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466)
러스트 [RUST]-466
김 양이 고개를 획 돌려 아이를 바라봤다.
“야지마- 기져기- 기져기- 가라라-”
그러니까. 지금 나한테 뭘 갈라고?
···기저귀?
아줌마? 설마.
유 이사 마크 2?
초반에야 기저귀 갈면 세상 억울하고 분통스런 표정을 짓던 유 이사 마크 2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뻔뻔하게 엉덩이를 흔드는 모습에 이게 뭔가 싶어 그만둔 김 양이었다.
능욕도 상대방이 능욕이라고 생각해야 능욕이지, 상대방이 편하게 받아들이다 못해 종년처럼 부려 먹으려고 들면 그게 무슨 능욕이던가?
오히려 똥 기저귀 갈아주는 하녀가 되는 거라면 할 이유가 없었다. 짜증 나서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더니 그새 저렇게 컸다고?
말도 못하던 게 웅얼거릴 정도로 훌쩍 커버렸다.
고작 몇 달 안 됐는데?
유 이사 마크 2가 만나서 반갑다는 듯 손을 허우적거리는 모습에 연구원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요즘 많이 바쁘셨나 보셨네요.”
“바쁘긴 했는데. 많이 컸네.”
김 양이 유 이사 마크 2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손을 쭉 뻗은 유 2가 방실방실 웃으며 옹알거렸다.
“시바려라- 기저기-”
“지금 기저귀 어쩌고 한 거 맞음?”
약간 난감한 표정으로 연구원이 말했다.
“어릴 적에 기저귀 갈아 주셨던걸. 얘가 기억하고 있었나 보네요.”
“기억력 좋네. 말도 잘하고.”
김 양이 지나가는 듯하자, 연구원이 은은한 미소와 함께 이야기꽃을 피웠다.
“네. 아직 이렇게 말을 할 개월 수가 아닌데. 이상하게 기저귀라는 말을 빨리 배웠더라고요.”
보통 마마, 맘마, 파파 이런 걸 처음 말하기 마련이었지만 기저귀 갈게 시키겠다는 불타는 투혼 때문에 그 말부터 연습했겠지. 그럼 그런 노력에 맞는 대접을 해주는 게 인지상정.
“애미리스라서 그럼.”
그러니까 그딴 소리부터 하지.
“그치? 똥 기저귀 물고 빤 입을 벌리고 다니면 못써요.”
“입만 벌리면 똥내 나잖음?”
“그러니까 앞으로 입은 꾹 다물고 다니렴.”
김 양이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
“······”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황망한 연구원을 무시한 채, 유 이사 마크2를 향해 눈을 맞춘 김 양이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속닥였다.
“똥싸개야- 아유 우리 똥-기계. 잘 먹고 무럭무럭 싸지르고.”
“······.”
“······”
“총 잡을 때쯤 해서 다시 기저귀 차는 생활로 돌려보내 줄게. 기대하고.”
“······.”
“······”
손가락 총을 만들어 유 이사 마크2의 머리통을 살짝 콕하고 찌른 김 양이 미련 없이 뒤돌아 식당으로 향했다.
우으으으읏!!!
멍하니 있던 애가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연구원이 달래는 소리, 분을 이기지 못한 유 2가 발광하는 소리에 군침이 싹 도는 김 양이었다.
‘오늘 점심은 맛있겠는걸.’
푹 고아진 곰탕과 수육의 맛은 김 양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맛있었다. 간도 딱 좋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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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으로 편입한 캐나다 방면 적들을 소탕하는 데 성공했지만, 마루의 생각은 복잡했다.
‘놈들의 화력이 너무 강했어.’
7개의 매복 포인트에서 노획한 155mm M109A6 자주포 30문, M777 42문이나 됐다. 거기에 레오파드 전차 12대를 합하면 실로 막강한 화력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레오파드2 전차를 동원했다는 것은 빼도 박도 못하게 캐나다군을 동원했다는 뜻이었다.
자주포나 곡사포는 미군에서 보냈다고 하더라도 레오파드 전차 12대는 캐나다군 장비이지 미군 장비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캐나다군이 보유한 레오파드2 전차는 20대, 구형을 전부 포함한다고 해도 캐나다군이 보유한 전차는 80대가 넘지 않았다. 그런데 레오파드2 12대를 동원했다?
남부연합이든 버지니아 랭리든 캐나다군과 깊은 연결고리가 있다는 의미였다. 이건 좋지 않았다.
캐나다군의 규모는 대략 7만 명. 예비군 3만을 합하면 10만.
