 정도.
“정보 분석 능력이 있다고 보여요. 그것도 현장에서 즉시 판단을 내린 것 같네요. 무슨 늑대들이 전부 이렇죠?”
악어가 먹잇감을 물고 전신을 비트는 것도 대단한데, 이어진 영상은 더했다.
늑대가 머리를 물고 몸을 돌리자, 목뼈가 부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같이 몸을 비트는 엑소슈트 조종사가 있었다.
그 살고자 하는 몸부림도 헛된 저항일 뿐. 곁에 있던 늑대들이 엑소슈트의 사지를 물어 고정한 뒤 목뼈를 돌리는 장면으로 끝났다.
“저것도 마치 바로 의사소통하는 것처럼···.”
후드는 늑대들이 정보를 분석하고 즉시 소통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의견을 냈다. 쥐와 비교하면 확실히 위, 어쩌면 까마귀에 필적하지 않을까?
PD와 후드의 의견을 들은 마루가 간호사에게 물었다.
“저 늑대들이 의사소통하는지 알 수 있겠나?”
“에? 엣? 저기. 소리가 작아서 잘···.”
간호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디아나. 늑대들 쪽에서 나는 소리만 크게 가능하지? 바로 부탁해.”
낮은 저주파 같은 으르릉- 소리가 살짝살짝 들렸다.
“에? 에에엣? 에에-”
그렇지 않아도 동그랗게 커진 눈에 담긴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 간호사는 이게 뭐지 하는 표정과 긴가민가 표정이 뒤섞인 얼굴이 됐다.
“알 수 있겠어?”
“에-또- 뒤에 따라오는 것들 이야기와···. 건드리지 말라고 하는 이야기 같은데요?”
뒤에 따라오는 것들?
도망치는 알박기 처분하려고 김 양과 친위대가 추적하고 있었는데 그쪽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지금 늑대들이 하는 소리 알아듣는다는 거지?”
“에? 완전히는 아니고 쥐? 그때랑 비슷하게···.”
쥐들이 냈던 소리도 파악할 수 있었던지라, 늑대들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알아채는 간호사였다.
“나나에는 바로 준비해, 나와 같이 바로 현장으로 간다.”
“엣? 예.”
“늑대와 이야기를 접촉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마루의 대답에 PD가 약간 우려했다.
“까마귀들이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늑대까지 들여오는 것은···.”
“들여온다고 결정한 건 아닙니다. 우선 저 늑대들을 만나 확인한 뒤 생각할 일이지요.”
똑똑하다는 건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국토안보국 비행선이 추락했을 때 만난 놈들이 같은데.’
김 양을 알아봤든 이쪽 특유의 갑주형 엑소슈트를 알아봤든, 알아봐서 공격하지 않은 것이라면 만나볼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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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랜드 운하 교전 현장에 도착하자, 정리는 이미 다 끝나있었다.
1,300명이 넘는 적들이 거점 3개를 장악하고 있었던지라 현장도 3곳이었다. 거점 하나당 대략 420~440명 내외.
이들 가운데 경량 엑소슈트를 장비한 적들의 숫자는 백 명 전후. 전체로 따지자면 무려 300기가 넘는 경량 엑소슈트로 무장하고 있었다는 이야기.
“어? 왔음?”
비행선에서 내리자마자 현장을 확인하고 있는 마루를 향해 냉큼 달려온 김 양.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오는 모습에 마루가 일단 칭찬부터 시작했다.
“열 배가 넘는 적들과 싸우면서 아군 전사 없이 처리했다고? 대단한데?”
“뭐···. 쉬웠음.”
엣헴.
마루가 왕이 됐다고 해도 어쩐지 단둘이 있을 때는 어투를 바꾸기 힘든 김 양이었다.
부하들한테는 제대로 말하고 있는데도. 마루한테 그렇게 말하려고 하면 뭔가 간질거리는 느낌?
그렇다고 높임말을 쓰려고 하면 같이 고생하고 굴렀던 추억이 발목을 잡는다고 할까? 그리고 높임말은 막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응.