뉴욕시 경찰국 인원만 4만이 넘었던 것을 생각하면 캐나다군의 규모는 소박했지만, 그 적은 규모조차 신성 왕국이 감당하기엔 턱없이 많은 병력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번 공격에서 군인의 비율이 낮았다는 점이었다. 물론 전차병이나 곡사포병은 군인이었지만, 대부분은 일반인 민병대인지라 까마귀와 늑대의 압박을 버티지 못했다.
‘군인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겠지만.’
교전을 거칠수록 우두머리 늑대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30마리 규모로 시작한 늑대 무리는 적들을 공격하면서 점차 늘어나 거의 100마리 가깝게 늘어났다.
‘저거 늑대들 인육 먹는데 괜찮겠음?’
‘인육을 먹지 않은 늑대가 있을까요? 겨우내 말이죠. 아마 없을 겁니다.’
김 양과 후드가 늑대의 활약을 보며 한 말이었다.
보통 사람 맛을 안 맹수는 반드시 잡아 죽인다고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부족한 숫자를 늑대로 대체해야 했으니까.
100마리 넘는 늑대 무리가 통제될까 싶었지만, 마루가 친히 하사한 내리갈굼 문화는 생각보다 대단했다. 처음 기강 잡은 30마리가 나중에 합류한 70마리를 완벽하게 조진 것이었다.
그렇게 기강 잡은 늑대 무리는 혹독한 훈련을 받고 있었다. 여러 훈련 가운데 가장 중점적으로 받는 훈련은 금속으로 만든 시민권 특유의 냄새를 기억하게 해, 시민권을 보유한 사람을 구별하는 것이었다.
늑대들이 시민권자를 공격하지 않는다는 게 소문나면 시민권을 훔치는 사람이 생기겠지만, 그건 나중 문제. 지금은 늑대의 숫자를 최대한 늘리는 게 중요했다.
“늑대 훈련은 어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그쪽은 됐고. 노획한 무기들 상태는?”
[무한궤도 수리가 진행 중입니다. 전차와 자주포 수리 시설과 인력이 부족해 수리를 마치는데 시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수리도 그렇지만 먼저 확인해야 할 게 있었다. 미군이 사용하는 155mm M109A6 자주포가 30문이나 캐나다에 들어왔다는 건 지상이든 공중이든 제국 국경이 뚫렸다는 뜻.
“제국은 반응이 어떻지? 놈들이 제국 영토에도 숨어있었는데 말이지.”
[제국 국경 수비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세인트로렌스 강을 기준으로 국경을 잡으면서 남쪽이 제국령이 됐지만, 기존 캐나다 영토를 완벽하게 장악하지 못했다고 합니다.“몬트리올 강 건너도 그렇고 퀘벡 건너편도 그랬다. 그리고 하필 그쪽에도 적들의 매복부대가 있었다.
“좋아. 그건 그렇다고 치고. 덴 브라운 총통과의 회담일정은 어떻게 됐지?”
[제국에서 괴물 쥐 토벌 작전과 공항 탈환 작전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회담일정을 뒤로 미루자고 합니다.]“적들이 제국 편입 지역에서 설쳤다고 전달했는데도?”
[예.]덴 브라운이 그랬다면, 회피했다고 봐야겠지.
“늑대 훈련 끝나고 거점 확보되는 대로 내가 간다고 통보해.”
[알겠습니다.]“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덴 브라운은 자기 목숨을 담보로 식인귀 가문을 몰살했던 자입니다. 직접 독대하시는 건 위험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위험했어요. 예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직접 만나시기보다는 특사를 파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PD와 후드가 마루가 직접 가는 것을 반대했다.
“덴 브라운 총통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그럼 차라리 국경 지역에 에리카 보내는 게 낫지 않겠음?”
사이코메트리를 그쪽에 보내자? 마루가 관심을 보이자, 김 양이 가슴을 쭉 내밀었다.
“하늘 길 구멍 뚫렸다는 쪽에도 대공 방어하는 애들도 있을 거고. 육로면 출입국 다리 관리하는 애들도 있을 텐데 살짝 잡아다 확인해 보면 됨.”
“잡아오는 건 의미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히려 불화의 명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입니다. 아니었으면 좋겠지만, 만약 저들이 암묵적 합의를 한 상황이면. 이미 대비를 했을 테니까요.”
“버지니아면 국토안보국에 작업 쳤으니까 거의 원수 아님? 근데 암묵적으로 합의? 그건 너무 나간 거 아님?”
“아니에요. 암묵적으로 협의했을 수도 있어요.”
방송가에서 잔뼈가 굵은 PD와 해커로 유명한 후드의 말을 무시할 건 아니었다. 잠시 고민하던 마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계속해서 합병한 지역에서 문제가 생기면 곤란합니다. 사이코메트리로 확인해 보는 거로 하죠.”