속이 미묘하게 복잡한 김 양이 슬쩍슬쩍 눈치를 보며 말했지만, 마루는 김 양의 어투에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경량 엑소슈트. 이거 예전에 봤던 거 맞지?”
“버지니아 랭리? 라이저 용병. 그쪽 애들이 쓰던 거 말이지? 응. 그거 맞는 거 같음.”
마루가 지적하고 보니, 확실히 그랬다.
김 양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 그러고 보니까 리퍼 슈트도 그랬음.”
“···그래? 이거 참.”
어딘가의 유명한 혐성국도 아니고.
‘버지니아 쪽이랑 계속 부딪치네.’
버지니아 랭리와 계속 엮이고 있었다.
이것들을 잡기는 해야 할 텐데, 기본적으로 점조직이나 마찬가지로 굴러가고 있는 데다. 뻔히 드러난 위치는 대부분 함정으로 봐야 해서 피곤한 놈들이었다.
이번 현장도 마찬가지.
상황을 살펴보니 하는 짓이 뻔했다.
‘웰랜드 운하를 장악하려고 했군.’
웰랜드 운하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우회해 온타리오 호수 포트 콜본(Port Colborne)과 이리호 포트 웰러(Port Weller)를 연결하는 운하였다.
이 운하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와 오하이오주의 클리블랜드 등의 미국의 중공업 지역과 캐나다 온타리오 토론토 지역을 연결할 뿐 아니라, 길게 보면 대서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길목이었다.
다시 말해, 웰랜드 운하와 인근 지역을 장악한다면 제국을 압박하기도 쉽고, 동시에 왕국도 견제할 수 있었다.
‘그 버지니아 랭리가 이런 요충지를 건드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겠지.’
1,300명으로 웰랜드 운하 지역 전체를 완벽히 장악하긴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었다. 권력은 솜사탕과 같아서 살짝만 휘저어 주면 커다랗게 부풀기 마련이니까.
“일단 알 박고 조금만 버티면 왕국과 제국에 반기를 든 생존자들이 모일 테고. 변이 괴수를 잡을 수 있는 화력이 있으니, 알아서 규모가 커지리라 생각했겠지.”
“그런 거 같음. 민간인처럼 약한 애들이 많아서 처리하기 편하긴 했음.”
막판에 도망치다 늑대 밥이 된 애들처럼.
그런 애들만 있다면 세상 참 청소하기 편할 텐데.
그런 김 양의 시야에 들어온 건 두리번거리며 까마귀와 인사하는 간호사였다.
“다들 오랜만이네요.”
깍-
간호사에게 친근한 보통 까마귀들과 달리, PD의 손에서 재사회화가 된 신성 까마귀 부대는 그녀에게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다들 별문제 없지요? 건의 사항 있으면 이야기해주세요.”
조오우-
까아악-
회개 기도하면 다 된다고 하더니, 되기는 개뿔. 데면데면하다 못해 냉랭한 까마귀들의 반응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간호사였다.
“2호기 데려온 건 늑대들 때문에?”
“일단은 그래. 저번에 봤던 늑대 같기도 하고. 말이 통하면 여러모로 쓸 데가 많을 것 같아서.”
김 양의 머리 위에 느낌표가 떠올랐다.
“아! 그거 흰둥이. 근데 괜찮겠음? 까마귀들 보면 한 번씩 기어올랐었는데.”
“늑대들은 그러지 않는다고 하니까. 그래도 상관없고.”
하긴. 눈앞에 있는 마루야말로 신성 아크 왕국의 국왕이자, 최고 존엄이었다. 여차하면 착하게 만들어버리는 능력을 패시브로 뿌릴 수 있는 존재.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걱정은 이제 늑대들이 해야지.
김 양이 벗어뒀던 엑소슈트 헬멧을 쓰곤 곧바로 정보를 전송했다. 마루의 HUD(Head Up Display)에 지도가 떠올랐다.
[위치는 여기. 제일 처음 공략한 최북단 숲에서 마주쳤음.] [따로 공격성을 보인다거나 하지는 않았고?] [제일 큰놈이 알아본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긴 했음. 다른 늑대 무리도 딱히 우리 애들 노리지도 않았고.]그래서 친위대에게 늑대와 마주치더라도 선제공격하지 말라고 해놨다고 했다.
[잘했네. 그럼 그 숲으로 가면 만날 수 있는 건가?] [그쪽 부분이 늑대 영역인지 자주 출몰하고 있기는 함.]마루는 망연자실한 상태로 멍하게 있는 간호사와 김 양을 데리고 늑대들이 출몰하는 숲으로 이동했다.
쇼트 힐스 주립공원(Short Hills Provincial Park)에서 세인트 존스 보호관리지구(Saint Johns Conservation Area)에 이른 지역에서 늑대들이 발견됐다고 했다.
가는 길은 생각보다 편했다.
[생각보다 도로가 잘 뚫려있는데?]제대로 된 길도 없고 빈 땅이 넘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갑자기 골프장이 나오지 않나. 나무를 죄 베어버린 것 같은 들판이 군데군데 이어지는 풍광.
처음 마주한 캐나다 런던 근방에서 여기까지는 130km에서 140km 정도 떨어진 지역이었지만, 늑대들이 살기에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다른 동물들은 없었고?] [초식 동물보다 쥐가 많았음. 아. 새도.] [그간 먹이를 구하기 힘들었겠는데?] [그런 것 같음.]쥐 떼들은 얼음 속에서 이동했을 테니, 늑대들이 사냥할 거리는 많지 않았을 것. 초반 마루 일행을 노렸던 걸 떠올려 보면 아마도 사람이고 짐승이고 가리지 않고 사냥했을 거다.
인간들도 굶주리긴 마찬가지. 무장한 사람들은 늑대고 뭐고 달려들었겠지만, 당시 빈집들을 떠올려 보면 승자는 쥐 떼였다.
하지만 그것도 지금까지. 겨우내 땅속과 얼음에 터널을 파서 꿀을 빨던 쥐새끼들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재앙을 맞았다. 물에 빠져 죽기 싫으면 위로 올라와야 했으니까.
그러니까 넘치는 쥐만 잡아도 될 텐데, 늑대들이 도시 근처의 숲까지 내려와 매복하고 있었다는 게 조금 이상했다.
[쥐만 잡아도 될···. 아니네.]쥐들도 살아남기 위해서 제일 유리한 곳으로 갔을 터. 쥐들이 선택한 공간은 도시였다.
무장한 인간들이 늑대와 육식 조류 같은 천적을 막아주고, 사방에 널린 빈집은 안락한 보금자리가 됐다.
거기에 인간이라는 영양가 높은 먹잇감이 풍부하기까지. 쥐 떼가 도시로 몰려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거 참.]왕국처럼 도시와 마을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한다면, 사방에서 모여든 쥐 떼 때문에 삽시간에 엉망이 될 게 뻔했다.
[응. 맞음. 도난병원도 그랬었잖음.]쥐 떼가 병원으로 모여들자, 그걸 잡아먹던 변이 고양이가 몰려들었다.
병원에 있던 생존자들이 괴수 고양이, 감염자와 싸우느라 총을 쏴댔고 그 소리에 이끌려 변종이 모여들었었다.
그 규모가 도시나 마을 단위로 커졌을 뿐.
‘지금 상황이 더 좋지 않네.’
식인귀까지 있으니까.
미시간주 북부와 서부, 캐나다 세인트로렌스 강변으로 길게 이어진 거점을 지키려면 역시 늑대가 필요했다.
숲이 우거진 길에 진입하자, 저 멀리 작게 들리던 소리가 점점 커졌다.
컹! 컹! 컹!
크아아앙!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늑대 짖는 소리에 마루가 간호사를 바라봤다.
잠시 눈을 깜박거린 간호사가 통역했다.
“죽여! 물어! 피해! 여기서 막아야 해! 그런데요. 어···. 조금 다급한 느낌이요.”
[정지.]마루가 차를 세웠다.
[먼저 간다. 도착하면 바로 접근하지 말고 뒤에서 대기해. 간호사는 통역 준비하고.] [알겠음.]“네.”
순간
쿠어어어어어!!!
늑대들이 짖어대는 울음소리를 집어삼키듯 거대한 포효가 숲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