그렇게 에리카가 미국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을 만나, 몰래 스캔 보는 것으로 결정 났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전부 새로 발령 났다고?”
“예. 작전이 소탕작전이 전개된 날 당일을 시작으로 전부 새로 교체된 병력이었습니다.”
“제국에서는 뭐라고 그래?”
“정기적인 병력 순환이었을 뿐이라고 합니다.”
제국에 문제가 있다는 심증이 점점 더 커졌다. 7개월 혹한기를 거치면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버지니아 랭리와 국토안보국은 정보기관입니다. 일반적인 가치관과 관점에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사안에 따라 언제든 서로의 등을 노리고 또 손을 잡는데 거리낌 없는 쪽이니까요.”
거리낌 없다는 말에 마루가 쓰게 웃었다.
덴 브라운 국장과는 그간 쌓은 신뢰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개인과 단체는 다른 법이었다. 하물며 단체가 국가 단위라면 더 그렇겠지.
“심증뿐이지만, 국경 지역 거점에 경계 상태를 최고 단계로 유지합니다.”
[전달했습니다.]“노획한 무기를 사용하려면 탄약과 부품이 필요합니다. 제국에서 필요한 부품과 탄약을 수입하기로 하지요.”
“덴 브라운 총통과는 안면이 있으니 제가 가겠습니다.”
후드가 의욕을 내비쳤다. 마루는 후드를 다시 특사로 보내면서 중요한 안건을 확인하고 오라고 시켰다.
“국경 방면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흔적이 있다면 확인하도록 하고.”
“알겠어요.”
정리되는 분위기. PD가 작게 헛기침을 한 뒤 입을 열었다.
“큼-흠- 그 곰탕과 수육 말입니다.”
“?”
“그 기사단원들 가운데 체력이 부쩍 좋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곰탕이랑 수육 그거 단백질 아닌가?
잘 먹고 운동했으면 체력이 붙는 게 당연하고.
“운동의학 전문가들과 함께 기사단의 체력변화를 확인한 결과, 그냥 기분만 그렇다고 느껴진 게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운동능력이 좋아졌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것도 소폭 상승한 게 아니었다. 최소 20~30%나 향상됐다고 하니 엄청난 수치였다.
“오- 어쩐지 속이 뜨끈하니. 그러더니- 그래서 그랬구나.”
김 양이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새끼 늑대들의 성장 속도도 굉장히 빨라졌다고 합니다. 부산물을 먹은 늑대와 그렇지 않은 늑대의 덩치와 운동능력이 유의미할 정도로 차이 난다는 관찰보고도 있습니다.”
“약도 아닌데 그렇다는 거죠?”
PD가 머쓱하게 대답했다.
“다들 드셔 보지 않았습니까? 기분만 좋아진 게 아니었다는 겁니다.”
“과연. 괜히 그런 게 아니었군요.”
마루가 멋쩍게 고개를 끄덕이자, PD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했다.
“예. 그렇습니다. 지금이라도 전략물자로 분류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양이 전략물자 지정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곰탕과 수육은 전략물자로 지정되고 말았다. 일시적으로 좋아지는 것이 아닌, 반영구적인 상승효과가 났으니 어쩔 수 없었다.
망연자실한 얼굴로 김 양이 말했다.
“그거 전략물자 지정. 내일부터 하기로 하면 안 됨?”
“······.”
“······.”
“그래···.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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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물자 지정은 효과적이었다.
친위대와 기사단을 시작으로 사람들 대부분이 포상과 특식으로 곰 요리를 기대했다. 먹기만 하면 효과를 봤기 때문이었다.
“크음. 이게 참 좋네.”
“그러게. 곰탕이라서 낯설었는데 말이야. 키야- 아주 그냥. 좋았어.”
“여자들에게도 그렇게 좋다고 하더라고.”
“우리 집사람 피부 알지? 좀 그랬잖아. 잔주름도 많고. 그런데 한 뚝배기에 바로 꿀 피부로 변했다니까.”
곰 요리에 대한 수요가 가파르게 올랐다.
동물들 세계에선 곰고기를 둔 경쟁이 점차 심해지기 시작했다.
까아아아악! (그거 곰 육포는 내려놓지.)
크르르르릉! (내가 침 바른 걸 왜?)
곰 부산물과 육포를 두고 경쟁하는 체계가 잡히기 시작됐다.
“혹시 크게 변한 놈들은 맛이 좋은 거 아닐까?”
“맛도 좋고 몸에도 좋고?”
공포의 거대 괴수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거대 괴수가 출몰했다는 소식을 기다리기 시작한 왕국 시민이었다.